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이드 만물상점-96화 (96/167)

<-- 96화 : 1차 침공-02 -->

쇄애액!

괴수가 엄청난 속도로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바로 1성급 몬스터였다.

이전 생애에서는 녹색 몸체를 지니고 있다고 해서 그린몬이라고도 불렸던 바로 그 괴수였다.

쿵!

순간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땅이 쩍 갈라지고 바닥이 들썩거렸다.

사람들은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자빠지거나 앞으로 고꾸라져 넘어졌다.

“으으.”

“괴, 괴물이다.”

사람들은 겁에 질린 얼굴로 뒷걸음질 쳤지만, 온몸이 딱딱하게 굳어져 마음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키키키킷!”

가만히 듣기만 해도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로 기괴한 울음소리였다.

사람들의 얼굴이 더욱 창백하게 변했다. 공포에 질려 바닥에 주저앉는 사람도 있었고, 심지어는 바지에 오줌을 싸는 사람도 있었다. 놈의 울음소리에는 사람들의 공포심을 극대화 시키는 마력이 담겨 있었다.

슈거걱!

그린몬이 앞발을 하늘 높이 치켜 올리고 사람들을 공격했다.

놈의 앞발에는 날카로운 칼날이 달려 있었는데, 그 길이만 해도 족히 1미터는 되어 보였다.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크아악!”

“으아악!”

뼈가 잘려지고 살이 찢겨져 나갔다.

처절한 비명과 함께 사람들의 몸이 두 동강 나며 사방으로 피가 튀었다.

잔인하고 끔찍한 광경에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놈은 그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듯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주변 일대를 훑어보았다. 이전 생애에서도 괴수들의 목적은 오직 사람들을 죽이는 것이었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적개심에 가득 찬 그린몬의 눈빛에 사람들은 두려운 나머지 덜덜 떨었다.

“모, 모두 도망쳐.”

거리는 아수라장에 빠졌다.

서로 도망치려고 하다 부딪쳐서 넘어지는 사람.

밀지 말라며 소리를 지르는 사람.

넘어져서 사람들에게 짓밟혀 울부짖는 사람들.

갑자기 차도에 뛰어들었다가 차에 부딪쳐서 튕겨져 나가는 사람들까지.

하지만, 이미 사람이 잘려져 나가고 피가 튀는 등 끔찍한 광경을 목격한 상황이었다.

극도의 이기주의가 팽배했다. 누구도 바닥에 쓰러진 사람들을 도와줄 엄두를 내지 못한 채 오직 자신만이 살아남을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크아악!”

“케엑!”

그런 와중에도 그린몬은 사람들 사이에 뛰어 들어 무차별적인 살인을 자행했다.

그린몬의 앞발이 스치고 지나가는 곳에는 영락없이 뼈가 잘려지고 살이 찢겨져 나갔다.

유경과 미현의 얼굴도 하얗게 질렸다.

그녀들의 얼굴은 겁에 질려 하얗게 변했고, 온몸은 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로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나마 그녀들은 그린몬과 거리가 떨어져 있어서 참변을 면할 수 있었다.

“지,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그나마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건 혜주였다.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다 유경과 미현의 손을 잡아끌고 눈앞에 보이는 마트 안으로 도망쳤다. 그녀들이 들어서자 이미 그린몬을 피해 도망친 사람들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창밖을 주시하고 있었다.

유경 등은 그제야 참았던 숨을 길게 내쉬었다.

사마귀를 닮은 괴수는 거리를 도망치는 사람들만 죽일 뿐, 건물 안에 숨어 있는 사람들까지 주시하진 않았다.

한데, 그녀들이 채 숨을 돌리기도 전이었다.

처음 공간이 열렸던 곳에서 약간 떨어진 하늘 위였다.

또 다른 공간이 열리고 이번에는 바퀴벌레를 닮은 괴수가 튀어 나왔다.

툭툭!

이번에는 두 마리였다.

놈들 역시 몸체가 3미터 크기를 자랑하고 있어서 유경 등은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았다.

거리는 더욱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바퀴벌레를 닮은 괴수는 차도에 뛰어 들어 자동차들을 공격했다. 놈들은 빠르게 달려오는 자동차와 부딪치고도 끄덕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동차가 뒤집어지고 부서지는 등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그렇다 보니 다른 차들이 바퀴벌레를 닮은 괴수를 피하려고 급하게 핸들을 꺾었고, 뒤에서 따라오던 차들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쾅 하고 부딪쳤다.

쾅! 콰쾅!

차들이 연이어 충돌을 일으켰다.

“맙소사.”

“말도 안 돼.”

마트 안에서 숨죽이고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그건 유경과 혜주 그리고 미현도 마찬가지였다.

사마귀를 닮은 괴수는 압도적인 앞다리도 사람들을 무참히 도륙했고, 바퀴벌레를 닮은 괴수들은 달려오는 자동차에도 끄덕하지 않을 만큼 몸체가 튼튼했다. 겨우 세 마리에 불과했지만, 서울의 도심은 걷잡을 수 없이 공포에 빠져 들었다.

따르릉!

그때, 적막에 잠겨 있던 마트 안에 전화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바로 유경의 것이었다.

“여, 여보세요?”

-유경 씨. 저 동하에요.

“도, 동하 씨.”

유경이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왠지 동하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억울한 일을 당한 아이처럼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 내렸다.

-유경 씨, 무슨 일입니까? 울지 말고 자세히 말해 보세요.

“괴, 괴물이……. 하늘에서 공간이 열리고는 갑자기 괴물이 나타나서 사람들을 죽이고 있어요.”

그렇게 동하와 통화를 하는 순간에 하늘에 또 다른 공간이 생겨났다.

그리고 이번에는 벌을 닮은 괴수가 튀어 나왔다.

툭툭툭!

이번에는 세 마리였다.

더구나 놈들은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가 달려 있었다.

놈들은 하늘을 날아다니며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을 공격했다.

“크아아악!”

놈들이 도망치던 사람들의 목덜미를 낚아채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놈들은 벌을 닮았다고 하기에는 너무 크고 힘도 좋았다. 건강한 성인을 아무렇지 않게 낚아채고는 순식간에 하늘 높이 솟구쳐 올라갔던 것이다.

그리고는 갑자기 잡고 있던 사람들을 놓아 버렸다.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떨어진 건 당연지사.

쿵!

수십 미터 상공에서 떨어진 것이었다.

뼈와 살로 된 인간이 그것을 버텨낼 리 없었다.

“아!”

유경이 자신도 모르게 부르르 떨며 신음을 흘렸다.

시선을 돌려 외면했지만, 이미 참혹한 상황이 머릿속에 각인되고 난 이후였다.

-왜 그래요, 유경 씨?

“버, 벌을 닮은 괴물이 나타났어요. 노, 놈들이…….”

덜덜덜.

유경의 목소리가 극한의 공포심에 한없이 떨리고 있었다.

-일단 침착해요. 미현이나 다들 무사한 거죠?

“예? 예. 다들 무사해요.”

-내가 그쪽으로 가고 있어요. 아까 말한 피자 가게 안에 있는 겁니까?

“아, 아니에요. 그 옆에 보면 마트가 하나 있어요. 저희들은 마트 안에 들어와 숨어 있는데……. 꺄악!”

유경이 말을 하다 말고 비명을 질렀다.

그와 동시에 마트 안에 숨어 있던 사람들도 덩달아 비명을 질렀다.

그도 그럴 것이 벌 한 마리가 창문을 깨고 마트 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동하는 마음이 급했다.

수화기 너머로 마트 안의 상황이 얼마나 위급하게 변했는지 생생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역시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었다.

인천 쪽에는 괴수들이 나타난 것 같지 않았다.

동하가 있는 주변은 물론이고 어디에서도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노을이 생겨난 곳. 동쪽에 가까운 곳으로 갈수록 괴수들이 나타났다는 뜻일 터였다.

이건 정말 예상 밖의 일이었다.

5년 후에 벌어질 상황이 이렇게까지 빨리 앞당겨질 줄이야.

샤이언 종족이 결정체를 연구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어느 정도 시기가 앞당겨질 걸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2년에서 3년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은 빨라도 너무 빨랐다.

동하가 회귀를 한 지 불과 몇 달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리고 벙커를 짓기 시작한 지 이제 겨우 한 달 남짓밖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모든 건 나비효과로 인해 벌어진 일이었다.

동하의 복합 능력을 알게 된 타누스 박사는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끝에 결정체라는 것을 발명하기에 이르렀고, 이것이 이전 생애보다 무려 5년이나 빨랐던 것이다.

더구나 이전 생애에는 없었던 현상이 몇 개 있었다.

가장 먼저 울트라 베타테스트가 그랬다.

사실 이건 전적으로 동하를 견제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었다.

원래 필드는 모든 테스터들에게 개방하고 던전을 유지해 나갈 전사를 뽑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가장 폐쇄적으로 변한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가 괴수들의 시스템이었다.

1차 1기 테스터들을 통해 괴수들의 부족한 점을 알면 바로 수정을 해서 패치 업데이트를 실시한다. 그리고 1차 2기를 통해 테스트를 거치면 바로 1성급 S몬이 나오게 되는데, 그 업데이트 주기가 이전 생애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이전 생애에서는 1차 침공이 3년 정도 이어졌고, 1성급 S몬의 패치 업데이트가 이루어진 건 2년차 정도였다.

한데, 지금은 겨우 2주에 불과했다.

만약 2주 만에 업데이트 패치를 만들지 못하면 3기 4기로 이어지겠지만, 그래도 이전 생애에 비해 엄청 빠른 속도로 괴수들의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 ☆ ☆

“으아악!”

“사, 사람 살려.”

마트 안에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겨우 한 마리가 들어온 것뿐이었지만, 마트 안에 있던 수십 명의 사람들은 공포의 도가니에 빠졌다. 벌써 십여 명의 사람들이 벌을 닮은 괴수의 발에 살이 찢기고 침에 몸이 관통이 되어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놈의 침은 마치 탄창에 장전된 총알 같았다.

한 번 침을 쏘고 나면 곧바로 새로운 침이 생겨났고, 멀리 있는 사람도 침을 쏘아서 죽일 수도 있었다.

그래서 더 무서운 존재였다.

또 다시 눈 깜짝 할 사이에 일곱 명의 사람들이 놈의 손에 죽고 말았다.

유경과 혜주 그리고 미현과 친구들은 마트의 가장 끝에 있는 진열대 뒤에 숨어 있었지만, 벌을 닮은 괴수가 조금씩 그녀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어, 언니. 어떡해요?”

“쉿! 일단 저쪽으로 가자.”

유경이 미현의 손을 잡고 벌을 닮은 괴수가 날아오고 있는 반대쪽으로 살금살금 기어갔다.

그야말로 사면초가였다.

그 어디로도 피할 곳이 없었다.

마트 안에는 벌을 닮은 괴수가 날아다니며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을 죽이고 있었고, 거리에는 사마귀를 닮은 괴수와 바퀴벌레를 닮은 괴수들이 활개를 치고 있었다. 어디를 가든 괴수들이 있었다.

지금은 벌을 닮은 괴수가 빨리 마트에서 나가는 것 밖에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설상가상이라 했던가?

또 하나의 공간이 열리고 이번에는 네 마리의 괴수들이 떨어져 내렸다.

메뚜기를 닮은 녹색 괴수였다. 하나 그 크기는 지금까지 괴수들보다 훨씬 커서 4미터가 넘어 보였다. 놈들은 등에 날개가 있어서 하늘을 날아다니기도 하고 두 다리를 이용해 거리를 걷기도 했다.

위이이잉!

그중 한 마리가 마트 안으로 날아들었다.

“아!”

유경 등의 발걸음이 멈춰 섰다.

하필이면 메뚜기를 닮은 괴수가 그녀들이 조심스럽게 도망치고 있는 곳으로 날아들었던 것이었다.

“키키키킷!”

놈이 유경 등을 발견하고 껑충 뛰며 달려들었다.

빨라도 너무 빨랐다.

4미터가 넘는 거대한 체구의 괴수가 물건이 진열되어 있는 진열장을 좌우로 쓰러뜨리며 미친 듯이 내달렸다.

“아악!”

유경 등이 겁에 질려 비명을 터뜨렸다.

피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설령 피한다고 해도 반대쪽에는 벌을 닮은 괴수가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동하가 귀신처럼 나타나 그녀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모두 무사했다.

그제야 동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유경에게 장소를 듣고 곧장 공간이동으로 서울로 넘어온 동하였다.

거리에는 이미 끔찍한 지옥도가 펼쳐져 있었지만, 동하는 그쪽에 신경을 쓸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동하는 주변에 사람들이 보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또 다시 공간이동을 펼쳐서 유경 등의 앞을 가로막을 수 있었다.

그야말로 간발의 차이였다.

아마 조금만 타이밍이 늦었어도 미현은 물론이고 유경과 혜주 등은 괴수의 손에 참혹하게 죽었을 것이었다.

“키히히힛!”

메뚜기를 닮은 괴수가 사납게 포효했다.

그건 다른 게 아니었다.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동하가 가소로워 비웃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놈의 눈에 적개심이 떠올랐다.

샤이언 종족이 심어 놓은 프로그램은 눈에 보이는 모든 인간을 죽이는 것이다.

그것이 지금 작동이 되어 닥치는 대로 인간을 죽이고 싶은 살기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쇄애액!

놈이 앞발을 휘둘러 동하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흥.”

동하의 입에서 코웃음이 나왔다.

겨우 1성급 몬스터 주제에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설치고 다닌단 말인가?

원래 동하는 사람들 앞에 철저히 자신의 정체를 숨겨왔지만, 지금은 잠시만 망설여도 동생인 미현과 유경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괴수들의 1차 침공이 시작된 이상 이제는 정면승부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꺼져라.”

동하가 놈의 집개를 향해 팔을 뻗어갔다.

드디어 봉인해 두었던 능력을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그 모습이 미현이나 유경의 눈에는 자살행위처럼 느껴진 모양이었다.

그녀들은 위기의 순간에 동하가 나타나서 아주 잠깐 기뻐했지만, 지금은 미친 듯이 소리를 질러댔다.

“오, 오빠 어서 피해.”

“동하 씨, 놈들은 자동차도 부술 만큼 힘이 엄청난…….”

하지만, 그녀들의 외침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동하가 놈의 집게를 잡고는 그대로 업어치기 한판으로 바닥에 내리 꽂았다.

펑!

흙먼지가 일었다.

놈의 몸이 진열장과 함께 쓰러지며 마트 안에 엄청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우드득!

동하가 힘을 주어 비틀자 놈의 단단하기 그지없던 집게다리가 젓가락 부러지듯 부러져 나가는 것이 아닌가?

동하는 그것으로도 부족해서 놈의 얼굴을 사정없이 짓밟아 버렸다.

“케에엑!”

처절한 비명이 마트 안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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