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화– 인생, 끝나지 않는 그 아름다움을.2017.12.18.
더 많은 걸 바라지도 않았다.
조금만 이대로 머물러주었으면 했다.
정한은 어머니의 병원으로 향할 때마다 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기를, 합병증으로 몸까지 고생하진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어머니는 약해지는 일만 남았다.
완전히 회복될 수 없는 병이라는 걸 알았다.
그렇기에 피할 수 없이 걸어야만 하는 이 길, 어머니가 조금이라도 덜 괴롭고, 덜 아플 수만 있다면 정한은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어머니가 자신을 똑바로 알아보던 날이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아도 괜찮았다.
자신을 무엇이라 불러도 상관없었다. 그 무엇이든 다 되어줄 수 있었다.
어머니의 남편이, 어머니의 애인이, 어머니의 선생님이, 그리고 타인이라도.
무엇이든 다 상관없었다.
어머니의 곁에서 아들이 아닌 삶을 살아왔었다.
단 한 번도 어머니의 병을 부정하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의 어머니를 존중하여, 그 삶을 사랑하여, 언제든 그 ‘무엇’이 되어 어머니의 곁을 지켰다.
하지만 그런 정한에게도 막다른 골목 같은 순간은 찾아왔다.
“아빠!”
어머니가 달려왔다.
정한의 팔목을 잡고는, 다른 여자아이가 안고 있는 인형을 가리켰다.
“아빠! 나도 저거 사줘!”
처음이다.
어머니가 자신에게 ‘아빠’라고 부른 것은.
“아빠, 아빠. 나도 저거 갖고 싶어. 응?”
쇠약해진 어머니의 가늘고 여린 손이 자신의 팔목을 붙잡고 흔들었다.
맞닿은 피부에 순수하게 배인 칭얼거림을, 정한은 슬픈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어머니.
저는, 어머니의 아빠가 아니에요.
“나도 저런 거 갖고 싶은데. 아빠는 들은 척도 안 하고, 맨날 바쁘다고만 하고, 나랑 놀아주지도 않…….”
“우희야.”
어머니.
“다음에 올 때는, 아빠가 꼭 인형 사올게.”
저는, 어머니의 아들이에요.
“진짜? 꼭? 꼭 사올 거지?”
“……응, 꼭.”
정한은 떨리는 음성으로 간신히 대답했다.
“아빠가 최고야! 아빠 최고! 최고!”
다른 환자에게 면회 온 손녀를 보면서 인형을 사달라고 조르는 어머니는 상상해본 적 없었다.
더구나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는 날이 올 줄은 꿈도 꾸지 못했다.
어머니가 절 보며 그리운 눈빛으로, ‘아빠’라 부르는 그 얼굴이 참으로 낯설고 먹먹했다.
새삼스럽고 기가 막혔다.
명치에 무언가 걸린 듯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정한은 생전 얼굴도 보지 못한 외조부의 빈자리에 들어서고야 말았다.
야위고 주름진 어머니는 제게, 어리광을 부리셨다.
일곱 살 난 딸아이처럼.
◇ ◆ ◇
“운전, 괜찮겠니? 이모 집에서 자고 그냥 내일 가지. 비도 올 것 같은데.”
“괜찮아요.”
이모는 정한에게 병원에서 멀지 않은 당신 집에서 자고 가길 권했다.
조카의 어깨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이 위태롭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한은 사양했다.
보고 싶은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쓰러지듯 품에 안겨 울고 싶기라도 한 걸까. 자꾸만 소현이 떠올랐다.
그렇게 출발해 서울로 오는 길.
정한은 몇 번이나 도로에서 비켜 나와 차를 세워야만 했다.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퍼져나가는 석양이 가슴을 짓이겼다.
처음으로 어머니가 정신을 놓던 순간.
자신을 죽은 남편으로 착각하면서 서운했던 걸 쏟아내던 때부터 시작하여 모든 것이 떠올랐다.
수없이 당황스럽고, 수없이 절망스러웠던 시간들.
하지만 어머니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그 덕에 어머니의 병은 더디게 진행됐다고 했다. 늘 평화로운 호수처럼 잔잔한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아픔 속에서도 그건 모두 사랑 덕분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환자의 곁을 견디는 일이 마냥 수월할 수는 없었다.
괜찮다 해도 어찌 정말 괜찮을 수 있을까.
힘들지 않다 해도 어떻게 정말 다 견딜 수가 있었을까.
「아가…….」
언젠가 곁에서 깜빡 잠이 든 정한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하염없이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던 어머니의 손길.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너무 너무 미안해.」
가끔 정신이 돌아올 때마다 어머니는 다른 소리 없이 미안하다고만 했다.
중얼거리듯, 속죄했다.
아가, 아가, 하고.
네게 너무 많은 짐을 지워 미안해, 그런 목소리로.
너의 삶을 너무 어렵고 아프고 무겁게 만들어 엄마가 정말 미안해, 그런 목소리로.
그렇게 참 많은 의미를 꾹꾹 눌러 담은 목소리로.
어머니는 끝없이 미안하다고 말했다.
사랑한다는 말처럼 들렸다.
운전대를 잡고 머리를 묻은 정한의 어깨가 파르르 떨렸다.
이제 무얼 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자신을 향해 ‘아빠’라 부르며 천진하게 웃는 어머니에게.
아들도 없고, 남편도 없고, 애인도 없고, 오직 부모뿐이던 시절만 남아버린 어머니에게.
그렇게 모든 시간이 사라지고 아이로 돌아간 어머니에게.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너무도 무력하게 느껴졌다.
차로 두 시간도 걸리지 않는 길, 그날 정한은 다섯 시간도 넘게 걸려 서울로 돌아왔다.
검은 밤이 되었고,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무슨 정신으로 왔는지 알 수도 없었다. 그저 생각나는 건 처음부터 소현뿐이었다.
도착하고 차에서 내려 한참 서 있는 동안 비를 맞은 몸이 떨려왔다.
젖은 잎사귀 같은 몸으로 감히 소현에게 향했다.
염치없이 그녀의 품에 안기고 싶었다.
온기를 느끼고 쉴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었다. 사랑한다는 말까지 들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텐데 했다.
한 발, 한 발, 그녀에게 향했다.
이 순간 생각나는 건 이렇게 소현뿐이고, 세상에 오직 그녀 하나밖에 없는 것처럼 간절한데.
나는 이렇게까지 나약하고 보잘것없는데.
이런 내게도 문을 열어준다는 사랑하는 나의 사람.
계단을 오르는 걸음 하나하나에 넘치는 감정이 가득히 담겼다.
벼랑 끝에서 간신히 몸을 돌렸을 때 갈 곳이 딱 하나 있다면 내게는 바로 이곳이겠구나.
내가 언제든, 어디서든, 끝내 다시 돌아올 곳.
집.
가족.
사랑하는 나의 사람.
마지막 반층을 돌며 정한이 고개를 들었을 때 계단 끝에 소현이 서 있었다. 문을 열어달라고 할 필요도 없었다. 이미 그녀가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집 안에 있었던 사람이 마치 자신처럼 비에 다 젖어서.
자신과 꼭 같은 모습으로.
꼭 같은 눈빛으로.
그리고 팔을 벌렸다. 그냥 어서 나한테 와서 안겨요, 하는 얼굴로.
“어머니는 나를…….”
“…….”
“아빠라고 불렀어요.”
말 그대로였다.
정한의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의 아버지.
끝내 제 앞에서 딸이 되어버린 어머니를 말하며, 정한은 소현의 품에 무너지듯 안겼다.
◇ ◆ ◇
마트에 온 소현은 신선한 재료를 꼼꼼하게 고르며 장을 보았다. 동시에 애주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는 중이었다.
- 정한 씨는 좀 어때요? 나아졌어요?
“오늘은 조금 나은데 그래도 아직 좀 그래. 계속 죽만 먹을 수는 없으니까 오늘 백숙 끓여보려고. 영 못 넘기면 그걸로 닭죽 해도 되고.”
정한은 소현의 집에 온 후로 사흘을 꼬박 앓았다.
극진히 간호를 해도 마음이 많이 지쳐 있던 탓인지 금방 회복되지는 못했다.
응급실에 다녀와서도 여전히 열이 끓어 정신이 혼미할 때, 약을 챙기러 가는 소현의 허리를 붙들어 안고 애처롭게 속삭였다. 제발 나 두고 가지 마요, 하고.
늘 어른스럽고 여유롭기만 하던 그가 사실 얼마나 사랑에 조급하고 간절한 남자인지 순간마다 느낄 수 있었다.
그는 틈이 생길 때마다 견딜 수 없는 듯 파고들어 안겼다.
소현 씨도 나 때문에 아프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말과 다르게 몸은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 탐미재는 당분간 닫는다고 공지 올라왔던데.
“응, 그렇게 한대.”
- 언제 다시 연다는 말이 없어서 사람들이 궁금해하더라고요.
무슨 생각인지 오늘 아침 정한은 탐미재 장기휴관 공지를 올렸다. 애주의 말대로 기약은 없었다.
머리가 복잡해 쉬려는 것이겠지, 싶어도 탐미재는 그의 집이고 휴식처인데 그곳마저 닫아두려는 건 어떤 생각인 걸까 싶어 마음이 좋지 않았다.
자신이 옆에 있어도 결국 전부를 채울 만큼 큰 위로는 되어주지는 못하는 걸까.
“조금 쉬고 금방 다시 열 거야, 아마.”
- 언니 그럼 프러포즈 계획은 잠시 보류?
“아무래도 그래야겠지?”
- 그래요. 청혼이 당장 급한 건 아니니까요.
지친 그의 마음을 달래주는 것이 우선이다.
“너는 그래서 몇 시 탑승이야? 탈 때 안 됐어?”
- 아직 십 분 정도 남아서 게이트 앞에서 대기 중이에요.
사무실을 이전하기 전까지 강제로 휴식기를 갖게 된 셈이었다. 애주는 차라리 잘됐다며 혼자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그동안 모은 돈의 일부를 털어 뉴욕행을 결정했다.
- 참, 그때 언니가 갔던 라르고 특별전은 끝났잖아요. 근데 그 베이커 부자인지 뭔지 그 사람들이 갤러리를 새로 더 오픈하면서 소장전을 또 한다네요. 거기에 또 라르고 그림들 나온다고 해서 간 김에 잠깐 들러서 보고 오려구요. 대체 얼마나 대단하길래 우리 언니 그 개고생을 시켰는지. 내가 두 눈으로 꼭 봐야겠어요.
“아, 정말?”
긴말이 무슨 소용 있을까.
“아마 실제로 보면 너도 마음에 들 거야. 되게 좋거든.”
꿈을 꾸듯 사람을 평온하고 즐겁게 해주는 마법.
그거면 충분했다.
◇ ◆ ◇
“어? 일어났어요? 자는 동안 금방 갔다 오려고 했는데.”
현관에 선 정한이 마트 봉지를 받아들자 소현이 이를 건네고 신발을 벗으며 들어섰다. 정한은 봉지를 들고 식탁 쪽으로 갔다. 오전보다도 많이 나아진 모습이었다.
“나 깨워서 같이 가지. 무거운 걸 소현 씨 혼자 들고 왔어요?”
“하나도 안 무거웠어요. 배고프죠? 잠깐만 있어요. 손만 씻고…….”
소현이 얼른 싱크대에서 핸드워시를 이용해 손을 씻는데 뒤에서 정한이 가만히 안았다.
물이 떨어지는 소리만 퍼지고 소현의 몸이 긴장하듯 굳어버렸다.
말을 하지 않아도, 잠깐 기다리는 동안 보고 싶어 죽을 뻔했다는 기운이 전해졌다.
따뜻한 숨결이 퍼졌다.
소현은 정한의 품에 갇힌 채로 몸을 돌렸다.
정한이 소현 너머 손을 뻗어 물을 잠갔다. 뚝, 물소리가 멎자 서로의 호흡만이 남았다.
마주 보는 눈빛에는 사랑이 있었다.
쪽, 소리 나게 이마에 입술이 와서 닿았다. 입술은 다시 입술에 와서 쪽, 소리를 남겼다.
장난스럽게 톡, 톡, 귀엽게 쪽, 쪽.
“……왜 이렇게 예뻐요. 소현 씨는.”
한쪽 볼을 부드럽게 감싸고, 엄지로 입술 주변을 어루만지며.
정한의 시선은 하염없이 소현을 감싸고 쓸어내렸다.
“정한 씨 이제 진짜 좀 덜 아픈가 봐요.”
소현의 말에 그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다.”
조그맣게 속삭이고, 소현이 까치발을 들었다.
두 손으로 정한의 볼을 감싼 채.
참고 참았던 열망을 다해 그에게 깊이 입을 맞추었다.
숨과 숨이 섞여들자 비로소 살아난 듯 생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키스가 더욱더 깊어졌다. 서로에게 입술을 떼지 못한 채로 두 사람은 소현의 작은 침대로 향했다.
마음과 마음을 온전히 나누는 시간.
세상 모든 것이 사라지고 오직 둘만 남는 시간.
그 시간 속에서 서로를 서로에게 짙게 새겼다. 사랑에 빠진 순간은 계속되었다.
◇ ◆ ◇
“이 그림, 정말 독특하죠.”
소현의 하얗고 고운 어깨 너머 협탁에는 책이 놓여 있었다. 그녀가 읽던 책은 어느 학자가 쓴 유럽 미술 기행이었다.
끼워둔 갈피를 빼고 그 페이지에 인쇄된 그림을 보며 정한이 독특하지 않냐 말했다.
좁은 침대에서 정한의 한쪽 품에 딱 붙어 있던 소현은 수긍했다.
“맞아요. 보는데 뭔가 좀 이상하더라구요. 아니, 이상하다기보다는 묘하다 그래야 하나.”
르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 연작 시리즈 중 하나, 대중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이다.
“데페이즈망(dépaysement)이라는 기법 때문이에요. 일상 속에서 낯익은 것들도 엉뚱한 곳에다 배치함으로써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심리적 충격을 받게 하는 거. 꼭 꿈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초현실주의죠.”
그러면서 ‘빛의 제국’ 그림을 내려다보았다.
“이건 그냥 언뜻 보면 집의 전경을 그린 풍경화 같지만, 여기 위 하늘을 보면 파랗고, 뭉게구름이 있고, 한낮처럼 화창하잖아요. 그런데 바로 아래 집은 컴컴하고 가로등 불빛이 비치면서 완전히 어두운 한밤 같고. 이렇게 그림에 낮과 밤이 마치 하나처럼 섞여 있으니까 묘한 느낌이 드는 거죠.”
정한의 말을 들으면서 소현은 다시 그림을 보았다.
이게 초현실주의 기법을 충실히 따른 그림이었구나. 몰랐다. 대놓고 기묘하게 그린 게 아니라서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정한의 말대로, 언뜻 평범한 풍경화처럼 보였기에 더더욱 그랬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이 답답하게만 느껴졌을 때, 정한이 말했다.
“이게 꼭 우리 삶 같아요.”
이유를 듣기도 전에 그 말이 가슴에 와서 시원하게 박혔다.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이 바로 그것이었던 듯.
“단순히 삶에는 기쁨도 있고 슬픔도 있고 그런 게 아니라…… 같은 일이 때로 빛이 될 수도, 어둠이 될 수도 있는 것 같다는 얘기.”
모순을 말하고 있었다.
삶에서 결코 피할 수 없는 모순.
살아가면서 수없이 맞닥뜨리는 크고 작은 모순.
“3년 전에 소현 씨랑 키헤이에서 키스하던 날. 나한테는 석양이 소현 씨를 떠올리게 할 로맨틱한 순간, 그런 의미였어요. 그런데.”
아픈 음성이 이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는 석양이 지는 때면 밖으로 나가 헤매기 시작했으니까 나에게 석양은 더 이상.”
“…….”
“로맨틱할 수가 없게 됐죠.”
석양이 지는 해변가에서의 잊지 못할 키스.
그리고 석양증후군으로 아픔을 겪는 어머니와 가족.
설렘과 고통은 공존할 수 없기에 모순으로 아프게 부딪혔다.
하지만 방법은 있었다.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어요. 모든 건 흘러가는 대로. 다 그럴 수밖에 없다, 하고.”
삶은 원래 그런 거야.
빛도 있고, 어둠도 있어.
모든 벽을 허물고 자유로워지면, 비로소 편해질 거야.
“이제 나에게 석양은 아픔이기도 하지만 기쁨이기도 해요.”
그렇게 정한은 스스로를 놓아주고 평온해졌다.
막다른 골목에 부딪혀 무너졌을 때 돌아올 곳이 생긴 것도 그 덕분이었다.
자신을 잃지 않았기에 소현도 얻을 수 있었고, 그리하여 결국 가장 견디기 힘든 순간에도 다시 숨을 쉴 수 있었다.
“어머니에게도 결국에 내가 그 ‘모든 것’일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러기로 했어요.”
“정한 씨.”
먹먹한 음성으로 그를 불렀다.
안쓰러움을 가득히 담아.
“내가 어머니의 아들이어서. 남편이고, 애인이고…….”
“…….”
“아버지까지도 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정한은 슬픔을 삭이며 그런 어머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어머니는 점점 어려지고, 시간을 거슬러 삶을 거꾸로 살아가고 있다.
현실과 반대로 어머니의 인생은 사라져가고 있었다.
점차 소멸되는 삶 속에서 또 다른 의미를 찾아갔다.
사라지는 슬픔은 눈부신 빛과 맞닿아 있음을.
그 모든 것이 함께 살아 있는,
인생.
끝나지 않는 그 아름다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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