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이드 만물상점-144화 (144/167)

<-- 144화 : 어벤저스 프로젝트-03 -->

어벤저스 프로젝트라고 말할 수 있었다.

마블 코믹스의 만화 중에서 지구와 우주의 능력자들을 한데 모아 팀을 결성한 것이 바로 어벤저스인 것처럼…….

동하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주변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동하는 지구의 각성자들은 물론이고 외계 종족의 상위 랭커들까지 자신이 만든 팀에 끌어들일 생각이었다.

샤이언 종족 대 우주 연합. 그 중심에 단연 동하가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상위 랭커는 1위에서 10위까지이다.

이들은 일명 최상위급 랭커들이다.

더 많은 랭커들을 끌어들이면 좋겠지만, 동하에겐 그들 모두를 설득하고 끌어들일 만한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지금 동하의 능력으로 랭커들의 순위를 복구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사람의 생각이 제각각 다르듯 테스터들의 마음 역시 각양각색이라는 것이었다.

과연 최상위 랭커들이 순순히 동하의 뜻에 따라줄 지는 의문이었다. 그들 중에는 동하에게 반감을 품고 있는 자들도 있을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샤이언 종족이 내건 정책에 따라 상위 랭커들은 노예로 전락한 가족을 구하고 종족이 정착할 수 있는 행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더 목숨을 걸고 필드를 뛰었던 것이다.

VIP와 VVIP에 가족과 종족의 운명을 걸려 있었다.

한데, 동하가 만물상점을 빼앗고 샤이언 종족에게 위협을 가하면서 그 기회가 완전히 날아간 셈이었다. 이건 곧 가족과 종족의 운명도 덩달아 날아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래서였다.

동하는 원래 이 문제는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그들을 설득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뒤틀리면서 부득이하게 계획을 앞당겨야만 했다.

“그 문제는 우리가 한번 해결해 볼게요.”

성녀와 엘가나가 먼저 나섰다.

최상위 랭커 중에 판타지 종족이 있었고, 성녀와 엘가나도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특히 성녀는 판타지 종족 내에서도 명망이 높아서 충분히 설득할 자신이 있었다.

“흐흐, 그렇다면 우리도 질 수 없지.”

“크크, 우리가 가장 먼저 성공해서 주군의 마음을 기쁘게 해드려야겠군.”

평소 동하의 수하를 자청하고 다니던 타오와 야이는 이런 일에 빠질 수 없었다.

야수 종족에게도 최상위 랭커가 있었다.

문제는 타오와 야이가 상위 랭커와 전혀 일면식이 없다는 것이지만, 그래도 같은 종족인 타오와 야이가 나서는 게 분란의 여지를 최소화하면서 야수종족을 끌어들일 수 있는 최선이었다.

무림 종족과 닌자 종족에게도 최상위 랭커들이 있었다.

남궁혜와 왕세기 제갈소연은 자신들의 인맥을 총 동원해서 최상위 랭커와 접촉을 가질 생각이었고, 켄지와 타쿠마는 닌자 종족의 상징과도 같아서 어렵지 않게 최상위 랭커와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은 네 개 종족이 전부로군요.”

동하는 이것만으로도 만족이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가 않았다.

“그나저나 랭킹 1위인 불사종족의 루한은 어떻게 하지?”

“아! 그러고 보니 랭킹 2위가 괴수 종족이고 3위가 기계 종족의 테스터잖아?”

사람들의 근심이 깊어졌다.

이들에게는 그들과 접근이 가능한 루트가 전혀 없었다.

최상위 랭커라고 해도 1위부터 3위까지는 크게 실력의 차이가 없지만, 4위 이후에는 제법 실력의 차이가 나기 시작한다. 보통 1위와 10위는 실력에 있어서 그야말로 하늘과 땅 만큼이나 실력 차이가 엄청나다.

랭킹 4위는 판타지 종족의 테스터였다. 설령 최상위 랭커를 모두 설득한다 해도 1위부터 3위 랭커를 끌어들이지 못하면 이건 절반의 성공에 지나지 않는다.

그때, 켄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건 내가 한 번 해보겠네.”

동하는 물론이고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깜짝 놀랐다.

“어르신이 말입니까?”

“다른 종족은 모르겠지만, 내가 기계 종족과 약간의 친분이 있다네.”

“그게 정말입니까?”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

더구나 켄지는 나이가 지긋한 노인이라 문명이 발달한 기계 종족과는 더더욱 어울리지 않았다.

“사실 아직까지 적응이 잘 되지 않는다네.”

그래도 우정은 나이를 떠나 국경을 넘어 종족까지 초월했다.

그게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다섯 가지 원소 중 하나인 심해의 구슬과도 관련이 있었다.

원래 기계 종족은 물과는 상극이었다.

한데, 어느 날 기계 종족의 테스터 중 한 명이 필드에서 함정에 빠졌는데, 그게 하필이면 물이 가득 차 있는 깊은 웅덩이였다. 기계 종족의 테스터는 물에 빠지는 순간 모든 힘이 사라지고 전원이 꺼질 위기에 처했다.

그건 곧 죽음이나 다름없었다.

바로 그때 그곳을 지나가던 켄지가 그를 물속에서 꺼내주고 몸속에 침투했던 물을 깨끗하게 제거해 주었다.

“그 이후부터 우리는 종종 만물상점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로군요. 한데, 어르신.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마른 걸레로 닦는다고 해도 몸속에 스며든 물기를 완벽하게 제거하진 못하지 않습니까?”

기계 종족의 몸은 복잡한 회선과 전자장치로 되어 있어서 한번 물에 젖으면 합선이 되어 망가지기 십상이었다.

하긴, 기계치나 다름없는 켄지가 정교하게 만들어진 기계 종족의 테스터의 몸속에 스며든 물기를 닦아준다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이었다.

“헛헛! 그럴 리 있겠나?”

켄지가 빙그레 웃으며 품속에서 엄지손톱 크기만 한 구슬을 꺼냈다.

동하는 그걸 보는 순간 속에서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이, 이건?”

“바로 ‘심해의 구슬’일세.”

물은 모든 종족에게 생명의 근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닌자의 종족에겐 특히 더 그랬다.

닌자 종족에겐 여러 부족이 있는데 그 중 바다 일족은 폭포에서 수련을 하고 거친 바다와 싸우며 기예를 단련한다.

그런 그들에게 ‘심해의 구슬’은 생명과도 같았다.

심해의 구슬은 물을 조종하고 움직일 수 있을뿐더러 의지에 따라 공격도 하고 수비도 하며 사물과 동화도 만들 수 있었다.

“바로 이렇게 말이네.”

켄지의 한 손에는 컵을 들고 있었다.

컵 속에는 물이 절반가량 담겨 있었는데, 심해의 구슬에 반응을 하는 순간 곧바로 검이 되었다가 이내 모양이 바뀌더니 조그만 방패가 만들어졌다.

주변에 물만 있다면 심해의 구슬로 어떤 형태로든 조종이 가능했다.

“아!”

“대단하군요.”

“그것 참. 볼수록 신기하네.”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심해의 구슬로 기계 종족의 테스터를 구해주었다는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니었다.

켄지가 아무런 미련 없이 심해의 구슬을 동하에게 건네주었다.

“자, 여기 있네.”

“이, 이걸 왜 저에게…….”

“처음에 자네가 우릴 만났던 이유가 심해의 구슬 때문 아닌가? 자네가 닌자 종족을 구해주겠다는 약속을 지켰으니 이젠 내가 약속을 지킬 차례네.”

동하는 그동안 기계 골렘과 싸움도 있었고, 통제 센터를 복구한다고 정신도 없어서 정작 심해의 구슬은 잊고 있던 참이었다.

하지만, 켄지는 계산이 정확한 사람이었다.

원래 닌자 종족들의 특성은 복종 아니면 항쟁이었다.

동하가 샤이언 종족과 항전을 선언한 지금 그들은 목숨을 바쳐 충성할 마음이 되어 있었고, 심해의 구슬을 건네준 건 일종의 예물이라 할 수 있었다.

동하에겐 고마운 일이었다.

이로써 동하는 다섯 개의 원소 중 세 개를 수중에 넣었고, 이제 공기와 불. 두 개의 원소만 남은 상태였다. 나머지 두 개의 원소의 행방은 상위 랭커들을 만나면 물어보고 행방을 추적할 생각이었다.

‘참, 성녀가 카일에게 빼앗겼다는 에스테리아의 눈물도 있었군.’

이것이야말로 샤이언 행성에 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카일의 손에서 에스테리아의 눈물을 다시금 빼앗아 와야만 했다.

☆ ☆ ☆

통제 센터에는 동하 혼자만 남아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최상위 랭커들을 만나기 위해 각자의 종족이 있는 곳으로 나간 상태였다.

그들이 도와준 덕분에 동하는 일이 한결 수월해졌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아무리 쉬운 일도 서로 협력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법이다. 하물며 어려울 일은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사실 지금 동하는 상위 랭커들을 끌어들이는 것보다 정상으로 변한 시간을 되돌려 놓는 일이 더 시급했다. 삭제된 파일이나 프로그램 안에 정상으로 돌아온 시간과 관련된 내용이 없어서 동하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감조차 찾지 못하고 있었다.

“흐음.”

벌써 한 시간 넘게 헤매고 있는 중이었다.

얼마나 집중을 했던지 한서지체인 동하의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힐 정도였다.

동하는 기계 골렘의 힘을 흡수하고 기계 종족의 능력을 대폭 각성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완벽하게 대성한 건 아니었다.

더구나 통제 센터의 시스템은 단순히 기계 종족의 능력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고도로 발달한 샤이언 종족의 문화와 기술이 집약되어 있어서 솔직히 동하 혼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바로 그때였다.

켄지가 두 명의 기계 종족의 테스터를 데리고 통제 센터를 찾아왔다.

한 명은 2미터가 넘는 키에 두 팔이 기계로 되어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온몸이 기계로 되어 있었다. 어찌보면 인공지능 로봇 같기도 했다.

“어르신, 오셨습니까?”

“늦어서 미안하네. 이쪽이 아까 말한 테이커일세. 찾느라 한참 걸리긴 했지만, 마침 만물상점에 접속해 있더군.”

켄지가 소개해 준 테이커는 인공지능 로봇 같이 생긴 자였다.

원래 기계 종족은 모습에 따라 크게 두 가지 종족으로 나뉜다.

온몸이 기계로 장착이 되어 완벽한 로봇인 자와 팔이나 다리 그리고 가슴 등 신체의 일부분만 기계를 장착해서 인간과 기계가 같이 공존하는 자, 완벽한 로봇은 기계 종족 내에서도 전사로 통하는 경우가 많았고, 일부분만 기계를 장착한 자는 전투와 수리 모두에 능했다.

그건 이미 동하도 알고 있어서 그리 어색한 일은 아니었다.

예전부터 동하는 쇼핑하기 위해 F블럭에 간 적이 많아서 기계 종족의 두 종족을 많이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최동하라고 합니다.”

“허헛! 정말 영광이로군. 자네의 소문은 귀가 따갑게 들었네.”

온몸이 기계이고 로봇처럼 생기다 보니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말투를 보면 연식이 꽤 오래된 것 같았다.

켄지가 이번엔 두 팔이 기계인 자를 소개시켜 주었다.

“이쪽의 이름은 퉁크. 기계 종족 내에서도 유명한 수리공이라네.”

“아! 그렇습니까?”

“후후. 테이커에게 상황을 설명하던 도중에 통제 센터의 이야기를 듣고는 자네를 도와주겠다고 찾아왔네.”

켄지는 한눈에도 동하가 정상으로 변한 시간을 되돌리지 못했다는 것을 직감했다.

자신이 심해의 구슬 말고도 동하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에 나이도 잊은 채 기쁨의 미소가 나오고 말았다.

“마침 잘 됐습니다.”

동하가 퉁크에게 허리를 숙여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렇지 않아도 혼자서는 버거워서 어찌해야 좋을지 난감해 하던 참이었습니다.”

“핫핫! 감사 인사는 시스템을 복구한 다음에 받기로 하지. 어쩌면 나도 고칠 수 없을지도 모르니 말일세.”

그는 동하에게 무척이나 호의적이었다.

동하는 그야말로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기계 종족 내에서도 유명한 수리공이라면 분명 자신이 보지 못하고 놓치고 지나간 부분을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동하의 눈빛이 예리하게 반짝거렸다.

퉁크의 턱 주위에 아주 미세하게 선이 있었다.

너무 정교해서 하마터면 동하도 놓치고 지나칠 뻔 했다.

‘인피면구다.’

그러고보니 퉁크의 목과 얼굴의 피부가 미묘하게 달랐다.

아마 동하가 두 번이나 환골탈태를 하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놓치고 지나쳤을 것이었다. 그의 안력은 가히 신의 경지에 이르러 신안통을 이룬 상태였다. 그런 동하의 안력으로도 겨우 눈치 챘을 정도이니 켄지는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인피면구는 무림 종족의 아이템 중 하나로 원래는 단순히 얼굴을 변장할 때 사용하는 것이지만, 만물상점에서 파는 건 마법이 인챈트 되어 있어서 원하는 모습으로 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격이 제법 고가이기도 했고, 자신의 능력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무림 종족들은 거들떠도 보지 않았었다. 그건 동하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최근에 카일이 대대적으로 동하를 찾기 시작하면서 판매가 중지 되었던 상품이었다.

“잠깐.”

“무슨 일이십니까?”

퉁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동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제 거의 다 된 밥이었다.

그토록 바라던 통제 센터에 들어선 것이다.

사실 그는 카일이 통제 센터를 버리고 만물상점을 빠져 나가기 직전에 자신의 수하들 중 몇 명을 테스터들 사이에 심어 놓았다. 워낙 은밀하게 이루어진 일이라 설령 가까운 지인들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가짜 퉁크의 목적은 통제 센터에 접근해서 시스템을 재 해킹하는 것이었다.

그는 란테가 주었던 파일을 심어 놓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동하와 가까이 마주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가짜 퉁크는 기계 종족의 능력을 각성한 차원의 관리자였고, 샤이언 종족 내에서는 열 손 가락 안에 드는 무서운 강자였다.

하지만, 그런 그 조차 지금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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