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3화 : 스카우트 전쟁-03 -->
마크는 경력 20년 차의 앵커였다.
그는 걸프전 당시 종군 기자로 활약하며 실시간으로 특종을 내보낸 덕분에 지금은 CNN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 되어 있었다.
그런 그의 오랜 육감이 속삭이고 있었다.
이건 분명 특종이었다. 괴수들을 퇴치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방송에 내보낼 수 있다면 마크의 명성은 한층 더 높아질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괴수들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했다.
미국 공군에서 전투기를 출격시켜서 괴수들을 상대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상황을 실시간으로 내보낸 것이 끝내 화근이 되고 말았다.
설마 자이언트 악어가 전투기를 모두 파괴하고 샌프란시스코를 쑥대밭으로 만들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한 가닥 기대를 하고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은 그야말로 멘붕에 빠진 상태였다.
이건 결코 단순한 멘붕의 상태가 아니었다. 미사일도 통하지 않을 정도로 막강한 괴수들의 무서움만 사람들에게 각인을 시켜 준 꼴이었다.
방송계 안팎으로 비난 여론이 쇄도했다.
심신이 미약한 노인이나 어린아이들 중에서 자이언트 악어의 잔인하고 가공할 능력에 두려움을 느낀 나머지 심장마비로 죽는 사람이 속출했을 정도였다.
“도대체 이놈들 정체가 뭐야?”
CNN에 입사한 이후 종군 기자를 거쳐 지금의 국장에 이르기까지.
오직 승승장구만 거듭해 오던 마크에게 난생 처음으로 불어 닥친 시련이었다.
바로 그럴 때쯤 한국 특파원인 제인에게 연락이 왔다. 가뜩이나 가슴이 답답하고 짜증이 나는 판에 제인의 말은 그야말로 밑도 끝도 없었다.
“이봐, 제인. 내가 지금 그런 시답지 않은 농담을 받아줄 기분인 것 같나?”
-국장님, 농담이 아니에요.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요. 정말 괴수들을 맨손으로 죽였다니까요.
제인은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며 동하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그녀는 동하가 취재를 거부한 이상 은밀하게 동하를 따라 다니다 동하가 괴수를 맨손으로 잡는 모습을 촬영하고 싶어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본사에서 장비와 인력 지원이 필요했다.
물론 이 모든 특종은 그녀의 것이어야만 했다.
하지만, 문제는 마크가 제인의 말을 좀처럼 믿으려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긴 이건 마크를 탓할 문제는 아니었다.
제인 역시 두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하고도 쉽게 믿기 어려웠으니 말이다.
하물며 괴수들은 미국이 자랑하는 전투기로 융단폭격을 가했는데도 상처 하나 받지 않은 무시무시한 놈들이었다. 그걸 인간이 맨손으로 때려잡았다는데 선뜻 그랬냐고 하며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일 것이었다.
“혹시 그 상황을 찍어 놓은 거라도 있나?”
-그런 건 없어요. 당시 카메라 기자였던 찰리 아저씨가 괴수들의 손에 죽었다고 몇 번이나 설명을 드렸잖아요.
“그렇다면 아무 증거도 없다는 거잖아?”
-그렇지 않아요. 한국의 수도인 서울에 압구정동이라고 있어요. 일단 그곳의 상태를 확인해 보세요.
“거긴 왜?”
-간밤에 압구정동에 있던 괴수들이 소리 소문도 없이 모조리 사라져 버렸어요.
“괴수들이 사라졌다고?”
마크는 금시초문이었다.
그런 일이 있었다면 로이터통신이나 AP통신 같은 곳에서 벌써 속보를 내보냈어야 정상이었다.
-아무래도 한국 정부에서 정보를 통제하고 있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뉴스에서 압구정동 사태를 보도하던 것들이 지금은 아예 자취를 감추었단 말이에요. 나는 압구정동 사태가 그 사람의 소행이 아닌지 의심이 들어요.
“흐음.”
마크는 눈살을 찌푸렸다.
제인이 이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면 확실히 뭔가 있는 것 같았다.
괴수를 맨손으로 때려잡는 사람이 있다?
믿기 힘든 일이지만, 만에 하나 그게 사실이라면 엄청난 특종이었다.
더구나 샌프란시스코가 자이언트 악어의 손에 거의 초토화된 상황에서 한 줄기 희망이 생긴 셈이었다.
“일단 대기하고 있어.”
사실 확인이 먼저였다.
마크는 전화를 끊고 한국 유학생을 섭외했다.
“여기 있네요.”
한국 유학생이 간신히 몇 개의 기사를 찾아냈다.
제인의 말처럼 정말 속보 형식으로 압구정동 소식이 올라와 있었지만, 무슨 일인지 기사들이 대부분 사라지고 남아 있는 게 몇 개 되지 않았다.
이쯤 되면 확실히 수상한 냄새가 느껴졌다.
무엇보다 종군 기자로 굵직한 발자취를 남긴 마크에겐 본능적으로 한국 정부가 무언가를 숨기려 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전해졌다.
“아직 로이터통신과 AP통신은 자세한 상황은 모르고 있는 눈치로군.”
그렇다면 꾸물거릴 시간이 없었다. 조금이라도 늦장을 부리는 날엔 로이터통신이나 AP통신에게 특종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 ☆ ☆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삼각관계가 따로 없었다. 서용훈 사장과 대통령은 동하를 사이에 두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다.
“대통령님께서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최동하 군에게 볼 일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시지요. 동하 군과 대한그룹 사이에 계약서만 작성하면 얼마든지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글쎄요. 서 사장도 알다시피 지금 괴수들의 공격으로 온 나라가 비상시국이 아닙니까? 저는 지금 당장 최동하 군과 이야기를 나눠야 할 것 같군요.”
이쯤 되면 대통령이 무슨 이유로 이곳까지 찾아왔는지 알 것 같았다.
어떻게 알고 찾아온 것인지는 몰라도 분명 대통령이 동하의 능력을 알아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더 양보할 수 없었다. 평소였다면 정권의 눈 밖에 나는 행동을 하면서까지 대통령과 맞서려 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건 대한그룹의 미래가 달린 일이 아닌가?
하물며 다 된 밥에 코를 빠뜨린 쪽은 대통령이었다.
동하는 대한텔레스의 시스템을 이용해 무기를 만들 생각이었고, 서용훈 사장은 그런 동하의 능력을 믿고 대한그룹의 성장 동력을 방위산업으로 바꾸려 했다.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지금까지 동하의 능력을 몇 번이고 지켜보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서용훈 사장은 원래 배포가 남다른 편이었다. 그는 여기서 쩨쩨하게 굴다 동하의 마음을 잃는 것보다 처음부터 통 크게 질러버렸다.
“계약금 100억 원에 자주포 한 개 당 10퍼센트의 인센티브를 주겠네.”
과연 자주포를 팔아서 그만큼의 이익이 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대한민국에서 그만큼의 수요가 일어날 리 없기 때문이었다.
하나 서용훈 사장은 동하의 능력을 믿었다.
설령 방위산업이 마음먹은 대로 안 된다면 전자 통신 분야에서 도움을 주겠거니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 보니 무기사업으로 손해를 본다고 해도 무조건 동하의 체면을 살려주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건 서 회장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이미 미셜 화장품이 동하 때문에 졸지에 글로벌 회사로의 입지를 탄탄하게 다져가고 있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본 뒤였기에 아무런 망설임이나 의심의 여지도 없었다.
하지만, 일전에 서용훈 사장에게 받은 빌딩까지 포함하면 계약금은 두 배 이상이 되는 셈이었다.
“아마 조만간에 외국에서도 주문이 밀려들어올 겁니다.”
“그렇게만 되면 좋겠군.”
무기는 유독 제한이 많이 걸려 있다.
외국에서 주문이 들어와도 국가의 승인이 있어야 수출이 가능하다.
이런 역할을 하는 곳이 방사청인데, 그렇다고 무조건 방사청의 승인만 있다고 수출이 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대한민국에서 군사력과 관련된 것들은 대부분 미국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
소파, 즉 군사작전권이 미국에 있듯 미사일을 만들고 판매하는 것 역시 미국의 허락이 있어야 가능하다. 때문에 미국의 허락이 없이는 아무 무기나 만들지 못하고 주문이 들어와도 수출할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총이나 총알 그리고 포탄 정도는 파급력이 약해서 미국의 승인 없이도 수출이 가능했다.
서용훈 사장은 그래서 내심 더 기대가 되었다.
동하의 말처럼 자주포를 강화해서 괴수들을 죽일 수 있다면 이건 정말 상상할 수조차 없는 대박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서로의 이해가 부합되어 동하와 막 이야기를 끝내고 계약을 하려는 찰나 대통령이 들이닥친 것이다.
대통령은 정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으로 눈치가 보통 빠른 게 아니었다.
그는 자세한 사정은 몰라도 동하와 서용훈 사장이 무언가를 놓고 계약을 하려 한다는 것을 눈치 채고 강하게 태클을 걸었다.
“서 사장님. 잘 생각하십시오.”
“지금 저희를 협박하시는 겁니까?”
“협박이라니 당치 않습니다. 다만 충고하는 겁니다.”
“충고나 협박이나 결국 똑같은 거 아닙니까?”
“그렇게 들렸다면 유감이군요. 하지만, 나라가 없으면 기업도 없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이 위기에 빠졌는데, 한가하게 기업의 이윤이나 생각할 때입니까?”
서용훈 사장과 대통령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대통령은 단순히 동하가 맨손으로 괴수들을 때려잡은 능력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서용훈 사장이 동하와 계약을 맺으려고 하는 것도 그런 능력을 십분 활용해서 대한그룹의 경호팀으로 활용하려는 게 아닌지 오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겨우 동하의 능력을 총수 일가의 경호에 국한시키기에는 자원을 낭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란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대통령 입장에서는 대한그룹에 동하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사력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문득 서용훈 사장과 이야기를 계속 할수록 자신이 무언가 착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나중에는 서용훈 사장이 동하와 계약하려던 것이 경호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 무기를 강화해서 괴수들을 죽이려는 것임을 알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최동하 군. 정말 무기를 강화하면 괴수들을 죽일 수 있단 말인가?”
그렇게 묻는 대통령의 목소리는 은근히 떨리고 있었다.
이건 동하가 맨손으로 괴수들을 때려죽이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괴수를 때려잡는 건 오직 동하만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무기를 강화해서 괴수들을 죽일 수 있다면 충분히 국가 차원에서 괴수들을 상대할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또한 세계를 상대로 무기를 수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석유 못지않은 자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건 확실합니다. 간밤에 제가 실험을 했고, 어느 정도 성과를 보았으니까요.”
“그렇다면 미국에 나타난 거대한 악어는 어떤가?”
“악어라니요?”
“아, 자넨 아직 보지 못했겠군. 샌프란시스코에 15미터 크기의 초대형 악어가 나타났다네. 그놈의 손에 미국이 자랑하는 전투기가 파괴되고 샌프란시스코가 무너졌다네.”
“으음.”
동하는 대통령이 말하는 거대한 악어가 바로 자이언트 악어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원래 자이언트 악어는 필드 2관의 포식자 중에 포식자였다. 1성급 그린몬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시무시한 놈이었다.
‘샌프란시스코가 무너질 만하군.’
이전 생애에서는 처음 1차 침공이 발생한 이후 2년이 지나서야 등장하는 놈이 지금은 첫날부터 나타난 것이다.
인류가 감당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샌프란시스코에 나타난 자이언트 악어의 크기가 15미터라면 동하가 필드 2관에서 만났던 놈보다 훨씬 더 컸다.
당시 동하는 어느 정도 능력을 각성한 상태였음에도 가까스로 놈을 이기지 않았던가?
하물며 능력이 업그레이드된 놈을 인류가 막아낸다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강화한 무기를 사용하면 놈의 보호막을 파괴할 수 있을 겁니다.”
“오오. 그게 정말인가?”
“하지만, 아직 좋아하기에는 이릅니다. 놈의 몸통이 보호막만큼이나 두껍고 단단하다면 쉽게 죽이지는 못할 테니까요.”
“그렇다면 놈을 죽일 방법은 없다는 건가?”
“그건 아닙니다. 단지 어느 정도 피해를 입을 걸 각오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정도면 충분하네.”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샌프란시스코가 무너진 마당에 그까짓 피해가 대수인가?
“한데, 말이네. 무기를 강화한다는 게 정확히 무슨 뜻인가?”
사실 아까부터 동하에게 묻고 싶던 말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머릿속에 와 닿는 것이 없었다.
하긴, 게임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여서 나이가 지긋한 대통령이 이해하지 못하는 게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유감스럽게도 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천문학적인 돈이 걸려 있는 일이었다. 아직은 괴수의 사체 속에 엄청난 에너지가 숨겨져 있다는 걸 세상에 공개할 단계가 아니었다.
나비효과로 괴수들의 능력이 이전 생애에 비해서 상당히 강해져 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1성급 몬스터가 전부였다. 적어도 2성급 몬스터가 침공하기 전까지는 여유가 있었고, 그전까지 정보를 독점하고 이익을 취한다고 해서 딱히 문제될 건 없었다.
“그렇다면 정부와 계약을 맺고 일하는 건 어떻겠나?”
“글쎄요.”
동하는 선뜻 대답하지 않았다.
상대가 대통령이라고 해서 무조건 굽실거리지도 않았다.
“우린 앞으로 특별한 조직을 만들 생각이네. 자네가 그 수장의 자리를 맡아만 준다면 대통령의 명예를 걸고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겠네.”
이전 생애에서 정부 소속의 정공이 있었다.
정부 소속의 정공은 세금 혜택부터 시작해서 고가의 장비 지원, 그리고 엄청난 연봉까지.
그 권한과 혜택은 대기업 간부들조차 부러워할 만큼 엄청난 것이었다. 하물며 정공의 대장은 대통령 못지않은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는 모든 능력을 각성한 사람들의 꿈이기도 했다.
지금 대통령은 정공을 생각하고 말한 것은 아니겠지만, 아마 점차적으로 그런 방향으로 나아갈 터였다.
동하는 솔깃해 하는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시크하게 대답했다.
“일단 생각해 보겠습니다.”
“조건이 부족해서 그런가? 자네가 원한다면 모든 방위산업체와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도 있네.”
그것만으로는 약하게 느껴졌는지 대통령은 감옥에 수감된 성진을 특별사면 형식으로 풀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순간 서용훈 사장이 발끈하고 나섰다.
성진의 특별사면은 원래 서용훈 사장이 먼저 동하에게 제안한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법을 집행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대통령에게 밀릴 수밖에 없었다.
“동하 군. 계약금을 200억 원을 주겠네. 그리고 판매액의 15퍼센트를 주도록 하지.”
“그 정도는 정부에서도 충분히 지급할 용의가 있는 수준이군요.”
“호오, 그래요? 그럼 계약금 500억 원에 판매액의 25퍼센트는 어떻습니까?”
갑자기 조건이 팍 튀었다. 자금력에 있어서는 대통령은 자신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걸 똑똑히 보여주겠다는 심사였다.
설령 이것으로 대한그룹과 정부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다 해도 상관없었다. 동하가 대한그룹의 힘이 되어만 준다면 감히 정부도 대한그룹을 어쩌지 못한다는 것을 이번 일로 확인한 서용훈 사장이었다.
“이봐요, 서 사장.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겁니까?”
“나는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군요. 먼저 시작한 쪽은 대통령님 같은데 말입니다.”
분위기는 더욱 험악하게 변했다.
이제는 자존심 때문에라도 서로 물러설 마음이 없었다.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들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쳐다볼 정도였다.
덕분에 동하에게는 좋은 일이 생겼지만, 가만히 있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일단 모두 진정들 하십시오.”
동하가 간신히 대통령과 서용훈 사장을 진정시켰다.
아직 무기를 강화한 것도 아니었다. 간밤에 동하가 사체로 강화한 검을 사용해 괴수들을 죽이긴 했지만, 과연 자주포에도 통할 수 있는지는 지켜볼 일이었다.
“협상은 나중에 다시 하기로 하죠. 지금은 무기를 강화해서 시험해 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다들 감정이 격해져 있었지만, 동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동하의 인벤토리에는 만물상점에서 만든 사체의 액체만 있었다.
하지만, 간밤에 사냥한 괴수들의 심장에서 결정체를 얻은 직후 동하의 머릿속에 그럴 듯한 생각이 떠올랐다.
무기나 장비만 강화할 수 있는 게 아닐지도 몰랐다.
어쩌면 사체의 액체 속에 결정체를 집어넣고 녹인다면 액체의 성능이 좀 더 강화될지도 몰랐다.
동하에게 마법의 용광로가 있기에 가능한 생각이었다.
동하는 즉시 아무도 없는 방으로 가서 마법의 용광로를 꺼냈다.
그리고 인벤토리를 열고 사체의 액체와 결정체를 같이 넣고 녹이기 시작했다.
이제 7서클 마법사인 동하는 1서클 파이어를 10분 이상 사용해도 예전처럼 마나가 그리 많이 줄어들지 않았다.
아무튼, 무기 강화는 두 가지 버전으로 나뉘어 실험이 진행되었다.
하나는 결정체 없이 단순히 괴수의 사체만 녹인 것과 다른 하나는 사체의 액체 속에 결정체를 넣고 녹인 것.
강화된 무기는 즉각 실전에 배치되었다.
현재 가장 피해가 심각한 쪽은 강원도였다.
괴수의 사체만 녹여서 강화한 자주포는 강원도로 보내졌고, 결정체를 함께 녹인 것은 서울의 도봉구 쪽으로 보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