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이드 만물상점-107화 (107/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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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텔레스는 보안이 철통같았다.

곳곳에 군인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고,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들의 검문은 짜증이 날 정도로 꼼꼼하게 진행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이 냉전시대도 아닌데, 대한민국에는 각 나라의 첩보요원들이 암약으로 활약하고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대사관 직원으로 신분을 감추고 있어서 정부에서는 정체를 파악하는 데 애를 먹고 있었다.

첩보요원들의 임무는 자주포의 비밀을 알아내는 것이었다.

서용훈 사장이나 대통령조차 성분 분석을 실패했기 때문에 내심 안심하고 있었다. 다른 나라라고 성분 분석에 성공할 것 같진 않았다.

그렇다고 작업하는 모습이 다른 나라의 첩보요원들의 눈에 비쳐져서 좋을 건 없었다.

다른 나라들은 자주포의 비밀을 포탄 안에 무언가를 넣는다고 생각하지 지금처럼 겉면에 액체를 바른다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게 관건이었다.

만에 하나 이런 비밀이 외부로 새어 나가면 최고의 과학자들을 가지고 있는 미국이나 일본 같은 곳은 언제고 비밀을 풀어 버릴 수도 있었다.

그래서였다.

서용훈 사장은 포탄을 만드는 작업장이 따로 두었고, 완성된 포탄을 다른 장소로 옮겨서 사체의 액체로 강화하는 곳을 따로 분리했다. 철저히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포탄을 만드는 직원들도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했다.

“이렇게 완성이 된 포탄은 저쪽 건물로 옮겨져서 무기 강화를 진행하네.”

서용훈 사장이 가리킨 건물은 커다란 창고였다.

입구에 가까이 다가가자 경계를 서고 있던 군인들이 경례를 했다.

서용훈 사장이 입구 손잡이 쪽에 엄지손가락을 가져다 대자 빛이 일렁거리며 지문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삐리릭!

잠금장치가 풀리고 문이 열렸다.

그곳에서는 한창 군인들과 직원들이 한데 뒤섞여 페인트를 칠하듯 포탄의 겉면에 사체의 액체를 바르고 있었다.

“저기 있는 것들이 다 내일 사용할 무기들일세.”

“그렇군요.”

“많아 보여도 결코 그렇지가 않네. 첫날보다 공간이 세 배 이상 늘어서 지금은 솔직히 커버할 수가 없다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

서용훈 사장이 그랬다.

거의 모든 국가의 경제가 마비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오직 대한텔레스만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다온텔레콤의 비상이 전혀 부럽지 않았다.

서용훈 사장은 주식 시장이 열리지 못하는 게 한스럽게 생각할 정도였다.

지금 현재 대한민국의 돈은 대한텔레스가 쓸어 모으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주식 시장이 열렸다면 아마 상한가를 몇 번이나 치고 주가가 폭등을 해서 대한그룹의 모든 계열사 주식도 올랐을 것이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하루에 무기를 강화할 수 있는 수량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했다.

서용훈 사장은 몇 번이나 물량을 늘리면 안 되겠냐고 동하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동하는 그때마다 지금 현재 자신이 만들 수 있는 물량의 한계가 100리터 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었다.

“사실은 그것 때문에 찾아왔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간밤에 무기 강화에 필요한 원료를 열 배 이상 늘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오오. 그게 정말인가?”

서용훈 사장은 이보다 더 반가운 소리도 없었다.

“성능도 몇 배는 강해져서 아마 예전보다 포탄을 덜 사용하고도 괴수들의 방어막을 파괴할 것 같습니다.”

“핫핫! 수고했네. 정말 수고했어.”

단순히 열 배 이상 늘어난 게 아니었다.

원료의 성능이 얼마나 높아졌는지에 따라서 열 배의 플러스알파가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건 곧 대한텔레스의 영향력이 지금보다 열 배 이상 강해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 ☆ ☆

전쟁이 나면 가장 중요한 것은 군수 물품을 만드는 방위산업체와 야전 병원 역할을 하는 일반 병원이다.

그 외에 일반 기업들은 멈춰 버린 경제로 인해 정상적인 운영을 할 수가 없다.

때문에 군수물품을 만드는 기업으로 역할을 바꾸게 되는데, 지금처럼 괴수들에게 전국이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당연히 이런 전시 상황에서 일반 기업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결코 흔치 않은 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미셜화장품은 새로운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었다.

미셜화장품의 진가는 공간이 많이 열리고 괴수들의 손에 인명 피해가 더 크게 발생할수록 알 수 있었다. 병원에서 의사들에게 상처를 치료받는 것보다 ‘퀸’을 상처 부위에 바르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 아무리 깊은 상처라도 화장품을 두껍게 바르면 며칠 만에 회복되는 기적이 연출되었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더 이상 비밀이 아니었다.

조금만 발라도 모든 병이 치료되는 ‘만병통치약’으로 통했다.

화장품이 그 어떤 의사나 의약품보다 뛰어난 치료약이라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야말로 ‘퀸’은 무시무시한 괴수들의 시대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서 어지간한 사람들은 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은행이 문을 닫고 카드사의 서비스가 마비가 된 상태에서 현금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고는 ‘퀸’은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였다.

미셜화장품과 대한텔레스.

괴수들의 시대에 대한그룹 계열사만이 승승장구를 하고 있었다.

모든 게 천운이라 할 수 있었다. 동하를 만나지 못했다면 미셜화장품은 진작 망했을 것이었고, 대한텔레스가 지금처럼 세계의 이목을 한 몸에 받지도 못했을 것이었다.

하나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질 만큼 지독하게 운이 안 따르는 곳도 있었다.

바로 다온그룹과 다온텔레콤이었다.

그들은 M뱅크로 한창 탄력을 받고 위로 치고 올라가야 하는 상황에서 그만 괴수들의 1차 침공이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대한민국 기업 최초로 글로벌 순위 100위 안에 들어갈 수도 있었는데, 그것만 생각하면 한석민 사장과 한 회장은 분해서 잠이 안 올 지경이었다.

하지만, 더 분하고 원통한 것은 미셜화장품과 대한텔레스가 갑자기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이었다.

정말로 지긋지긋한 악연이었다.

왠지 하늘이 다온그룹과 다온텔레콤을 시기질투라도 하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전시 상황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방위산업체도 아닌 미셜화장품의 주가가 천정부지로 올라갈 수는 없었다.

수정은 괴수들이 침공한 이후부터 문밖출입도 하지 못한 채 집에서 지내고 있었다.

다행히 평창동에는 아직까지 괴수들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외출하는 건 무서워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한석민 사장은 만반의 준비를 해둔 상태였다. 지하실 창문을 완전히 차단했고, 한 달 이상 먹을 음식도 준비해 두어서 괴수가 나타나면 곧장 지하실로 대피하면 끝이었다.

“동하 씨는 뭐하고 지내려나?”

수정은 가끔 동하와 통화를 하는 게 그나마 위안이었다.

하나 며칠 째 동하의 얼굴을 보지 못해서인지 계속 동하의 얼굴이 눈앞에서 아른 거렸다. 금단현상이 틀림없었다.

수정은 지금이라도 동하를 만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수정은 동하가 맨손으로 괴수를 때려잡는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냥 보고 싶다고 만나자고 해볼까?”

그런 생각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가도 이내 힘없이 고개를 떨어뜨렸다.

“역시 그건 위험해서 안 되겠지?”

그렇게 수정은 하루에도 몇 번은 앉았다가 일어서길 반복했다.

한석민 사장은 가뜩이나 어수선한 시국에 수정까지 저러니 정신이 사나워서 머리가 어지러울 판이었다.

하나 한석민 사장은 포기한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동하와 관련된 이야기만 나오면 유난히 예민하고 까칠해지는 수정이었다. 특히 나이는 이제 거의 금기 사항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래서 늦바람이 무섭다고 하는 모양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일곱 살이나 나이 어린 대학생에 빠져서 저게 뭐하는 짓인지 기가 막힐 뿐이었다.

정신이 사납기는 허은실 여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도도하고 자존심 강한 수정이 푼수데기로 보일 줄이야.

이제는 동하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서라도 한번 만나보고 싶었다.

“이것아, 그만 정신 좀 차려. 고모가 어디서 들었는지 네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꼬치꼬치 캐묻는데 엄마가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알아?”

“그게 뭐 어때서?”

“남들이 들으면 웃어, 이것아. 일곱 살 차이가 뭐니?”

“엄마!”

수정이 빽 하고 소리를 질렀다.

한석민 사장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금기를 건드리면 사단이 나게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는 순간이었다.

“응?”

수정이 텔레비전을 보다 말고 두 눈을 크게 치떴다.

뉴스에서 지금 대한텔레스를 심층 취재하고 있었는데, 유경이 인터뷰를 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고 있었다.

“쳇.”

수정은 괜히 입술을 삐죽거렸다.

그녀라고 대한그룹이 승승장구 하는 모습이 마냥 좋을 리 없었다.

특히, 언론과 인터뷰하는 모습은 이전에 수정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짜증마저 치밀었다.

“쟤는 미셜화장품을 놔두고 왜 대한텔레스에서 일을 하고 있담.”

그때, 허은실 여사는 무언가 떠오른 듯 수정에게 물었다.

“너 요즘 미셜화장품에 대해 들은 거 없니?”

“어떤 걸?”

“최동하 군 말이다. 요즘 화장품 업계에서 쫙 퍼진 소문이 있는데, 미셜화장품의 비상 뒤에 최동하란 사람이 있다는 구나!”

“그런 말은 처음인데.”

“미셜화장품 쪽에서 최동하란 사람을 꽁꽁 숨기고 있었단다.”

“에이, 엄마도. 이름만 같은 동명이인이겠지.”

도저히 그 최동하가 수정이 알고 있는 최동하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뭔가 이상한 기운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미셜화장품과 다온텔레콤은 너무 닮아 있었다.

업계 꼴찌에서 갑자기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것도 그렇고, 동하가 은밀하게 서포트 해서 이름을 숨긴 것도 그렇고.

단순히 몇 개가 우연히 겹치는 것이 아니었다.

수정이 무의식중에 자신의 핸드폰을 쳐다보았다.

☆ ☆ ☆

동하가 남궁세가에 온 것은 며칠이 지나서였다.

지금쯤이면 필드에 갔던 테스터들이 돌아오고도 남았을 터.

그곳의 상황이 궁금하기도 했고, 곤륜노자에게 맡긴 음양조화선의 비밀이 풀렸는지도 궁금했다.

하지만, 오래 시간을 비워둘 수는 없었다.

서용훈 사장에게 평소보다 10배나 많은 양의 액체를 전해주고 왔지만, 가족들의 안위가 걱정이었다.

“공자님. 그동안 어떻게 되신 거예요?”

남궁혜는 동하를 보는 순간 울먹거렸다.

그녀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찾아오던 동하가 며칠 째 오지 않아서 크게 걱정하고 있던 참이었다.

“제가 조금 늦었지요? 지구에 괴수들의 침공이 시작되어서 정신없이 바빴습니다.”

“예에? 그건 5년 후에 일어난다고 하지 않았나요?”

“후우. 시간이 5년 앞당겨진 겁니다.”

“아! 그럼 어떻게 해요?”

“후후. 지금은 1성급 몬스터들이라 크게 걱정할 단계는 아닙니다.”

그제야 남궁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남궁혜는 마치 지구의 일이 무림 종족의 일처럼 걱정하고 있었다.

“공자님, 제가 도와드릴 일은 없나요?”

“글쎄요. 지금은 제 손으로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긴 한데, 혹시라도 벅차다고 느껴지면 도움을 청하겠습니다.”

바로 그때였다.

“저희도 거들겠습니다.”

“우리가 있는 것을 잊진 않았겠죠?”

타오와 야이, 그리고 왕세기와 제갈소연이 동하에게 천천히 다가오며 물었다.

그들의 뒤에는 곤륜노자가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샤이언 종족에게 행성을 빼앗긴 난민이었다.

지구의 일이 결코 남처럼 느껴지지 않는데다, 샤이언 종족의 손에서 빼앗긴 행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동하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다들 고맙습니다. 오늘 일은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이럴 게 아니라 주군. 대항 세력들을 한번 만나 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대항 세력이요?”

“저희 인벤토리에 주군이 잠깐 들어가 계시면 대항 세력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흐음. 그렇군요.”

동하에겐 차원 이동이 있으니 한번 갔던 장소는 그 이후부터 아무런 제약 없이 넘나들 수 있다.

하지만,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동하는 신중하게 접근했다. 지구의 상황을 보면 누구의 도움이든 받는 게 좋긴 하지만, 대항 세력들은 샤이언 종족에게 쫓기고 있지 않던가? 괜히 대항 세력들의 도움을 받았다가 샤이언 종족의 전사들까지 지구에 끌어들일 수도 있었다.

“그 문제는 아직 시간이 있으니 천천히 생각해 보도록 하죠.”

모두들 동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동하가 이번엔 곤륜노자를 향해 물었다.

“어르신, 음양조화선의 비밀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그건 말이네…….”

☆ ☆ ☆

동하가 무기 강화에 필요한 액체를 열 배 이상 늘리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은 곧장 대통령에게도 전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의 거만한 요구에 마음이 한없이 허전하던 대통령은 겨우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

대통령은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대한텔레스를 찾아왔다.

세계의 이목이 대통령의 행보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은 동하를 청와대로 불러들이는 것보다는 차라리 대통령이 움직이는 편이 더 낫겠다는 판단이 섰던 것이다.

아직까진 동하가 미래에서 회귀를 했고, 9성급 S몬의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대통령은 모르고 있었다.

당연히 동하에게 공간이동이란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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