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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테스트
“음…… 그래도 능력은 두 가지시네요. 공격력 강화와 방어력 강화. 그래도 이게 어딥니까?”
“다, 다행이군요.”
능력자가 되면 가장 먼저 채혈을 한다.
기존에 투여한 약물과 DNA가 결합되어 새로운 세포질을 만들게 되는데, 이게 바로 능력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능력으로 특화 된다.
검사를 통해서 그 성분을 분석하고, 능력자가 사용할 수 있는 기술들을 알려주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능력에 대해 알았다고 해서 바로 능력을 사용할 순 없고, 꾸준한 연습을 통해서 능력을 발휘할 수가 있다.
“어떻게? 지금 테스트 장으로 향할까요?”
“아, 아뇨. 현재로써는 그냥 생각 좀 하고 싶습니다.”
“음……. 그러시군요. 그러면 이후 능력을 습득하고 싶으실 때 다시 한 번 저를 찾아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실망한 기색을 띠고 신민배는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나 능력자 센터를 나왔다.
“우라질…….”
머리가 상당히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기대를 했었던가?
능력자가 되면 아는 사람들에게도 어깨가 펴지고 자신의 삶이 더욱 당당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당당해지기는커녕, 오히려 일반인 보다 못한 보조계가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일반인이 보조계 능력자보다 낫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반인에게까지 무시당하는 것이 바로 보조계다.
괴수 사냥에 있어서 제대로 된 위치를 차지 할 수가 없다보니, 사냥해서 벌어들이는 금액은 터무니없게 적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테스트를 안하니만 못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차라리 일반인에게 섞여 살았다면 평범하게라도 살아갈 수 있었겠지만, 테스트를 받고 보조계가 된 이상, 능력자가 되었음에도 쓸모없는 인간으로 전락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능력자가 되면 그 딱지는 평생을 가지고 살아가게 된다. 일반적인 취업은 물론, 서류 전형 모든 것에 능력자의 표기가 진행되기 때문이었다.
현재 대한민국의 흔한 거짓말 중 하나가 일반인 백수보다 능력자 보조계 백수가 더 많다고 알려질 만큼, 보조계가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힘들었다.
집으로 돌아온 신민배는 침대에 드러누웠다.
아무도 없는 텅 빈 원룸 생활을 한지도 벌써 3년 째. 그래도 그동안은 여자 친구가 있어서 그 빈집을 한 번씩 채워주긴 했지만, 이젠 이 빈 집을 채워줄 사람도 없었다.
가족이라고는 부모님뿐이었지만, 괴수의 출현 직후 사고로 돌아가셨다. 그 당시에는 괴수로 인해서 사망한 사람들에 대한 보상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금전적으로 오히려 더 힘든 상황을 맞이한 신민배였었다.
그 뒤 열심히 일을 하며 돈을 모아왔었지만, 게놈 프로젝트의 부푼 꿈으로 3,000만원을 그저 날려버린 셈이다.
“하…….”
삶이 공허하고, 인생이 허무할 정도로 한숨만 길게 흘러 나왔다.
‘앞으로 난 뭘 하고 살아야하나? 어차피 이제 일반 직장에 들어가긴 힘들다. 서류에서부터 나를 떨어뜨릴테니까…… 그럼 이제 막노동 밖에 없는 건가?’
사실 일반인들은 능력자들을 부러워하는 반면, 열등감 또 한 가지고 있다. 해서 능력자가 된 이들이 서민적이고 일반적인 하는 일을 하려하면, 그 자체를 싫어하며 면접에서부터 떨어뜨리는 일들도 많은 것이다.
단순한 열등감을 그렇게라도 해소하는 것이 대다수의 일반인들이었다.
가장 손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막노동이다. 막노동의 경우 서류 심사 같은 것은 없다. 세금을 내야하기 때문에 민증 번호만 확인하고, 필요한 인부들을 데리고 일을 시키면 그뿐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노동을 남자야 그렇지만 여자들이 할 수 없는 일은 아니겠는가? 사실상 방어계를 제외한 능력자들은 체력면에서 일반인들과 다를 것은 전혀 없었다.
보조계 판정을 받고, 집에서 멍하니 이틀을 보냈다.
‘그래. 기왕 이리 된 거! 어차피 능력자의 인생에 끼어들었잖아! 죽어도 능력자로 죽자!’
아침 9시부터 마음을 다잡은 신민배는 즉시 옷을 입고 다시 능력자 센터를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전에 만났던 남자를 다시 보게 되었다.
남성은 34살의 인성태로 능력자 센터에서 근무한지 2년차 되는 남자였다.
“이렇게 다시 보니 반갑군요.”
“예? 무슨 뜻인가요?”
멋쩍은 듯 인성태는 컴퓨터와 신민배를 번갈아보며 말했다.
“하하…… 사실 보조계 판정을 받고, 다시금 얼굴을 보지 못한 능력자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보통 능력자들의 경우 테스트를 처음 받고 특성을 확인한 후, 자신의 능력 상승 시기에 맞게 또다시 능력자 센터를 찾는다.
그 이유는 새로운 능력이 생겼는지 안생겼는지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방어계, 공격계, 치유계의 경우는 능력 하나가 생겨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에 능력자 센터에 방문을 많이 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보조계의 경우는 능력이 쉽사리 생기지도 않을뿐더러, 이미 능력자로써 포기를 하고 더 이상 찾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자, 사설은 뒤로하고 다시 오신 이유는 아무래도 능력 습득을 위함이시겠지요?”
“예.”
“그럼 나가셔서 D실습실로 가셔서 실기를 마친 후 다시 오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인성태의 말대로 D실습실로 온 신민배는 그곳에서 한 남자를 만날 수가 있었다.
“어서오세요. 차문성이라고 합니다. 이곳에서 보조계 실습 담당을 하고 있습니다.”
“예. 안녕하세요.”
“그럼 바로 능력 습득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서류를 보니 두 가지의 능력이 있으시더군요.”
“네. 그렇습니다.”
“능력의 발현은 생각대로 이뤄집니다. 하지만 그 생각의 틀을 맞춰야 만이 비로소 능력을 습득할 수가 있는 것이지요. 저 앞에 마네킹 보이십니까?”
“예. 보입니다.”
“저 마네킹을 향해서 강한 신념을 보내는 겁니다. ‘나는 저 사람에게 힘이 되고 싶다.’ 이런 신념은 공격력 강화를 불러일으키죠. 그리고 방어력의 경우 ‘나는 저 사람을 지켜주고 싶다.’라는 강한 생각을 하시면 됩니다.”
“단지 그것뿐인가요?”
“하하, 그렇습니다. 단순한 말로해서 그렇지. 아마 쉽게 능력을 습득하실 수는 없을 겁니다. 꾸준하게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차문성은 그렇게 설명을 해준 이후, 자리를 비켜주었다. 이제 나머지는 신민배가 스스로 습득하는 것뿐이었다.
‘힘이 되고 싶다와 지켜주고 싶다라…….’
마네킹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그런데 잠시 생각을 멈춘 신민배가 차문성에게 물었다.
“저기…… 죄송한데 모션 같은게 따로 있나요?”
“네? 아뇨. 그런 것은 없습니다. 생각만을 해도 되고. 아니면 모션은 스스로가 가장 편한 자세를 취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간혹 공격계라던지 방어계 분들이 모션을 취하면서 좀 더 능력을 쉽게 발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뭐 필요 여하에 따라 다르겠지요?”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신민배는 다시 마네킹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모션이 없이 정신을 집중하는 것으로 계속해서 신념을 보냈다.
그렇게 2시간 정도의 훈련이 계속 되었다.
차문성은 자리를 뜨지 않고, 계속해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 어떻게 신민배의 능력이 발휘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마네킹과 시스템이 연결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모니터를 유심히 보고 있던 차문성의 눈에 크게 떠졌다.
“오!! 공격력 강화 버퍼가 처음으로 걸렸습니다!”
“그렇군요. 저도 느낌이 약간 왔습니다.”
“다른 보조계에 비해서 약간은 빠른 편입니다. 하지만 이걸 숙달하고 언제든지 바로 능력을 사용하기 위한 훈련이 필요하니 계속해서 연습을 하도록 하세요.”
한 번의 능력이 시전 되었다고 해서 실습이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생각만으로 능력이 펼쳐질 때까지 계속해서 연습을 해야만 했던 것이다.
처음 버퍼가 걸린 후, 두 번째 버퍼가 걸릴 때까지 대략 1시간 20분 정도가 걸렸다. 그렇게 점차 시간이 지나가면서 신민배는 약간의 모션을 취하게 되었다. 딱히 과장 된 모션은 아니었다.
대상에게 손을 뻗어 신념을 보내는 것이다. 그렇게 하다보니 단지 생각만으로 했던 때와는 다르게 정확한 집중을 요할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신민배의 실습은 이틀 동안 진행 되었다. 그렇게 해서 두 개의 버프. 즉 공격력 강화와 방어력 강화 능력을 익히게 된 것이다.
한 번 익힌 능력은 순식간에 몸에 적응이 된다.
능력에 익숙해져 더 이상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는 신민배에게 차문성이 말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닙니다. 능력자라면 모두가 하는 일이었는걸요.”
실습이 끝나고 신민배는 다시금 인성태를 찾았다. 자리에 앉은 그에게 인성태가 말했다.
“한 가지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좋은 소식요?”
인성태는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신민배씨의 버프의 경우 다른 보조계 능력자보다 조금 더 높은 수치를 보이더군요. 공격력 강화 버프의 경우 공격력의 3% 상승효과를 줍니다. 그리고 방어력 강화 버프의 경우는 2%의 방어력이 상승하더군요.”
“그게 좋은 건가요?”
“하하, 물론이죠. 다른 대다수 초보 보조계의 경우 공격력 강화는 1~2%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물며 처음 능력자 테스트를 받은 이들 중에서는 방어력 강화 버프는 없는 보조계도 많고요.”
“다행이네요.”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며 또 다른 수치에 대해서 설명을 이었다.
“생명력은 500으로 보입니다. 대다수 보조계나 치유계들이 처음엔 이렇습니다. 그리고 정신력은 1,000대를 보이시네요. 한 사람에게 적용시키는 버프의 시간이 10분이라고 가정했을 때, 5인 기준 파티에서 버프를 사용함에 있어서 어려운 점은 없을 겁니다.”
실험을 통해서 대략적인 수치들이 모두 나타났다. 그리고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많지 않고, 한 번 버프를 걸었을 때의 시간을 감안하면 버프 지속 시간을 무난하게 유지할 수는 있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생명력 수치 500이란 자신의 한계를 말해준다. 만약 머리에 총 한 방을 맞고 500이라는 생명력이 전부 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막상 그런 치명적인 상처가 아닌, 일반적으로 몸이 받는 충격을 수치로 표기화 해서, 괴수에게 버틸 수 있느냐 없느냐를 알려주는 가장 기초적인 것이다. 물론 생명력 수치에 대한 가장 민감한 능력자들이 바로 방어계지만, 그 외의 능력자들은 생명력 수치에 별반 신경 쓰지 않는다. 특정하게 높지 않고서야 어차피 괴수에게 종잇장 같은 인생이기 때문이다.
“하하. 뭐 앞으로 괴수를 잡으면서 더 정진해나가면 더 좋은 성과가 있을거라고 봅니다.”
그가 힘을 낼 수 있는 말 한마디라도 더 전해주고 싶은 인성태였다.
“그럼 이제 나가봐도 되는 건가요?”
“물론입니다. 앞으로 괴수 처리를 하시면서 몸에 뭔가 이상이 생기시면 바로 이곳을 찾아오십시오.”
“예? 그건 왜요? 몸에 이상이 생기면 병원으로 가봐야하는 것 아닌가요?”
“물론 아프면 병원을 가봐야겠지요. 하지만 몸이 아픈 게 아닌, 다른 기분이 드신다면 능력자 센터를 방문하셔서 테스트를 다시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대다수 그럴 경우 능력의 상승이나, 새로운 기술이 생길 때가 많거든요.”
“아! 그런 것이군요. 잘 알겠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자신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준 인성태에게 인사를 건네고, 그는 능력자 센터를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