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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드 만물상점-143화 (143/167)

<-- 143화 : 어벤저스 프로젝트-02 -->

상황은 빠르게 정리가 되었다.

차경철은 죽고 다섯 명의 원딜은 감옥에 수감이 되었다.

그들은 능력을 각성한 신인류 최초로 범죄자가 되는 순간이었다.

원래 정부에서는 신인류에게 면책특권를 주고 어떤 죄를 지어도 처벌하지 않겠다는 조건의 특혜를 약속했지만, 신인류 사이에 벌어진 범죄는 면책특권을 약속한 것과는 또 다른 사안이었다. 더구나 동하까지 개입된 일이기에 정부에서는 동하 쪽의 손을 들어 줄 수밖에 없었다.

경찰에서조차 면책특권을 받았기에 차경철을 죽인 지수의 죄를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수는 이건 표면적인 이유일 뿐, 모든 게 동하라는 존재 덕분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지?’

텔레비전에서 동하가 무기 출시 국가를 발표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젊은 나이에 대단하단 생각은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까지 정부에서 모든 편의를 봐줄 수 있을까 싶었다.

이건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모든 신인류의 특권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대통령의 아들인가?

일단 성이 다르니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동하가 각성한 증폭 계열의 능력만 해도 그랬다.

다른 계열의 능력에 비해 특별한 건 있지만, 그래도 쿨 타임이 길어서 반쪽짜리 능력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건 서막에 불과하다는 것을 지수는 오래지 않아 깨달았다.

동하가 살아나왔다는 소식이 상부에 전해지는 순간 대통령과 청와대의 보좌관들이 동하를 보기 위해 아파트 공사 현장을 찾아왔다.

우선 그것만으로도 지수에겐 충격이 다름없었다.

텔레비전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누가 보면 꼭 미국 대통령쯤 되는 사람이 대한민국을 방문한 줄 착각할 것 같았다.

한데, 대통령이 동하에게 머리를 숙여가며 사과를 하는 것이 아닌가?

동시에 관련 법규가 아직 국회에 통과되지 못해서 발생한 일이라며 보좌관들을 질책했다.

보좌관들은 책임을 통감하며 동하의 눈치를 보는 데 급급했다.

동하의 손에 미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 등 전 세계가 전전긍긍했다.

비록 동하가 나이는 어려도 전 세계를 쥐락펴락 했던 사람이라 보좌관들의 얼굴엔 은근히 두려움마저 떠올랐다.

대한민국이 국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지금, 그걸 해결해 줄 사람은 동하 밖에 없었는데 동하가 지금 현재 나라가 처한 상황을 모른 체하며 손을 놓아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맙소사.”

지수는 보고도 믿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대통령조차도 동하에게 쩔쩔매는 모습은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았다.

그건 그녀와 함께 죽음의 역경을 함께 헤쳐 나온 동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대통령과 보좌관들이 동하를 둘러싸고 안부를 묻고 걱정을 하며 질책을 쏟아내는 광경에 벌린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부, 부 마스터. 최동하 씨 정말 신입 각성자 맞습니까?”

“하아.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에요.”

“신입 각성자가 맞든 아니든 그게 뭐가 중요해? 어쨌거나 최동하 씨와 손잡고 길드를 만들면 대박날 거 같지 않아?”

“그거 괜찮은 생각인데. 정부의 지원도 확실할 거 같고 증폭 계열의 능력도 생각보다 쓸 만한 거 같고 말이지.”

“크흐흐, 그럼 대한민국의 모든 던전을 정복하고 돈이란 돈은 모두 쓸어 담을 수 있는 건가?”

그들은 생사를 함께 하다 보니 이전보다 더 잘 마음이 통했다.

한마디로 전우애라고 할 수 있었다.

그건 동하도 자신들의 생각과 마찬가지일 거라고 벌써부터 김칫국을 마시고 있었다.

☆ ☆ ☆

1차 언더커버 보스는 나름 성공적이었다.

예상치 못한 동료의 배신이 있었지만, 던전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었다. 그것이 오히려 기회가 되어 옥석을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게 해 주지 않았던가?

어찌 되었든 동하는 한 번의 레이드로 지수를 비롯해서 세 명의 딜러와 두 명의 근딜을 얻을 수 있었다.

그들의 능력은 다른 외계 종족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긴 했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만물상점의 아이템들과 훈련 프로그램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어서 동하에게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2차 3차 언더커버 보스를 통해 더 많은 각성자들을 얻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었다.

하지만, 동하에겐 시간적인 여유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였다.

언제까지 길드를 따라 던전에 들어가서 옥석을 구분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만물상점을 빼앗은 지 벌써 열흘이란 시간이 흐른 상태였다.

이 정도의 시간이면 샤이언 종족이 어떤 식으로든 반격을 가해오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에 반해 동하의 프로젝트는 실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동하는 별다른 준비도 하지 못한 채 샤이언 종족의 반격을 맞게 될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동하는 만물상점과 지구에 벌여놓은 일이 많은데, 양쪽 모두 집중해서 일을 처리하기에는 하루 24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주목한 게 지수였다.

그녀의 성정이라면 충분히 일을 믿고 맡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정지수 부 마스터.”

“예?”

“우리 잠깐 이야기 좀 할까요?”

“그러죠.”

지수 역시 동하에게 묻고 싶은 게 많았다.

동하가 정부의 청탁을 통해 로열 길드에 들어온 것부터가 이상했다.

아무리 봐도 동하는 처음 던전에 들어온 신입이 아니었다. 그러기에는 너무 침착했다.

당연히 동하가 최근에 능력을 각성한 것이 맞는지 그리고 정말 능력을 한 번 사용하면 쿨 타임이 그렇게까지 긴 것도 의문이었다. 하긴, 대통령과 청와대의 보좌관들이 동하에게 쩔쩔매는 것부터가 의문이었다.

하지만, 지수는 정작 동하에게 아무것도 물어볼 수 없었다.

동하가 그녀에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제안을 했기 때문이었다.

“합격입니다.”

“뭐, 뭐라고요?”

“정지수 씨의 용기와 의기에 감탄했습니다. 이것으로 정지수 씨는 괴수를 보내고 던전을 만든 자들과 싸울 수 있는 자격을 얻었습니다.”

한마디로 테스트를 했단 뜻이었다.

기가 막힐 일이었다.

사람을 상대로 테스트를 했으면 미안하다고 사과부터 해야 정상인데, 오히려 동하의 눈빛과 말투에는 자신감이 넘치고 있었다. 동하의 눈빛은 정지수에게 ‘마치 자신의 눈에 들어왔으니 고마워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 아니 이 사람이 지금 뭐래?”

지수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합격?

누구 맘대로.

상식적으로 사람을 속이고 농락을 했으면 미안하단 말은 못해도 이렇게까지 뻔뻔하게 말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동하의 표정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아무 때나 오는 기회가 아닙니다. 정지수 씨에겐 충분히 영광스러운 일이죠.”

“흥, 웃기지도 않네. 댁이 그렇게 말하면 다른 사람은 고맙다고 말할지 몰라도 나는 어림없어요.”

지수는 뚜껑이 열리려는 것을 가까스로 참고 있었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다소곳한 성격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금만 해도 그랬다. 아마 던전에서 동하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면 벌써 검을 휘둘렀을지도 몰랐다.

동하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사실 자초지종을 설명하겠다며 지구가 멸망을 한다느니 샤이언 종족이 어떻다느니 하는 것들은 설명을 해주면 역효과가 일어날 수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십중팔구 거짓말로 생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동하는 사실을 말하는 대신 일부러 그녀를 자극하기 위해 뻔뻔하게 나갔다.

지수는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지로 삼키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좋은 자세였다. 아마 이런 인내가 이전 생애에서 그녀를 최고의 각성자가 될 수 있게 만든 자양분이 되어주었을지도 몰랐다.

“좋습니다. 자세한 상황은 차차 말씀 드리기로 하고 정부 차원에서 하는 일이라는 것만 알아주십시오.”

“쳇, 애국이면 모두 용서가 되는 시대는 이미 끝났어요.”

“그렇다면 이건 어떻습니까?”

동하는 괴수의 사체로 강화한 검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검법 계열을 각성한 지수였다. 검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설 만큼 깊이 빠져 있는 상태였다.

지수의 눈에도 사체로 강화한 검에서 서늘하면서도 살을 베일 것 같은 날카로운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지금 그녀가 손에 쥐고 있는 검과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났다.

지수는 얼떨결에 검을 건네받았다가 자신의 손끝을 타고 밀려오는 기운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온몸에 흥분이 일었다. 자신감이 충천하고 용기가 넘쳤다. 이 검을 쥐고 있노라면 모든 것이든 베고 가를 수 있을 것 같았다.

“대, 대단한 명검이군요.”

지수의 음성이 살짝 흔들렸다.

검법을 익힌 사람에게 명검은 생명과도 같은 일이었다.

“이것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한 권의 비급이었다.

겉표지에는 <화산파의 옥녀금침십삼검>이라고 적혀 있었다.

꿀꺽!

지수의 시선이 비급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던전 공략에 성공하면 아이템이 주어지는데, <화산파의 옥녀금침십삼검> 같은 상승의 검법은 가히 레어급이라 할 수 있었다. 돈을 받고 팔아도 수십 억 원이 넘을 수 있을뿐더러 직접 수련하면 순식간에 세계 최고의 신인류가 될지도 몰랐다.

명검에 무공초식까지.

괴수의 사체로 장비를 업그레이드만 할 수 있는 줄 알았던 지수에게는 가히 충격적인 일과도 같았다.

“원하면 이걸 정지수 씨에게 드릴 수 있습니다.”

“정말인가요?”

“그리고 나에겐 정지수 씨의 능력을 지금보다 몇 배 더 높여드릴 힘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입에서 나왔다면 코웃음이 문제가 아니었다. 아마 미친놈 소리를 들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지수는 더 이상 아무 의심도 하지 않았다.

동하의 말마따나 아무 때나 오는 기회가 아닌 것 같았다. 어쩌면 대통령이나 청와대의 보좌관들도 동하의 이런 부분 때문에 쩔쩔 매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런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줄 수 있다니. 최동하 씨는 정말 평범한 사람이 아니군요.”

“어떻습니까? 아직도 정지수 씨 생각에 변화가 없습니까?”

승패는 이미 결정된 상태였다.

동하가 무엇을 요구하든 지수는 거부할 수 없었다.

“나에게 원하는 게 뭐죠?”

☆ ☆ ☆

그 시각.

다른 대원들은 오매불망 지수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여전히 동하와 길드를 새로 만들어 던전을 공략하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거리가 멀어서 동하와 지수가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분위기가 심각해서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어려웠다.

“설마 신입이 부 마스터의 제안을 거절한 걸까?”

“그렇다고 부 마스터의 표정이 저렇게 심각한 건 조금 이상하잖아?”

“하긴. 언뜻 보면 불쾌한 걸 억지로 참고 있는 것 같기도 한데.”

“혹시 마스터 자리를 놓고 의견충돌이 생겨서 싸우고 있는 건가?”

“듣고 보니…….”

대원들의 표정도 덩달아 심각하게 변해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스터 자리를 놓고 동하와 지수가 다투고 있는 게 확실해 보였다.

그들 사이에 치열한 격론이 생겼다. 동하를 옹호하는 쪽도 있었고, 마스터는 지수가 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최동하 씨가 마스터가 되면 아무래도 정부의 지원이 빵빵하게 이뤄지지 않겠어?”

“아무리 그래도 신입이 무슨 마스터야. 던전에서는 경험이 조금이라도 많은 부 마스터가 제격이라고.”

의견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그렇게 한창 대원들이 다투고 있을 때였다.

지수가 넋을 잃은 표정으로 터덜터덜 그들에게 다가왔다.

“부 마스터, 어떻게 됐어요?”

“신입이 우리와 함께 길드를 만들어 던전을 공략하겠다고 합니까?”

“합격이래요.”

“예에?”

☆ ☆ ☆

동하는 대원을 선별하는 일을 지수에게 맡기고 만물상점으로 날아갔다.

지수는 동하의 제안을 받고 잠시 고민을 했지만, 결국 동하의 뜻에 따르기로 결정했다.

능력을 각성한 이상 강해지고 싶은 욕구는 어쩔 수 없었다.

더구나 동하는 그녀가 제안을 받아들이는 순간 자신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물론 대통령에게 했던 것처럼 죽어가는 외계인을 만나 능력을 얻은 것, 그리고 괴수들이 침공을 했을 때 강화 무기를 만들어 대비하게 되었다는 것 등 동하의 말이 계속 될수록 지수의 표정은 점점 심각하게 변해갔다.

모든 게 이해가 된다.

이러니 대통령이 동하에게 쩔쩔 맬 수밖에 없는 것도 당연했다. 동하가 무기 출시 국가를 발표할 때마다 텔레비전에 나왔던 것도 이제 이해할 수 있었다.

동하는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가동하기에 앞서 만물상점의 시간을 예전처럼 되돌려 놓을 필요가 있었다.

만물상점의 시간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동하는 여기에 사활을 걸었다.

시간의 흐름을 최대한 느리게 만들수록 샤이언 종족의 반격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그만큼 많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정상적으로 흘러가고 있다고요?”

남궁혜 등도 전혀 모르고 있던 바였다.

그들은 동하가 만든 필드에서 수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었지만, 누구 하나 시간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없었다.

하긴, 자신들의 세계로 돌아가 봐야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동하는 만물상점의 시간을 수리하는 한편, 삭제된 필드의 순위를 복구하기 시작했다.

동하는 무림 종족과 판타지 종족 등 두 개의 아이디가 있었지만, 순위가 그리 높진 않았었다.

그에 반해 상위 랭커들도 있어서 그들은 모든 테스터들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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