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이드 만물상점-164화 (164/167)

<-- 164화 : 마지막 퍼즐-01 -->

- 대한민국에 신인류의 시초가 있다.

- 하늘을 가르고 땅을 뒤엎는 그의 능력은 기존의 신인류와는 차원이 다른 존재다.

- 불과 얼마 전 인류를 멸망 직전까지 몰아갔던 거인 몬스터가 갑자기 사라진 데에도 신인류의 시초가 있었다.

- 신인류의 시초는 지구를 지키는 신적인 존재다.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는 소문이었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사실로 받아들였다.

특히, 이번 산업스파이 사건이 전 세계를 강타한 직후 각 정부에서는 신인류의 시초가 존재한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소문의 진상을 규명할 뚜렷한 증거가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무형의 기운이 대한민국을 보호하고 있는 것만큼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대한그룹이 생산하는 마법 아이템, 그리고 다온그룹이 만들고 있는 강화 배터리, 왕따였던 대한민국에 갑자기 머리를 숙이고 들어갔던 미국의 반응, 그 외에 이해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들까지…….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이 모든 것들이 그 어떤 물적 증거보다 확실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사람들은 과연 신인류의 시초가 누구냐는 것에 온통 관심이 쏠렸다.

하긴, 그럴 법도 했다.

소문에 따르면 마블이나 DC 코믹스에 나오는 히어로보다 더 강하고 무서운 능력을 지닌 초월적인 존재이니 말이다.

전 세계 언론들이 연일 신인류의 시초와 관련된 기사를 쏟아냈고, 사람들 역시 두세 명만 모여도 이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일 정도였다.

일각에서는 대한그룹의,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다온그룹의 누군가를 신인류의 시초로 지목했다.

그리고 청와대 보좌관 중 의심이 가는 사람을 지목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자신들은 아니라고 고개를 흔들었고, 정작 그들조차도 신인류의 시초가 누구인지 무척 궁금하게 생각했다.

대한그룹과 다온그룹 역시 그룹 차원에서 자신들은 절대 아니라고 언론을 통해 결백을 주장했다. 일종의 해프닝이었지만,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은 신인류의 시초가 누구인지에 모든 관심이 쏠려 있다는 증거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직 누구도 동하를 주목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언제 정체가 알려져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동하의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극소수였다.

이번에 수정이 새롭게 합류했고, 다온그룹 내에서도 한 회장과 한석민 사장, 그리고 허은실 여사 정도였다.

그들은 철저히 동하의 존재를 함구했다.

지금은 합심해서 멸망을 대비해 나갈 때였다.

여기서 동하의 존재가 외부에 알려지면 멸망을 대비하는 준비에 차질이 생길지도 몰랐다.

하지만 기자들이 누군가?

그들은 특종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중간에 포기하는 법도 없었다.

국내외 기자들은 대한그룹과 다온그룹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그들도 대한그룹과 다온그룹 내에 신인류의 시초와 관계된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있다고 확실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마법 아이템과 강화 배터리 같은 물건들이 세상에 나올 수 없기 때문이었다. 대한그룹에서 출시하고 있는 마법 아이템만 해도 그랬다.

1성급 아이템은 위력이 약한 대신 물량도 많고 가격도 저렴해서 가난한 사람들도 구입할 수 있었다. 2성급 아이템은 1성급 아이템에 비해 성능이 2배 이상 향상이 되었지만, 가격은 3배 이상 비쌌다.

그래도 2성급 아이템은 어지간한 사람들이라면 살 수 있는 가격대였다.

하지만, 3성급 아이템부터는 부자가 아니면 감히 접근하기 어려웠고, 마지막 6성급 아이템은 전 세계 1퍼센트의 부자들만 구매할 수 있는 초 레어급 아이템이었다.

하나 그조차도 물량이 극히 부족해서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부르는 게 값이었다. 서로 경쟁이 붙어 아이템 하나에 억만금을 부르는 경우가 태반이었지만, 그조차 경쟁이 치열했다.

더구나 이 모든 건 대한민국과 미국의 경우에 한해서일 뿐이었다.

대한민국 정부가 다른 나라엔 출시를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해 놓았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부자들에겐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었다.

바로 이것이었다.

전 세계를 쥐락펴락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명.

신인류의 시초라 불리는 사람 밖에 없었다.

기자들이 대한그룹과 다온그룹이 어떤 식으로든 신인류의 시초라 불리는 사람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였다. 취재 경쟁은 시간이 흘러도 식을 줄 몰랐다. 오히려 더 열띤 경쟁이 붙어 동하는 피곤했다.

“귀찮군.”

기자들 때문에 동하도 최대한 몸을 사리고 있는 중이었다.

☆ ☆ ☆

근하신년.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지나가고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연 초가 되면 마음을 새롭게 하며 여러 가지 계획들을 세우지만, 동하는 마지막 준비에 전력투구하느라 해가 바뀌었는지도 몰랐다.

최근엔 기자들을 피해 일을 하다 보니 더 시간 개념이 없었진 것 같았다. 그마저도 동하가 마법 아이템을 만드는 일로 대한그룹에 갔다가 유경을 만나지 못했다면 해가 바뀐 것을 모르고 지나갈 뻔했다.

“동하 씨,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예?”

동하는 잠시 무슨 말인지 고민해야 했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니 갑자기 그게 무슨 말입니까?”

“풋! 오늘이 1월 1일이잖아요.”

“아!”

시간이 그렇게 흘렀나?

동하는 머쓱한 나머지 머리를 긁적였다.

생각해 보면 지난 7개월 동안의 여정은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경험하기 힘든 일들을 동하는 고작 7개월 만에 모두 경험한 셈이었다.

동하는 유경과 가볍게 커피를 마시고 다시 현장을 지휘하러 떠났다.

유경은 그런 동하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첫사랑은 동하였다.

지금까지 남자를 만나 데이트를 즐긴 적도 없는 유경이었다. 당연히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여기저기 가고 싶은 곳도 많았다. 특히 동하와 함께 동해에 가서 해가 뜨는 모습을 함께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동하의 정체를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리고 인류의 멸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인류의 멸망은 피할 수 없다.

그래서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지금은 한가하게 데이트를 즐기고 해돋이를 보러 갈 때가 아니었다.

유경은 동하를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마음에 걸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유경은 다온그룹에서 강화 배터리가 출시될 때부터 어렴풋이 수정의 존재를 의식하고 있었지만, 산업스파이 사건 이후로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여자의 직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동하의 마음은 어떤지 몰라도 수정은 단순히 사업적인 파트너로 동하를 대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그렇다고 유경이 동하를 포기할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오히려 유경은 내심 자신이 있었다.

미모 면에서는 수정도 결코 유경에 뒤처지지 않는 미녀였다.

하지만, 유경은 수정 보다 여섯 살이나 더 어리다.

남자는 대부분 철이 없어서 한 살이라도 어린 여자에게 시선이 간다고들 하지 않던가?

더구나 유경의 글래머러스한 몸매에 비교하면 수정은 어린아이 같았다. 평소 풍만한 가슴 때문에 불편했던 유경이었지만, 지금만큼은 최고의 무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라는 족속 치고 가슴 큰 여자 싫어하는 사람 못 봤으니까.

대한그룹과 다온그룹.

두 그룹은 재계의 라이벌이다.

오래전부터 여러 사업 분야에서 사사건건 충돌이 일어날 정도로 대한그룹과 다온그룹의 사이는 별로 좋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는 재계의 맞수인 관계를 가진 두 그룹의 3세인 유경과 수정이 한 남자를 두고 삼각관계에 놓이게 된 것이다.

☆ ☆ ☆

“드디어 실마리를 찾았네.”

“오오. 그게 정말입니까?”

“모든 자료를 샤이언 종족에게 빼앗겨서 확인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다행히 괴수 종족 내에 민간 설화에 식견이 풍부한 사람이 있었네.”

“아! 역시 괴수 종족에 있었군요.”

동하도 처음부터 괴수 종족을 생각하긴 했었지만, 정작 그것을 뒷받침해줄 단서가 없어서 막막한 기분이었다.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닐세. 직접 괴수 종족의 행성에 가서 확인해 봐야 보다 정확한 것을 알 수 있을 걸세.”

“그렇겠지요.”

하지만, 곤륜노자가 실마리를 찾았다고 말할 때에는 이미 어느 정도 확증이 있다는 뜻이었다.

“단서는 어떤 것들입니까?”

“그건 제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옆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던 루한이 불쑥 입을 열었다.

이번에 곤륜노자가 불의 원소와 관련된 자료를 찾을 때 루한이 도와주어서 다른 괴수 종족의 사람들도 적극 협조해 주었던 것이다.

“저희 행성에는 몇 개의 창조 신화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네 개의 태양을 삼킨 붕조의 전설이죠.”

루한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는 란테가 찾았던 것과 똑같았다.

괴수 종족들 중 네 개의 태양을 삼킨 붕조의 신화를 진실이라고 믿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곤륜노자는 무림 종족 중에서 가장 학식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는 무림 종족에게도 이와 비슷한 신화가 있다는 것을 알고 집중적으로 파고 들어갔다.

단지 무림 종족에겐 그것이 창조 신화가 아니라 고대 동이와 관련된 것이었다.

아주 미세한 차이였지만, 그 결과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컸다.

곤륜노자의 생각은 적중했다.

곤륜노자는 한참을 조사하고 나서야 민간 설화와 신화 중에서 일맥상통하는 것들이 몇 개 있다는 것을 찾아낼 수 있었다. 결코 단순한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공교로운 일이었다.

루한은 여전히 이것이 진짜인지 아니면 단순한 신화인지는 알 수는 없지만, 곤륜노자의 말마따나 직접 확인해서 나쁠 건 없었다.

곤륜노자는 네 번째 원소인 불의 기운을 찾으려고 지난 몇 달 동안 얼마나 고생했는지 몰랐다.

란테는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단서를 찾았지만, 곤륜노자는 직접 발로 뛰며 모든 이계 종족을 찾아다녀야 했다. 특히, 한 명씩 면담을 하듯 이야기를 듣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더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만물상점에서는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

이곳에서 보낸 시간은 몇 개월이 넘었지만, 현실에서는 얼마 되지 않았다.

“다들 이걸 복용하십시오.”

동하는 언어를 자동으로 습득할 수 있게 해주는 알약을 세 개 준비해서 곤륜노자와 루한에게 건네주었다.

만물상점에는 마법진이 펼쳐져 있어서 서로 다른 언어를 자동으로 통역해 주지만, 괴수 종족의 행성에 가면 그렇지가 못했다.

알약 하나만 먹으면 수많은 종족의 말을 배우지 않고도 원어민 발음으로 구사할 수 있는 ‘기적의 언어술사’였다.

언어 하나가 추가될 때마다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라가는데, 동하가 가져온 세 개의 알약은 모두 만물상점 내에서도 가장 비싼 ‘기적의 언어술사’였다.

하지만, 만물상점의 아이템들 모두가 동하의 것이었다.

주인이 마음대로 먹고 사용을 한다는데,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이제 동하는 이계 종족들과 마법진이 없어도 자유롭게 프리토킹을 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동하는 기적의 언어술사를 좀 더 발전시켜서 지구의 언어도 배우지 않고 저절로 습득할 수 있는 알약을 개발할 생각이었다.

슈슈슉!

동하와 곤륜노자 그리고 루한의 모습이 공간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곤륜노자는 네 번째 원소인 불의 기운을 찾으려고 지난 몇 달 동안 얼마나 고생했는지 몰랐다.

만물상점에서는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

만물상점에서 보낸 시간이 몇 개월이라면, 현실에서는 얼마 되지 않았다.

아무튼, 곤륜노자는 모든 이계 종족을 찾아다니며 한 명씩 면담을 하듯 직접 이야기를 듣다 보니 아무래도 시간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나 그들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

자신들의 노력이 란테보다 한 발 늦었다는 것을 말이다.

☆ ☆ ☆

레온 행성.

괴수 종족이 사는 행성의 이름이다.

드넓은 초원과 거대한 폭포. 그리고 울창한 밀림까지.

모든 게 원시 지구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레온 행성은 한때 샤이언 종족의 침공에 밀림이 파괴되고 초원이 황폐하게 변했었지만, 지금은 조금씩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레온 행성은 어느 때보다 정적에 휩싸여 있었다.

어딜 가도 사람들의 흔적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괴수 종족들은 노예로 끌려갔고, 그나마 남아 있던 테스터들 중 상당수는 만물상점에서 돌아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지금 레온 행성에 남아 있던 자들은 그날 만물상점에 접속하지 않았던 자들이었다.

그들은 만물상점에 접속할 수도 없고, 또 만물상점에 접속했던 자들도 돌아오지 않아서 크게 걱정하고 있었다.

바로 그럴 때쯤이었다.

란테와 십여 명의 차원의 관리자들이 강력한 중화기와 아이템으로 무장을 하고 레온 행성에 나타난 것이다.

행성에 남아 있던 괴수 종족의 테스터들은 잔뜩 긴장했다.

아니, 차원의 관리자들이 무슨 짓을 할지 몰라 겁에 질렸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었다.

원래 그 어떤 이계 종족보다 호전적인 종족이 바로 괴수 종족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조차 차원의 관리자들은 공포의 존재였다.

더구나 차원의 관리자들이 무장한 무기들 중 하나인 중화기들은 샤이언 종족이 만들어낸 것으로 문명의 극치라 할 수 있었다.

괴수 종족은 불사의 종족.

샤이언 종족은 다른 능력으로는 괴수 종족을 무너뜨리기 어렵다고 판단해서 처음으로 자신들의 무기를 사용했다.

이때만 해도 샤이언 종족은 우주 멸망 프로젝트를 가동하기 전이었고, 순수하게 자신들의 힘을 앞세워 이계 종족을 정복했다.

그 위력은 무시무시했지만, 상당한 희생도 겪어야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샤이언 종족의 희생은 없애면서 우주를 정복할 수 있는 우주 멸망 프로젝트였다.

강력한 전파로 상대의 능력을 무력화시키는 것부터 그 어떤 단단한 것도 한번에 파괴할 수 있는 레이저 건, 그리고 상대의 약점을 순식간에 찾아내고 공격 루트를 알려주는 초극 레이더 센서 등등.

하나같이 평범한 것이 없었다.

그야말로 차원의 관리자들이 무장한 중화기들은 문명이 만들어 낸 결과물의 결정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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