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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첫 괴수 사냥
대략 20분 정도를 걸었을까? 드디어 무봉산에서 첫 괴수를 마주 할 수 있었다.
길이는 3미터 정도에 높이가 2미터에 육박하는 네발달린 짐승 괴수였다.
“티롭스네요. 처음 합을 맞추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녀석이네요. 진행하겠습니다. 버프 좀 부탁드려요.”
“헉헉…… 아. 예! 공격력 강화! 방어력 강화!”
가장 먼저 설지훈을 향해서 버프를 시전하는 신민배. 그리고는 나머지 네 사람에게도 버프를 시전해 주었다.
버프를 시전 할 때의 느낌은, 대상을 향해서 약간의 기운이 빠져 나간다고 보면 된다. 이미 마네킹을 통해서 그 느낌을 알기 때문에 개의치 않았고, 버프를 받는 사람들 역시 약간의 기운이 불어나는 것을 느끼게 된다.
“타임은 10분입니다. 10분마다 한 번씩 버프를 드릴게요. 헉헉…….”
힘들어하고 있는 그를 보며 설지훈이 말했다.
“신민배씨는 안전한 장소로 가서 쉬고 계세요. 너무 멀리가진 마시고요.”
“헉헉! 알겠습니다.”
이렇게나마 신경써주는 설지훈이 너무나 고마울 따름이다.
꽤나 힘들었던지 신민배는 사냥에 방해가 되지 않는 장소로 짐가방과 함께 털썩 주저앉았다.
“어휴…… 무슨 보조계가 짐꾼을 한다고…….”
김숙자는 모두가 들릴 정도로 말을 했지만, 더 이상 그녀의 말에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이 더러운 년…… 너처럼 무거운 짐을 들고 산행을 하는 나의 힘겨움을 네가 알기나 하냐…….’
더럽지만 참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 신민배는 한숨을 내쉬며 그저 자신의 처지를 한탄해야 할 뿐이었다.
콰쾅! 콰콱!
설지훈은 거대한 대검을 들고 있었다. 길이만 해도 1미터 30센티는 족히 되어 보일 듯했고, 면적만 하더라도 20센티는 되어 보인다. 그렇게 무거운 검을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휘두르고 있었다.
대다수 방어계의 경우, 괴수를 상대로 탱커를 하는 이들은 대검이 아닌, 해머와 방패를 갖춘다. 그 이유는 안정적인 탱킹을 하기 위해서인데, 설지훈의 경우는 공격을 조금이라도 더 넣고, 사냥 시간을 줄이기 위함이었다.
푸화확!
투카캉!
피피피핏!!
공격계의 세 친구들은 각기 화염과, 근거리 딜러, 그리고 에너지 스피어 계열의 능력을 사용하고 있었다.
신민배는 처음 공격계들의 능력을 보았다.
‘음…… 생각보다 그렇게 빠르게 공격하는게 아니구나…… 이러니 보조계의 능력이 별다른 소용이 없는 거겠지…….’
사실상 버프란 중첩 효과라고 볼 수가 있다. 한 시간 동안 공격계 한 명의 공격력을 대신 할 수 있다면 사람들이 왜 보조계를 팀에 넣지 않겠는가? 이건 엄연히 공격계에게도 문제가 있는 것이다.
공격계들의 공격 속도는 한 번의 공격을 사용 한 후, 다음 공격이 최소한 30~40초 이상은 걸렸다. 그렇다보니 괴수를 한 시간 사냥한다 치더라도, 고작 3%의 공격력 상승효과는 미비해지고 마는 것이다. 하물며 등급이 낮은 공격계들과 팀을 이룬다면 3%의 효과는 있으나 마나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공격 속도가 늦은 장거리 공격계를 팀에서 선호하는 이유는 바로 사상자 문제였다.
괴수의 어그로가 튀게 되면 발빠르게 도망을 쳐야만 하는데, 근접 공격계들의 경우는 괴수에게 죽을 확률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티롭스는 계속되는 공격에 시선을 공격계들이 있는 쪽으로 돌렸다.
대다수 전투시의 위치는 탱킹이 괴수의 머리를 맡고 공격계들은 좌, 우에 자리를 잡는다. 그 사이에 치유계가 배치되어 적절하게 위험의 순간을 넘기게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치유계가 사이에 있는 만큼, 괴수의 어그로가 탱킹 이외의 곳으로 향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어그로가 다른 방향으로 향해서 괴수가 달려가게 되면, 팀의 한순간 위험이 찾아오는 것은 물론, 순간의 방심으로 팀이 전멸의 위기를 맡기도 한다.
‘공격계들의 공격력은 어느 정도 적절한 것 같은데…… 이건 대체 뭐지?’
티롭스에게 공격을 받으면서도 설지훈은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까지 상대해왔던 티롭스와는 다르게 자신의 생명력 순환이 그렇게 빠르지가 않았던 것이다.
‘또 저년이 문제인건가?’
짧은 순간이나마 김숙자에게 시선을 돌린 설지훈. 하나부터 열까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사냥이 계속 진행되고 있을 때, 신민배는 숨을 고르고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다들 각자 맡은 바가 있는 거구나. 그런데 원래 괴수 사냥은 이렇게 쉬운건가?’
생각보다 따분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설지훈은 계속해서 방어와 공격을 전념하고 있었고, 나머지 공격계 삼인방도 똑같았다.
더군다나 김숙자 역시도 중간에서 힐만 시전하고 있었고, 딱히 긴박감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아니면 아까 말한 합이라는게 매우 좋은건가?’
그는 전투를 지켜보다 약간 이상한 점을 하나를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설지훈이었다.
대검을 들고 있었기에 정통적인 방식으로 방어는 할 수가 없는 설지훈은, 전투 중에 한두 발짝씩 뒤로 물러서거나 방향을 돌렸다.
‘굳이 저렇게 안해도 될 듯한데 왜 저러는거지? 저것도 움직임의 일종인건가?’
그들의 모든 움직임을 이해할 수는 없다. 다만 그의 눈에 들어오는 특이한 점에 신경을 쓰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던 중 시계를 보니 벌써 버프를 넣은지 10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다시 버프 들어갑니다. 공격력 강화! 방어력 강화!!”
모든 일행들에게 버프를 넣어주고 다시 관람을 시작했다.
생각보다 괴수 처리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티롭스를 잡는데 걸린 시간은 50분. 상당히 긴 시간 동안 그들은 전투를 벌이게 되었고, 티롭스가 쓰러지자, 공격계 세 명은 그 자리에 주저 앉아버렸다.
“휴~! 가까스로 리타이어를 면했네.”
“그러게. 정말 진이 다 빠진다.”
“하…… 언제쯤 능력이 상승되어서 이런 상황을 면해보나?”
그들은 생명력의 문제가 아닌 정신력의 문제였다. 계속해서 기술을 사용하다보면 정신력에 한계가 오게 되고, 급기야 서 있을 힘도 없어지게 된다.
간혹 정신력을 모두 소모해 리타이어가 되어버리는 이들은 그 자리에서 쓰러져 잠시 동안 정신을 잃는 이들도 많았다.
“휴…… 수고들 하셨습니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요.”
설지훈이 티롭스의 상태를 확인하고 한 말이었다. 그러자 양 준이 물었다.
“에? 오래 걸린건가요?”
“예. 보통 방1, 공3, 치1의 경우 티롭스를 잡는데 50분 가까이 걸리는 건 정상적인 겁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전 40분을 넘겨본 적이 없거든요.”
“예? 그럼 오늘은 왜 50분이 넘은거죠? 설마? 보조계분의 버프가 너무 약했던 건?”
그 말을 듣고 설지훈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닙니다. 솔직히 제 느낌으로는 민배씨는 오히려 일반 보조계의 버프 능력보다 조금 더 높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히려 전투에 플러스 요인이 되면 되었지. 덜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 그럼 저희가 등급이 낮아서 그런건가요?”
공격계 삼인방 친구들은 6등급의 능력자였다. 그랬기에 다소 설지훈의 말에 의문과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것도 아닙니다. 6등급 공격계 3명과 많은 팀을 이뤄봤고요. 언제나 시간은 비슷했습니다.”
“그, 그럼 이유가 대체 뭔가요?”
또다시 물어오는 질문에 설지훈이 당당하게 말했다.
“저 때문입니다.”
“예? 에이…… 그럼 우리 잘못은 아니네요. 그런데 방어계는 탱킹만 잘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괴수를 빨리 죽이는 것은 공격계의 몫 같은데요?”
대체 정확한 설명을 해주지 않으니 공격계 삼인방으로써는 약간 답답한 노릇이었다.
신민배의 버프도 다른 보조계 보다 좋았고, 하물며 자신들과 같은 6등급 공격계와도 많은 전투를 해봤다고 했다. 그렇다면 대체 티롭스를 죽이는데 시간이 늦게 걸린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사실 저는 E급과 D급의 괴수를 위주로 사냥을 합니다. 솔직히 E급과 D급 괴수의 경우 탱킹하는 것도 수월한 점도 없지 않아 있고요. 그래서 C급 이상의 괴수를 빠르게 처치하지 못할 바에야 좀 더 쉬운 E급과 D급으로 그 차이를 메우려고 하거든요. 하지만 오늘은 그게 되질 않네요.”
“무슨 말인가요? 오늘은 그게 되질 않다니?”
“생명력 때문입니다.”
그 말을 하면서 설지훈은 김숙자를 쳐다보았다. 김숙자는 그동안 아무런 말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편하게 자리에 앉아서 먼 산을 바라만 보고 있던 것이다.
“생명력이 제대로 회복 되질 않아서 계속해서 티롭스와의 거리 유지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보니 공격할 횟수도 점점 줄어들게 되었고요. 저기 김숙자씨. 힐량이 어떻게 되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손톱을 매만지고 있던 김숙자는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언성이 높아졌다.
“그걸 왜 묻는 거죠?”
“솔직히 제가 알기론 숙자씨는 5등급 치유계로 알고 있습니다. 5등급 치유계의 경우 한 번 힐을 시전하면 최소 생명력 800 이상은 채울 수 있는 것으로 압니다.”
“네. 맞는데요?”
“그런데 이상하죠? 전 티롭스에게 한 대 맞으면 생명력이 500 정도가 하락합니다. 제 생명력이 4300이거든요. 그런데 티롭스가 저를 때리는 속도가 원래대로 따지면 힐 시전 시간보다 더 깁니다. 그런데 왜 생명력이 계속 회복되는 기미가 안보이고, 계속 밑바닥을 치고 있었던 걸까요?”
방어계를 오래 한 능력자들은 자신의 생명력 수치와 괴수의 공격력에 대한 것을 대략적으로 감을 잡을 수가 있는 문제다. 해서 처음 괴수와의 대면에서 괴수의 공격이 얼마나 강한지 약한지를 가장 발빠르게 판단하는 요소이기도 했다.
“그걸 왜 저한테 따지시는 건가요? 착용하고 계신 아이템이 허접해서 그런 건 아닌가요?”
그녀의 말에 설지훈이 드디어 뚜껑이 열리고 말았다.
“지금까지 치유계라고 좋게 말해줬더니 말을 못 알아 처먹는거야 뭐야? 그만큼 네가 놀면서 힐을 했다는 거잖아? 네가 힐을 제대로 했어봐. 그럼 나도 거리를 두지 않고 계속 티롭스에게 딜을 넣었을테고. 그럼 사냥은 좀 더 일찍 끝났겠지. 그렇게 되면 공격계 세 사람도 이렇게 지쳐 있지 않았을거 아냐? 일정 시간만 쉬고 다시 사냥을 할 수도 있는 노릇이었어. 그런데 지금 상황을 봐. 너 빼고 멀쩡한 사람이 누가 있어?”
김숙자는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렇게까지 몰린 적은 처음이었나 보다.
“지, 지금 내가 누군지 알고 그렇게 막말을 하는거에요? 언제 봤다고 반말이야. 반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김숙자는 ‘부랴부랴’ 옷을 털기 시작했다.
“아 짜증나 진짜! 이래서 아무 팀에나 들어오면 안되는건데! 나 더 이상 같이 사냥하기 싫으니까 알아서 해요.”
지금까지 치유계로써 좋은 대접만 받았던 김숙자. 하지만 오늘은 일진이 영 좋지 않았던 것이다.
처음부터 설지훈과 삐걱대었던 사이는 이제 종말을 치닫고 있었다.
“너 혼자 그만한다고? 그럼 정산 따윈 필요 없겠네. 대충 괴수 퇴치 팀의 룰은 알지? 모두의 허락을 받지 않고 도중에 사냥을 그만두면 정산 따윈 없어.”
“에이 씨발! 진짜. 더러워서 안 받아! 당신 이름 똑똑히 기억했어! 이제 아마 치유계들과 발붙이며 사냥하긴 힘들거야!”
말을 끝내고 곧장 산을 내려가기 시작하는 김숙자를 바라보며 공격계 삼인방과 신민배는 난감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런 씨발…… 더러워서 정말. 상전을 모시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좃도 힐도 제대로 안해주면서 파티에 피해 준 건 생각 안하나?”
설지훈은 아직까지도 ‘씩씩’대고 있었다. 좀처럼 분이 풀리지 않는 것 같았다.
‘아…… 지금 이 상황에서 나는 뭐라고 해야 하는거지?’
섣불리 입을 열수도 없는 상황.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만 있을 수도 없는 상황에 신민배는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고맙게도 삼인방 중 한명이 먼저 입을 열었다.
“휴…… 치유계도 없으니 이제 사냥은 힘들겠죠?”
“네. 뭐……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일이 틀어졌네요.”
설지훈의 말에 박서환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신경쓰지 마세요. 솔직히 저희도 처음부터 비위 맞춰주면서 오늘 하루만 잘 넘기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치유계 구하기 힘들다보니 이제 비위 맞춰주는게 일상이 되어버렸거든요. 인간적으로 말해서 저년 하는 꼬라지가 마음에 안들어서 처음부터 사냥 할 마음이 크게는 없었습니다.”
“저 역시도 그래요.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그냥 오늘은 날이 아닌가보다 생각해야죠.”
삼인방은 너나 할 것 없이 설지훈에게 핀잔을 주진 않았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럼 오늘은 이 티롭스 한 마리로 정산하겠습니다. 어차피 제 잘못으로 일이 틀어졌으니, 제 정산 몫을 빼고 세분께 티롭스 정산을 모두 넣어드릴게요. 신민배씨는 어차피 짐꾼으로 오셨으니 일당 15만을 제 사비에서 드릴게요.”
짐꾼의 인건비는 10만원.
괴수를 사냥함에 있어서 10만원이라는 돈은 매우 적다고 할 수 있다. 언제 어떻게 위험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허나 이럼에도 인건비가 10만원인 이유는 이동하는 경로 외에 짐꾼이 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한 번 이동하면 족히 40분에서 1시간 동안 앉아서 휴식을 취한다. 그렇게 따진다면 하루에 짐을 메고 이동하는 시간은 고작 2~3시간 정도.
그렇다고 짐꾼이 막상 큰 위험을 당하는 것도 아닌, 사냥이 시작 되면 가장 먼쪽에서 휴식을 취하며 상황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사냥이 위험하게 되면 가장 1순위로 도주가 가능하기도 했다. 해서 짐꾼의 인건비는 몇 년 째 10만원으로 묶여 있는 이유 중 하나다. 물론 더 주려고 하는 능력자들이 없다보니 이런 일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
“가, 감사합니다.”
10만이었던 일당을 15만을 받게 되었다. 딱히 티롭스의 정산에 신경은 쓰지 않았던 그로써는 오히려 5만원 더 받은 것은 기분이 좋았지만, 마무리가 좋지 않았기에 큰 즐거움조차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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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에 분량이 얼마나 되어야 하는지를 잘 모르겠네요...
누가 좀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