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이드 만물상점-112화 (112/167)

<-- 112화 : 전신강림-01 -->

“놈이 VIP가 계신 곳으로 가고 있습니다.”

“준장님, 빨리 피하셔야 합니다.”

무전기를 타고 연신 다급한 소리가 흘러 나왔다.

“그렇다면 이쪽으로 오지 못하게 놈의 시선을 다른 쪽으로 끌면 되지 않나?”

“기갑여단이 자주포와 전차로 놈의 시선을 끌고 있긴 하지만, 이대로는 1분도 채 버티지 못할 것 같습니다.”

“뭐, 뭐라고?”

박 준장은 패닉 그 자체였다.

기갑여단이 나섰는데도 겨우 1분을 버티지 못한다고?

이건 강해도 너무 강했다.

애초에 강화 무기가 통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부터가 커다란 오판이었지만, 자이언트 검치 호랑이가 이렇게까지 강할 줄은 미처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었다.

“보병여단은? 이번 작전에 혹시 몰라서 보병여단도 대동했잖아?”

“본부중대는 벌써 무너졌습니다.”

“포병대대 역시 궤멸 당했습니다.”

“으으.”

박 준장은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았다.

보병여단과 기갑여단이 투입이 되고 자이언트 검치 호랑이와의 전투를 시작한 것이 고작 10분 남짓.

한데, 이 짧은 시간에 보병여단과 기갑여단이 거의 전멸 상태였다.

놈의 커다란 몸체를 보았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을 했어야 했는데,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것이 실수였다.

자이언트 검치 호랑이의 능력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상상을 초월했다.

아무리 자주포를 쏘아대고 전차로 공격을 해도 놈의 보호막은 끄덕도 하지 않았다. 단순히 강력하다는 말로 표현하기에는 뭔가 부족했다.

설령 보호막에 이상이 생긴다 해도 놈의 피부를 뚫고 파괴하는 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원래도 놈의 피부는 강철처럼 단단했었다. 한데, 지금은 3성급 이상의 능력으로 업그레이드가 되었고 심장에 결정체가 이식이 되면서 예전에 비해 몇 배는 더 강해진 상태였다.

놈을 막지 못하면 도심 전체가 파괴되는 건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하나 더 큰 문제는 지금 이곳에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인사들이 모두 이 싸움을 참관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대통령님, 어서 피하셔야 합니다.”

“하지만, 장병들이 죽고 있습니다.”

“기갑여단까지 무너졌으니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박 준장의 말에 모두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했다.

그건 일종의 정치적인 쇼에서 시작한 일이었다. 전 세계에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이기 위한 홍보 작전의 일환이기도 했다. 자이언트 검치 호랑이는 샌프란시스코와 LA를 집어삼킨 자이언트 악어와 필적할 만큼 그 크기와 위력이 대단한 놈이었다.

전 세계의 이목이 대한민국에 쏠린 건 당연지사.

확실히 자이언트 검치 호랑이를 잡으면 국가의 위상을 또 한 번 드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대대적으로 방송에 홍보도 하고 전 세계 채널을 통해 괴수 사냥을 중개했다.

정부 측에서 먼저 국방부에 요청을 했고, 국방부 역시 충분히 검토한 결과 안전하다는 판단이 서서 승인한 일이었다.

한데, 지금은 보병여단과 기갑여단이 무너지면서 방송 기자들 모두 자이언트 검치 호랑이 손에 참변을 당하고 말았다.

전 세계는 경악했고,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어떤 곳은 대한민국 정부의 무능함을 비웃기도 했지만,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공간이 열리고 3성급 이상의 괴수들이 하나둘 나타나면서 더 이상 남의 일로 치부할 수 없었다.

그건 캠프가 차려진 커피숍 역시 마찬가지였다.

안전을 위해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과는 제법 떨어진 곳에 캠프를 만들었다.

군부대의 통제 하에 시민들은 다른 곳으로 대피를 시켜놓은 직후였고, 인근 지역은 완전히 봉쇄한 상태였다. 대통령과 관계자들은 커피숍 안에서 방송 모니터를 보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다들 커피도 마시고 화기애애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점점 얼굴이 경직이 되었고, 지금은 아예 사색으로 변했다.

“당장 차에 시동을 걸어.”

“경호실장은 뭐하고 있소? 어서 대통령님을 모시고 밖으로 나가지 않고.”

“알겠습니다.”

경호실장이 대통령을 에스코트 하고 밖으로 빠져 나갔다.

쿵쿵!

지축이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저 멀리서 괴수가 달려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사람들의 얼굴이 겁에 질려 하얗게 변했다.

아직 1분도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기갑여단의 공격을 뚫고 여기까지 달려올 줄이야.

그 충격과 공포는 처음 괴수가 공간을 열고 튀어나왔던 날보다 더 하면 더 했지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

“으으.”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박 준장이 무전기를 입에 대고 고함을 질렀다.

“기, 기갑여단? 포병대대? 누구든 들리면 대답해.”

하지만, 무전기에는 아무 응답이 없었다.

박 준장은 모든 병력이 자이언트 검치 호랑이에게 당했다는 것을 직감했다.

이제 더 이상 지원을 요청할 곳이 없었다.

그렇다고 도망칠 곳도 없었다.

바로 눈앞에는 자이언트 검치 호랑이가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크르르릉!”

눈 깜짝할 사이에 수십 미터는 내달린 것 같았다.

불과 몇 초 전만 해도 작은 점에 불과했던 놈은 이제 거대한 형체가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가까이 접근한 상태였다.

‘마, 맙소사.’

뼛속까지 군인인 박 준장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도저히 맞서 싸울 엄두도 나지 않았다.

10미터가 넘는 거대한 덩치는 모니터로 보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박 준장은 가만히 보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고, 놈의 울음소리에 공포심이 극한으로 치밀어 올랐다.

“경호팀. 빨리 출발하지 않고 뭐해?”

박 준장이 정신을 차리고 대통령을 돌아보았지만, 불행히도 대통령은 아직 차에 타지도 못한 상태였다.

다들 겁에 질려 제정신이 아니었다.

자이언트 검치 호랑이의 울음소리에는 상대의 공포심을 극대화 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온몸이 마비가 된 듯 누구도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심지어 바닥에 주저앉아 오줌을 지리는 사람도 있었다.

번쩍!

거대한 덩치의 자이언트 검치 호랑이가 하늘 높이 몸을 날렸다.

그와 동시에 단 한 번의 도약으로 수십 미터를 날아와 사람들을 덮쳤다.

이제 누구도 피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아니, 피하려고 한다고 놈의 엄청난 속도보다 더 빨리 도망칠 수 있을 리 없었다.

‘무슨 괴수가 저리 강하단 말인가?’

‘인류의 능력으로 저놈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인류의 파멸만 느껴질 뿐이었다.

휘이익!

자이언트 검치 호랑이가 앞발을 높이 치켜들고 1미터도 넘는 발톱을 휘둘렀다.

무시무시한 바람이 일었다.

그건 가히 태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바로 그때였다.

쐐애애액!

난데없이 하늘에서 공간이 열리더니 그 안에서 무언가 엄청난 속도로 떨어져 내렸다.

그것이 상당히 절묘해서 사람들과 자이언트 검치 호랑이 중간 지점이었다.

쿵!

세찬 바람이 주변을 휩쓸고 지나갔다.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바닥이 들썩거리고 주변 건물과 상가의 창문이 와장창 깨졌다.

대통령을 비롯해서 박 준장과 경호팀 등 수십 명의 사람들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벌러덩 넘어지고 말았다.

충격을 받기는 자이언트 검치 호랑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놈의 감각은 무서울 정도로 뛰어나다. 놈은 본능적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발톱을 휘두르다 말고 재빨리 몸을 뒤로 날려 피했다.

하지만, 세찬 바람에 밀려 10미터가 넘는 덩치가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고 말았다.

“크르릉!”

그게 못내 놈의 자존심을 건드렸던지 더욱 무섭게 울어댔다.

“아, 아니 자네는?”

대통령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사람은 다름 아닌 동하였기 때문이었다.

☆ ☆ ☆

그건 거대한 충격이었다.

인간이라면 이럴 리 없었다.

바닥에는 거대한 구덩이가 파여 있었다.

그리고 그 구덩이를 중심으로 일대의 지반이 푹 꺼진 상태였다.

유성이 떨어져 내렸다고 해도 믿을 판이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사람이 그런 속도로 떨어져 내렸는데도 머리털 하나 상한 곳 없이 멀쩡하다는 것이었다.

“자, 자네 정말 동하 군 맞나?”

대통령은 어이가 없어서 말을 더듬거릴 정도였다.

동하는 눈살을 찌푸렸다.

“대통령님께선 이 위험한 곳에 왜 오신 겁니까?”

“그, 그건…….”

대통령이 말끝을 흐렸다.

그것으로 동하는 대충 대통령이 무슨 의도로 이곳에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주변에 수많은 보좌관들과 어깨에 별을 달고 있는 사람들만 보아도 답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상당히 경솔한 행동을 하셨습니다. 괴수들과의 싸움은 인류의 생존이 달린 전쟁이지 단순히 정치적인 쇼가 아닙니다.”

“며, 면목이 없네.”

대통령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하지만, 박 준장을 비롯한 군복을 입은 사람들과 청와대 보좌관들이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동하를 쳐다보았다.

“이보게, 자네?”

사람들이 동하를 불러 세웠지만, 동하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할 이야기가 있으면 나중에 합시다.”

그리고는 성큼성큼 자이언트 검치 호랑이를 향해 걸어갔다.

“도, 동하 군. 지금 뭐하려는 건가?”

“살고 싶으면 뒤로 물러서세요.”

“자네 미쳤군. 놈은 평범한 괴수가 아닐세. 결코 맞서서 이길 수 없는 존재란 말일세.”

대통령이 기겁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는 동하가 맨손으로 괴수들을 때려잡을 수 있는 힘과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눈앞의 자이언트 검치 호랑이는 다른 괴수들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였다. 아무리 동하라 해도 자이언트 검치 호랑이를 맨손으로 상대할 수 있을 리 없었다.

크기만 해도 어떤가?

동하는 자이언트 검치 호랑이의 발목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이건 호랑이 앞에 선 개미가 이럴까? 앞발 하나를 가볍게 찍어 누르면 동하는 찍소리도 못하고 죽을 것 같았다.

“크르릉!”

자이언트 검치 호랑이가 사납게 울부짖었다.

놈은 방금 중심을 잃고 휘청거린 것에 몹시 분노하고 있었다.

하나 정작 놈은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 동하의 몸에서 알 수 없는 엄청난 기도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놈이 온몸에 힘을 집중했다. 필드 2관의 포식자답게 놈은 처음부터 모든 힘을 쏟아 부어 동하를 상대해야 한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건 동하 역시 마찬가지였다.

놈은 일전에 목숨을 걸고 싸웠던 놈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위압감을 뿌리고 있었다.

아마 동하의 능력이 지금처럼 높아지지 않았다면 마주 보고 서 있는 것조차 어려웠을 것이었다.

‘이게 1성급 패치 업데이트라고?’

동하는 신음이 절로 나왔다.

이 시점에 이렇게 강한 놈들이 튀어 나오면 나중에는 어떤 것들이 나올지 감당이 안 될 것 같았다.

슈슈슉!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드디어 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빨라도 너무 빨랐다. 대통령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은 자이언트 검치 호랑이가 언제 움직였는지 미처 육안으로 확인하지 못했을 정도였다.

그들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어느새 놈이 앞발을 들고 동하를 잔인하게 짓밟으려 할 때였다.

확실히 압도적인 힘이었다.

동하는 놈의 발바닥이 가까이 다가오기도 전에 온몸이 으스러질 것 같은 압박이 느껴졌다.

아마 전차나 장갑차는 장난감처럼 부서져 나갔을 것이었다.

놈의 압도적인 덩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괴력은 차원의 관리자들을 뛰어 넘었다.

그리고 같은 능력과 레벨이라면 인간보다 괴수들이 더 강한 것도 사실이었다.

때문에 인간은 여러 명이 파티를 맺고 레이드를 해야 겨우 괴수를 이길 수 있었다.

동하는 피하지 않고 거인의 힘을 극성으로 끌어 올려 자이언트 검치 호랑이에 맞서갔다.

쿵!

거인의 힘과 결정체로 업그레이드 된 괴수의 힘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순간이었다.

“으음!”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동하의 다리가 바닥을 파고 들어갔다.

하나 거대한 자이언트 검치 호랑이의 발 역시 동하의 힘에 막혀 허공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

“크르릉!”

놈이 울분에 젖어 더욱 힘을 주고 발을 내리 눌렀다.

하지만, 동하의 몸이 짓이겨 지기는커녕 자이언트 검치 호랑이의 발이 점점 위로 들려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바닥을 파고 들어갔던 동하의 몸이 서서히 위로 올라왔다.

“꺼져라.”

동하는 거대한 놈의 몸체를 빙글빙글 돌린 다음 강하게 바닥에 내리 꽂았다.

쾅!

놈의 몸이 바닥에 패대기쳐지고 강한 충격이 전해졌다.

흙먼지가 날리고 지축이 뒤흔들렸다.

그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눈을 의심하도록 만들기에 충분한 일이었다.

“저, 저런 말도 안 되는…….”

☆ ☆ ☆

보호막의 위력은 확실히 무서웠다.

그렇게 힘을 주고 패대기를 쳤는데도 바닥만 와장창 깨지고 구덩이가 파였을 뿐, 자이언트 검치 호랑이는 조금도 다치지 않았던 것이다.

“크아아아앙!”

놈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미친 듯이 동하에게 달려들었다.

화가 날 법도 했다. 놈의 눈에서는 붉은색 기광이 떠올라서 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릴 정도였다.

쾅!

다시 한 번 동하가 놈의 몸을 바닥에 패대기쳤다.

보호막이 몸을 보호하고 있어서 충격은 거의 없었지만, 두 눈에 떠오른 붉은색 기광은 더욱 짙어졌다.

쇄애액!

귀청을 찢어발기는 소리와 함께 놈의 발톱이 동하의 온몸을 노리고 들어왔다.

동하는 즉시 소림사의 대반야금강장으로 맞서갔다.

원래 소림사의 장법은 천하에서 가장 강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대반야금강장은 정중동이라 할 수 있었다. 빠르지는 않지만, 천지간에 힘을 모았다가 한 번에 내치면 천하에 부수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대반야금강장이 보호막을 뚫고 놈의 몸을 후려쳤다.

동하의 공력이나 마나는 유일하게 괴수들의 보호막과 상극이었다.

“케엑!”

놈의 몸이 날아오던 자세 그대로 뒤로 튕겨져 나갔다.

쾅! 콰르르릉!

놈의 몸이 건물에 처박혀 꼴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