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8화 : 도발-02 -->
“으으. 추워.”
제인이 부르르 떨었다.
때는 바야흐로 11월초였다.
초가을의 날씨인데도 무척이나 쌀쌀하고 매워서 한겨울처럼 느껴졌다.
제인은 하루 종일 동하를 미행한다고 밖에서 덜덜 떨고 있었더니 온몸이 꽁꽁 얼어버린 기분이었다. 따듯한 커피 한잔이 그렇게 간절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전시 상황에 문을 연 커피숍이나 마트가 있을 리 없었다.
그래도 특종을 잡을 수만 있다면 이런 개고생쯤은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하에겐 어떤 특별한 조짐도 보이지 않았다. 그것이 제인의 마음을 더욱 춥게 만들고 있었다.
“어이, 제인. 어떻게 됐나?”
제인이 잠복하던 곳에 돌아오자 마크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도 허탕이에요.”
“쯧쯧, 아직도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고 있는 건가?”
“끙. 그게 이상하네요. 집에 들어가면 도무지 밖에 나오질 않아요.”
처음에는 금방 특종을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주변에 접근하는 괴수들을 동하가 직접 맨손으로 때려잡을 거라고 확신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게 웬걸?
다른 지역에는 괴수들이 넘쳐나는데, 이상하게 이곳에서만 괴수들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 현상이 벌써 며칠째 계속 이어지고 있는지 몰랐다.
CNN이 이번 일에 거는 기대는 참으로 컸다. 오죽하면 본사에서 매일 전화를 걸어 체크할 정도였으니…….
그래서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크도 조금씩 초조해지고 있었다.
“흐음. 혹시 우리가 잠복하고 있는 걸 눈치 챈 건 아닐까?”
“글쎄요. 최대한 동하 씨가 눈치 채지 못하게 움직이고는 있지만 워낙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서…….”
“그 능력이라는 거 말이야. 정말 확실한 거 맞지?”
“그렇다니까요. 이 주변에 괴수들이 없는 것도 동하 씨와 관련이 있는 게 확실하단 말이에요.”
“그거야 어디까지 심증일 뿐이고.”
중요한 건 물증이었다.
이미 미국에서는 백악관에도 동하의 능력에 대한 이야기가 보고되었다.
때문에 국무장관이 동하를 만나려고 접촉을 시도하려고 방한까지 한 실정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만에 하나 여기서 동하에게 특별한 능력이 없다고 한다면 한두 사람이 다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터였다.
“아무래도 방법을 바꿔 봐야겠군.”
“어떻게요?”
“무작정 괴수들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잖나?”
“그야 그렇긴 하지만……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있나요”
“그건 생각해 봐야지. 미스터 최가 도저히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방법으로 말이야.”
“그럼, 제가 동하 씨에게 한번 접근해 볼까요?”
“그러지 말고 제인이 미스터 최와 약속을 잡고 밖으로 끌어내. 그때, 우연을 가장해서 내가 괴수들을 그쪽으로 유인하는 거지.”
“괴수들을 어떻게 유인해요?”
“그건 전문가들에게 부탁을 해봐야지.”
대한민국 정부에서 1성급 몬스터들을 사냥할 때 사용했던 수법을 말하는 것이었다.
지금 한국에 미 국무장관이 들어와 있으니 주한미군을 움직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터였다.
☆ ☆ ☆
피식!
제인과 마크의 대화를 듣고 웃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동하였다. 더 놀라운 것은 동하는 지금 자신의 방에 있다는 것이었다.
제인은 동하 모르게 잠복을 하고 미행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동하의 기감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지 오래였다. 동하는 제인이 잠복을 시작한 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았을 때부터 그녀의 존재를 감지했다. 당연히 그녀의 직업이 기자이니 그녀의 의도가 무엇인지 한눈에 짐작할 수 있었다.
정확히 그때부터였다.
제인이 동하를 감시한 것이 아니라 동하가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오늘만 해도 그랬다.
제인은 하루 종일 동하의 뒤를 은밀하게 미행했다고 생각했지만, 동하는 일부러 밖으로만 나돌아 다녔고 제인은 추위에 덜덜 떨어야만 했다. 어지간하면 이런 날은 포기하고 돌아갈 법도 한데 제인은 제법 독한 구석이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동하는 심지어 다른 사람으로 변장을 하고 당당하게 정문으로 나갔다가 들어온 적도 있었다. 그때마다 동하는 제인이 잠복한 곳을 스쳐 지나가곤 했는데, 제인은 동하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고 신기한 눈으로 힐끔 쳐다보았다. 하긴, 이런 시기에 밖을 나돌아 다닌다는 것 자체가 특별한 일이긴 했다.
하나 그것이 전부였다.
제인은 이내 동하의 방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고, 눈앞에 지나간 사람이 동하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괴수들이 아파트 근처에만 없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동하는 정신만 집중하면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하물며 거대한 덩치를 가진 괴수들이 움직이는 소리는 말해 무엇 하겠는가!
동하는 괴수들의 이동 경로를 듣고 바로 분석했다. 놈들이 아파트 근처로 올 것 같다고 느껴지면 공간이동을 펼쳐 괴수들이 달려오고 있는 곳으로 나아갔다. 그곳은 대부분 아파트와 몇 백 미터 떨어진 곳이라 제인의 눈길이 닿을 수가 없었다.
“앞으로는 조금 경계를 해야겠는데?”
제인과 마크가 단순한 잠복근무를 적극적인 방법으로 바꾼다고 하니 동하도 앞으로는 긴장을 더 해야 할 것 같았다.
동하는 매일 밤 벙커 현장으로 공간이동을 해서 머리를 싸매고 씨름을 해야 했다.
동하가 땅을 산 지역은 인천의 외곽에 위치한 곳으로, 천 평의 규모였다. 원래 주변에 인가가 별로 없어서 벙커 공사를 하기에는 최적의 장소였는데 지금은 괴수들이 나타나 그나마 있던 사람들까지 모두 피난을 떠나서 아무도 살고 있지 않았다.
공사를 하는 데는 사람들 눈치를 볼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천 평 규모의 벙커 공사를 동하 혼자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사실 동하에겐 만물상점에서 흡수한 터널용 포클레인을 시작으로 공사와 관련된 아이템들이 몇 개나 있었다. 그것들을 독립적으로 사용하면 효용성이 크게 떨어지겠지만, 동하는 애초에 아이템들이 보유한 능력들을 결합해서 사용할 생각이었다.
아이템의 결합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동하는 아이템을 하나씩 복사하는 건 성공했지만, 두 가지 이상을 결합하려고만 하면 아이템끼리 충돌이 일어나서 망가지기 일쑤였다. 거부반응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이때만큼은 만능의 손이나 매직카메라의 능력도 그리고 예측 안경의 능력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벙커를 완성 짓지 못하면 가족들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동하는 몇 번이나 더 시도를 했지만 계속 거부반응으로 실패를 하자 방법을 달리 하기로 했다.
문득 머릿속에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있었던 것이다. 아이템의 결합이 계속 실패하는 건 아이템들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렇다는 건 아이템들을 조화롭게 연결시켜 줄 수 있는 매개체가 필요했다.
동하는 이전에 음양조화선의 능력을 흡수한 적이 있지 않던가.
음양조화선은 부족한 점은 채워주고 넘치는 부분은 바로잡아 준다.
한마디로 중용의 이치였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하는 것이 음양조화선의 진정한 능력이었다.
별 것 아닌 것 같아 보여도 사실 음양조화선의 이 능력은 엄청난 것이었다.
결국 아이템들 사이에 부족하고 넘치는 부분을 음양조화선이 인위적으로 조절을 해서 조화롭게 이끌어 주기 때문이었다.
동하는 한 번도 음양조화선의 능력을 사용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곤륜노자가 음양조화선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구경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대로 흉내를 내어 보았다.
동하는 먼저 뼈대가 될 수 있는 터널용 포클레인을 복사했다.
이건 흔히 사용하는 일반 포클레인을 동하가 복사 능력을 이용해 터널용 포클레인으로 바꾸어 놓는 것이었다. 여기까지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동하의 능력이 예전보다 크게 높아져서 굳이 만능자동차가 아니더라도 이젠 일반 사물들을 가지고도 충분히 복사할 수 있었다.
하나 그 다음이 문제였다. 터널용 포클레인에 만능로봇의 자동화 시스템을 집어넣으려고만 하면 거부반응이 일어나거나 충돌이 생겨서 포클레인이 부서지기 일쑤였다. 그때마다 동하는 만능의 손을 이용해 포클레인을 수리해야만 했다.
다시 시도를 했다가 또 부서지고. 다시 수리를 하기를 벌써 몇 번째 반복하고 있는지 몰랐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동하에게는 더 이상 답이 보이지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이대로 벙커를 만드는 걸 포기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렇게 부서진 포클레인을 수리하고 복사 능력을 이용해 터널용 포클레인으로 만들었다. 아까 까지만 했어도 이 부분에서 동하는 곧바로 만능로봇의 자동화 시스템을 집어넣으려고 했겠지만, 이번에는 한 손에 음양조화선을 잡고, 다른 한손으로 복사 능력을 이용해 만능로봇의 자동화 시스템을 집어넣었다.
“큭!”
엄청난 진동이 일어났다.
동하의 몸이 크게 휘청거릴 정도였다.
아이템 결합을 시도할수록 거부반응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진동이 이렇게까지 크게 느껴지진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동하는 참고 계속 아이템 결합을 시도했다.
드드드.
이젠 땅이 울리고 바닥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아이템 결합을 시도했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거부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동하는 여기서 멈춰야 할지 갈등이 일었다.
하나 동하는 음양조화선의 능력을 믿고 계속 시도해 나갔다.
바로 그때였다.
동하의 한쪽 팔에서 기이한 기류가 흘러나오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그건 바로 음양조화선을 일으켰던 팔이었다. 그날 곤륜노자는 가벼운 손짓 한 번으로도 동하가 전력을 다해야 겨우 버틸 정도로 강력한 바람을 발출했었다. 때에 따라서는 살랑대는 봄바람처럼 가벼운 힘을 내다가도 때에 따라서는 겨울바람처럼 매섭고 강력한 바람을 일으킬 수도 있는 게 음양조화선의 진정한 능력이었다.
지금은 강력한 힘으로 두 개의 아이템들을 휘어잡았다.
하지만, 두 개의 아이템들도 쉽게 음양조화선의 힘에 굴복하지 않았다.
쿵!
세 개의 기운이 한데 뒤섞여 엄청난 폭음이 일었다.
그와 동시에 주변에 흙먼지가 미친 듯이 휘날렸고, 나무가 부러지고 바위가 저 멀리 날아갔다.
동하의 몸도 심하게 흔들렸고, 충격으로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갔다. 동하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여기서 정신을 잃으면 세 개의 기운에 잡아먹힐 것만 같았다. 그마나 동하의 능력이 워낙 높아서 다행히 어떻게든 버틸 수 있었지만, 어지간한 능력자들조차 세 개의 기운이 일으키는 기운에 전신이 갈기갈기 찢겨져 나갔을 정도였다.
동하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영원히 상극처럼 각을 세울 것 같던 세 개의 기운이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했다.
“서, 성공이다.”
어느새 터널용 포클레인 안에 만능로봇의 자동화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었다.
마침내 음성인식으로 명령을 수행하고 설정을 한 번만 하면 무인 시스템으로 공사를 척척 진행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 ☆ ☆
따르릉!
가네무라 회장은 화가 잔뜩 치민 상태에서 차종호 인천 시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차종호야 말로 대대로 친일 집안이면서 일본의 극우세력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자였다.
“차 시장, 이번 일은 정말 유감이네.”
- 면목이 없습니다, 회장님.
“우리가 이번 일에 얼마나 많은 돈을 쏟아 부었는지 알고 있나?”
그 돈 중 일부는 차종호의 주머니로 흘러들어갔다.
- 끙. 저희도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동분서주 하며 뛰었지만…….
“이봐, 차 시장. 내가 지금 그 따위 변명이나 들으려고 자존심 꺾어 가며 당신들에게 돈을 준 줄 알아?”
- 죄송합니다.
차종호는 한껏 몸을 낮췄다.
가네무라는 정말 무서운 인간이었다.
그는 일본의 재계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거물이면서 우익계의 대부였다.
그와 더불어 일본 최대의 야쿠자를 거느리고 있어서 가네무라의 눈 밖에 나는 순간 지옥에 한 발 걸쳤다고 보면 된다. 지금까지 가네무라의 막강한 자금 지원 덕분에 대한민국 정계에서 승승장구를 해온 차종호로써는 지금이 가장 위험천만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이유가 뭔가? 어제만 해도 자네 입으로 3차 출시 국가 안에는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확신하지 않았나?
- 아무래도 저희가 처음부터 생각을 잘못 한 것 같습니다.
“그건 또 무슨 말인가?”
- 출시 국가를 정하는 건 대통령과 여당의 당대표인 줄 알고 그쪽만 공략을 했었는데, 전혀 엉뚱한 곳에서 변수가 생긴 겁니다.
차종호는 설명을 하면서도 눈살을 찌푸렸다.
그건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악연이었다.
최동하.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이름이었다.
최동하는 지난여름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자신의 금쪽같은 아들을 반병신으로 만든 자였다.
하지만, 차종호가 더 기가 막힌 건 야당의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인 자신의 힘으로도 지금 당장 동하를 어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그는 당시의 일을 숨기기에 급급한 실정이었다.
아들의 일이 외부에 알려지면 그의 정치 인생에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된다.
때문에 차종호는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는 가급적 그 일이 언급되지 않도록 애써 동하를 모른 척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모든 결정권은 특별기자회견의 그 애송이가 가지고 있다, 이 말인가?”
- 지금까지 알아본 바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흐음. 그러고 보니 정보기관을 통해 얼핏 들은 기억이 있는 것 같군. 대한텔레스 뒤에 그 애송이가 있다는 소문이 있다고 말이야.”
- 그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대한그룹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데다 대통령조차 함부로 대하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결국 그 어린놈이 지금까지 우릴 가지고 놀았다는 뜻이로군.”
-그런 것 같습니다, 회장님. 앞으로 어떻게 할까요?
“일단 그 애송이를 회유하게. 한창 혈기어린 나이다 보니 돈이나 미녀를 쥐어주면 넘어올 수도 있겠지.”
가네무라는 앞으로 무기 지원이 이루어질 남은 2주 동안 기다릴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최상의 방법은 동하를 회유해서 앞 순위에 재배정 받는 것이었다. 동하가 영원히 일본 쪽에 서서 협력하면 금상첨화일 터였다.
하지만, 당근책이 통하지 않으면 채찍을 들 수밖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일이니까 가급적 은밀하게 움직여야 하네.”
- 믿고 맡겨 주십시오.
“이것만 기억하게. 우리가 잘못 되면 자네의 대선 계획도 물거품으로 변한다는 것을.”
☆ ☆ ☆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가장 먼저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가끔씩 공간이 열리고 3성급 몬스터가 나타나 도시를 파괴하고 사람들을 죽이는 일이 발생했지만, 그때마다 정부가 재빨리 대처를 해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
그동안 그림자 하나 찾아볼 수 없었던 거리에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조금씩 일상생활도 가능해졌다. 이전 생애보다 괴수들의 능력이 훨씬 강해졌지만, 오히려 이전 생애보다 빠르게 안정을 되찾은 셈이었다.
지하실로 밀폐된 공간으로 피난을 떠났던 사람들이 하나둘 집으로 돌아왔다.
그건 청천병력과도 같은 일이었다.
사람들이 피난을 떠나 있는 동안 도시가 파괴되고 주택들과 아파트는 잿더미로 변해 있었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어 졸지에 거리로 나앉게 되었던 것이다.
정부에서 그들을 체육관 같은 곳에서 지내게 하고 쌀과 라면 등을 지원해 주었지만, 앞이 막막하긴 매 한가지였다.
어렵기는 기업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공장과 하청업체들이 괴수들의 손에 부서지고 잿더미로 변했고, 대부분의 수출이 취소되고 끊겨서 대기업조차 부도 위기에 내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