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이드 만물상점-146화 (146/167)

<-- 146화 : 어벤저스 프로젝트-05 -->

“투명화 능력까지 넣겠다니 자네 정말 제정신이 아니로군.”

“무엇이든 통과시킬 수 있는 투명화 능력은 확실히 악마의 능력이지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놈을 이긴다고 확신할 수 없습니다.”

“자, 자네 설마?”

“상황이 여기까지 왔는데 더 이상 무엇을 망설이겠습니까?”

시얀의 의지는 단호했다.

이미 한번 동하로 인해 자존심은 물론이고 명예마저 땅에 처박힌 뒤였다.

동하를 이기려면 기존에 타누스 박사와 함께 설계했던 우주 멸망 프로젝트에서 한 단계 더 진화된 능력들이 필요했다.

시얀은 금속 액체 능력을 동하에게 빼앗긴 전례가 있어서 한두 개의 능력 가지고는 좀처럼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박사님께서 타임 리버스 능력을 맡아 주십시오.”

“으음.”

타누스 박사의 입에서 절로 앓는 소리가 흘러 나왔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시얀이 그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할 때부터 불길한 기운이 들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싶었던 것이다.

“이보게, 시얀. 그건 단지 15년 전에 학술지에 발표했던 것으로 아직은 미완성인 능력들이네.”

“과연 그럴까요? 박사님께서 그림자 종족의 능력을 몇 년 동안 심도 깊게 연구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시간을 정복하는 건 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샤이언 종족에게도 숙제와 같았다.

결계를 만들고 아이템을 이용하거나 아니면 블랙홀과 중력을 이용해 시간의 흐름을 느리게 만들 수는 있어도 미래로 간다든지 과거로 타임 슬립을 하는 건 아직까진 불가능한 영역이었다.

하지만, 타누스 박사는 자신들이 정복한 이계 종족 중에서 타임 슬립에 대한 단서를 찾아냈다.

그게 바로 그림자 종족의 능력이었다.

그들의 움직임은 기이할 정도로 빨랐다.

사물의 그림자에 자신의 모습을 숨길 수 있는 건 물론이고 빛의 각도에 따라 자신의 모습을 몇 개로 나눌 수도 있었다. 또한 그림자가 있는 곳이라면 수백 수십 킬로미터도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었다.

그림자 종족과 정식으로 싸우면 누구도 이길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야행성 종족이라 밤에는 무적이나 낮에는 한없이 약하다는 맹점이 있었다.

당시 타누스 박사는 그림자 종족의 능력에서 타임 리버스의 가능성을 엿보고 몇 년 동안 연구했던 것이다.

“상당 부분 연구에 진척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래도 아니라고 하시겠습니까?”

“자, 자네 정말?”

“박사님께서 그림자 종족의 능력에서 타임 리버스의 힌트를 얻을 줄은 몰랐습니다.”

확신에 차 있는 시얀의 목소리에 타누스 박사는 더 이상 속일 수 없음을 깨달았다.

타임 리버스 능력은 시간의 흐름과 관련이 있었다.

본인의 시간은 평소와 똑같이 흐르지만, 주변의 시간을 느리게도 만들고 빠르게도 만들 수 있었다. 그럼 결과적으로는 자신의 움직임이 엄청나게 빠르게 되기도 하고, 슬로모션을 취한 것보다 더 느리게 변할 수도 있었다. 이것이 잘못 쓰이면 우주의 법칙이 망가질 수 있었다.

“자네 정말 그림자 종족의 능력을 탑재할 생각인가?”

“어디 그뿐인 줄 아십니까? 공간 도어 능력도 원하고 있습니다.”

“그, 그걸 자네가 어떻게 알고……?”

타누스 박사는 두 눈을 크게 치떴다.

공간 도어 능력은 허공에 문을 만들고 상대의 공격을 흡수했다가 원하는 공간을 열어 상대의 공격을 내뿜는 것이었다.

이는 공간이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좀 더 진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한 번에 두 개의 좌표를 설정해야 하는데, 이는 샤이언 종족에게도 거의 금단의 영역으로 불리고 있었다.

하긴 그럴 법도 했다.

기존의 공간이동은 미리 좌표가 세팅이 되어 있었지만, 공간 도어 능력은 무의 상태에서 좌표를 만들고 수정해야 한다. 더구나 고수들 간의 대결에서는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이루어져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공간 도어 능력은 최강의 무기라 할 수 있었다.

한데, 타누스 박사가 끝내 실험에 성공한 것이다. 그는 당시 9성급 몬스터에 공간 도어 능력을 장착할까 싶었지만, 그 스스로도 공간 도어 능력에 두려움을 느꼈다. 이 능력 하나만으로도 거의 죽이는 게 불가능할 판인데, 다른 무적의 능력까지 더해지면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만에 하나 통제 불능의 상황이 발생하면 9성급 몬스터를 자체 파괴할 수 있는 수단도 마련해 두어야 하는데, 이때는 그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었다.

투명화 능력은 레이스 종족이라 불리는 언데드 계열의 유령이었다. 그들은 일반 물리력으로는 절대 타격을 입힐 수 없고, 오직 판타지 계열의 마나에만 반응을 한다.

특히 신성력에 약해서 절대상극이라 할 수 있었다.

그에 반해 타임 리버스 능력과 공간 도어 능력은 샤이언 종족이 만들어 낸 기술이었다.

타누스 박사는 소름이 돋았다.

이 세가지 능력만으로도 동하는 결코 상대가 될 수 없을 터였다.

하지만, 시얀은 이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고 있었다. 그는 동하에게 없는 능력들을 대거 탑재할 생각이었다.

그것들 모두 타누스 박사가 금단의 영역이라 생각하고 기존에 9성급 몬스터를 설계할 때 제외했던 것들이었다.

“자네 정말 제정신이 아니군. 자네는 이 모든 능력들을 다 집어넣었을 때 나올 후폭풍이 무섭지도 않단 말인가?”

“그렇다면 9성급 능력을 지닌 그놈을 무슨 수로 이길 수 있을까요? 애초에 우리가 9성급 몬스터를 설계할 때 최고의 전사로 만들었단 말입니다.”

“아,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지나친 거 아닌가?”

“흥, 박사님은 그놈의 손에 샤이언 종족이 멸망을 당하길 바라는 겁니까?”

“평화를 약속하면 자연스레 해결될 일이네. 대 예언가 율리언트 역시 그걸 바라고…….”

“샤이언 종족에게 평화는 없습니다. 겨우 그따위 미개한 놈들이 무서워 평화협정이라니. 박사님이야말로 제정신입니까?”

시얀은 예전의 충실한 모습이 아니었다.

그는 동하에게 기계 골렘을 빼앗긴 이후 복수의 칼을 갈아오고 있었다. 그것이 지금 광기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의회에서 반대할 걸세.”

“후후, 그건 박사님이 모르셔서 하는 말입니다. 이미 의회에서도 승인한 일입니다. 카일과 제 계획을 듣고는 시간까지 연장해 주었지요.”

“그, 그럴 리가…….”

타누스 박사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시얀만 미친 줄 알았더니 이제 보니 의회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대 예언가 율리언트가 예언한 상대가 혹시 동하가 아니라 시얀이 앞으로 만들 괴수가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만큼 시얀은 동하는 절대 상대도 되지 않는 가공무쌍의 괴수를 만들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 끔찍한 일이었다.

옛말에도 자신의 몸무게 이상의 도끼를 휘두르면 결국 그 도끼를 제어하지 못하고 자신을 찌르기 마련이다. 한마디로 위험한 것을 다룰 때에는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인데, 지금 시얀과 의회는 그 경고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상태였다.

☆ ☆ ☆

그 시각.

동하의 진영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 변화의 시작은 기계 종족이었다.

기계 종족의 가세는 동하에겐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도 같았다.

당장 통제 센터를 수리하는 일만 해도 그랬다.

동하 혼자서는 시간의 흐름을 되돌려 놓는 것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서 계속 허탕만 치고 있었다. 게다가 동하는 최상위 랭커들을 만나는 것까지 하려다 보니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이제 동하는 시간의 흐름에 관한 것은 테이커에게 모두 맡기고 최상위 랭커들을 만나는데 집중할 수 있었다.

테이커의 출발은 그리 좋진 않았다. 켄지의 반 협박에 샤이언 종족을 버리고 동하를 선택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한 번 결정한 이상 두 마음을 품을 정도로 어리석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이야 말로 동하에게 기계 종족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는 기계 종족 내에서 수리공으로 유명한 자들을 데려왔고, 그의 지휘 아래 수리공들이 통제 센터를 수리하기 시작했다. 잠시의 휴식도 없었다. 단순히 시간문제만이 아니라 동하가 복구한 인공지능 시스템에서도 부족한 부분을 복구하는데 애썼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테이커가 지친 표정으로 동하에게 다가왔다.

“다 됐네.”

“그게 정말입니까?”

“삭제된 시스템 중에서 시간에 관한 건 우리가 고칠 수 있었지만, 시간을 왜곡하는 결계는 샤이언 종족만이 할 수 있네.”

테이커는 기계 종족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잠시도 쉬지 않았다.

하지만, 완벽하게 시스템을 고치지 못해서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다.

“예전에 비하면 시간의 흐름이 조금 빨라졌네. 하지만, 기계 종족의 능력으로는 이것이 한계일세.”

테이커의 설명에 따르면 이랬다.

예전에는 이틀에 1시간 꼴이었다.

만물상점에서 이틀을 보내면 현실에서는 고작 1시간 남짓 흘렀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틀에 6시간 정도가 흘렀다.

예전에는 7일 동안 필드에 들어가 레이드를 하고 나와도 겨우 몇 시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지금은 이틀 정도가 지나는 셈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차이가 컸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이 정도면 충분히 원하는 시간을 벌고 사람들을 수련시킬 수 있을 터였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어느새 지구 시간으로 새벽 무렵이었다. 동하가 지수를 만나 얼음 던전에 갔다가 만물상점에 온 지도 어느새 12시간 정도가 흐른 뒤였다.

시간은 무섭게 흐르고 있었다.

동하는 시간에 쫓겨서 마음만 급하던 참이었다.

그나마 이제부터 만물상점에서 보내는 시간이 현실보다 느리게 흐를 터여서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인공지능 시스템도 여러 부분에서 새롭게 복구된 게 있어서 동하는 두 배의 기쁨을 느꼈다.

하지만, 최상위 랭커들을 만나는 문제는 처음부터 삐걱대고 있었다.

성녀와 엘가나는 자신들이 공언했던 것처럼 랭킹 4위인 랭커를 동하에게 데려왔다. 그의 이름은 테일러. 검을 쓰는 검사였고, 이제 삼십대 중반의 나이였다. 무엇보다 소드마스터에 오른 무서운 실력자였다.

하나 그는 동하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테스터들이 한데 뭉쳐서 샤이언 종족과 맞서 싸워야 한다는 성녀의 말에는 공감했지만 그렇다고 그 중심이 동하가 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아마 성녀가 간곡하게 부탁하지 않았다면 동하를 만나러 오지 않았을 터였다.

그건 무림 종족과 닌자 종족 그리고 기계 종족의 최상위 랭커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각자 곤륜노자와 타쿠마 등이 설득을 해서 동하 앞에 데려오긴 했지만, 표정이 썩 밝지 못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그들은 하나같이 자존심이 세고 호승심이 강해서 다른 사람들과 쉽게 융합이 되고 조화를 이루기는 어려웠다. 하물며 특별한 접점이 없는 동하에게 먼저 머리를 숙이고 들어간다는 건 어불성설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그들은 양호한 편이었다.

최상위 랭커들 중에는 정중하게 부탁을 했는데도 오지 않은 자들이 더 많았다.

야수 종족은 타오와 야이가 노력을 했지만, 끝내 실패하고 말았다.

그들은 창피해서 동하 앞에서 얼굴을 들지 못했다.

자신들만 데려오지 못한 꼴이었다.

동하의 수족임을 자처하던 그들로써는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다른 종족 쪽에서는 대놓고 불만을 터뜨렸다. 거인 종족은 성격이 불같고 호전적인 종족이라 동하를 쉽게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불사종족에는 랭킹 1위인 루한이 있었다. 동하가 직접 찾아와 영접을 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오라 가라 한다는 건 대놓고 아랫사람 대하는 것이라며 불쾌감마저 쏟아냈다.

“면목이 없네.”

“아무래도 우리가 생각이 짧았던 것 같네.”

“그들에게 좀 더 정중하게 부탁을 했어야 했는데…….”

“글쎄요.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어쩌면 테스터들 사이에 쥐새끼들이 섞여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쥐, 쥐새끼라면……?”

“바로 차원의 관리자들 말입니다.”

기계 종족 내에도 퉁크로 변장을 하고 접근을 했으니 다른 종족이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었다. 아마 이런 식으로 여론을 조장하고 분열을 일으켜 종국에는 자중지란이 벌여 보자는 심사인 것 같았다.

“흐음. 듣고 보니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군.”

“차라리 잘 된 것 같습니다.”

동하는 어느 정도의 반발은 예상하고 있던 참이었다.

이계 종족의 능력자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 일이니 결코 쉬울 리 없었다.

하물며 그들이 한데 조화를 이뤄 샤이언 종족과 맞서 싸우려면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몰랐다.

하지만, 동하는 그렇게 될 때까지 기다릴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무엇보다 힘에는 힘이었다. 쥐새끼를 찾는다는 명분이라면 도장 깨기를 하던 무엇을 하든 충분할 것 같았다.

“자네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

“이제부터 쥐새끼들을 찾아내야죠.”

일명 알아서 기어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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