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6화 : 길드의 탄생-04 -->
마크와 국무장관은 지켜보고 있으면서도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들은 동하의 능력이 이렇게까지 강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다.
이건 보통 사람의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었다.
저토록 무서운 괴수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동하가 사람으로 보이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한 일일 터였다.
마크와 국무장관은 그제야 무언가 느껴지는 게 있었다.
인류가 멸망에 직면한 상황과는 달리 나름 자신감을 보이는 동하를 보면서 한편에서는 안도감 같은 것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동하의 손에서 번개가 작렬하고 무형의 기운이 흘러나오는 모습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신인류의 능력이 동하 개인에게 집약되어 있는 것 같았다.
‘벙커를 미리 만든 것도 그렇고 저 무지막지한 능력도 그렇고. 미스터 최는 정말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이젠 단순히 동하의 말을 따르고 하는 수준의 문제는 아니었다.
동하가 인류의 유일한 희망이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크와 국무장관의 표정은 무겁게 변해갔다.
그도 그럴 것이 로우피림이 아무리 부상을 당하고 상처를 입어도 죽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상처를 입든 순식간에 회복이 되었고, 심지어 팔이 잘리고 다리가 부러져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동하의 손에 의해 로우피림의 목이 잘린 후에 눈 깜짝할 사이에 회복했을 때에는 단순히 놀라는 정도가 아니었다. 마크와 국무장관은 기겁을 하다못해 기절초풍할 지경이었다.
‘부, 불사의 존재다.’
‘으으, 놈이 죽지를 않는데 무슨 수로 놈을 죽일 수 있단 말인가?’
공포와 절망이 마크와 국무장관의 뇌리를 짓눌렀다.
그건 이전 생애에서 9성급 S몬이 나타났을 때 인류가 받았던 충격과 비슷한 것이었다.
당시에도 불사의 존재였던 9성급 S몬 앞에 인류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인류가 느꼈던 공포와 절망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마크와 국무장관에게 이어지고 있었다.
마크와 국무장관은 긴장한 나머지 손에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지금 마크와 국무장관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동하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연 로우피림을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어쩌면 영원히 끝나지 않는 ‘네버 엔딩 싸움’이 될 수도 있고, 어쩌면 동하가 공격을 하다 지쳐서 먼저 나가떨어질 수도 있었다.
‘제, 제발!’
간절히 염원하는 마음으로 그들은 동하를 응원했다.
☆ ☆ ☆
“시얀, 박사님.”
“무슨 일인가?”
“드디어 놈을 찾았습니다.”
“그게 정말인가?”
“바로 영상을 띄우겠습니다.”
연구실의 한가운데 홀로그램이 생겨나며 동하와 로우피림이 싸우는 장면이 실시간으로 전송되고 있었다.
예전에 타누스 박사가 주도하며 연구하던 장소에 비하면 한층 업그레이드 된 연구실이었다.
시얀의 얼굴이 무섭게 변했다.
동하를 향한 그의 시선은 적개심으로 가득했다.
“역시 지구라는 행성을 베타테스트로 삼은 보람이 있군. 한데, 놈을 어떻게 찾게 된 건가?”
“로우피림의 프로그램이 경고등을 울려온 이후부터 영상을 전해오기 시작한 것이라 그것까지는 자세히 모르겠습니다.”
경고등이 울린 건 동하와 싸움이 시작된 직후였다.
“그렇군.”
시얀이 고개를 끄덕였다.
프로그램을 만든 사람이 바로 시얀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상황을 더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상황은 9성급 몬스터를 만들기 위한 준비 작업인 동시에 동하를 찾아내 그의 능력치를 확실하게 알아내고 분석하는 것이었다.
동하의 능력이 어디까지 올라가 있는지 알고 준비하는 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고로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하지 않던가?
동시다발적으로 지구를 공격하면 동하를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은 했었지만, 이렇게 빨리 찾아낼 줄은 생각도 못 한 일이었다.
이런 기회는 절대 놓칠 수 없었다.
시얀은 즉시 타누스 박사가 설계했던 우주 멸망 프로젝트의 목록을 홀로그램 옆에 띄워놓았다.
거기에는 1성급 몬스터부터 시작해서 9성급 몬스터의 능력에 대해 자세히 나열되어 있었다.
동하는 미래 시얀과 타누스 박사가 만든 9성급 몬스터의 능력을 갖고, 과거로 돌아온 의문의 능력자였다. 때문에 시얀은 처음부터 동하가 9성급 몬스터의 능력을 완벽하게 각성하지 못했다고 믿고 있었다.
“흐음. 로우피림이 밀리고 있군.”
“불사의 능력이 조금씩 약해지고 있습니다. 회복 속도가 37% 미만으로 떨어졌습니다.”
“역시……. 무서운 놈이군.”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일이라 그리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로우피림에게는 불사의 능력만 있는 게 아니었다. 금속 액체 능력도 가지고 있어서 목이 잘려도 죽지 않는다.
하지만, 불사의 능력이 파괴되면 금속 액체 능력만 남게 되기 때문에 이때부터는 열기에 속수무책으로 약해질 것이었다.
“놈에게 기계 종족의 능력이 있다고 했나?”
“그렇습니다, 박사님.”
“영상을 찾아서 보여주게.”
“5분 전 영상을 돌려보겠습니다.”
홀로그램이 살짝 일그러지는 듯싶더니 이내 5분 전 영상으로 돌아갔다.
순간 동하의 팔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더니 기계 종족들 특유의 무기로 변해 로우피림을 공격하는 장면이 플레이되기 시작했다.
“이 정도의 위력과 변환 속도라면…….”
시얀은 한쪽에 있는 우주 멸망 프로젝트의 목록을 쳐다보았다.
처음으로 기계 종족의 능력을 삽입한 것이 6성급 몬스터였고, 변환 속도와 빠르기를 보면 7성급 몬스터 수준을 뛰어 넘고 있었다.
“여길 보시면 공간이동 능력도 상당한 수준입니다.”
“호오? 그렇다면 9성급 몬스터의 능력을 모두 각성했다는 건가?”
공간이동은 타누스 박사가 오직 9성급 몬스터에만 넣어 놓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놈에겐 아직 몇 가지 능력이 빠져 있거나 그 위력이 현저하게 약합니다.”
“빠진 능력이 뭔가?”
“불과 공기와 관련된 능력들입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체크해야 하는데, 좀처럼 놈이 그 능력을 사용하질 않고 있습니다.”
그러기에는 로우피림이 약하다는 뜻일 수도 있었다.
그래도 시얀은 상관없었다.
이것만으로도 동하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
“흐흐, 듣던 중 반가운 소리로군.”
시얀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동하가 9성급 몬스터의 능력을 완벽하게 각성하지 못한 것은 확실했다.
몇 가지 능력이 빠진 것에 불과할지 몰라도 냉정하게 보면 그 갭이 상당히 컸다.
이 정도면 8성급 몬스터의 능력을 넘지 않았다.
“그럼 다른 것에 비해 현저하게 약한 능력은?”
“염력과 닌자의 인술이 상대적으로 다른 능력에 비해 약합니다.”
“그 수치가 얼마나 되는가? 놈이 각성한 모든 능력들의 수치를 데이터로 산출할 수 있겠나?”
“그러기에는 시간이 부족합니다. 20분 정도의 시간만 더 주어진다면 놈이 각성한 능력들의 수치를 100퍼센트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분이라…….”
시얀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전에 로우피림이 먼저 동하의 손에 끝날 것 같았다.
“주변에 동원 가능한 괴수는 얼마나 있는가?”
“새로운 공간을 열기 위해서는 좌표를 입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러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조금 걸립니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하이피림이 하나 있습니다.”
“흐흐, 그거면 충분해.”
분석이 늘어날수록 승산은 그들에게 높아지고 있었다.
지금 시얀이 만들고 있는 9성급 몬스터는 애초에 타누스 박사가 설계했던 것보다 훨씬 강한데다가 동하는 그 능력조차 완벽하게 각성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그들이 지금 동하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있으니 이는 이제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좋아, 놈이 지금까지 얼마나 능력들을 각성했는지 지켜볼까?”
시얀이 느긋한 표정으로 홀로그램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 ☆ ☆
마크와 국무장관의 두 눈이 크게 치떠졌다.
난데없이 하늘에 공간이 열리며 10미터가 넘는 초대형 거인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보면 로우피림과 비슷해 보였지만, 신체 사이즈는 거의 두 배가 넘었다.
바로 하이피림의 재림이었다.
“맙소사.”
그들의 눈동자는 겁에 질려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로우피림 하나만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보다 더 압도적인 신체를 지닌 하이피림이 나타났으니 마크와 국무장관은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이었다.
그야말로 기호지세였다.
동하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것처럼 위험해 보였다. 여기서 동하가 놈들의 손에 무너지면 인류는 이것으로 완전히 종말을 고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끄, 끝났어.’
쿵쿵!
하이피림이 동하에게 다가갔다.
놈이 한 발짝 걸음을 옮길 때마다 지축이 흔들렸다.
그와 발을 맞춰 로우피림이 동하에게 날아들었다.
일종의 연수합공이었다. 하이피림은 강한 힘으로 동하를 압박했고, 로우피림은 날렵한 움직임을 최대한 이용했다.
1…2…3…….
그때부터 20분이란 시간이 카운트다운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얀이 한 가지 간과하고 지나간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동하가 기계 골렘들을 해킹하는 과정에서 금속 액체 능력을 몸속으로 흡수했다는 것이었다.
금속 액체는 이전 생애에서 9성급 몬스터를 이루는 목록에 나와 있지 않은 것.
동하의 불사지체와 조화를 이루면서 피조물이 조물주의 능력을 뛰어넘으려 한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건 복사 능력으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동하의 망막에서 붉은 빛이 흘러 나와 하이피림을 스캔했다.
- 스캔완료.
- 복사를 시작합니다.
동하의 몸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예전에도 복사 능력을 가진 동하였지만, 그때는 비슷한 크기 밖에는 복사를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금속 액체의 능력을 흡수한 이후에는 크기와 사이즈의 한계를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동하가 그걸 깨달은 것은 로우피림이 한 줄기 바람으로 변했을 때였다.
엄밀하게 말하면 로우피림보다 더 많은 능력을 가진 동하였다.
6성급 몬스터인 로우피림이 할 수 있다면 당연히 동하 역시 가능해야 정상이었다.
‘성공이다.’
동하의 몸은 순식간에 10미터의 거인으로 변해 있었다.
이것으로 동하는 자신 역시 한 줄기 바람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었다.
날렵한 움직임이 장점인 로우피림과 압도적인 힘을 지닌 하이피림.
동하가 10미터 거인으로 변한 순간 로우피림의 장점과 하이피림의 장점을 동시에 지닌 괴물이 되어 버린 것이다.
스스슥!
동하의 몸이 환영처럼 하이피림의 몸 안으로 파고들었다.
10미터가 넘는 거인의 신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하이피림의 능력으로는 동하의 움직임을 쫓아가지 못했다.
단 한 번의 움직임에 하이피림의 중심이 와르르 무너졌다. 놈에게도 로우피림처럼 금속 액체의 능력이 있었다. 위기의 순간에는 어떤 모양으로도 변할 수 있었지만, 그러기에는 동하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했다.
쾅!
동하의 주먹이 하이피림의 턱을 후려갈겼다.
그와 동시에 팔꿈치로 놈의 정수리를 내리 찍었다.
동하의 주먹과 팔꿈치에는 하이피림을 압도하는 가공할 힘이 담겨 있었다.
“크아악!”
뼈가 으스러지고 피가 분수처럼 솟구쳐 흘렀다.
하이피림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10미터가 넘는 거구의 하이피림의 몸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쿵 하며 쓰러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하이피림의 몸이 순식간에 회복되기 시작했지만, 동하가 놈의 몸을 사정없이 짓밟았다.
☆ ☆ ☆
지금까지 알려진 액체 종족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
바로 가공할 화기로 금속 액체를 녹여 버리는 것이었다.
동하도 처음엔 그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로우피림의 목을 여러 번 잘랐지만, 그때마다 로우피림의 머리가 액체로 변해 다시금 로우피림의 몸속으로 흡수가 되었고, 멀쩡해진 머리가 생겨났기 때문이었다.
동하는 그제야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로우피림을 죽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 서클 마법 중에 불의 계열이 있긴 했지만, 로우피림을 죽일 정도의 화기는 아니었다.
더구나 지구에는 마나가 희박해서 가급적 고 서클 마법은 펼치지 않았다.
번개와 관련된 마법도 그랬다.
이것 역시 고 서클 마법이면서도 지속적으로 열기를 가해줄 수 없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열기를 가해주었다가 잠시 텀을 가지고 또 열기를 가해주면 금속 액체도 덩달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금속 액체 능력은 그만큼 무서운 것이었다.
아마 금속 액체 능력을 똑같이 얻은 동하 역시 그럴 테지만, 하이피림마저 나타난 지금은 상황이 복잡하게 흘러갔다. 아무리 동하가 승기를 잡고 일방적으로 공격을 한다고 해도 결국 놈들을 죽이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동하가 다섯 가지 원소 중 불의 원소를 얻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었다.
그럼 불사의 능력을 파괴하고 나면 바로 금속 액체 능력을 녹일 수 있겠지만, 지금은 불사의 능력을 파괴해도 금속 액체 능력을 녹이지 못하면 놈들과 죽을 때까지 싸울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동하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시간이 길어지면 아무래도 동하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동하의 머릿속에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가공할 화기로 녹일 수 없다면 예전에 기계 골렘의 능력을 흡수했던 것처럼 놈들의 능력을 흡수하면 어떨까?
동하에게는 남들의 능력을 흡수할 수 있는 비장의 아이템이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일이었다.
동하는 먼저 놈들의 발을 묶어 놓기 위해 불사지체를 파괴해 나갔다.
힘에서는 로우피림이 동하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당연히 날렵한 움직임에서는 하이피림이 동하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동하의 무지막지한 공격 앞에 로우피림은 불사지체가 완전히 파괴가 되었고, 하이피림 역시 회복되는 속도가 눈에 띄게 더뎌졌다.
동하는 망설이지 않고 놈들의 팔과 다리를 부러뜨린 다음 곧바로 능력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띠링!
- 흡수를 완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