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이드 만물상점-115화 (115/167)

<-- 115화 : 극강-02 -->

“여기서 뭐하는 거냐?”

목소리까지 똑같았다.

잠깐 마주친 것이 전부여서 동하는 카일의 사소한 버릇이나 습관을 캐치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으로도 차원의 관리자를 감쪽같이 속일 수 있었다.

그것이 복사 능력의 무서움이었다.

“대항 세력의 수장을 구하겠다고 잠입했던 계집을 생포했습니다.”

“지금 그깟 계집이 중요한 게 아니다.”

“예? 그, 그게 무슨…….”

“F블록에서 놈을 봤다는 테스터가 있다.”

“놈이라면 혹시 2천 포인트의 현상금이 걸린 바로 그자 말입니까?”

“바로 그렇다. 그 계집은 나에게 넘기고 너는 지금 당장 사람들을 이끌고 F블록으로 가라. F블록을 봉쇄하려면 경계를 서는 자들이나 검문소에서 인증을 하는 자들이 모두 필요할 것이다.”

“예, 대장님.”

누구의 명이라고 의심할까?

차원의 관리자가 엘가나를 놔두고 몸을 날려 동하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은밀하면서도 날렵한 모습은 닌자의 술법이었다.

‘후후.’

이거 생각보다 굉장했다.

싸우지 않고도 엘가나를 구해낼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복사의 능력 때문이었다.

주변에는 여전히 지켜보는 테스터들이 있었지만, 그들 역시 누구하나 의심하는 자들이 없었다.

오히려 그들은 자신들이 2천 포인트의 현상금을 얻지 못했다는 것에 적잖이 실망한 눈치였다. 심지어 엘가나조차 눈앞의 카일이 동하가 변신한 것이라는 것을 꿈에도 알지 못했다. 그녀는 부상을 당해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동하의 정체가 발각되었다는 말에 걱정이 되는지 차원의 관리자가 사라진 곳을 하염없이 쳐다보았다.

동하는 문득 장난기가 동했다.

“어이, 계집. 다른 사람 걱정하기 전에 네년 걱정부터 하시지.”

“퉤! 어서 나를 죽여라.”

엘가나가 동하의 얼굴을 향해 침을 뱉었다.

동하는 일부러 피하지 않았다.

“흐흐, 나중에 후회할 텐데.”

“흥, 내 목에 칼이 들어와도 네놈에게 사과할 일은 없을 것이다.”

“호오, 제법 기백은 괜찮지만 반드시 사과하게 될 걸? 내 얼굴에 묻은 침은 네년 스스로 닦아준다는 것에 내 목숨을 걸지.”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엘가나의 표정은 단호했다.

여신 급 미모를 지닌 엘가나였지만, 신념 하나만큼은 그 누구보다 더 확고했다.

그녀는 자신들의 행성을 빼앗고 판타지 종족을 노예로 전락시킨 원수를 향해 무릎을 꿇느니 혀를 깨물고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동하가 피식 웃으며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엘가나, 이래도 고집을 부릴 겁니까?”

“어?”

엘가나의 눈이 크게 치떠졌다.

동하의 목소리가 백팔십도 달라진 것이다.

그녀의 눈동자가 급격하게 흔들렸다. 방금 귓가에 들려온 목소리는 절대 잊을 수 없는 사람의 것이었다.

“어, 어떻게…….”

“쉿! 일단 나를 따라와요.”

주변에는 아직까지 보는 이목이 많았다.

“건방진 계집, 어서 따라오지 못할까?”

동하는 그녀를 잡아끌었다.

이번엔 엘가나도 장단을 맞춰 주었다.

“그런다고 누가 무서워 할 줄 아느냐?”

그렇게 두 사람은 티격태격 하면서 테스터들이 없는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순간 동하는 변신을 풀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저, 정말 동하 님이셨군요.”

엘가나가 탄성을 터뜨렸다.

이미 마음속으로 예상을 하고 있던 엘가나였지만, 실제로 동하의 얼굴을 보자 반가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에 동하의 얼굴에 묻은 침을 닦았다.

“저, 정말 미안해요. 나는 동하 님이신 줄도 모르고 그만…….”

“핫핫! 내 예지 능력이 어떻습니까?”

“예?”

“아까 내가 이렇게 될 거라고 예언하지 않았습니까?”

“피이, 그게 뭐에요.”

동하의 노력이 통한 모양이었다.

비록 실소이긴 했지만, 엘가나의 얼굴에 웃음이 피어올랐다.

☆ ☆ ☆

“또 다시 동하 님께 도움을 받네요. 정말 고마워요.”

엘가나는 이번만큼은 정말 죽을 줄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죽음을 각오하고 시작한 일이기도 했지만, 도저히 살아날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기도 했었다. 그녀는 동하를 만났다는 사실 자체가 믿기지 않았다.

“운이 좋았습니다. 볼 일을 끝내고 돌아가려고 할 때 엘가나의 비명 소리를 들었거든요.”

“벽에 동하 님의 포스터가 붙어 있는 걸 봤어요. 차원의 관리자들이 눈에 불을 켜고 동하 님을 찾고 있는데, 이렇게 돌아다니셔도 괜찮아요?”

“후후.”

동하가 이번엔 남궁혜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너무 똑같아서 엘가나의 입에서는 절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심지어 입고 있는 옷까지 바지에서 치마로 변하는 모습에 엘가나는 눈을 의심할 지경이었다.

“맙소사.”

동하는 빙그레 웃으며 다시금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차원의 관리자들을 F블록으로 유인했으니 더 이상 위험한 일은 없을 겁니다. 우린 이만 이곳을 나가죠.”

“그럴 수 없어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사실은 구해야 할 사람이 있어요.”

“흐음. 혹시 대항세력의 수장이라는 사람 말입니까?”

“그걸 동하 님께서 어떻게 알고 있죠?”

“아까 차원의 관리자가 하던 말을 들었습니다. 엘가나가 대항세력의 수장을 구하기 위해 잠입했다가 발각되었다고 말입니다.”

“그랬군요.”

엘가나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변했다.

이 일에 판타지 종족의 운명이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항 세력들은 계정이 차단되어서 더 이상 만물상점에 잠입할 수 없게 되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러다 우연히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건 바로 필드나 만물상점에 로그인을 할 때마다 열리는 공간을 이용하면 샤이언 종족의 행성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방법이 무척이나 까다로웠고, 반드시 ‘어떤 물질’을 가지고 있어야만 원하는 공간을 열 수 있었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동하도 샤이언 종족의 행성에 갈 수 있다는 말에 눈이 번쩍 떠졌다.

“그건 정말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이에요. 몇 명의 사람들이 아무것도 모른 채 샤이언 종족의 행성에 갔다가 모두 죽고 단 한 명만 살아 돌아왔으니까요.”

하지만, 불행하게도 곧바로 쫓아온 카일에게 붙잡혔고, 샤이언 종족의 행성에 갈 수 있는 방법은 완전히 미궁에 빠진 상태였다.

“그분은 바로 에스테리아 신전의 성녀에요. 대항세력의 수장이기도 하죠.”

“으음.”

동하는 이제야 엘가나가 목숨을 걸고서 만물상점에 잠입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마 동하라 해도 그랬을 테니 말이다.

☆ ☆ ☆

동하의 말 한마디에 만물상점이 발칵 뒤집어졌다.

각 블록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차원의 관리자들이 연락을 받고 F블록으로 모여들었고, 한창 쇼핑을 즐기던 테스터들은 영문도 모른 채 겁에 질려 벌벌 떨어야만 했다.

“모두 모인 건가?”

“검문을 하던 자들까지 왔으니까 얼추 모두 모인 것 같군.”

“그렇다면 지금부터 F블록을 봉쇄하세.”

“이봐, 랑트. F블록을 봉쇄하는 건 어렵지 않은데, 대장님께서는 언제 오시는 건가?”

“글쎄. 나보고 먼저 가 있으라고 한 걸 보면 금방 따라오시겠지.”

“로이 부대장님은 어디 계시고?”

“부대장님은 나도 보지 못했다고. 이곳에 없는 것을 보면 아직 대장님께 보고를 못 받은 모양인데.”

“그렇다면 더 이상한 일이잖아?”

로이는 블랙울프의 부대장이자 카일의 부관이었다.

바늘 가는 데 실이 따라가듯 언제나 카일의 옆에는 로이가 있었다.

생각해 보면 그것부터가 이상한 일이었다.

원래 카일은 대항세력의 수장을 생포해서 심문을 하고 있었다. 당연히 로이는 카일의 옆에서 보좌를 하고 있었다. 평소에도 항상 카일의 곁을 지키던 로이가 이런 중요한 상황에서 같이 있지 않을 리가 없었다.

F블록을 봉쇄하는 것도 평소의 카일과는 거리가 멀었다.

차원의 관리자들은 일단 명령을 따른다고 모두 F블록으로 모여들긴 했지만, 그로 인해 만물상점의 경계는 무척이나 허술해진 상태였다.

“이거 정말 대장님이 지시한 거 맞아?”

“지금 나를 못 믿겠다는 건가?”

“누가 그렇다고 했나? 나는 단지 아까 대장님과 로이 부대장님이 통제 센터에 함께 있는 걸 본 것 같아서 하는 말일세.”

통제 센터야 말로 성녀가 갇혀 있는 곳이었고, 엘가나가 잠입을 하려고 했던 곳이었다.

“그래서 지금 어쩌자는 건가? 대장님 명령을 어겼다가 나중에 무슨 날벼락을 맞으려고.”

“끙!”

그것도 그랬다.

차원의 관리자들은 여러 의문을 접은 채 F블록을 봉쇄하기 시작했다.

☆ ☆ ☆

만물상점에는 일반 테스터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곳이 몇 군데 있었다.

하나는 VVIP와 VIP들이 쇼핑할 수 있는 라운지였고, 다른 하나는 차원의 관리자들만 드나들 수 있는 통제 센터였다.

모든 테스터들에게 라운지는 선망과 동경의 대상이었다.

이곳에서 파는 아이템은 만물상점에서 파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최하인 B급 아이템부터 최상이 S급 아이템까지 일반 테스터들은 절대 구경하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하지만, 현재 만물상점의 VVIP와 VIP는 거의 샤이언 종족의 전사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사실상 테스터들에게 VIP 라운지는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였다.

통제 센터는 처음엔 동쪽 끝인 E블록에 있었는데, 리뉴얼을 하면서 중앙에 위치한 광장으로 옮겨왔다. 중세 왕궁을 닮은 모습은 편하게 쉴 수 있는 쉼터로 생각하기 쉬었다.

하지만, 실수로라도 이곳에 한 발짝만 들어서는 날엔 목숨이 열 개라도 부지하기 어려웠다.

통제 센터가 E블록에 있었을 때에는 차원의 관리자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다 동하 때문에 만물상점의 경계가 강화되면서 지금은 백 명도 넘는 차원의 관리자들이 통제 센터에 상주하고 있었다.

그들은 만물상점 각 블록에서 경계도 서고, 검문소에서 수상한 자들을 인증도 하며 동하를 찾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극과 극이었다.

라운지는 테스터들이 들어가고 싶어도 레벨이 되지 못해서 들어갈 수 없는 곳이라면 통제 센터는 감히 들어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곳이었다.

엘가나는 십여 명의 동료들과 통제 센터에 잠입하려고 했다. 그들은 대항세력 내에서 최고의 능력자로 통하는 인재들이었지만, 그들 모두 통제 센터에 한 발짝도 들어가지 못하고 정체가 발각되고 말았다.

용담호혈.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었다.

통제 센터는 입구에만 차원의 관리자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지만, 사방에 감지 센서가 작동하고 있어서 어떤 방법으로도 침입을 하는 게 불가능했다.

그런 통제 센터 입구에 동하가 다가갔다.

동하에게도 샤이언 종족의 행성에 갈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그러자면 역시 통제 센터에 잠입해서 성녀를 데리고 나오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었다.

이번 일에 판타지 종족의 운명은 물론이고 어쩌면 전 우주의 운명이 달려 있을지도 몰랐다.

반드시 성공해야만 했다.

그렇다면 어느 때보다 더 은밀하고 조심해도 부족할 마당에 동하의 행동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처럼 보였다. 동하는 차원의 관리자들을 F블록으로 유인했지만, 통제 센터에는 여전히 많은 수의 차원의 관리자들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동하는 애초에 사람들 눈을 피해 잠입할 생각도 없었다.

은밀하게 행동할 마음도 더더욱 없었다.

“이보게들.”

동하가 입구에서 경계를 서던 차원의 관리자들에게 말을 걸었다.

“이봐, 랑트. 아까 쫓던 계집은 어찌하고 혼자 오나?”

차원의 관리자들이 동하를 보고 엉뚱한 이름이 튀어 나왔다.

‘그자의 이름이 랑트인 모양이군.’

동하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랬다.

지금 동하는 랑트라는 이름의 차원의 관리자로 변신한 상태였다.

차원의 관리자들은 눈앞의 랑트가 설마 동하의 화신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 그 계집이 중요한 게 아닐세.”

“그게 무슨 소린가?”

“대장님은 어디 계신가?”

“취조실에 계실 걸?”

역시 성녀를 심문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동하는 취조실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놈이 나타났네.”

“그놈이라면?”

“2천 포인트의 현상금 말일세. 빨리 대장님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지 않고 뭐하는가?”

동하가 정신없이 다그치자 차원의 관리자들은 전혀 의심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았네.”

그들이 안내한 곳은 우주선처럼 생긴 건물의 지하였다.

이때부터는 동하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카일의 눈빛은 다른 누구보다 예리하기 때문에 조그만 실수도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

카일은 한창 성녀를 심문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의 옆에는 부대장인 로이도 있었다.

카일이 성녀를 죽이지 않고 생포한 건 그녀가 어떻게 샤이언 종족의 행성에 올 수 있었는지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그자가 B블록에 나타났단 말이 사실이냐?”

“이곳을 잠입했던 계집을 생포한 곳이 B블록 근처였습니다. 한데 공교롭게도 B블록에서 쇼핑을 하던 테스터들 몇 명이 그자를 보았다며 제보를 해오는 게 아닙니까? 해서 바로 대장님께 달려오는 길입니다.”

“잘했다.”

한 명도 아니고 몇 명이 보았다면 틀림없는 사실일 것이었다.

카일이 눈빛을 반짝였다.

이런 날이 오기만을 얼마나 학수고대 했던가?

하지만, 워낙 신출귀몰한 놈이라 잠시만 지체해도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었다.

카일은 로이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보게, 로이. 자네는 여기에 남아 계집을 마저 심문하게.”

“알겠습니다, 대장님.”

동하는 속으로 입맛을 다셨다.

아쉬운 일이다.

로이도 결코 만만치 않아 보였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그토록 예리한 안목을 지닌 카일이 별다른 의심 없이 동하의 말을 믿어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너희들은 나를 따라 오라.”

카일이 즉시 동하와 입구를 지키던 차원의 관리자들을 데리고 취조실을 빠져 나왔다.

B블록은 통제 센터에서 제법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F블록과는 극과 극이어서 랑트 일행과 마주칠 일이 없었다.

그때, 동하가 은근슬쩍 입을 열었다.

“대장님, 사람들을 불어 모아야 하지 않을까요?”

“너는 지금 내가 그 자에게 질 거라고 생각하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이냐?”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단지 놈이 이번에는 또 무슨 수를 써서 도망칠지 모르니 그전에 B블록을 봉쇄해 버리는 게 어떨까 싶어서 드린 말씀입니다.”

“흐음. 그것도 좋겠군.”

“그렇다면 제가 가서 연락을 취하겠습니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곳이 어디지?”

“D와 E블록입니다.”

“좋아, 그럼 그쪽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 자들에게만 연락을 취해라.”

“알겠습니다, 대장님.”

동하는 통제 센터를 나오는 순간 카일과 헤어졌다.

그는 처음에는 D블록이 있는 곳으로 가는 척 하다가 다시 통제 센터로 되돌아왔다.

카일을 밖으로 유인했지만, 여전히 로이가 남아 있었다.

이번에는 로이를 밖으로 유인해 낼 차례였다.

통제 센터는 비상이 내려진 상태였지만, 동하는 유유히 취조실 안으로 들어갔다.

“이보게, 로이.”

“아니, 대장님. 어찌 다시 돌아오신 겁니까?”

그랬다.

동하는 이번엔 카일의 모습으로 변신을 하고 되돌아왔던 것이다.

“가다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이상하더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자네도 생각해보게. 그자는 지금까지 아무 흔적도 찾을 수 없었는데, 왜 이 시점에서 모습을 드러낸 걸까?”

“아!”

“어쩌면 그 모든 것들이 나를 유인하기 위한 속임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

“흐음.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로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말이네. 이곳은 내가 지킬 테니 자네가 B블록으로 가게.”

“알겠습니다, 대장님.”

로이도 별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곧장 취조실을 나가 B블록으로 향했다.

카일에 이어 로이까지 밖으로 유인해 내는 순간이었다.

B블록에서 로이와 카일이 만나면 꽤나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질 터.

동하는 그 모습을 볼 수 없는 게 못내 아쉬웠지만, 꾸물거릴 시간이 없었다.

로이가 B블록에 도착하면 모든 사실이 들통 나는 건 시간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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