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이드 만물상점-158화 (158/167)

<-- 158화 : 마지막 카운트다운-01 -->

“연구 시간을 좀 더 달라고?”

“자료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6성급 몬스터를 개발하는 건 성공했습니다. 걱정했던 버그나 문제점들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시얀은 원로들을 찾아가 승인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동하에게 만물상점을 빼앗긴 후 원로들은 시얀에게 열흘이란 시간을 주며 최후통첩을 했었다.

그때까지 지구를 파괴하고 동하를 죽이지 못하면 시얀을 비롯한 모든 연구진들에게 책임을 물어 엄벌로 다스릴 생각이었다.

최악의 경우엔 우주 멸망 프로젝트를 폐기하고 자신들의 방법을 앞세워 지구를 파괴하고 동하를 죽이려고까지 했다.

샤이언 종족은 충분히 그럴만한 힘과 능력이 있었다.

다만 샤이언 종족이 처음부터 우주 멸망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것이 수많은 이계 종족들과 전쟁을 하다 보면 샤이언 종족의 전사들도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동족의 전사들을 죽지 않게 보호하면서도 안전하게 이계 종족들을 굴복시킬 수단으로 우주 멸망 프로젝트를 선택했던 것이다.

우주 멸망 프로젝트는 대대적으로 샤이언 종족에게 알려졌고, 지금까지도 샤이언 종족들은 그런 줄로만 알고 있었다.

한데, 이러한 계획이 자신들의 문명보다 수천 년 뒤떨어진 지구라는 행성 때문에 가로막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국민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터였다.

당장 원로원의 권위가 땅에 떨어질지 몰랐다. 때문에 가급적이면 우주 멸망 프로젝트로 이계 종족들을 굴복시켜야만 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 법.

우주 멸망 프로젝트로 동하를 끝내 어찌할 수 없다면 결국 샤이언 종족의 전사와 온갖 무기를 동원해서라도 처치할 수밖에 없었다.

약속한 10일은 넘었고, 아직 지구를 파괴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6성급 몬스터는 현재 샤이언 종족의 기술로도 만들기 어려운 것임을 원로들 역시 잘 알고 있었다.

6성급 몬스터.

로우피림과 하이피림의 능력은 압도적이었다.

현재 지구의 힘으로는 절대 6성급 몬스터를 대적할 수 없었다.

연구 시간을 더 달라면 못할 것도 없었다.

하나 시얀이 제출한 보고서에는 약간 이상한 구석이 있었다.

“시얀, 여기 보면 6성급 몬스터의 베타테스트 장소가 지구라고 적혀 있군.”

“왜 2시간 정도만 테스트하고 철수한 건가?”

“하루만 더 있었어도 지구를 충분히 파멸시킬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원로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그건 그렇지가 않습니다. 6성급 몬스터는 결국 9성급 몬스터를 만들기 위한 준비 도구일 뿐입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6성급 몬스터가 아무리 강해도 놈을 이길 수 없다는 뜻입니다. 최적화도 완료가 되었고, 버그도 없는 걸 알았는데 굳이 놈과 마주치게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시얀은 침착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동하의 손에 로우피림과 하이피림이 박살났다는 것은 보고에서 제외시켜 버렸다. 연구진들의 입도 단단히 틀어막았고, 심지어 타누스 박사의 귀에도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원로들이 알면 당장 우주 멸망 프로젝트를 없애버릴 것 같았다.

더구나 시얀은 자신의 능력을 총동원해서 만든 6성급 몬스터가 동하의 손에 박살났다는 걸 인정할 수 없었다.

지구의 인간들은 샤이언 종족보다 미개한 종족인데다 동하의 능력은 결국 샤이언 종족의 문명에 의해 탄생한 것이다.

피조물이 조물주를 이길 수 없듯 동하의 능력은 짝퉁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연구진들 사이에서는 걱정하는 자들도 있었다.

만에 하나 나중에 원로원에서 감사를 진행하면 고의로 누락한 사실이 발각될 위험이 높았다.

하지만, 시얀은 걱정하지 않았다. 지구를 파괴하고 동하를 죽이고 나면 이 정도의 허물쯤은 충분히 덮어질 수 있다고 믿었다.

“흐음. 그럼 7성급 8성급 몬스터도 이런 식으로 베타테스트를 진행할 생각인가?”

“아닙니다. 바로 9성급 몬스터로 넘어갈 생각입니다.”

“그게 가능한가?”

“저에게 시간을 조금만 더 주시면 반드시 최상의 결과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시얀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단순히 자만심에 고집이나 아집을 부리는 건 아니었다. 로우피림과 하이피림이 동하의 손에 박살이 나긴 했지만, 그로 인해 동하의 능력을 어느 정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시얀이 동하의 면면을 속속들이 알게 된 반면 동하는 여전히 샤이언 종족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아주 적었다.

‘무조건 이긴다.’

시얀은 복수할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만물상점에서의 패배.

그리고 6성급 몬스터의 베타테스트 실패.

지금까지 그는 동하와 싸워서 번번이 패하기만 했지만, 마지막에 웃는 자가 진정한 승자인 셈이었다.

카운트다운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원로원은 시얀의 제안을 만장일치로 허락했다.

하지만, 누락한 보고서가 향후 어떻게 작용하게 될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일이었다.

☆ ☆ ☆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어느새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연말이 다가왔다.

6성급 몬스터가 지구에 나타나 전 세계를 초토화시킨 지도 어느덧 열흘이 훌쩍 지나간 것이다.

로우피림과 하이피림이 지구에서 사라진 이후부터는 평화의 나날이었다.

지구에는 그 어떤 이상한 징후도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한번 끔찍한 악몽을 경험한 인류는 쉽게 긴장을 풀지 않았다.

사람들은 지하로 숨거나 밀폐된 공간에 들어간 이후 쉽게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았다.

각 나라의 정부에서도 당분간 숨어서 지낼 것을 권고했다.

동하는 회귀하고 처음으로 크리스마스를 보냈지만, 별 다른 감흥은 없었다.

종말의 끝에서 한가하게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할 리 없었다.

그나마 이전 생애에서는 혼자 쓸쓸하게 보냈던 것에 비하면 지금은 몸이 열 개라도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바쁘게 지내고 있다는 게 달라진 점이었다.

그건 미국의 중대 발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미국이 대한민국을 지지하고 앞으로 뜻을 함께 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한 직후 세계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이는 침몰하는 배에 올라탄 격이었다.

미국이 무엇이 아쉬워 전 세계적으로 왕따를 당하는 대한민국을 지지해?

약점이라도 잡힌 걸까?

아니면 대통령을 비롯해서 정부 관계자들이 단체로 미친 걸까?

온갖 추측들이 난무했다.

심지어 미국의 국민들조차 반발하는 촌극이 연출되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세계의 반응은 아랑곳하지 않고 곧바로 수많은 인력들을 대한민국에 파견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미국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방문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결코 흔치 않은 일이었다. 미국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방문한 예는 손가락으로 꼽힐 정도로 극소수에 불과했다.

하물며 지금처럼 위태로운 상황에서 자신의 나라를 비워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아쉬운 쪽은 당연히 미국 대통령이었다.

백악관이 무너지고 지하 벙커마저 언제 붕괴될지 모르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미 대통령은 국무장관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게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 바로 동하가 만든 벙커라고 말이다.

대통령은 동하를 직접 만나서 확인하고 싶은 것도 있었지만, 한국과 긴밀한 협조 체제를 구축한 이상 굳이 미국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

한국 대통령은 이미 동하에게 자세한 상황을 전달받은 뒤였기에 차분히 준비할 수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오랜만이군요. 캠프 데이비드에서 보고 2년 만인가요?”

“어떤 일정부터 소화하시겠습니까?”

상황이 상황인 만큼 국빈 방문 절차는 생략했다.

하지만, 양국의 정상이 만나는 장면이 CNN 등 여러 보도 채널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갔고, 각 정부는 또 한 번 충격에 빠졌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볼 때 미국은 제정신으로 보이지 않았다.

온갖 노력을 다해 자국을 안정시켜도 지금은 부족할 마당에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방문한다고 자리를 비우다니, 전 세계가 비웃고도 남을 일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한국과 미국의 멸망 대비는 빠른 속도로 탄력을 받고 진행이 되고 있었다.

대한민국과 미국 정부는 긴밀한 협조 아래 무기 강화 사업과 군사 훈련, 그리고 연합 길드를 발전시켜 나갔다.

연합 길드에는 한국과 미국의 신인류 중에서 엄선된 자들만 들어갈 수 있었다.

또한 보안도 엄격해서 연합 길드에 대해 아는 사람은 한국과 미국 정부에서도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대한민국에서는 지수가 연합 길드의 장으로 추대가 되었고, 미국에서는 제임스 무어가 그 역할을 맡았다.

☆ ☆ ☆

모든 게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는 건 아니었다.

시간이 없다는 건 동하도 느끼고 있었다.

순차적으로 괴수들의 침공이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왠지 다음에는 모든 과정을 생략하고 곧바로 9성급 몬스터가 나타날 것 같았다.

“그게 아니더라도 만반의 준비는 하는 게 좋겠지.”

다음엔 어떤 방식으로 진화한 놈이 나타날지 예측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게 만약 9성급 몬스터라면 동하 역시 단

단히 준비를 해야만 한다.

로우피림과 하이피림은 확실히 이전 생애에서는 볼 수 없던 괴수들이었다.

동하는 연합 길드에게 지옥훈련을 시켜 그들의 능력을 한층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추면서도 한편으로는 먼저 대한그룹과 무기 강화 사업을 계속 진행했다.

특히 이번에 새로 얻은 로우피림과 하이피림의 사체를 녹여 6성급 무기를 만드는 데 성공.

그 의미는 결코 적지 않았다.

9성급 몬스터에게는 딱히 타격을 주진 못하겠지만, 7성급까지는 충분히 위력이 통할 것이다.

지금은 이것만으로도 감지덕지였다. 오히려 동하는 로우피림과 하이피림의 사체를 더 많이 구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그리고 동하는 서용훈 사장에게 던전에서 나오는 결정체와 사체들로 각종 아이템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신인류들이 사용하는 아이템은 괴수의 가죽을 벗겨서 갑옷을 만들거나 조끼를 만드는 것이 전부였지만, 동하는 사체를 녹여서 옷이나 물건을 발랐다.

얼핏 보면 동하의 방식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가죽으로 만든 아이템보다 사체를 녹여서 강화한 아이템의 내구성이 더 강하고 단단했다. 또한 대량생산도 가능해져서 이제는 소수의 신인류들만 착용하는 게 아니라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물론 이 모든 게 가능하기 위해서는 마법의 용광로가 필요했다.

또한 마법의 용광로에 뜨거운 열을 전해줄 수 있는 마나를 가진 능력자가 필요했다.

마법의 용광로는 동하가 복사 능력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서용훈 사장에게 전해 주었고, 마나를 가진 능력자는 정부를 통해 쉽게 구할 수 있었다.

판타지 종족의 능력을 가진 신인류는 동하와는 약간 달랐다.

동하는 마나의 영향을 받지만 그들은 마나를 다 사용해도 며칠만 충분히 먹고 휴식을 취하면 마나가 회복되었다. 그건 반영구적인 것으로 사람의 체력과 비슷한 개념이었다.

이는 던전이 생기면서 생겨난 현상으로 마나가 부족한 지구의 특성을 고려해서 시얀과 란테가 결정체를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대, 대단하군.”

서용훈 사장은 평범해 보이는 옷과 이불이 총이나 칼에도 흠집 하나 나지 않는 것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아이템의 등급은 1성급부터 6성급까지 다양합니다.”

동하의 인벤토리에는 수많은 사체들이 들어 있었다.

1성급과 2성급은 그린 몬이었고, 예전에 필드를 뛰면서 얻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3성급부터 4성급까지는 블랙 몬으로 이것들은 괴수들이 지구에 침공을 했을 때 얻었던 사체들이었다.

5성급은 기계 골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동하가 자신의 수하로 만들었기 때문에 5성급 몬스터는 아예 없다고 보면 된다.

마지막으로 6성급 몬스터는 로우피림과 하이피림.

대부분은 무기를 강화하는 데 사용했기 때문에 아이템으로 만들 수 있는 건 극히 한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위력이 너무나 강해서 설령 무너진 건물에 깔린다 해도 끄떡없을 만큼 강하고 단단했다.

“6성급 아이템은 물량이 너무 부족하군.”

“생명과 직결된 것이기에 아마 부르는 게 값일 겁니다.”

“그럴 테지.”

옷과 이불은 기본이고 실생활에 필요한 물건들까지.

대한그룹은 모든 물건을 강화했다.

신인류들이 사용하는 장비와는 성격이 전혀 달랐다.

오직 일반 국민들을 위험으로부터 지켜주는 데 초점을 맞추었던 것이다.

신인류들만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을 일반 국민들도 사용할 수 있게 된 건 가히 혁신적인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시장에서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스마트폰 하나로 세상의 문화와 트렌드가 달라졌듯 마법 아이템으로 인해 사람들은 조금 더 안전해질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인류의 종말이 임박한 상황에서 동하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 중 하나가 국민들을 보호할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능력이 높은 괴수들의 공격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어지간한 상황에서는 충분히 신체를 보호해 줄 수 있을 터였다.

물량 공급은 대한민국과 미국. 오직 양국에만 팔렸다.

그제야 미국 내에서 부는 역풍이 조금은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각 정부는 크게 당황했다.

지금까지 미국의 선택을 어리석은 일이라 생각했지만, 이쯤 되면 미국이 대한민국을 선택한 것에 크게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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