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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첫 괴수 사냥
전화를 끊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미 신길역에 있는 신민배로써는 움직일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전화 내용에 맞는 한 사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략 190센티 정도는 되어 보이는 큰 키에, 떡 벌어진 어깨가 매우 인상적이었으며, 파랗게 빛나는 갑주는 한눈에 들어 왔다.
가까이 다가간 신민배가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방금 전화 드렸던 짐꾼 신민배라고 합니다.”
“그러시군요. 설지훈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신민폐씨.”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하는 설지훈. 그런 설지훈의 손을 잡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민폐가 아니고…… 신민배입니다.”
“하하, 그러시군요. 죄송합니다. 제가 잘 못 들었나 봅니다.”
그는 너털웃음을 지어보였다. 딱히 고의적인 말은 아닌 듯 보였다.
그는 자신의 옆에 있는 큰 짐가방을 가르키며 말했다.
“이게 신민배씨가 들고 갈 짐가방입니다. 식량과 각종 비상약품들이 들어 있습니다. 아마 나중에 다른 이들이 물건을 맡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죠.”
“네…… 그렇군요.”
신민배는 짐가방을 처음 보았다. 그리고 속으로 내심 놀라고 있었다.
‘씨발…… 이걸 나보고 들라고?’
바닥에 놓여 있는 가방은 신민배의 배꼽까지 올 정도로 커다랗다. 짐꾼을 처음 해보는 그로써는 이런 가방을 맬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설지훈이 잠시 다른 곳에 시선을 돌렸을 때, 가방을 한손으로 힘껏 잡아 당겨 보았다.
‘헉?’
어중간한 힘으로는 꿈쩍도 하지 않는 가방.
‘대체…… 이 안에다가 뭘 넣어 놓은거냐? 식량이 무슨 소 한 마리를 집어넣어 놓은거야? 뭐가 이렇게 무거운거야!’
나름대로 일반인으로써는 이런저런 모진 일까지 다 해본 그였다. 그러나 한손의 힘으로 꿈쩍도 하지 않는 가방의 느낌을 안 순간 무봉산으로 가는 길이 꽤나 험난해질 것 같았다.
“그나저나 다른 사람들이 좀 늦는군요.”
시간을 보니 8시 45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약속 시간까지는 앞으로 15분남은 상황인 것이다.
그리고 10분 정도가 지났을 때, 나머지 공격계 세 명의 남자가 나타났다. 그들은 셋 다 친구로 함께 지원을 한 듯 보였다.
그리고 9시가 넘고 아직까지 치유계가 나타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아…… 이 사람 약속 시간도 제대로 못 지키나?”
“그러게 말이야. 하여간 치유계들 지각 유명한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
“내 말이…… 꼭 늦어야 이름 값하는 것처럼 말이야…….”
공격계 세 명은 치유계에 대한 불만을 뿜어내고 있었고, 설지훈은 전화기를 꺼내 번호를 눌렀다.
“안녕하세요. 설지훈입니다. 어디 쯤 오셨습니까? 예? 예. 알겠습니다. 서둘러주세요. 지금 모두 기다리고 계시니까요.”
설지훈은 전화를 끊고 중얼거렸다.
“빌어먹을…… 누군 뭐 시간 남아도는 줄 아나? 여러분… 죄송한데 30분 정도는 더 기다리셔야 할 것 같습니다.”
“예? 30분이나요? 대체 뭐한다고 이렇게 늦답니까?”
한 남자의 말에 설지훈은 어이가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이제 막 일어났답니다.”
“와…… 그 치유계 참 대단하네. 막 나가도 유분수지. 휴…… 치유계가 워낙 적다보니 진짜 꼬장이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진짜 얼마나 잘났길래 이렇게 늦는건지…….”
이들 모두가 불만에 가득했고, 그건 신민배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들처럼 쉽게 입을 열 수 있는 입장은 아니었기에, 그저 경청하고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들 모두가 불만에 잔뜩 쌓여 있을 때, 30분이 아닌 거의 한 시간이 넘어서야 한 사람이 도착했다.
“죄송합니다. 준비하느라 좀 늦었네요.”
모두가 하나 같이 그 말을 듣고 잠시 아무런 말이 없다가 이내 치유계의 눈치를 보고 입을 열었다.
“하하, 아닙니다. 늦을 수도 있는거죠 뭐.”
“그렇지. 늦은 만큼 저희 공격계가 열심히 딜을 넣으면 되는거니까요.”
오면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듯이 이야기를 했던 공격계 친구들은 치유계를 옹호하며 나섰다.
설지훈은 아무런 말없이 시계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시간이 시간인 만큼 얼른 진행하도록 하죠. 다른 팀들이 이미 먼저 사냥을 나섰기 때문에 괴수 찾는데 시간이 걸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자기소개는 가면서 하도록하죠.”
이에 그 말을 듣고 있던 치유계가 입을 열었다.
“저기요. 팀장님. 보니까 제가 늦게 와서 꽤나 기분이 나쁜 듯 한 말투이신데요?”
“그런 거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닌가요? 딱봐도 그런데? 전화 하신 것도 그렇고요. 좀 늦을 수도 있지
뭐 그런 걸 가지고 그러세요?”
난감한 표정을 하면서도 이내 짜증이 드러나는 표정의 설지훈.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공격계 친구 삼인방이 즉시 나섰다.
“맞습니다. 치유님 말씀이 백번 맞고요. 사실 좀 불만이 없지 않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게요. 그렇지만 저희를 봐서라도 이번 한 번만 넘어가주세요. 저희가 사냥 지루하지 않게 해드릴게요.”
“여자라면 약속에 한 시간 넘는 건 기본으로 알아야죠. 그렇죠? 그러니 화 푸세요.”
삼인방의 노력에 짜증이 난 표정으로 입을 여는 치유계.
“그럼 뭐 어쩔 수 없이 이번은 그냥 넘어가도록 하죠. 이만 출발하도록 해요.”
“예예. 물론입죠. 뭐하세요? 팀장님. 앞장 스셔야죠?”
공격계 남자는 설지훈을 향해 등을 돌렸다. 그리고 그를 보며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아무래도 자신들을 이해해달라는 모습으로 보였다.
등을 돌리며 무봉산으로 향하는 설지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것을 본 사람은 아무
도 없었다.
“저는 설지훈이라고 합니다. 방어계고요. 주로 탱을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29살입니다.”
이동을 하며 설지훈이 먼저 자신의 소개를 했다.
“방어계가 탱을 하는 건 거의 당연한 거 아닌가요? 그런 걸 굳이 말씀하실 필요가 있나? 전 25살이에요. 김숙자라고해요.”
김숙자의 소개에 또 다른 남자 한명이 먼저 나서며 말했다.
“이야~! 역시 이름만큼 아름다우시네요. 전 23살입니다. 이녀석들과 친구고 이상명이라고 합니다.”
이상명의 말처럼 김숙자는 이름도 그렇거니와 외형이 절대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못생기고 뚱뚱하기까지 할 정도였다.
키는 대략 158센티에, 몸무게는 65킬로는 족히 될 듯 보였다.
나머지 두 명의 남자는 양 준과 박서환이었다.
다른 이들의 소개가 모두 끝나고 나머지 한 사람만 남았다. 바로 신민배였다.
그 역시도 소개를 하고 싶었으나,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있었기 때문에 쉽사리 입을 열 수도 없었다.
“짐꾼 저분은 보조계입니다. 28살이라고 하시더군요.”
신민배의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설지훈이 대신 말을 해주었다.
“저분은 입이 없어요? 왜 그쪽이 대신 말하는거에요?”
이에 또다시 토를 달고 나서는 김숙자.
“힘들어하시는 것 같아서 대신 말해 드린 것뿐입니다.”
“힘들어하는지 안하는지 그쪽이 어떻게 알아요? 직접 물어보기나 했어요? 솔직히 이정도로 힘들어하면 짐꾼 어떻게 하겠어요? 안그래요?”
그녀는 뒤를 돌아보며 세 친구에게 물었고, 그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누구하나 그녀의 말에 답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 역시 그 말만을 하고 신민배에게 질문은 하지 않았다. 다만 짜증이 섞인 그녀의 말이 흘러나올 뿐이었다.
“아씨…… 땀나. 이래서 산은 안오려고 했는데…….”
자신의 몸은 생각하지 않고, 그저 힘든 산행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을 뿐이었다.
‘빌어먹을 년…… 힐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
‘개썅 돼지년이…… 지 몸 생각은 절대 안하고…….’
‘비위 맞춰주며 사냥해먹기 더럽게 힘드네…….’
세 친구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절대 입 밖으로 나오진 않았다.
============================ 작품 후기 ============================
비축분이 대략 2권 정도 되네요.
그래도 한 꺼번에 많이 올리면 안되니까~~!
여기까지만 올리겠습니다.
그래도 선작, 코멘트 보고 기분 좋으면 세편, 네편 더 쏘겠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