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3화 : 입찰경쟁-03 -->
“여보세요?”
-나 미셜 화장품의 강혜련 사장이에요. 잠깐 통화 괜찮나요?
“예, 말씀하십시오.”
시간을 보니 11시였다.
필드에 가기까지 6시간이나 남아 있었고, 필요한 물건의 대부분을 사고 난 후라서 더 이상 쇼핑은 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유경이에게 들으니까 요즘 바쁜 일이 있는 것 같은데, 아직도 많이 바쁜가요?
“다행히 급한 일을 대부분 처리해서 지금은 잠시 쉬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봐야 6시간 뒤에는 또다시 필드에 가야하겠지만, 그래도 이게 어떤가? 쇼핑도 끝났으니 이제 남은 시간은 집에 가서 또 푹 쉴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잘 됐군요. 점심이나 같이 할까요?
“예? 오, 오늘 말입니까?”
-왜요? 오늘도 시간을 내기 어렵나요?
“그, 그게…… 오후에 다른 일이 있습니다. 죄송하지만 내일 만나면 안 될까요?”
-흐음.
수화기 너머로 강혜련 여사의 신음성이 들려왔다.
-혹시 그 볼일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요?”
“그, 그건 지극히 사적인 일이라서…….”
-아! 불쾌하게 생각하지 말아요. 혹시 다른 화장품 업체에서 동하 군과 접촉을 한 건 아닌가 싶어서 물어본 거예요.
“다른 업체에서 저에게 접촉을 하다니요? 저는 금시초문입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강혜련 여사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동하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진 않았다. 그녀가 동하와 계약한 것은 ‘퀸’ 하나뿐이었다. 만약 동하가 다른 것으로 경쟁업체와 계약을 한다고 해서 전혀 문제될 것은 없다는 뜻이었다.
강혜련 여사는 지금 와서 동하와 계약을 한 건밖에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후회했지만, 너무 늦은 뒤였다.
새로 계약을 하려면 예전보다 몇 배의 돈을 더 주어도 어려울지도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반응이 빨라도 너무 빨랐다. ‘퀸’이 출시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대박을 쳤기에 글로벌 화장품 업체에서 동하의 존재를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강혜련 여사는 ‘퀸’의 물량을 늘리고 싶다고 말하기 위해 전화를 했지만, 결국 그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래요, 알았어요. 그럼, 내일 보는 것으로 하죠.
“들어가십시오.”
동하는 전화를 끊고 나서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른 업체에서 나와 접촉을 하려고 한다고?”
남들은 좋다고 함박웃음을 지을 수도 있겠지만, 동하는 괜히 귀찮은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애초에 돈을 벌겠다고 생각한 것은 벙커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미 벙커를 만들 자금은 충분히 모아둔 상태였고, 차후에 지낼 생활비 역시 쓰고도 남을 정도로 많았다.
그렇다면 굳이 남들의 이목을 끌면서 살 이유가 없는 셈이었다.
☆ ☆ ☆
“동하라고?”
강승민 회장이 의아한 표정으로 혜주를 쳐다보았다.
“혜주야, 네가 아는 사람이냐?”
“그럼요. 유경이 남자 친구예요. 저도 몇 번 만나서 잘 알고 있어요.”
“뭐, 뭐라고?”
강승민 회장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뭔가 앞뒤가 안 맞는 얘기였다. M뱅크 때문에 새경텔레콤만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한전자 역시 핸드폰 단말기 점유율이 많이 떨어져서 곤란한 상황에 처한 건 매한가지였다.
“너도 알고 있는 사이였어?”
“유경이 때문에 알게 됐어요. 한데, 아빠. 동하 씨 사진이 왜 여기에 있어요?”
“그건 내가 할 소리다. 유경이 남자친구라는 놈이 왜 다온텔레콤을 도와줘?”
“예에?”
혜주의 두 눈이 크게 치떠졌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아니고 강승민 회장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M뱅크 말이다. 유경의 남자 친구라는 이 녀석이 바로 M뱅크를 기획한 놈이란 말이다.”
“마, 말도 안 돼.”
혜주는 두 눈을 부릅뜨고 책상 위에 널브러진 동하의 사진을 쳐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책상 위에는 동하와 수정이 함께 찍혀 있는 사진도 있었다.
혜주가 뭔가에 홀린 듯 중얼거렸다.
“이상하네. 이럴 리가 없는데…….”
“혜주야, 이 녀석 말이다. 유경이와 어떻게 알게 된 것이냐?”
“유경이가 사기 당할 번한 것을 동하 씨가 도와주었어요. 참, 일전에 말씀드렸죠? 사람의 얼굴만 봐도 척척 알아맞히는 사람이 있다고 말이에요.”
“아. 그 관상쟁이 말이냐?”
“그 사람이 바로 동하 씨예요.”
“그래?”
그제야 강승민 회장도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그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아까만 해도 국문학과 2학년생이라고 무시했던 생각이 지금은 많이 바뀐 상태였다.
“이 녀석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있다면 자세히 말해보아라.”
“동하 씨는 여러 방면에서 재능이 뛰어나요. 화장 솜씨는 또 어찌나 좋은지 순식간에 전혀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니까요.”
“남자가 화장 솜씨가 좋아서 뭐에 쓴다고.”
“그게 그렇지가 않아요. 아빠도 유나 알죠?”
강승민 회장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혜주가 말을 이어 나갔다.
“동하 씨가 글쎄 유나를 완전히 섹시한 스타일로 만들어 주었다니까요.”
그래봐야 직접 눈으로 보지 못했으니 강승민 회장의 귀에는 딱히 인상 깊게 들릴 리 없었다.
“아빠도 참. 유경이가 그것 때문에 동하 씨에게 부탁을 해서 결국 미셜 화장품을 돕게 된 거라고요.”
“여기서 갑자기 미셜 화장품이 왜 나와?”
“이번에 미셜에서 새로 출시한 제품 아빠도 알죠?”
“퀸 말이냐?”
“그거 동하 씨가 기획한 거예요.”
“뭐, 뭐라고?”
강승민 회장은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랐다.
미셜 화장품이 어떤 곳인가?
대한그룹 계열사 중 처음으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 있던 곳이었다.
한데, 그런 회사가 하루아침에 전 세계적으로 핫한 기업이 된 것은 오직 하나. 바로 ‘퀸’ 때문이었다.
강승민 회장은 대한그룹 자체에서 심혈을 기울여 ‘퀸’을 만들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철천지원수 같은 동하의 기획이었다니. 무슨 놈의 국문학과 학생이 관상은 물론이고 화장품에도 조예가 깊고, 정보통신에도 엄청난 실력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
강승민 회장은 너무 놀라 한동안 말을 할 수 없었다.
한편, 혜주도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동하가 M뱅크를 기획했단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말을 하다 보니까 동하라면 충분히 M뱅크를 기획하고도 남을 것 같았다.
“아빠, 저 유경이 좀 만나고 올게요.”
☆ ☆ ☆
대한미술관은 한국 최고의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었다.
고미술관에는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의 그림과 도자기 등이 전시되어 있었고, 현대미술관에는 한국과 외국의 근현대미술의 소장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건물의 외관에서 풍겨오는 포스가 장난이 아니었다.
미현과 친구들은 시골아이들이 서울 구경을 하듯 신기한 눈빛으로 쉴 새 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내가 좀 늦었지?”
“아니에요.”
“네가 동하 씨 동생이니?”
유경은 한눈에 미현을 알아볼 수 있었다.
미현의 친구는 모두 일곱 명이었는데, 그녀들 중에서 미현의 미모가 단연 발군인데다 얼핏 동하와 닮은 구석도 있었다.
“유경이 언니세요?”
“만나서 반가워. 동하 씨에게 이렇게 예쁜 동생이 있는 줄 몰랐네.”
“헤헤. 저도 반가워요, 언니.”
미현은 유경의 아름다운 미모에 넋을 잃을 정도였다.
유경은 여자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었다. 늘씬한 키에 아름다운 미모. 거기다 풍만한 가슴까지.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 친구가 있는데도 뭐가 어쩌고 어째? 잘 보여도 시원치 않을 판에 그냥 아는 사람이라고?’
미현은 동하가 아무리 자신의 오빠지만, 이번엔 너무 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우리 안에 들어갈까?”
유경이 미현과 그녀의 친구들을 데리고 미술관 안으로 들어갔다.
안내 직원들이 유경을 보고 인사를 하고 가까이 다가왔다.
하지만, 유경이 팔을 내저으며 그들을 막아 세웠다.
“다들 가서 일들 보세요.”
“알겠습니다, 아가씨.”
유경의 범상치 않은 포스에 미현의 친구들은 놀란 눈빛으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미현아, 뭐하는 분이셔?”
“나도 잘 몰라. 아까 오빠가 언니하고 통화하는 거 들으니까 대한그룹 어쩌고 하는 거 같던데.”
“그럼, 혹시 대한그룹 손녀나 뭐 그런 거 아닐까?”
“에이, 설마.”
미현은 터무니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지만, 왠지 친구들의 말이 완전히 틀린 것 같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유경은 직접 안내직원이 되어 미현과 친구들에게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을 일일이 설명해 주었다. 특히, 지금 대한미술관에는 ‘동서교감’이라는 주제로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이번 주말이 세계의 다양한 미술작품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이런 특별전이 흔치 않기 때문에 미현과 친구들이 더 기뻐한 건 당연했다.
“이 두 개의 고려청자의 모양이나 문양이 많이 다르죠?”
“예, 언니.”
“고려청자는 문신시대와 무신시대로 나누어 생각해야 해요. 문신시대의 기법이 세련된 것이라면 무신시대의 것은 유약의 색깔이 어두워지고 문양이 촘촘한 것이 특징이에요.”
“우와. 얼굴도 예쁜 언니가 머리도 되게 똑똑하세요.”
“호호. 대학교에 들어가면 여러분들도 교양으로 배울 수 있는 것들이랍니다.”
교양은 개뿔.
유경은 미현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자신이 가진 지식을 총동원했다.
원래 머리가 똑똑한데다가 어려서부터 미술 쪽에도 관심이 많아서 꾸준히 책도 읽고 공부했던 것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미현과 친구들은 어느 곳이든 무료로 입장이 가능했다.
물론 그건 유경이 곁에 있었기에 가능했다. 미현의 친구들은 왠지 특별한 대우를 받는 것 같아서 어깨가 으쓱거렸다. 주변에 관람하던 사람들은 돈을 내고 표를 사야 입장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웃고 떠드는 사이에 뒤늦게 연락을 받은 박 관장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아이쿠, 아가씨. 미리 연락을 주시지 않고요.”
“나는 신경 쓰시지 말고 아저씨 볼 일 보세요.”
“아닙니다. 이런 일을 아가씨께서 직접 하신다는 게…….”
“나는 괜찮아요. 이분들은 내 손님이니까 내가 직접 안내하고 싶어요.”
“그래도…….”
박 관장은 유경 앞에서 쩔쩔 맸다.
직원들 역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유경의 눈치만 살폈다.
유경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대한미술관 역시 대한그룹 계열사 중 하나이니 마음 편히 미술관을 돌아다니기 어려운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럼, 아저씨. 여기 있는 아이들이 볼 수 있게 뮤지컬 자리 좀 만들어주세요.”
대한미술관에는 주말마다 뮤지컬 공연이 열리는데, 점심을 먹고 오면 얼추 공연 시간이 맞을 것 같았다.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가씨.”
박 관장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직원들과 함께 어딘가로 사라졌다.
그 모습에 미현은 물론이고 그녀의 친구들도 바싹 얼어붙었다.
“진짜로 회장님 손녀인가 봐.”
“맙소사. 우리가 대한그룹 손녀의 안내를 받으며 미술관을 구경하고 있는 거라고?”
“말도 안 돼. 저 언니가 정말 너희 오빠 여자 친구야?”
“그, 그러게.”
불친절한 오빠 같으니.
미현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동하가 사전에 뭐라고 한 마디라도 해주었으면 이렇게까지 당혹스럽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그렇다고 동하와 어떤 사이냐고 묻는 것도 왠지 실례인 거 같아서 궁금해도 참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혜주가 씩씩거리며 미술관 안으로 들어섰다.
아까 전화로 유경이 미술관에 있다는 말을 듣기 무섭게 이곳으로 달려왔던 것이다. 마침 새경텔레콤의 본사와 대한미술관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아서 30분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유경아, 너 알고 있었어?”
“다짜고짜 그게 무슨 말이야?”
“동하 씨말이야, 동하 씨.”
“응? 동하 씨가 왜?”
유경도 그랬지만, 미현도 난데없이 처음 보는 여자의 입에서 오빠의 이름이 나오자 긴장한 표정으로 혜주를 쳐다보았다.
“동하 씨가 어떻게 우리에게 이럴 수가 있니?”
“그러니까 아까부터 그게 무슨 소리냐고?”
“동하 씨가 M뱅크를 기획한 장본인이었어. 우리와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어떻게 대한그룹과 새경텔레콤을 벼랑 끝으로 내몰 수가 있는 거냐고?”
“네가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냐? 동하 씨는 국문학과 학생인데, 어떻게 정보통신 분야에 능통할 수가 있겠어?”
“방금 아빠에게 갔다가 들은 거니까 확실한 거야.”
혜주는 말을 하다 말고 눈살을 찌푸렸다. 유경의 반응을 보니 그녀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눈치였다.
“너도 몰랐구나!”
“그래도 동하 씨에게 사실관계는 확인해야 하지 않을까?”
“너는 아직도 동하 씨를 모르니? 사람 얼굴만 봐도 이름이며 살아온 내력을 척척 알아맞힐 정도로 관상에 능통하고 싸움도 무림 고수 뺨치듯 잘해. 어디 그뿐이야? 동하 씨가 국문학과 출신이라서 이번에 미셜 화장품에서 출시한 ‘퀸’을 만들었니?”
“그, 그건 그렇지만…….”
유경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혜주의 말을 듣고 보니 국문학과 출신인 동하가 M뱅크를 만들지 못하리란 법도 없었다.
아니, 충분히 만들고도 남았다.
한편 미현은 처음엔 잔뜩 긴장을 했었지만, 혜주의 말이 계속될수록 자신의 오빠가 아닌 것 같았다.
‘동명이인인가 보네. 동하란 이름이 그리 흔했나?’
오빠가 관상을 볼 줄 안다는 말은 금시초문이었다.
더구나 싸움은 그리 잘하지도 못 했지만, 무림 고수 뺨친다는 말에 실소가 터져 나온 미현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화장품이라니.
그녀의 오빠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화장품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었다.
결국 유경과 혜주의 대화에서 동하와 일치하는 게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미현의 친구들은 놀라운 시선으로 미현을 보고 물었다.
“우와. 너희 오빠 관상도 할 줄 알았어?”
“응?”
“신기하다.”
“싸움을 얼마나 잘하면 무림 고수 뺨칠 수 있는 거니?”
“끙. 그런 거 아냐.”
“아니긴. 저 언니들이 방금 그렇게 얘기한 걸 똑똑히 들었는데.”
“나중에 너희 오빠 보면 내 관상 좀 봐달라고 해야겠다.”
“근데, 너희 오빠 대단한가 보다.”
“그러게. M뱅크를 기획했다면 다온텔레콤 쪽에서 일을 하는 것일 텐데, 어떻게 대한그룹의 손녀가 여자 친구야?”
☆ ☆ ☆
따르릉!
동하는 요란하게 울리는 핸드폰을 바라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무슨 특별한 날도 아닌데 여기저기서 계속 연락이 오고 있었다.
강혜련 여사를 시작으로 아까는 서용훈 사장에게도 연락이 왔었다. 서용훈 사장은 예전에 1천억 원을 거절한 이후 처음이라 약간 어색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서용훈 사장은 전혀 개의치 않고 동하를 만나고 싶어 했다.
처음엔 오늘 시간이 없어서 안 될 것 같고 다음에 찾아뵙겠다고 정중하게 거절을 했는데, 서용훈 사장이 계속 잠깐이면 된다고 사정을 하는 바람에 동하도 마냥 거절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서용훈 사장에게 알았다고 승낙을 하긴 했지만, 편히 쉬는 건 물 건너 간 셈이었다.
그래서 동하는 지금 서울로 향하는 중이었다.
아직 약속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어서 공간 이동을 하지 않고 람보르기니를 끌고 경인고속도로를 타고 한창 내달리고 있는 중에 또 한 통의 전화가 오고 있었다.
“여보세요?”
-저예요, 동하 씨.
“아, 수정 씨. 잘 지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