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9화 : 도발-03 -->
모두가 어려운 시기였다.
일각에서는 현대판 보릿고개가 시작되었다며 한탄을 터트리기도 했다.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집을 잃고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에게 11월의 늦가을은 그 어느 겨울보다 더 춥고 힘든 날이었다.
이제는 괴수들의 손에서 살아남는 것만큼이나 먹고 사는 일도 어려운 때였다.
그건 동하의 친척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지금까지 서울에 모여 살면서 제법 좋은 집에 남들보다 많은 월급을 받고 좋은 차를 굴리며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아왔다.
한데, 괴수들이 나타나고 난 이후 모든 것이 송두리째 바뀌고 말았다.
그들이 피난을 갔다가 한 달 정도 만에 집에 돌아왔을 때였다. 그들의 집은 한줌의 잿더미로 변해 형체도 찾을 수 없었다.
동하의 작은 아버지가 그랬고, 고모의 집이 그랬다.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하는데, 일가친척 중에 누구 하나 집이 온전한 사람이 없었다. 집이 무너지며 모든 재산도 덩달아 날아가 버린 뒤였다.
“아이고, 내 집.”
“흑흑! 우린 이제 망했어.”
여기저기서 통곡이 터져 나왔다.
앞으로의 일만 생각하면 캄캄해서 답이 나오지 않았다.
수중에 돈도 한 푼 없이 도망쳐 나왔기 때문에 그들은 알거지나 마찬가지였다.
지금 입고 있는 옷만 해도 그랬다.
그들은 지난 한달 동안 제대로 옷을 빨지도 못한 채 계속 입고 있었더니 거지도 이런 상거지가 없었다. 찢어지고 잔뜩 늘어진 것은 그렇다 해도 옷에서 악취가 나는 건 도무지 견디기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집에 가면 옷도 갈아입고 씻을 수도 있으며 먹고 싶은 음식을 실컷 먹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지난 한 달 동안 악착같이 버텼건만 집이 무너졌을 줄이야. 그들은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이젠 갈 곳도 없었다.
당장 잠잘 곳도 막막했다.
그들은 정부가 마련해 준 체육관에서 쌀과 라면 등을 먹고 지내고 싶었지만, 그마저도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더 이상 수용할 자리가 부족했다.
그때 생각난 것이 바로 동하였다.
왜 진작 그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일까.
동하는 지금 대한텔레스에서 승승장구 하며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주가를 올리고 있지 않던가?
더구나 대통령의 신임이 대단하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었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동하에게 일자리를 청탁하면 대한텔레스나 정부 요직 중에 적당한 자리 하나씩은 내줄지도 몰랐다. 가뜩이나 취업하기 어려운 시기에 괴수 침공까지 겹쳐서 이젠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어도 취업하기 어려웠다. 취업만 하면 모두가 먹고 살기 어려운 시대에서 떵떵 거리며 살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들은 희망을 품고 동하를 찾아갔다.
서울에서 인천까지 그리 멀지는 않았지만, 괴수들로 인해 도로가 파괴되고 버스 운행이 되지 않아서 며칠을 고생한 끝에 가까스로 동하의 아파트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가뜩이나 거지같던 그들의 몰골이 더욱 엉망으로 변했다. 어지간하면 이런 몰골을 보면 불쌍한 생각에 잠깐이라도 집에 들이고 차라도 대접하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동하는 현관문을 살짝 열고 고개만 빼꼼히 내민 채 말했다.
“고모가 여긴 어쩐 일이세요? 작은 아버지하고 당숙도 오셨네요.”
“어?”
동하의 냉담한 반응에 그들은 적잖이 당황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내 고개를 흔들고 재빨리 정신을 수습했다.
“동하야, 그동안 잘 지냈니?”
“글쎄요. 저희가 두 번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네요.”
동하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그들은 예전에 동하의 집안이 망했을 때 자신들이 동하의 가족들을 사람 취급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는 모양이었다.
원래가 그런 법 아닌가.
때린 사람은 기억하지 못해도 맞은 사람은 기억하는 법이다.
동하는 17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까지 잊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혹시나 도와달라는 말이라도 할까 싶어 김성혜 여사의 전화를 받는 것조차 하지 않았다. 김성혜 여사가 절박한 심정으로 찾아오면 아예 집안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대문을 열어주지도 않았다. 간혹 만나주는 사람이 있긴 했지만, 비수로 심장을 찌르듯 잔인한 말로 김성혜 여사의 마음에 대못을 박았다.
동하는 아무리 좋은 일을 떠올리려고 노력해도 도무지 좋은 기억이 하나도 없었다.
그랬던 그들이 어려워지자 거지꼴로 찾아온 건 인과응보 같단 생각마저 들었다.
“험험. 텔레비전에서 네가 발표하는 거 봤다. 내 조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너 정말 멋있더라.”
예전에 동하는 이렇게 칭찬만 해주면 우쭐거렸었다.
그리고 그건 그만큼 동하를 다루기가 쉬웠다는 뜻도 된다.
하지만, 동하는 피식 웃었다.
“요즘 그런 말을 많이 듣곤 합니다. 말씀 다 끝나셨으면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자, 잠깐 동하야.”
그들은 다급한 표정으로 동하를 불러 세웠다.
그들의 얼굴에서 식은땀이 흘러 내렸다.
달라도 너무 달랐다.
도저히 몇 개월 전까지 그들이 알고 있던 조카 최동하가 아니었다.
“그때 일은 우리가 정말 잘못했다.”
“우리도 반성을 많이 했어.”
“그때 돈 얘기 할 거면 인연을 끊자고 했던 분이 작은 아버지였던가요?”
“아, 아니 그건…….”
최익현이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다.
말을 듣고 나서야 뒤늦게 그렇게 말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고모는 몇 번이나 전화를 했지만, 한 번도 전화를 안 받았었죠?”
“끙.”
“당숙께선 집안에 계셔 놓고는 문도 열어주지 않았더라고요.”
“그, 그건 정말 실수야.”
변명도 구차했다.
동하는 더 이상 길게 말하지 않았다.
“배웅은 하지 못할 거 같으니까 살펴들 가세요.”
쾅!
동하는 문을 닫았다.
그들은 끝내 집안에 한 발짝도 들어가지 못한 채 쫓겨나고 말았다.
남의 눈에서 눈물을 흘리게 하면 자기 눈에서는 피눈물이 흐르는 법이다.
동하는 그들을 용서할 생각이 추호도 없지만, 아버지나 어머니가 자기 몰래 그들을 도와주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
“절대 도와주시면 안 됩니다.”
“그, 그래.”
아버지 성진과 김성혜 여사는 옛날 생각만 하면 억울한 생각이 들면서도 막상 거지꼴로 나타난 친척들을 보자 마음이 약해졌다.
하지만, 동하의 단호한 말에 그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 ☆ ☆
“최동하 그 애송이를 회유하라고?”
차종호 입장에서는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가네무라에게 그렇게 알아듣기 쉽게 자신과 동하와의 관계를 설명했는데도 결국 가네무라의 뜻은 동하를 회유하는 것이었다.
“젠장.”
자칫 재수가 없으면 자신의 아들을 반병신으로 만든 동하와 동료가 될지도 모를 판이었다.
원래 정치인들은 이합집산에 누구보다 밝았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함께 했던 동지들과 헤어질 수도 있고, 어제까지 적이었던 자들과도 얼마든지 모일 수 있는 것이다.
하나 그런 것도 어지간해야 이해하고 넘어가기라도 하지.
이제 겨우 스물한 살의 핏덩이 같은 애송이에게 먼저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자니 여간 자존심이 상하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가네무라의 명령이 떨어진 이상 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했다.
차종호는 먼저 동하를 찾아가 자신의 뜻을 전했다.
동하의 아파트에 있는 지하 주차장 안이었다.
딱히 만날 장소가 마땅치도 않았지만, 주변에 문을 연 카페도 없었다.
동하는 차종호의 연락이 의외였지만, 생각해 보면 이런 순간을 의도한 면도 없지 않아 있었다.
연속 두 번이나 일본의 순서를 꼴찌로 만들어 놓았으니 일본 쪽에서 접촉을 시도하면 친일 인사들을 앞세울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과연 동하의 생각은 맞았다.
한데 그게 차종호라는 것이 뜻밖이었을 뿐이었다.
“어떤가? 일본의 순서를 앞쪽으로 바꿔주기만 하면 되는 일일세. 자네에게도 그리 손해 보는 일도 아닌데다 국가적으로 보았을 때도 막대한 엔화를 유치하는 것이니 오히려 애국하는 일이라고 보는데.”
“그걸 왜 저에게 말하는 겁니까?”
“그거야 자네가 출시 국가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으니까 하는 말 아닌가?”
“옹케도 알아내셨군요. 하지만, 방금 그 말은 못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한 번 정해놓은 순서를 바꾸면 그 뒤탈은 누가 책임을 집니까?”
“겨우 그 문제 때문에 나라에 애국하는 일을 걷어찰 생각인가?”
“하아. 웃기지도 않는군. 이봐요, 시장님. 시장님이 생각하는 애국은 그런 건가 봐요?”
“뭐라고?”
동하는 가볍게 혀를 찼다.
“쯧, 일본의 이익을 위해 애쓰는 모습이 한심하다고 해야 할지 애잔하다고 해야 할지. 그렇게 일본이 좋으면 일본에 가서 정치를 하면 되지, 왜 대한민국에 민폐를 끼치는 겁니까?”
차종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는 평생 누구에게도 이런 꾸지람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하물며 자신의 아들을 반병신으로 만든 동하에게라니…….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하나 차종호는 가까스로 화를 가라앉혔다.
“내가 내민 손을 잡는다면 우리 사이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은 모두 잊어주마.”
“글쎄. 불미스러운 일이라……. 나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 짐승 같은 놈에게 강간을 당할 뻔한 불쌍한 여자를 구해준 것 밖에 없는 것 같은데. 아, 참. 그 꼴통은 잘 있나 모르겠네.”
“으으.”
이쯤 되면 전쟁을 하자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정치적인 제스처에 능한 차종호라고 해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당시 그의 아들은 동하에게 어찌나 지독하게 당했던지 3개월이 지난 지금도 병원에 누워 있었다. 그 생각만 하면 지금도 자다가도 분해서 이가 갈릴 지경이었다.
“네놈이 끝내 내가 내민 팔을 잡지 않겠단 말이지?”
“후후. 친일파와 손을 잡기에는 대대손손 부끄러울 것 같아서 정중히 사양하지.”
“건방진 놈. 요즘 잘 나간다고 눈에 보이는 게 없는 모양이구나. 내가 너 하나 부셔버리지 못할 것 같으냐?”
차종호가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것 같은 시선으로 동하를 노려보았지만, 동하도 지지 않고 응수했다.
“그러려면 당신 정치 인생을 걸어야 할 텐데?”
“흐흐, 당신이라…… 패기 하나는 인정하지. 하지만, 오늘 일을 언제고 반드시 후회하게 될 날이 올 것이다.”
차종호는 싸늘한 표정으로 동하를 노려보고 자리를 떠났다.
아마 차종호는 예전에 서용훈 사장에게도 이랬을 것 같았다. 서용훈 사장은 차종호의 마지막 눈빛을 잊을 수 없었다고 했지만, 동하는 서용훈 사장과는 달리 차종호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 ☆ ☆
무기 공급은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고질라’는 자주포와 미사일, 그리고 총알 등 다양한 분야로 만들어졌고, 무기를 공급받은 나라는 3성급 몬스터의 사냥에 성공을 해서 빼앗겼던 도시를 하나둘 수복해 나갔다.
돈이 많다고 무기를 많이 구입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 어떤 나라도 정해진 양을 초과해서 구매할 수는 없었다.
여기저기서 무기를 조금이라도 더 공급을 받고 싶은 마음에 끊임없이 아우성을 쳤지만, 동하는 한 번 정해 놓은 원칙을 바꾸지 않았다.
동하는 요즘 몸이 열 개라도 시간이 부족했다.
사체를 녹여 원료를 만드는 것부터 무기를 공급하는 과정까지를 모두 직접 꼼꼼하게 체크를 했고, 거기에 더해 미셜 화장품까지 신경을 써야 했다.
밤이 되면 제인과 마크의 감시를 속여 가며 벙커를 만들고 있어서 최근에 2시간 이상을 자본 적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동하의 몸속에 넘쳐나는 엄청난 공력과 마나 그리고 여러 가지 능력들로 인해 별로 피곤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동하는 정오 무렵에 대한텔레스에 출근해서 유경과 함께 다음 날 공급한 무기를 점검한다.
그리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유경과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신 다음 퇴근을 하는데 그 시각이 대략 4-5시 정도였다.
부아아앙!
동하의 람보르기니가 거친 배기음을 내며 거리로 들어섰다.
도로는 뻥 뚫려 있었다. 비록 대한민국이 많이 안정을 되찾았다고는 해도 여전히 차를 끌고 밖에 나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가끔 교차로 같은 곳에서는 심심치 않게 차를 볼 수 있었지만, 평소 밀리는 것에 비하면 이건 거의 도로 위가 비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동하는 그래도 마음 한편이 답답했다. 생각 같아서는 공간이동을 펼쳐서 순식간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찰거머리처럼 자신을 따라다니고 있는 제인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이거 하나 불편하군.”
그 외에는 모든 게 자유였다.
동하의 직책은 대한텔레스 대표였지만, 회사에서 오래 시간을 보내지는 않았다.
서용훈 사장과 서 회장이 부탁을 해서 억지로 수락한 것이었고, 계약 조건은 예전하고 동일했다. 전 세계에 무기가 팔리는 만큼 동하에게 인센티브가 떨어지는 것. 그 외에도 대한그룹 자체적으로 동하에게 따로 월급을 지급했다.
결국 동하는 이중으로 돈을 받고 있는 셈이었다. 정부에서도 비밀 유지 차원에서 돈을 주었고, 미셜 화장품 쪽에서도 인센티브를 받고 있어서 동하는 이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돈을 많이 벌고 있었다.
세금은 모두 면제되었다.
이제 동하보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찾아보기 힘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동하는 제대로 돈지랄을 해볼까도 싶었지만, 사실 이런 난리통에 돈이 많아 봤자 별로 쓸 데도 없었다.
☆ ☆ ☆
이건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는 격이었다.
차종호는 조폭들을 열 명이나 데려와 동하의 아파트 지하 주차장 안에 차를 세웠다. 동하가 없는 틈을 타서 동하의 가족들을 납치할 생각이었다.
차종호는 그날 동하에게 당한 모욕을 참을 수 없었다.
그는 가네무라에게 연락을 취해 동하를 회유하는데 실패했다고 보고하고, 당근 대신에 채찍을 사용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대신 일본이 개입한 걸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된다며 은밀하게 행동할 것을 주문했다.
“그건 염려하지 마십시오.”
차종호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조폭들은 오래전부터 차종호의 개인적인 일을 처리해주던 정치 폭력배들이었다.
그들은 지금까지 수많은 일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실수한 적이 없었고, 상대는 성진이 있다고 해도 대부분 연약한 여자들뿐이었다.
“앞으로 10분을 주지. 가서 데려와.”
“예, 시장님.”
조폭들이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위로 올라갔다.
띵동.
엘리베이터는 11층에 멈춰 섰다.
그들은 호수를 확인하고 벨을 눌렀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들의 모습에 김성혜 여사가 경계를 하고 선뜻 문을 열어주지 않았던 것이다.
“애들아, 뭐하냐? 어서 부시지 않고.”
“예, 형님.”
조폭들이 가지고 있던 연장으로 문을 부수기 시작했다.
쿵쾅 하는 소리가 복도를 타고 아파트에 울려 퍼졌지만, 누구도 관심을 기울여 주는 사람이 없었다.
우당탕.
현관문은 금세 뜯어졌다.
그와 동시에 열 명의 조폭들이 우르르 방안으로 들어섰다.
성진을 비롯해서 김성혜 여사와 미진과 성미는 그들의 험악한 모습에 덜덜 떨었다. 성혜는 침착하려 애썼지만, 목소리가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다, 당신들 이게 무슨 짓입니까?”
“너희들을 보고 싶어 하는 분이 계시다. 좋은 말로 할 때 따라올 테냐, 아니면 강제로 끌려갈래?”
“먼저 신분을 말하고 용무를 이야기 하시오.”
“하아, 이것들이 쌍으로 돌았나? 말을 곱게 해줬더니 눈에 뵈는 게 없지?”
조폭들이 눈을 무섭게 부라렸다.
놈들이 연장을 바닥에 탁탁 내리치며 공포감을 조성했다.
바로 그때였다.
미현이 팔짱을 끼고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좋은 말로 할 때 다들 꺼지는 게 좋을 걸?”
“뭐, 뭐라고?”
조폭들은 자신들의 귀를 의심했다.
조그만 계집아이가 감히 겁도 없이 말하는 모습이 기가 막힐 뿐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미현은 조폭들이 전혀 무섭지 않았다.
“우리 오빠가 오면 너희들은 다 죽은 목숨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