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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드 만물상점-113화 (113/167)

<-- 113화 : 전신강림-02 -->

“크르릉!”

자이언트 검치 호랑이가 동하를 보며 울부짖었다.

하지만, 이미 기세는 많이 약해진 상태였다.

놈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리고 있는 게 그 증거였다.

제아무리 사나운 포식자라 해도 더 강한 존재를 만나면 피식자로 변하는 것이 먹이사슬의 관계 아니던가.

뚜벅뚜벅!

동하가 느릿한 걸음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순간 자이언트 검치 호랑이가 슬금슬금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도망치려고?”

어림없는 소리였다.

동하가 재빨리 두 팔을 앞으로 내밀고 힘을 주어 자이언트 검치 호랑이를 끌어당겼다.

바로 ‘격공섭물’이라고 불리는 상승의 수법이었다.

하나 단순한 격공섭물이 아니었다. 이 안에 거인의 힘까지 담겨 있어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난 힘이 담겨 있었다.

“크에엑.”

자이언트 검치 호랑이가 발버둥을 쳤지만, 놈의 몸이 질질 동하를 향해 끌려가고 있었다.

거리는 무려 30미터 이상 떨어져 있었는데 놈은 수십 톤이 넘는 엄청난 덩치를 지닌 괴물이었다.

하지만, 극성으로 펼친 동하의 공력은 그야말로 무지막지했다. 천하에 당할 자가 없었고, 그 무엇으로도 대적할 것이 없었다.

“세상에…….”

“맙소사!”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대통령을 시작으로 지켜보던 사람들은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입을 쩍 벌린 채 다물지 못했다.

바로 그때였다.

“크르르릉!”

자이언트 검치 호랑이가 동하를 향해 몸을 날렸다.

엄청난 임기응변이었다. 놈은 자신이 위험에 처한 걸 깨닫고 격공섭물로 자신을 끌어당기던 동하의 힘을 이용한 것이다.

쐐애액!

그건 아예 시위를 떠난 화살이라 할 수 있었다.

빨라도 너무 빨랐다. 귀청이 찢어질 듯한 소리와 함께 놈의 거대한 발톱이 동하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동하는 팔을 뒤틀었다.

우드득!

동하의 근육이 뒤틀리고 뼈마디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순간 믿기 힘들 일이 벌어졌다. 동하의 오른손이 풍선처럼 크게 부풀어 오르더니 수십 배로 커졌고, 종국에는 자이언트 검치 호랑이의 발과 비교해도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

밀종의 대수인이었다.

단순히 손바닥만 커진 것이 아니었다.

단단함의 정도는 다이아몬드보다 더 강했고, 속도 또한 빠르고 민첩해서 물 찬 제비와도 같았다.

쾅!

폭탄이 터지듯 엄청난 굉음이 일었다.

“케에엑!”

자이언트 검치 호랑이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튕겨져 나갔다.

주르륵!

놈의 입술을 타고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동하의 대수인에 보호막이 산산조각 나고 놈의 단단하기 그지없던 신체가 으스러져 버렸던 것이다.

휘익!

동하는 거대해진 주먹을 번쩍 치켜 올렸다가 그대로 놈의 얼굴을 향해 내리쳤다.

펑!

무지막지한 힘이었다.

놈의 얼굴이 바닥을 뚫고 땅 밑에 파묻혔다.

동하는 그것으로도 부족해서 두 번 세 번 연거푸 놈의 얼굴을 내리찍었다.

피가 튀고 살이 찢겨졌다. 얼굴이 으스러지고 뼈마디가 부러져서 나중에는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변했다.

☆ ☆ ☆

일종의 무력시위였다.

정치인들과 군인들에게 보내는 경고였다.

동하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그들에게 똑똑히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사실 자이언트 검치 호랑이를 상대로 굳이 밀종의 대수인을 펼칠 필요까진 없었다.

1분 20초.

동하가 자이언트 검치 호랑이를 죽이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대통령은 아예 넋이 나가서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보병여단과 기갑여단이 10분도 버티지 못하고 전멸을 당할 만큼 자이언트 검치 호랑이의 힘과 능력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한데, 그런 무시무시한 놈을 겨우 1분 20초 만에 때려죽인 동하가 도저히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박 준장을 비롯한 군인들과 청와대 보좌관들은 은근히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그들은 아까 동하가 대통령을 면박 주었을 때 따끔하게 따지려고 했었다.

다행히 동하가 중간에 말을 잘라서 다행이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저, 저게 인간이라고?’

그들의 눈에는 동하가 신으로 보였다.

그때, 동하가 그들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아까 나에게 무슨 할 말이 있다고 하신 것 같은데, 이제 해보시죠.”

“아, 아닐세.”

“할 말은 무슨. 어디 다친 곳은 없나?”

그들은 서로 눈치를 보고 변명하기에 바빴다.

대통령은 겨우 정신이 들었다.

“고, 고맙네. 자네가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네.”

“이번에는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지만, 괴수들과의 싸움은 인류의 생존이 달린 전쟁이지 단순히 정치적인 쇼가 아닙니다.”

“명심하도록 하겠네.”

누구의 말이라고 외면할까.

동하에게 질책을 받았지만,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저 괴수에게 강화 무기가 전혀 안 통할 줄은 정말 생각도 못한 일이었네.”

“저놈들은 예전의 괴수들보다 훨씬 강해진 것들입니다. 업그레이드 버전이라 할 수 있지요.”

“업그레이드 버전?”

“놈들이 발전해 나갈수록 무기도 계속 업그레이드를 해야 가능하죠. 앞으로는 더욱 조심해야 할 겁니다.”

“자네는 어찌 그리 자세히 알고 있나?”

대통령은 예전부터 동하의 정체에 의문을 품고 몇 번이나 동하에게 물어보았지만, 동하는 빙그레 웃기만 할 뿐 자세히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

대통령은 막연하게 동하에게 초능력이 있어서 괴수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다시 생각해야 할 것 같았다.

하늘에서 떨어져도 끄떡없고, 주먹은 수십 배로 커지며 수십 톤의 괴수를 끌어당기는 힘은 단순히 초능력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저에게 힘을 준 자가 알려준 겁니다.”

“힘을 전해준 자?”

동하는 살짝 말을 만들어냈다.

일전에 사람들 앞에서 고해성사를 하듯 회귀를 한 것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저도 자세히는 모릅니다. 우주에는 무수히 많은 종족이 존재하는데, 그중에서도 샤이언 종족이라고 과학 문명이 극도로 발달한 자들이 우주를 정복하기 위해 차원과 차원을 넘나들며 행성을 침공한다고 하더군요.”

“아!”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만 말했는데도 대통령은 어느 정도 이해한 것 같았다.

역시 고해성사를 하는 것보단 이런 방법이 쉽고 빠르게 먹혀들었다.

이전 생애에서는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살던 동하였다.

하지만, 회귀를 하고 난 이후에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었는데, 역시 진실을 말할 때보다 거짓말이 더 통할 때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그러니까 자네 말은 샤이언 종족의 반대편에 있는 자들이 힘을 주었다는 건가?”

“그 외계 종족의 전사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죽어가던 와중에 우연히 저를 만난 겁니다. 원래 자신들의 능력을 외부인에게 전해주지 않는 걸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하던데, 그 외계 종족의 전사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자신의 능력과 지식을 저에게 모두 전해 주고 복수를 부탁했습니다.”

“그, 그렇군.”

대통령은 퍼즐이 맞춰지듯 이제야 모든 게 이해가 되었다.

동하에게 어떻게 저런 무지막지한 힘이 있는지, 그리고 무기를 강화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지, 결정적으로 자이언트 검치 호랑이가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까지 수수께끼 같은 의문이 해결되었다.

“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대통령의 표정이 전에 없이 진지하게 변했다.

“저희도 무기를 업그레이드해서 대응하면 됩니다.”

“오오. 그게 가능한가?”

“다행히 외계 종족의 전사가 전해준 지식 중에 무기 강화와 관련된 것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정말 다행이군.”

대통령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임시방편이라는 것은 알고 계셔야 합니다.”

“흐음.”

“우리가 무기를 강화해서 괴수들을 상대하는 동안 샤이언 종족에서는 다음 업그레이드 버전을 연구하고 있을 테니 말이죠.”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동하의 말을 확실히 이해했던 것이다.

결국 동하가 인류의 유일한 희망이란 뜻이었다.

“자, 잠깐.”

“예?”

“혹시 이런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또 있나?”

“가족들은 알고 있습니다.”

“서용훈 사장도 알고 있겠군.”

“그렇죠.”

대통령은 재빨리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행히 주변에는 그들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다른 누구보다 걱정했던 기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럼, 앞으로도 우리만 알고 있는 것으로 하는 게 어떻겠나?”

박 준장이나 다른 보좌관들 역시 동하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역시 철저히 비밀을 지키겠다는 무언의 약속이었다.

동하의 어깨에 인류의 미래가 걸려 있기도 했지만, 나라의 운명도 달려 있는 셈이었다.

사실 동하 때문에 콧대 높은 미국의 자존심을 꺾고 결국 소파의 전면 재개정을 이끌어 내지 않았던가?

단군 이래 이런 사례가 없었다.

한데, 여기서 동하의 정체가 만천하에 알려진다면?

아마 당장 미국이 먼저 거액의 조건을 제시해 동하를 스카우트 하려고 할 게 뻔했다.

“돈은 자네가 달라는 대로 주겠네. 필요하면 면책특권도 부여해 주겠네. 자네가 무슨 죄를 짓든 정부에서는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일세. 세금도 한 푼 받지 않을 테니 그저 지금처럼 지내주기만 하면 되네.”

겨우 정체를 밝히지 않고 가만히 있는 조건으로는 엄청난 혜택이었다.

하지만, 박 준장이나 비서실장 등 누구 하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동하가 정체를 밝히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 대한민국에 더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게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 ☆ ☆

“그게 정말인가?”

“그렇다니까. 우리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보병여단과 기갑여단까지 괴수의 손에 완전히 궤멸을 당했다네.”

“그럴 리가……. 정부에서는 보병여단과 기갑여단이 그날 입은 피해는 그리 크지 않고, 지금은 무사히 부대로 복귀했다고 발표를 하지 않았나?”

“하지만, 전투에 참여한 보병여단과 기갑여단의 병사들 명단을 공개하라는 말에는 일절 대응하지 않았네. 그건 뭔가 찜찜한 구석이 있어서가 아닐까?”

“하긴.”

“그리고 더 이상한 건 말일세. 보병여단과 기갑여단을 초토화 시킨 괴수가 대통령이 있는 캠프를 덮치려고 했다는 거야.”

“에잇, 그게 말이 되나? 괴수가 캠프를 덮쳤다면 십중팔구 대통령은 죽었어야 정상인데, 전혀 아니지 않나?”

“그러니까 이상하다는 걸세. 분명 정부에서 뭔가 숨기고 있는 게 틀림없다니까.”

국내외 기자들 사이에서 이상한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방송이 중간에 중단이 되면서 자세한 정황은 누구도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토록 괴력을 발휘하던 자이언트 검치 호랑이가 하루아침에 증발해 버렸다는 것이었다.

정부에서는 별다른 논평을 내놓지 않으면서 의혹이 점점 증폭이 되었고, 일각에서는 정부가 만든 비밀병기가 은밀하게 처리한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조금씩 설득력을 얻어갔다.

하지만, CNN 만큼은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었다.

그들은 소문을 듣고 곧바로 동하를 떠올렸다. 기자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동하의 정체를 알고 있는 곳은 CNN 밖에 없었다. 그들은 확실한 특종을 잡기 위해 다른 기자들에게 일체 정보를 흘리지 않았다.

제인은 동하가 압도적인 모습으로 괴수를 때려잡는 모습을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 일에 동하가 개입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하나 상황은 그리 녹녹하지 않았다.

CNN은 예전부터 특종을 잡기 위해 동하의 집 근처에서 잠복근무를 서고 있었는데, 그날 동하는 집밖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이 오히려 동하의 알리바이를 확인해 준 꼴이었다.

“이, 이럴 리가 없는데…….”

제인은 허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녀는 동하의 소행이라고 100퍼센트 확신하고 있었는데,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 ☆ ☆

괴수들의 1차 침공이 시작된 이후 벙커 공사는 중단이 된 상태였다.

앞으로도 언제 공사가 재개될지는 예측할 수 없었다. 아니, 엄밀하게 말하면 공사는 더 이상 이어질 수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동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벙커를 반드시 완성해야만 했다.

1성급 몬스터의 능력은 그리 크지 않아서 지하실이나 밀폐된 공간에 숨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안전을 지킬 수 있었지만, 3성급 이상의 블랙 몬 시대가 온 이후부터는 말이 달라진다.

놈들의 능력은 밀폐된 공간에 숨어 있는 사람들의 기척을 감지할 수 있어서 벙커가 아니고서는 달리 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동하는 예전에 만물상점에서 ‘만능의 손’을 흡수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든 적이 있었다.

만능의 손은 기계 종족의 능력이 담겨 있는 아이템으로 고치지 못하는 것이 없고, 만들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동하는 만능의 손을 이용해서 벙커를 만들어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동하에게 만능의 손이 있다고 해도 혼자서 대공사를 벌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만물상점에 기계 종족과 관련된 것들이 뭐가 있을까?”

동하는 위험하지만 만물상점에 들어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금은 이것저것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워낙 이전 생애하고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괴수들의 능력이 빠르게 높아지다 보니 동하 역시 다른 생각을 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이제 동하 혼자서 벙커를 완성하려면 ‘만능의 손’에 기계 종족이 만든 다른 도구가 더 필요했다. 그것이 공사와 관련된 것이라면 금상첨화였다.

그래도 동하는 나름 안전하게 만물상점에 들어갈 방법이 있었다.

동하는 먼저 남궁세가로 갔다가 남궁혜의 모습으로 변장하고 만물상점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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