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블라드 유진이 첫 번째 시련을 마무리해 가고 있을 무렵, 공략대는 수송기를 타고 천공의 성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기이이잉―!
19톤의 화물을 수송할 수 있는 C―130J 슈퍼 허큘리스가 김포국제공항에서 떠올랐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슈퍼 허큘리스 네 대, C―130H 수송기 여섯 대를 동원하여 작전을 진행했다.
혹시라도 수송기에 문제가 생긴다면, 공략대가 전멸할 수도 있기에 나눠서 타고 간 것이다.
게다가 스카이다이빙에 익숙하지 않은 헌터들을 위해서 공수부대원들이 함께 강하할 작정이었다.
"으으! 그래서 여기가 몇 미터라고?"
전시영은 질린 표정으로 옆에 선 루시아에게 질문을 던졌다.
"15,000피트 정도 된다고 했습니다. 그럼 대략 4,500미터?"
"내가 스카이다이빙 같은 걸 할 줄이야……. 낙하산 안 펴져서 죽는 거 아니야?"
"공수부대원 앞에 그냥 딸려 가는 주제에 뭐가 그리 걱정이 많습니까?"
"하! 너는 이거 할 줄 알아서 좋겠다?"
"전 에스파냐에서 강하 훈련을 이수했거든요."
불안한 표정의 전시영과는 달리, 루시아는 혼자서 낙하산을 메고 담담한 표정으로 하역문(Cargo door)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하역문이 내려가 평평하게 고정되었다.
쿠콰콰콰콰콰!
"강하 준비합니다!"
강렬한 풍절음을 뚫고 공수부대원들의 외침이 귓가를 윙윙 울렸다.
전시영은 어기적거리는 걸음으로 나아가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옆을 힐끔 바라보았다.
그러자 루시아가 피식 미소를 지으며 목을 긋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저게?"
"하핫!"
눈을 부라리며 뭐라고 한마디 하려는데, 그녀의 신형이 하역문 밖으로 튕겨 나가는 게 아닌가.
루시아가 너무도 평온한 표정으로 미소 지으며 뛰어내리자, 전시영은 순간 헛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만날 아웅다웅하는 사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고마움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놀랍게도 루시아는 가장 먼저 강하함으로써,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걸 몸소 보여 주었다.
피식 웃음을 터트린 전시영은 공수부대원을 돌아보며 엄지를 들어 보였다.
"갑시다."
"예."
타다다닥! 후웅!
수송기 밖으로 뛰쳐나가자, 무시무시한 폭풍이 두 사람의 전신을 강타했다.
순간 이상한 곳으로 튕겨 나갈 뻔했지만, 공수부대원이 균형을 잘 잡아 주었다.
전시영은 지상에서 배운 대로 그냥 가만히 있었다.
시커먼 마기의 구름을 뚫고 날아가던 두 사람은 금방 낙하산을 펼쳐서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이들의 목표는 천공의 성이지 지면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파르르륵! 타다다다닥!
애초부터 낙하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았기에, 헌터들은 큰 무리 없이 비공정에 안착할 수 있었다.
가끔 돌풍이 불어서 저 멀리 밀려나는 인원도 전혀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되레 돌풍 덕분에 고도를 올릴 수 있어서, 목표 도달에 실패하는 인물은 거의 없었다.
"다들 들어온 것 같으니, 인원 점검을 하겠습니다."
안지홍은 공략대원들을 모아 놓고, 빠르게 인원 점검을 시작했다.
예행연습도 몇 번 하고 공수부대원들이 함께 뛰어내렸지만, 모든 인원이 천공의 성에 도착할 수는 없었다.
몇몇은 예측 불가능한 바람에 제어를 잃고, 그대로 지면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물론 낙하산을 펼치고 있어서 한참 시간이 지나야 지상에 도착할 수 있을 터였다.
"14명 빼고는 전부 잘 왔군요. 게다가 탱커와 힐러 아니, 성기사단의 낙오는 전혀 없습니다."
"이 정도면 예상 범위 내 아니야?"
전시영의 질문에 안지홍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시뮬레이션을 통한 예상은 20에서 30명 정도의 낙오자가 발생한다고 되어 있었다.
하지만 비공정에 오지 못한 인원은 14명, 그것도 전원이 딜러였다.
어차피 딜러는 차고 넘쳤기에, 이 정도면 손실이 아예 없는 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금부터 공략 시작하겠습니다. 천공의 성은 엄청나게 넓고 매우 복잡하니, 길을 잃지 않도록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한국에서 진행하는 공략이니만큼, 공략대장은 안지홍이 맡았다.
틈만 나면 으르렁거리는 조나단과 레프에게 대장을 맡길 수는 없었으니까.
남은 건 전시영, 루시아, 다이애나 그리고 프랑스의 S급 헌터 구스타브 아말릭(Gustave Amalric).
전시영과 루시아는 나서기 싫다며 거절했고, 다이애나와 아말릭은 S급이 된 지 얼마 안 되어서 자동으로 제외였다.
"올? 아저씨 뭔가 리더 느낌이 나는데? 평소랑 눈빛 자체가 달라."
"평소에는 어떻길래요?"
"그냥 무골호인 동네 아저씨지."
"호구란 소리네요?"
"야야, 외국어는 비속어부터 배운다더니? 너 말 누가 가르쳐 줬어?"
"TV에서 종종 나오던데요."
"……방통위를 조질 수도 없고."
루시아의 태연자약한 대답에 전시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는 동안, 안지홍은 공략대원들을 이끌고 천공의 성 내부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비공정 위에 세워진 스팀펑크 느낌이 물씬 풍기는 거대한 성.
입구로 보이는 곳을 통해 진입했지만, 성 내부는커녕 뻥 뚫린 비공정 상부만 계속해서 나타났다.
천공의 성 자체가 워낙 거대했기에, 공략대는 아직 초입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한참을 걸어도 아무런 일이 없자, 헌터들은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했다.
"어? 저기 뭔가 커다란 게 있습니다."
"어디죠?"
그러다 선두의 누군가가 정체불명의 물체를 발견한 이후부터 다시 긴장감이 솟아올랐다.
말년 병장처럼 보여도 그들은 각국의 최정예 헌터였으니까.
"이건……. 콥스 크리처 같군요."
"아무래도 폭발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랬다면 이 주변이 남아나지 않았을 테니까요."
공략대원이 발견한 건 상체와 하체가 완벽하게 분리된 콥스 와이번이었다.
안지홍의 말에 곧장 구스타브 아말릭이 동조하며 앞으로 나섰다.
프랑스의 S급 헌터 아말릭은 활을 주 무기로 사용하는 원거리 딜러였지만, 암살자 계열의 스킬도 익혔다.
덕분에 사체를 해부하지 않아도 어떤 식의 공격을 당했는지 순식간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까지 통째로 깔끔하게 잘린 흔적이 있네요. 아무래도 일격에 즉사한 모양입니다. 그냥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단 한 번에 베어 냈어요."
"그 말인즉……."
"상상을 초월하는 실력자의 작품입니다."
"허! 작품이요?"
"예."
몬스터의 상처를 보고 작품이라 칭하다니, 안지홍은 순간적으로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자는 단 한 명뿐이라는 걸 깨닫고,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분이 한 일이겠군요."
"그분이라면?"
"당연히 대규모 미궁 박멸자, 블라드 유진 님이지요."
"과연 그렇겠군요."
안지홍의 말에 구스타브 아말릭은 푸른 눈동자를 빛내며 짧은 금발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두 동강 난 콥스 와이번의 사체를 보고 있자니, 두피에 절로 식은땀이 났기 때문이었다.
이거 하나뿐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사체는 공략대의 앞에 수도 없이 나타났다.
처참하게 절단되어 비공정에 처박힌 와이번들을 보고 있자니, 절로 경이로운 마음이 들었다.
항상 침착하게 미소 짓는 다이애나 로즈마저도 지금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역시 대단한 분이셔……."
뭔가 아련한 눈빛으로 와이번 사체들을 바라보고 있자, 근처에서 전시영과 루시아의 핀잔이 날아들었다.
"S급이면서 몬스터 사체 한두 번 보나. 뭘 그렇게 놀래?"
"얼른 가시죠? 뒤에 밀리는데."
걸음이 느려진 공략대원들을 힐끔 바라본 다이애나는 황급히 사과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죄송합니다."
"아……. 괘, 괜찮은데."
뒤를 따르던 헌터들은 그녀의 걸음이 느리든 말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동료가 없는 다이애나를 특별히 챙기던 안지홍은 상황을 인지하고 불쑥 다가가 말을 걸어 주었다.
"좀 까탈스러운데, 악의는 없습니다. 성격이 자유분방한 녀석이라서요."
"네, 저도 그렇게 느꼈어요."
"혹시 필요한 거 있으면, 부담 갖지 마시고 언제든 말씀하십시오. 최대한 지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부드럽게 말을 마친 안지홍은 뒤를 돌아보며 눈을 부라렸다.
그러자 전시영이 ‘내가 뭐?’ 하는 입 모양을 보이며, 양손을 좌우로 펼쳐 보였다.
두 사람은 소리를 죽인 채 티격태격하며 비공정 위를 걸어갔다.
이윽고 공략대는 콥스 와이번 사체 더미 구역을 지나, 시뻘건 차원문이 넘실거리는 방으로 진입하게 되었다.
"홍콩의 탑과 똑같군요. 바로 들어가시죠."
블라드 유진이 콥스 크리처들을 깡그리 쓸어버렸기에, 비공정에서는 전혀 전투가 없었다.
공략대는 정비 시간을 거치지 않고, 곧장 붉은 차원문을 향해서 몸을 집어넣었다.
그런데 가장 먼저 통과한 안지홍의 앞에 나타난 건, 현대식 문고리가 달린 평범한 세 개의 문이었다.
보랏빛 기운이 넘실거리고 있었지만, 기본적인 형태 자체는 그냥 나무로 된 문이었다.
문제는 그게 거대한 홀의 허공에 둥둥 떠 있다는 거였다.
[시련이 시작되었습니다.]
[다섯 개의 문 중 하나를 선택하여 들어가십시오.]
"잠깐, 다섯 개?"
"문은 세 개뿐이잖아?"
안지홍이 의문을 표하자, 곧바로 전시영의 목소리가 뒤따랐다.
두 사람의 말대로 눈앞에 뜬 홀로그램 글귀와 문의 개수는 극명하게 다른 차이가 있었다.
여기서 공략대원들은 또 한 번 누군가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블라드 유진, 이번에도 그 사람이로군요."
다이애나 로즈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안지홍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밖에 없었다.
도무지 상식적으로 재단할 수가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작부터 엄청나군."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세 개의 문을 바라보던 안지홍은 S급 헌터들을 불렀다.
어떤 선택지가 유리할지 알 수 없으니, 중지를 모아 보기로 한 것이다.
"근데 아무런 정보가 없잖아. 머리를 맞대 봐야 뭐가 나와?"
전시영의 말대로 이곳에 죽치고 있어 봐야 해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무겁게 고개를 끄덕인 안지홍은 가장 왼쪽의 문을 과감하게 열었다.
파밧―!
그러자 나머지 두 개의 문이 그대로 자취를 감추는 게 아닌가.
왼쪽의 열린 문 안쪽에는 시뻘건 차원문이 넘실거리며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다.
"진입하는 수밖에 없겠군요."
* * *
[당신의 권좌를 지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시련을 통과하여 운명의 방으로 이동하는 차원문이 생성됩니다.]
파르델을 비롯한 신성 제국 성기사단을 쓰러뜨리고 꽤 시간이 흐르자, 반가운 홀로그램 글귀와 함께 차원문이 생성되었다.
스팟!
블라드 유진은 망설임 없이 시뻘건 차원문을 향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공간 이동을 하자마자 나타난 것은 일전에 보았던 보랏빛 기운에 휩싸인 나무 문이었다.
그가 시련 하나를 클리어했기에, 문은 이제 네 개가 되어 있었다.
‘아직 공략대는 도착하지 않은 모양이로군.’
슬그머니 감각을 돋워 보았지만, 천공의 성 외부 상황을 알 수는 없었다.
운명의 방이라는 이곳에 들어올 때도 차원문을 통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유진은 남은 네 개의 문을 아주 잠깐 바라보았다.
"고민할 필요 있나. 어차피 다 깨야 할 거 같은데."
안테리오르 타워에서와 마찬가지로 시련을 모두 클리어해야 최종 보스에게로 갈 수 있을 터였다.
그는 망설임 없이 가장 오른쪽 문을 열고 붉은 차원문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스팟!
그러자 그런 블라드 유진의 눈앞에 거대한 건물의 내부가 불현듯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하나의 높이가 대략 50m는 넘을 듯한 길쭉한 기둥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었다.
벽면과 천장에 가득한 돋을새김 조각상과 화려한 그림에서는 은은한 기품이 느껴졌다.
차원문을 넘자마자 받은 압도적인 웅장함에 그는 절로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1천 년이 넘게 살아온 뱀파이어 로드라도 이런 광경은 처음 보기 때문이었다.
유진은 지구에 존재하는 그 어떤 고대 건축물에서보다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신전인가……."
신전으로 보이는 건물 내부에는 기묘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그저 분위기만 그런 게 아니라, 실제로 정체불명의 강력한 에너지가 기둥과 벽면을 타고 흘렀다.
블라드 유진 또한 처음에는 그 힘의 정체를 깨닫지 못했다.
그저 불쾌한 감각만 받았을뿐더러, 일찍이 느껴보지 못했던 이색적인 기운이었으니까.
‘파르델, 성검의 힘과 흡사하다. 신성력이로군.’
문득 복주머니를 살짝 열어 보니, 신전에 가득한 것과 같은 힘이 바깥으로 흘러나왔다.
이제야 그는 카이넬의 신성력을 명확하게 알아볼 수 있었다.
단 두 번 마주한 것만으로도 특성을 확실하게 파악한 것이다.
척! 찌릿!
50m 높이의 웅장한 기둥 사이에 발을 들이자, 보이지 않는 유형력이 유진의 전신에 압박을 가해 왔다.
신전에 깃든 신성력이 침입자를 감지한 모양이었다.
곧이어 홀로그램 글귀가 떠올라, 그의 눈앞을 어지럽혔다.
[카이넬의 신성력이 침입자를 배척합니다.]
[초월적인 힘에 짓눌립니다.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소모될 수 있습니다.]
[신전이 주는 시련을 이겨 내십시오.]
츠츠츠츠츠!
"흠."
블라드 유진의 피부 표면에서는 피의 권능과 신성력의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상당한 반발력이 느껴졌지만, 그의 표정은 처음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저 아주 잠깐, 낮은 침음을 흘렸을 뿐이었다.
척! 척!
유진은 태연하게 발걸음을 옮겨 기둥 사이를 걸어갔다.
신전의 심처로 이동할수록 더욱 강한 힘이 압박해 왔으나, 그의 발걸음을 막을 수는 없었다.
에너지의 집중도가 달랐기 때문이었다.
블라드 유진의 체내에서 들끓는 피의 권능은 신전과 공기 중에 퍼진 신성력보다 농도가 수십 배는 높았다.
그를 배척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같은 수준의 신성력을 제대로 때려 박아야 할 터였다.
‘그래도 꽤 묵직하군.’
카이넬의 신성력을 가볍게 이겨 냈지만, 사실 이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초월적인 뱀파이어 로드 정도는 되어야 이토록 태연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신전 기둥 사잇길을 지나서 끄트머리에 다다르자, 수십 개의 계단과 함께 높은 단상이 나타났다.
유진은 담담하게 계단을 걸어 올라가 보았다.
그러자 독특한 형상의 번쩍이는 협탁 위에 황금빛 동그란 구슬이 놓여 있는 게 아닌가.
"이건 뭐지?"
무심코 구슬을 향해서 손을 뻗으려는데, 문득 눈부신 빛이 협탁에서 뿜어져 나와 시야를 가렸다.
[주신이 남긴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는 시련을 통과해야 합니다.]
[당신에게 주어진 시련은 ‘두려움의 극복’입니다.]
[기억 속의 공포 또는 자신이 겪었던 최강자와의 싸움을 준비하십시오.]
‘공포? 그딴 게 있을 리가 있나.’
초짜 뱀파이어일 때는 교황청의 성자와 성기사들이 너무도 두려웠다.
인간 시절에는 공포를 느낄 만한 요소가 훨씬 더 많았다.
하지만 피의 군주가 된 이후로 그는 공포라는 걸 느껴 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블라드 유진이 겪었던 최강자가 이번 시련의 목표일 터였다.
"누가 나올지 궁금하구나."
그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감각을 돋워 보았다.
바로 그 순간, 유진의 뒤에서 무지막지한 존재감이 불쑥 튀어나왔다.
마치 뱀파이어가 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 불현듯 마주친 로드에게서 느껴졌던 것과 같은 압도적인 힘이었다.
난데없는 반응이라, 그는 흠칫 놀라며 빠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 마치 생겨나듯 나타나, 블라드 유진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