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이드 만물상점-148화 (148/167)

<-- 148화 : 압도-02 -->

루한은 이렇게까지 모욕적인 말을 들어본 게 처음이었다.

동하는 처음부터 끝까지 안하무인처럼 굴었다.

아무 동의 없이 가이거를 데려 가려고 한 것으로도 부족해 불사 종족을 깡그리 무시하고 루한을 꼬맹이 취급한 것이다.

루한은 동하를 단순히 미친놈으로 치부하고 그냥 넘어가려 했지만, 동하는 점점 그 도가 지나치고 있었다.

이제는 그의 인내심에도 한계였다.

“네놈의 그 입부터 고쳐놓고 말겠다.”

슈아앙!

먼저 움직인 쪽은 루한이었다.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루한은 빠르게 쇄도하며 동하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박투술과 불사의 능력은 최고의 조합이었다. 두 개의 능력은 서로의 위력을 배가시켜 주었다. 가까운 거리만 유지하면 루한은 무적이나 다름없었다.

거기에 루한의 저돌적인 기세까지 더해지면 어지간한 고수조차 기가 질려 겁을 집어먹기 마련이었다.

이럴 때는 일단 피한 다음 반격의 기회를 노려야 하는 법.

하지만, 동하는 뒷걸음질 쳐서 물러서거나 옆으로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동하는 루한과 똑같은 자세를 취했다.

슈아앙!

동하 역시 빠르게 쇄도하며 루한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빠른 쇄도와 근거리에서 펼쳐지는 무시무시한 박투술.

동하와 루한은 동문사형제가 대련을 하듯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았다.

“이, 이런 미친.”

루한의 입에서 욕설이 터져 나왔다.

불사 종족인 자신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는 미친놈이 있을 줄이야. 죽으려고 환장한 게 아니라면 철저히 자신을 무시하는 것이리라.

어떤 것이든 상관없었다.

이런 것이야 말로 루한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방식이기 때문이었다.

푹! 푹!

동시에 두 개의 둔탁한 소리가 터졌다.

루한의 팔이 동하의 가슴을 관통했고, 동하의 팔 역시 루한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어떻게 보면 동귀어진(同歸於盡) 같은 모습이었다.

가슴이 관통 당했으니 정상적인 사람들은 살아남기 어려웠다.

하나 불사의 능력을 지닌 루한은 격렬한 통증만 느껴질 뿐 생명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루한이 차갑게 코웃음 치며 말했다.

“실망이구나. 만물상점을 빼앗고 샤이언 종족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고 해서 크게 기대를 했건만 총알에 설맞은 멧돼지 마냥 이렇게 천방지축일 줄은 몰랐다.”

이때만큼은 진심으로 소문은 믿을 게 못 된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그때 동하가 씩 웃었다.

“과연 그럴까?”

“어억?”

루한의 팔이 갑자기 점점 밖으로 밀려나오고 있었다.

그렇다고 동하가 그의 팔을 잡고 밀어내고 있는 게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무형의 기운이 루한의 팔을 밀어 내고 있었는데, 그야말로 불가항력이었다.

루한은 모든 힘을 끌어 올려 필사적으로 대항했고, 그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를 정도였다.

하지만, 그의 팔은 끝내 완전히 밖으로 밀려 나왔다.

어느새 동하의 가슴은 조금의 상처도 없이 완전히 아물었다.

루한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이, 이건……?”

“후후. 바로 불사의 능력이다.”

하나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

상처가 아무는 속도도 동하가 훨씬 빨랐고, 무엇보다 불사의 능력에는 상대의 팔이나 무기를 밖으로 밀어낼 수 있는 힘이 없었다.

“그건 무림 종족의 공력이라는 것이지.”

말은 쉽다.

하지만, 동하는 순식간에 두 개의 능력을 사용했다는 소리.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운 일이었지만, 동하는 불사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거인의 힘을 일부러 약화시켜야만 했다.

루한의 능력이 아무리 강해도 거인의 힘을 뚫고 동하의 가슴을 관통할 수는 없다.

거인의 힘이 동하의 몸을 지켜주는 한 그의 피부는 금강불괴보다 더 단단하기 때문이었다.

“서, 설마?”

루한은 그제야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동

하가 굳이 자신과 똑같은 자세를 취한 건 죽으려고 환장한 것도 그렇다고 미친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동하는 불사 종족보다 더 뛰어난 불사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더구나 무림 종족의 박투술은 공력이 더해져 불사 종족의 박투술보다 더 뛰어났다.

결국 동하는 불사 종족의 수법으로 불사 종족의 수법을 박살냈다는 뜻이었다.

‘으으.’

루한은 허탈한 나머지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는 어려서부터 불사 종족 내에서 천재 소리를 들으며 자라온 전사였다. 평생을 수련해서 불사의 능력을 높였고 박투술에 매진해서 랭킹 1위 자리에 올라선 것인데, 동하는 불사 종족도 아닌데 자신보다 더 회복력이 뛰어났다.

☆ ☆ ☆

‘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지?’

루한은 선뜻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동하의 회복력이 자신보다 뛰어나긴 해도 그에겐 목을 보호하는 A급 아이템이 있었다.

만물상점에서는 능력도 능력이지만, 얼마나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순위가 바뀌고 승패가 결정된다. 그에게는 아이템이 있는 반면 동하에게는 별다른 아이템이 보이지 않았다.

“이놈. 다시 한 번 붙어보자.”

“원한다면 한 번의 기회를 더 주지.”

동하는 잠시 시간을 주어 루한의 가슴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이것만으로도 루한에겐 충분히 치욕적인 일이었다.

그렇게 1분 정도가 지났을 때 루한의 상처는 거의 회복이 되었고, 다시금 루한이 소리를 지르면 동하에게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상승의 절기이고 뭐고 다 필요 없었다.

루한은 자신의 몸은 어찌되든 신경 쓰지 않고 일격필살의 기운을 담아 동하의 목을 노렸다.

‘반드시 이긴다.’

그에 반해 동하는 이번에도 루한의 가슴을 노렸다.

어떻게 보면 무식하기 짝이 없는 대결이었지만, 동하는 루한의 수법 그대로 사용해 루한을 상대했다.

원래 그런 법이다.

상대의 수법으로 상대를 이기는 것보다 더 상대를 절망하게 만드는 방법도 없었다.

동하가 처음부터 루한의 수법을 똑같이 따라한 것엔 여러 가지 포석이 있었지만, 그중 하나는 불사 종족에게 자신의 능력을 더욱 각인시키기 위해서였다.

예전에 동하는 필드에서 괴수들과 싸울 때 상대의 수법으로 상대를 제압한 적이 있었다.

그게 가능할 수 있었던 건 동하의 몸속에 수많은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신체가 단단하면 그 역시 거인의 힘으로 맞불을 놓았고, 검술에 능하면 그 역시 검술로 상대했다. 이제는 그것이 제법 능숙해져서 어떤 상대든 개의치 않았다.

푹! 푹!

이번에도 동시에 두 개의 둔탁한 소리가 터졌다.

하지만, 아까와는 다르게 루한의 팔이 동하의 목을 찔렀고, 동하의 팔은 루한의 가슴을 관통했다.

‘이겼다.’

루한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자존심은 많이 구겨지긴 했지만, 목을 찔린 이상 동하는 쉽게 회복하지 못할 터였다.

그래도 완전히 관통한 것은 아니었다. 동하가 자신을 한 번 봐주었듯 그 역시 동하에게 한 번의 기회를 주어야 공평하기 때문이었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이번에도 그의 팔이 강력한 힘에 밀려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이 아닌가?

“어억?”

루한의 입에서 외마디 비명이 터져 나왔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렇게 목을 찔렸으면 아무리 불사의 능력이라 해도 시체처럼 몇 시간은 누워 있어야 겨우 회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하의 상처는 벌써 아물어 이제는 목을 찔린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것이야 말로 시얀이 만든 궁극의 절기인 금속 액체 능력이었다.

금속 액체 능력은 설사 목이 잘려도 죽지 않는다.

“후후. 이제 승복하겠나?”

“이, 이건 말도 안 돼. 다…… 다시 한 번 붙어보자.”

“그건 내 손에서 벗어난 다음에 해야 하지 않을까?”

스르륵!

동하가 말과 함께 루한의 몸을 들어 올렸다.

그의 팔은 여전히 루한의 가슴을 관통해 있는 상태였다.

루한은 동하의 품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쳤지만, 동하의 팔은 마치 만년거석인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동하는 갑자기 팔을 뒤집었다. 순간 루한의 몸도 빙그르르 돌며 머리가 밑으로 향하고 다리가 하늘 위로 올라갔다. 그 상태에서 동하가 그의 몸을 바닥에 강하게 내리 꽂았다.

퍽!

“크윽!”

머리가 깨지고 피가 흘러 내렸다.

어찌나 세게 부딪쳤는지 루한은 눈앞이 새하얗게 변했다.

동하는 다시 한 번 팔을 번쩍 들었고, 루한의 몸도 덩달아 하늘 높이 따라 올라왔다.

쇄애액!

동하가 다시금 루한을 바닥에 내리 꽂았다.

퍽 퍼퍽!

눈 깜짝할 사이에 다섯 번 연속 루한의 머리를 바닥에 내리 꽂았다.

바닥에는 피가 흥건하게 고였다.

골수가 깨지고 머리가 엉망으로 함몰되어 있었지만, 불사의 능력을 지닌 루한이기에 죽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고통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루한은 바닥에 한 번 부딪칠 때마다 폐부를 찌를 듯한 고통과 통증이 온몸을 뒤덮었다.

“크아악!”

처절한 비명이 만물상점을 뒤흔들었다.

☆ ☆ ☆

광오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동하는 불사 종족의 진영 한복판에서 일을 벌이고 있었다.

똥개도 자기 집에서는 절반을 먹고 들어간다지만, 동하의 손속에는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그것은 명백히 불사 종족을 무시하는 행동이었다.

“네 이놈.”

“당장 그 손을 멈추지 못할까?”

여기저기서 분통을 터뜨리며 동하를 향해 달려들었다.

놀라운 점프력으로 순식간에 덮쳐온 자도 있었고, 과감한 쇄도로 동하의 품속으로 파고드는 자들도 있었다.

“어딜.”

동하는 아이스 월과 아이스 필드를 동시에 시전했다.

일종의 더블캐스팅이었지만, 동하는 굳이 시동어를 외치지 않아도 마법을 시전할 수 있었다. 만물상점에는 마나가 풍부해서 동하는 처음부터 고서클 마법을 펼쳤던 것이다.

드르르륵!

굉음과 동시에 동하의 주변으로 거대한 얼음장벽이 생겨나 점프를 해서 달려들던 자들을 막아섰다. 그와 동시에 바닥이 순식간에 얼음으로 변했다.

과감한 쇄도로 동하에게 달려들던 자들이 중심을 잃고 바닥에 미끄러졌다.

동하의 한쪽 팔에는 여전히 루한이 들려져 있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원래 더블캐스팅을 할 때에는 각기 다른 손으로 펼쳐야 정상이었다. 한 손에 서로 속성이 다른 아이스와 파이어를 시전하게 되면 저온과 고온이 합쳐져 위력이 중화되기 때문이었다.

하나 지금은 같은 아이스 계열이었고, 동하는 음양조화선풍신무를 익혀서 서로 성질이 다른 정사마의 무공을 동시에 펼칠 수 있었다.

쾅쾅쾅!

동하는 불사 종족의 테스터들은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루한을 바닥에 내리 꽂았다.

루한의 온몸이 피로 범벅이 된 채 정신을 잃자 그제야 동하는 루한을 가슴에서 팔을 빼고 그를 바닥에 패대기쳤다.

“으아아아!”

“네 이놈. 찢어 죽여 버릴 테다.”

불사 종족은 이성을 잃었다.

그들이 모두 괴성을 지르며 일제히 동하에게 달려들었다.

그건 일대 장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삼백여 명이 한꺼번에 달려들자 엄청난 기세가 느껴졌다.

하지만, 동하는 물러서기는커녕 오히려 그들 안으로 뛰어들었다.

동하는 한쪽 팔로는 라이트닝 레인을 시전했다.

이는 6서클 마법으로 번개를 비 오듯 마구 떨어뜨리는 것이 특징이었다.

쾅! 콰르르릉!

“크아아악!”

번개에 맞은 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나가 떨어졌다.

동하는 다른 손으로는 염력을 일으켜 수십 명의 테스터들을 뒤로 밀어냈다.

“아악!”

“으악!”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순식간에 삼백여 명의 테스터들이 동하의 손에 달려오던 자세 그대로 튕겨져 나갔다.

하나 그들이 달리 불사 종족이 아니었다.

그들은 금세 정신을 차리고 동하에게 또 다시 달려들었다.

“우드득!”

“네놈은 오늘 죽었다.”

“우리는 절대 무릎을 꿇지 않는다.”

싸울수록 그들의 투지가 불길처럼 일어났다.

그렇게 일대 삼백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그건 먼 훗날 하나의 전설로 회자될 운명의 서막이었다.

☆ ☆ ☆

쾅! 콰콰쾅!

번개가 작렬하고 토네이도가 주변을 휩쓸고 지나갔다.

염력이 일고 장력이 난무하며 닌자의 분신술이 펼쳐졌다.

동하의 손에서 수많은 능력들이 펼쳐졌고, 그때마다 삼백여 명의 테스터들은 피를 토하며 튕겨져 나갔다.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다.

삼백여 명이 겨우 한 명을 당해내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불사 종족의 테스터들은 동하의 무지막지한 공격에 막혀 근처에 제대로 접근하지 못했다.

가끔 동하의 근처까지 접근해 공격을 펼친 자도 있었지만, 그때는 이미 동하가 거인의 힘을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어서 그들은 동하의 몸에 상처 하나 만들지 못했다.

“으으.”

삼백여 명의 테스터들은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온몸은 피로 얼룩 져 있었고, 그들의 옷과 피부는 번개에 맞아 새카맣게 탔다.

거지도 이런 상거지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동하에게 한 번 맞고 부상을 당할 때마다 상처가 치유되는 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있었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호흡은 거칠어지고 땀은 비 오듯 흘러 내렸다. 무엇보다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그에 반해 동하는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을 뿐이었다. 호흡도 정상이었고,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동하는 단지 몇 차례 가벼운 공격당한 것이 전부인지라 동하의 옷이 약간 찢어져 있었다.

‘저, 저게 과연 인간이란 말인가?’

그들은 이제 기가 질리다 못해 덜컥 겁이 날 지경이었다.

동하는 그들의 목을 공격하지 않았다. 하나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불사의 능력이 약해져 끝내 회복 불능의 상황까지 갈 수도 있었다.

“후후.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군. 그렇다면 어디 계속해 볼까?”

동하가 서서히 그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불사의 능력을 가진 동하이기에 누구보다 지금 불사 종족의 상태가 어떤지 잘 알고 있었다.

“으으.”

삼백여 명의 테스터들이 잔뜩 주눅이 든 얼굴로 뒤로 주춤 거렸다.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절대로 무릎을 꿇지 않는 불사 종족이 그리고 싸울수록 투지가 이는 불사 종족이 동하 한 명에게 겁을 집어먹은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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