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이드 만물상점-120화 (120/167)

<-- 120화 : 사람 잘못 건드렸어-01 -->

“아 놔.”

조폭들은 어이가 없어서 말이 다 안 나올 지경이었다.

이건 단순히 ‘겁 대가리’를 상실한 것으로밖에 설명이 되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정신이 홱 돌아간 계집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팔짱을 낀 채 또랑또랑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미현을 보면 미친 것 같진 않았다.

아니, 오히려 지극히 정상에 가까워 보였다.

“허어. 감히 우리에게 반말을 지껄였단 말이지?”

“오냐, 좋다. 네 오빠라는 놈이 얼마나 잘났는지 어디 상판 좀 보자.”

“흥! 3초만 기다려. 전화를 하면 바로 올 거니까 너희들은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해야 할 걸?”

그리고는 미현은 핸드폰을 주머니 속에서 꺼냈다.

“풉!”

“아이고, 그러셔요?”

조폭들은 빵 터진 나머지 배꼽을 잡고 웃었다.

이건 뭐, 어지간한 코미디 프로보다 더 웃기는 상황이었다.

그들은 유명한 정치 깡패들이었다.

산전 수전에 공중전까지 겪은 프로였다.

설령 그 오빠라는 작자가 이곳에 있어도 조폭들이 눈 하나 깜짝할 리 없었다.

하물며 집안에 있으면 모를까 그게 아닌데도 3초만에 온다는 게 어디 말이 될 법한 소린가?

당연히 미현이 허세를 부려 자신들이 겁을 집어 먹도록 하려는 수작이 틀림없다고 그들은 생각했다.

순진한 건지 멍청한 건지.

하긴, 여고생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니 충분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뻔한 거짓말에 겁을 집어먹을 조폭은 세상 천지에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한데도 미현의 진지한 표정이 그렇게 웃길 수가 없었다. 오죽했으면 옆에 있던 미진이 기겁을 해서 미현을 말릴 정도였다.

“미현이 너 미쳤어? 아까부터 계속 왜 그래?”

“그건 언니가 몰라서 하는 소리야. 세상에서 오빠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오빠는 태권도 도장 한 번 다닌 적이 없는데 무슨 싸움을 잘한다는 거니?”

“미국에서 스승님께 배웠대.”

“뭐, 뭐라고? 너 설마 오빠의 미국 드립을 믿는 거야?”

일단 미진부터 황당한 나머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하물며 조폭들은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그들은 얼마나 웃었던지 눈에서 눈물마저 나왔다.

미국에서 배운 건 또 뭐고 두 자매가 서로 티격태격 싸우는 건 또 뭐라는 건지.

분명 같은 사람을 두고 말하는 것 같긴 한데, 어떻게 두 자매가 서로 다른 말을 할 수 있는지 황당할 정도였다.

따르릉!

미현이 전화를 걸자 오래지 않아 동하가 전화를 받았다.

“오빠!”

-이 시간에 무슨 일이니?

“큰일 났어. 집에 갑자기 깡패들이 쳐들어 와서 행패를 부리고 있다고.”

-깡패들이라고?

동하는 곧바로 차종호를 떠올렸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차종호의 성격을 봤을 때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었다.

‘감히 겁도 없이 가족들을 건드렸다 이거지?’

동하의 눈빛이 무섭게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미현아, 뒤에 누가 따라오고 있거든. 그 인간들을 따돌려야 하니까 10초만 기다려 줄래?

“알았어, 오빠.”

딸깍!

미현이 전화를 끊자 조폭들이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래, 네 오빠라는 작자가 뭐라고 하더냐?”

“이거 미안해서 어쩌지? 오빠가 10초만 기다려 달라네.”

“풉!”

다시 한 번 조폭들이 빵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쯤 되면 바보들의 합창곡을 보는 것 같았다.

눈앞의 미현도 제정신은 아닌 것 같아 보였는데, 이제 보니 오빠라는 작자도 정상이 아닌 모양이었다.

☆ ☆ ☆

부아아앙!

동하가 갑자기 액셀을 밟았다.

람보르기니 레벤톤의 성능은 세계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순식간에 100킬로미터가 넘더니 얼마 되지 않아 다시금 200킬로미터를 주파했다.

멀리서 뒤따라오던 제인이 화들짝 놀라 속도를 높였지만, 이미 동하의 람보르기니는 까마득히 멀어져 눈에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뭐야?”

제인은 망연자실 동하가 사라진 곳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자신이 미행하고 있는 걸 눈치 채고 일부러 속도를 높인 건지, 아니면 중요한 일이 생겨서 그런 건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상태로 아무리 속도를 높여봐야 동하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끙!”

제인은 허탈한 표정으로 인천으로 차를 몰기 시작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뭔가 일이 계속 꼬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한편, 무서운 속도로 제인을 따돌린 동하는 곧바로 공간이동을 펼쳐 인천으로 날아갔다. 동하는 만능자동차를 지상 주차장에 아무렇게 세워 놓고는 다시금 차 안에서 공간이동을 펼쳐 아파트 현관 앞으로 날아갔다.

정확히 10초가 지났을 때였다.

“다행이군.”

동하는 천천히 집에 들어섰다.

현관문은 부서져 있었고, 거실에는 10명의 조폭들이 험악한 기운을 뿌려대며 가족들을 위협하고 있는 중이었다.

“넌 뭐야?”

조폭들 중 한 명이 동하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모두의 시선이 동하에게 쏠렸다.

“오, 오빠.”

“동하야.”

가장 놀란 사람은 미진을 비롯한 가족들이었다.

시간을 보니 정말 미현과 전화 통화를 하고 나서 정확히 10초가 지나 있었다.

복도에 숨어 있다가 나타났어도 이렇게 시간을 맞춰 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하물며 동하는 지금 이 시간에는 대한텔레스에서 한창 집에 올 시간이었다.

조폭들은 이상한 표정으로 동하의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네놈이 그 오빠라는 작자냐?”

“이놈 이거 어디에 숨어 있다 기어 나온 거냐?”

10초 만에 나타난 것은 칭찬해 줄 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조폭들에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분명 동하가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나타났을 거라고 생각했다.

“헤헤, 오빠.”

미현은 반가운 표정으로 동하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 이럴까?

그 무서운 3성급 몬스터도 맨손으로 때려잡는 오빠였다. 미사일보다 더 강하고 탱크나 전차도 비교가 되지 않았다.

“너희들은 이제 다 죽었어.”

미현이 조폭들을 쳐다보며 자신의 목을 그어 보였다.

동하가 가족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다들 다친 곳은 없어?”

“우린 괜찮아. 한데, 오빠. 저기 현관문 부셔진 거 보이지? 저 인간들이 그랬어. 단단히 매운 맛을 보여줘야 한다니까.”

“후후.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단단히 매운 맛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조폭들의 뒤에 차종호가 있고, 차종호 뒤에는 또 일본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결국 일본이 자신을 건드린 격이었다. 그렇다면 전 세계에 똑똑히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 감히 자신을 건드리면 어떤 험한 일을 당하는지 말이다.

“차종호는 지금 어디 있냐?”

흠칫.

조폭들이 허를 찔린 나머지 잠시 주춤거렸다.

동하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조폭들은 이미 차종호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무언으로 시인한 셈이었다.

“멍청한 놈들이군.”

“으으, 이 새끼가 정말?”

조폭들도 뒤늦게 자신들의 실수를 깨달았지만, 그때는 이미 너무 늦은 뒤였다.

차종호가 알았다면 불호령이 떨어지고도 남을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들 무슨 상관인가?

이 자리에서 동하를 담가 버리면 끝이었다.

조폭들 두목이 부하들에게 눈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조져 버려.”

“맡겨 주십시오.”

가장 먼저 나선 사람은 키가 크고 몸매가 호리호리한 놈이었다.

조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놈은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 보이고 싶어서 안달이었다.

놈의 손에는 야구 방망이가 들려져 있었다. 놈은 한 발 두 발 동하에게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야구 방망이를 휘둘렀다.

전직 야구선수라도 되는 걸까?

방망이를 휘두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하나 동하의 눈에는 한없이 느리게 보였다.

동하는 굳이 인간들을 향해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레벨 차이가 너무 심했다.

하지만, 이미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예리한 눈과 날카로운 청력은 동하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스윽!

동하는 가볍게 발을 움직여 앞으로 미끄러져 나갔다.

순간 방망이를 휘두르던 놈의 자세가 와르르 무너져 버렸다. 놈이 놀라서 미처 피할 겨를도 없었다.

퍽!

어느새 동하의 주먹이 놈의 얼굴을 후려갈겼다.

맞아도 제대로 맞았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놈의 얼굴에서 피가 튀었다. 코가 부러지고 광대뼈가 주저앉았다.

“크아악!”

아파도 너무 아팠다.

이건 도저히 인간의 주먹이 아니었다. 놈은 선수 시절 140킬로미터가 넘는 직구에 몸을 몇 번 맞아봤지만, 동하의 주먹처럼 아프지는 않았었다.

그때였다.

얼굴을 부여잡고 주저앉는 놈의 복부에 동하의 주먹이 꽂혔다.

“컥!”

이젠 아픈 느낌도 들지 않았다.

숨이 턱턱 막히고 온몸의 내장이 완전히 뒤집어지는 듯한 충격에 주먹 두 방에 죽을 수도 있겠단 공포심이 몰려왔다.

쿵!

그것으로 끝이었다.

놈이 바닥에 쓰러졌을 때는 이미 입에 거품을 물고 정신을 잃은 뒤였다.

“뭐, 뭐야?”

조폭들이 소스라치게 놀라 두 눈을 의심해야 했다.

동하의 움직임이 너무 빨라서 뭐가 어떻게 되었는지 미처 육안으로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씨바.”

“이제 보니 제법 한가락 하는 놈이었군.”

“저 계집이 마냥 헛소리한 것은 아니었단 말이지?”

믿는 구석이 있으니 큰소리를 쳤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하지만, 그들은 산전수전 다 겪은 깡패들이었다. 더구나 그들은 여전히 아홉 명이었고, 동하는 한 명에 불과했다.

“네놈의 뼈마디를 잘근잘근 분질러 주마.”

이번엔 두목이고 수하들이고 할 것 없이 아홉 명이 일제히 동하에게 달려들었다.

좁은 거실에서 아홉 명이 동시에 움직이자 공간은 더욱 협소해졌고, 사방에서 온갖 연장이 마구 날아들었다.

이런 곳에서는 제아무리 날고 기는 싸움꾼도 바싹 긴장할 수밖에 없다.

놈들도 그걸 믿고 더욱 미친 듯이 날뛰었다.

하나 그게 얼마나 커다란 착각이었는지를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동하는 좁은 장소에서 마구 쏟아져 들어오는 연장들을 이리저리 피해 가며 놈들을 향해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으악!”

“크아악!”

아홉 명은 약속이나 한 듯 1초도 버티지 못하고 모두 달려왔던 자세 그대로 뒤로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세, 세상에.”

“맙소사.”

동하의 가족들은 서로의 눈을 의심했다.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마치 무협 영화의 한 장면을 보듯 절로 입이 벌어지고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저, 저게 지금 미국에서 배운 거라고?”

“언니, 갑자기 그건 왜 물어?”

“미국에도 소림사 스님이 사시나…….”

미진은 뭔가에 홀린 기분이었다. 오빠의 손바닥에서 장풍이 나와도 전혀 이상할 것 같지 않았다.

☆ ☆ ☆

“이것들은 10분이 훨씬 지났는데 왜 안 오는 거야?”

차종호는 차 안에서 기다리다 지쳐 줄 담배를 피워댔다.

시간은 어느새 20분을 넘어서고 있었다. 이렇게 약속을 어길 놈들이 아닌데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하지만, 차종호는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슨 일이 생길 만한 일이 없었다.

백 번을 생각해도 이건 놈들이 자신의 명령을 어기고 무슨 딴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이놈들을 그냥?”

차종호가 거칠게 담배꽁초를 바닥에 내던졌다.

“시장님. 제가 한번 올라갔다 올까요?”

양 기사는 차종호의 오랜 심복 같은 인물이었다.

“아니, 됐어. 그러다 누가 자네를 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알겠습니다, 시장님.”

양 기사는 다시금 시선을 운전대 앞쪽으로 돌렸다.

원래는 금방 일이 끝날 줄 알고 시동을 끄지 않고 있었는데, 이젠 시동을 잠시 꺼야 할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차종호가 발을 들어 담배꽁초를 비벼 끌려고 할 때였다.

똑똑!

누군가 창문을 두드렸다.

차종호가 무심코 시선을 돌려 창문을 쳐다보았다가 흠칫 놀라고 말았다.

동하가 그를 향해 씩 웃고 있었다.

창문은 선팅이 진하게 되어 있어서 밖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한데, 자신이 보이기라도 한 것처럼 동하가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에 차종호는 가슴이 서늘하게 내려앉았다. 그와 동시에 뭔가 일이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양 기사. 뭐해? 당장 출발해.”

“알겠습니다.”

시동은 이미 걸려 있었다.

양 기사는 기어를 놓고 액셀을 밟았다.

부아아앙!

하지만, 바로 그때였다.

쾅!

동하가 주먹을 휘둘렀다.

단단한 창문이 와장창 깨져 나가고 차종호는 유리 파편을 뒤집어쓰고 말았다. 차종호가 본능적으로 겁에 질려 잔뜩 웅크리는 순간이었다. 동하의 손이 번개처럼 다가와 차종호의 멱살을 낚아채고 확 잡아당기는 것이 아닌가?

“으악?”

차종호의 입에서 절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단지 멱살이 잡혔을 뿐인데 숨이 턱턱 막히고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나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동하는 살짝 잡아 당겼을 뿐이지만, 자동차 뒷문이 뜯겨져 나가고 차종호가 덩달아 딸려 나왔다.

놀라기는 양 기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발에 힘이 들어가 액셀을 힘껏 밟았고, 자동차는 급발진을 하듯 빠른 속도로 앞으로 달려 나갔다.

“어딜!”

동하가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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