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화 : 스페셜 아이템들 -->
염력이 맞았다.
동하는 지금 자신이 가진 모든 능력을 총동원했다.
이미 충분히 자신감도 얻은 상태였다.
사실 처음 모리츠와 싸울 때만 해도 동하는 자신의 능력에 대해 그렇게까지 확신하진 못했다.
동하가 비록 환골탈태를 하는 등 모든 면에서 비약적인 성취를 이루긴 했지만, 신체적인 면에서 차원의 관리자들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상대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며칠 전이었다면 어땠을까? 아마 바닥에 쓰러진 사람은 모리츠가 아니라 바로 나였을 것이다.’
지금 동하는 승기를 잡았다고 해서 절대로 방심하지 않았다.
원래 차원의 관리자들은 신체적인 능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하물며 극강의 아이템으로 무장한 그들의 능력은 생각해 볼 필요조차 없었다.
더구나 아이난과 퉁거스는 파티를 맺고 탱킹과 근딜을 시도해 동하를 상대하려까지 했다.
자칫 그들의 페이스에 휘말리게 되는 날엔 속절없이 끌려 다니다가 끝내 무참히 패하게 될 것이 틀림없었다.
동하의 생각은 정확했다.
지옥수의 모습만 봐도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흘러 나왔었는데, 동하의 장력을 너무도 쉽게 산산조각 내는 모습을 보고 가슴 한쪽이 철렁거렸다.
‘불사의 능력에 압도적인 아이템까지라니…….’
동하는 가장 먼저 아이난의 움직임을 봉쇄하길 천만다행이라 생각했다.
콰르릉!
홀드와 염력으로 아이난의 움직임을 연이어 봉쇄한 동하는 방향을 틀어 퉁거스에게 달려들었다. 워낙 갑자기 벌어진 일이었다. 아이난조차 전혀 생각지 못한 일에 잠시 염력의 공격이 사라졌다는 것도 의식하지 못했을 정도였다.
콰르르릉!
벼락이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동하의 손끝에서 아홉 개의 주먹이 쏟아져 나왔다.
첫 번째 주먹보다는 두 번째 주먹이 컸고, 두 번째 주먹보다는 세 번째 주먹이 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홉 번째 주먹은 집채만큼 커서 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는 남궁세가의 무공 중 구벽신권이란 것으로, 동시에 아홉 개의 주먹을 쳐내면 천하에 적수가 없다고 알려져 있었다.
과연 구벽신권의 위력은 대단했다.
마지막 아홉 번째 주먹은 퉁거스보다 족히 열 배는 더 커져 있었다.
동하가 수많은 정파의 무공 중 남궁세가의 무공을 꺼내든 것은 다른 문파의 무공들보다 더 오래 수련하고 몸에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남궁혜는 입을 쩍 벌렸다.
구벽신권은 구결이 난해해서 남궁세가조차 지난 수백 년 동안 구벽신권을 대성한 사람이 없을 뿐더러 내공의 소모가 극심해서 한 번에 다섯 번 이상 주먹을 펼쳐 낸 사람도 없었다.
그녀가 보고도 믿기 어려운 순간을 동하가 만들어냈다.
동하의 기습 공격에 당황하긴 퉁거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원래 그는 아이난이 탱킹을 시도하면 동하의 등 뒤로 돌아가 근딜을 시도해 서서히 동하를 압박해 들어갈 생각이었다.
한데, 아이난이 탱킹을 하지도 못하고 그들의 계획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퉁거스는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그는 아이난이 왜 탱킹을 시도하려다가 갑자기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는지, 그리고 당장이라도 숨이 막혀 죽을 것처럼 허둥댔는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동하가 시동어를 외치지 않았고, 홀드나 염력은 눈에 보이거나 형체가 있는 게 아니어서 퉁거스는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자세히 알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
‘으음. 권법 안에 거인의 힘이 섞여 있다.’
퉁거스의 인술은 이미 극에 달한 상태였지만, 구벽신권 앞에서는 제대로 서 있기조차 어려웠다. 무림 종족의 무공만으로는 이렇게까지 심한 압박을 받을 리 없었다.
퉁거스는 기가 찰 노릇이었지만, 이내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에게는 A급 아이템인 보검이 있지 않던가?
이까짓 무림 종족의 무공은 아무리 강해도 그에겐 통하지 않는다.
퉁거스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천둥이 치고 번개가 일며 바람이 불었다. 그리고 그것들로 여지없이 구벽신권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그랬다.
그의 보검은 풍운뇌전검으로 한 번 휘두르면 천둥이 치고, 두 번 휘두르면 번개가 일며, 세 번을 휘두르면 바람이 불고, 네 번을 휘두르면 구름이 생긴다는 전설의 보검이었다.
퉁거스는 인술과 풍운뇌전검의 능력으로 동하가 펼쳐낸 아홉 개의 구벽신권을 모조리 가닥가닥 부셔버렸다. 마지막 아홉 번째 주먹은 그 크기가 워낙 커서 한 번에 잘라버릴 순 없었다.
퉁거스는 순식간에 열 번의 검식을 쏟아냈고, 거대한 크기의 주먹을 갈기갈기 부셔버릴 수 있었다.
이렇게 되자 오히려 놀란 사람은 동하였다.
‘대, 대단한 검세다. 역시…… 아이템인가?’
퉁거스와 아이난이 왜 아이템을 착용하고 그토록 자신감이 넘쳤는지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검세는 동하가 괴수의 사체로 강화한 검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야말로 하늘 위에 하늘이 있는 격이었다.
더구나 퉁거스는 모리츠와 똑같은 차원의 관리자였지만, 모리츠에 비해 몇 배는 더 강해진 상태였다. 어지간한 동하도 이때만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풍운뇌전검에 살짝 스치는 날엔 70% 수준의 거인의 힘도 버텨내지 못하고 살갗이 찢어지고 온몸이 잘려져 나갈 것 같았다.
하지만, 동하는 일말의 주저함 없이 퉁거스 안으로 뛰어 들었다. 얼핏 보면 정말 죽으려고 작정한 사람처럼 보였다.
‘맙소사.’
남궁혜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건 너무 무모한 행동이었다.
구벽신권은 하나하나가 강기로 되어 있었다. 그걸 검으로 부셔버릴 수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는 남궁혜였다. 그렇다면 가까운 접근전 보다는 멀리 떨어져서 싸우는 게 더 효과적일 것 같았다.
☆ ☆ ☆
“미친놈.”
퉁거스가 비릿하게 조소를 흘렸다.
접근전이야 말로 그가 원하던 바였다.
풍운뇌전검의 검세는 거리가 가까울수록 더욱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었다.
“흐흐, 네놈의 온몸을 갈기갈기 난도질해주마.”
퉁거스는 비릿한 조소를 흘렸다.
그와 동시에 풍운뇌전검을 휘두르고 동하를 향해 마주 달려 나갔다.
바로 그때였다.
아이난이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퉁거스. 당장 벗어나. 놈의 근처에 가까이 다가가는 건 위험하다. 저놈은 고서클 마법을 익혔어.”
“뭐, 뭐라고?”
퉁거스가 깜짝 놀라 반문을 하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그의 발목에 얼음으로 된 족쇄가 채워져 있는 게 아닌가?
6서클 마법 중 하나인 프로즌 패더였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퉁거스의 얼굴은 새파랗게 변했다.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만약 동하가 고서클 마법을 시전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지금처럼 허무하게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휘청!
관성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동하를 향해 마주 달려가던 상태에서 발목에 얼음으로 된 족쇄가 채워졌으니 퉁거스가 중심을 잃고 앞으로 넘어지려 한 것은 당연했다.
이런 기회를 놓칠 동하가 아니었다.
득달같이 달려들던 속도에 대한 반동으로 앞으로 넘어지려는 퉁거스의 얼굴에 동하가 주먹을 작렬시켰다.
빠각!
맞아도 제대로 맞았다.
모리츠에 비해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약한 퉁거스였다.
동하의 주먹 한방에 광대뼈가 으스러지고 피가 튀었다. 얼굴이 뒤로 크게 젖혀지며 앞으로 넘어지려던 퉁거스의 허리가 덩달아 뒤로 젖혀졌다.
“크윽!”
동하는 살짝 몸을 날려 허공에 떠올랐다가 떨어져 내리는 속도를 이용해 팔꿈치로 퉁거스의 가슴을 내리찍었다.
퍽!
우드득!
갈비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골목 안에 가득 울려퍼졌다. 처절한 비명과 함께 퉁거스의 신형이 고목나무 넘어지듯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케에엑!”
빠각!
동하는 바닥에 쓰러진 퉁거스의 머리를 세게 짓밟았다.
머리가 깨지고 피가 철철 흘러 내렸지만, 동하는 퉁거스의 온몸을 마구 짓밟아 뼈란 뼈는 모조리 으스러뜨리고 말았다.
척!
동하는 퉁거스의 손에서 풍운뇌전검을 빼앗아 들었다.
처음으로 만져보는 A급 아이템이었다. 지금까지 동하가 얻었던 예측 안경 등과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좋군.’
손에 쥔 것만으로도 엄청난 기운이 샘솟아 흘렀다.
그건 환골탈태를 하고 난 이후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동하는 자신도 모르게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이것만 있으면 세상에 베지 못할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았다.
‘A급 아이템이라는 건가?’
동하는 또 한 번의 기연을 맞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으로 차원의 관리자들을 죽일 만한 이유가 늘어난 셈이었다.
☆ ☆ ☆
“으으.”
아이난은 지금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가 퉁거스를 돕기 위해 달려왔을 때는 이미 모든 상황이 끝난 뒤였다.
이번엔 10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더 충격적이었다.
퉁거스는 A급 아이템인 풍운뇌전검을 들고 있었고, 동하의 구벽신권을 완벽하게 봉쇄하지 않았던가?
누가 봐도 퉁거스가 선기를 잡은 듯한 느낌이었다.
한데, 동하는 그 상황 속에서도 여지없이 퉁거스에게 달려들었고, 끝내 6서클 마법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그리고 이어진 동하의 무자비한 구타와 공격.
그토록 무시무시한 검술을 자랑하던 퉁거스의 몸이 고깃덩이처럼 변한 건 순식간의 일이었다.
‘으으.’
보는 것만으로도 치가 떨리고 온몸에 오한이 들었다.
아이난 역시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자들을 개잡듯 때려잡았지만, 동하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동네 똥개를 두들겨 패도 저렇게 무식하게 패지는 않을 것 같았다.
퉁거스의 머리가 깨지고 팔과 다리가 하나씩 으스러져 나갈 때마다 아이난의 심장은 공포에 질려 갔다.
뚜벅뚜벅.
동하가 무심한 눈빛으로 아이난에게 다가갔다.
“이제 네놈만 남았군. 죽고 싶으면 지금 자결을 해라. 나중에는 죽고 싶어도 그럴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으으.”
아이난이 자신도 모르게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지금 아이난은 두 손에 유니크급의 아이템인 지옥수를 끼고 있었지만,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동하가 도대체 몇 가지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추측할 수조차 없었다.
‘고작 한 개의 아이템으로는 저놈과 싸워서 이길 수 없다.’
아이템의 속성과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복합 능력에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마법 공격을 견제하고 있으면, 염력으로 공격해 오고, 염력을 대비하고 있다 보면 무공과 거인의 힘으로 압박하면서 들어오는데 도저히 당할 재간이 없었다.
동하의 능력들이 약하면 또 모르겠는데, 그 하나하나의 성취가 엄청나서 결코 차원의 관리자에 못지않았다.
더구나 지금 동하의 손에는 풍운뇌전검이 들려져 있지 않은가?
그야말로 호랑이 등에 날개를 단 격이었다. 아이난은 연신 뒤로 물러서다 상가의 건물에 등이 닿고 말았다.
‘으으.’
이젠 더 이상 도망칠 곳도 없었다.
“네, 네놈이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아이난의 얼굴은 겁에 질려 있었지만, 그래도 고개를 뻣뻣이 들고 말하는 것을 보니 완전히 기가 죽은 건 아니었다.
“네놈의 능력은 확실히 대단하다. 하지만, 만물상점 안에는 30명도 넘는 차원의 관리자들이 있다. 네놈 혼자서 그들을 모두 이길 수 있을 것 같나?”
“지금 나하고 타협을 하자는 건가?”
“바, 바로 그렇다. 나를 살려주면 네놈이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겠다.”
“거절한다.”
동하는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거절했다.
“호, 혹시 내가 거짓말로 너를 속일 것 같아서 그러는 거냐?”
“나는 이미 네놈을 실컷 가지고 놀다가 죽이기로 결심한 몸이다.”
“으으, 이런 미친. 내 도움 없이는 네놈도 이곳에서 살아 돌아가지 못해. 네놈의 얼굴을 본 것도 영원히 잊어 줄게. 우린 애초에 만난 적도 없는 거야.”
아이난이 발작을 하듯 소리쳤다.
이 자리에서 죽고 싶지 않아서 차원의 관리자의 신분도 망각한 채 동하에게 애원을 하고 빌어도 보았지만, 동하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피식!
동하가 차갑게 웃었다.
“이제 유언은 다 했나?”
“으으. 개자식, 죽어 버려.”
극도로 겁에 질린 나머지 아이난이 선제공격을 가해 왔다.
지옥수의 궤적을 따라 엄청난 바람이 불었다. 신체능력이 남다른 동하마저도 한차례 휘청거릴 정도였다.
‘으음. 엄청난 위력이다.’
만약 아이난이 무공이나 인술을 수련했다면 지옥수의 위력은 열 배 이상은 더 증폭되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이난은 불사의 능력으로 신체의 능력만 높였다.
어찌보면 상성이 서로 맞지 않는다고도 볼 수 있었다.
동하는 풍운뇌전검으로 이용해 조금씩 아이난의 안으로 파고 들어갔다.
평소의 아이난이었다면 상대의 공격 따위는 개무시한 채 무조건 공격 일변도로 나왔을 것이었다.
하나 동하는 복합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다 풍운뇌전검을 휘두르고 있어서 천하의 아이난조차 움찔움찔 몸을 사려야 했다.
“켁!”
풍운뇌전검이 아이난의 가슴을 긋고 지나갔다.
살이 찢어지고 피가 확 튀었다.
아무리 불사의 능력을 얻었다고 해도 고통을 느끼는 것은 똑같았다.
단지 불사의 능력이 있으면 부상을 입고 난 다음에도 회복하는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빠르다는 것이 보통 사람들과의 차이점이었다.
지이이잉!
어느새 동하의 다른 손에 매직 미사일이 생겨났다.
동하는 매직 미사일을 풍운뇌전검이 긋고 지나간 가슴팍의 상처 안쪽에 쑤셔 박아 넣었다.
쾅!
“크아악!”
아이난이 저 멀리 튕겨져 나갔다.
상처를 입은 곳에서 피가 분수처럼 흘러 나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상처가 서서히 아물고 피가 멈추는 것이 아닌가?
바로 불사의 능력이었다.
그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서 2분 남짓의 시간이 흐르면 모든 상처가 아물고 정상으로 회복될 것 같았다.
그걸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동하가 아니었다.
그때부터 동하는 무지막지하게 아이난을 구타하기 시작했다.
아이난의 머리가 깨지고 얼굴이 주저앉았다.
하지만 동하는 아이난의 팔과 다리를 모두 꺾어서 고통이란 고통을 모두 경험하게 만들었다. 충격이 이어지고 또 다시 이어지다 보니 아이난의 몸이 회복되는 속도도 조금씩 느려지기 시작했다.
“으으, 잔인한 놈. 차라리 나를 죽여라.”
“그러게 처음부터 자살하라고 친절하게 말해줬잖아!”
퍽!
동하가 발을 들고 그의 입을 사정없이 짓밟았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처참하게 뭉개진 입이 회복되겠지만, 지금 겪는 아픔과 고통은 몸서리가 처질 만큼 괴로울 것이었다.
설명은 길다.
하지만, 정작 동하가 세 명의 차원의 관리자와 싸움을 시작해 마지막으로 아이난의 입을 짓밟아 뭉개기까지 걸린 시간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시간을 더 끌면 동하와 일행에게 좋을 것이 하나도 없었다.
아무리 속전속결로 모든 것을 끝냈다고 해도 30명이 넘는 차원의 관리자들 중에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자들이 한 명도 없으리란 보장을 할 수는 없었다.
‘삭초제근(무협에서는 삭초제근이라 표현합니다^^)’. 풀을 베고, 뿌리를 뽑는다는 뜻으로, 해악의 근본을 제거함을 이르는 말이다. 한번 손을 댄 이상 화근이 없도록 철저히 손을 쓰는 게 동하가 정한 원칙이라고 할 수 있었다.
동하는 처참한 모습으로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세 명의 차원의 관리자들의 숨통을 완전히 끊어 버렸다. 아이난은 풍운뇌전검으로 그의 목을 잘라서 불사의 능력으로도 두 번 다시 되살아 날 수 없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아이템을 챙기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아이난의 지옥수와 풍거스의 풍운뇌전검, 그리고 모리츠의 몸속에도 엄청난 속성을 지닌 아이템까지…….
동하는 세 개의 아이템을 다 챙겼다.
동하에게 ‘아이템 강탈자’란 별명이 생긴 건, 이날부터 시작되었다.
“혜 씨, 이제 이곳을 빠져나가죠.”
“예?”
그제야 남궁혜가 부르르 정신을 차렸다.
마치 꿈을 꾸다 현실로 되돌아온 기분이었다.
그건 엘가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들은 그토록 무서운 능력을 가진 차원의 관리자들을 복날 개 패듯 하는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
“어서요. 시간이 없습니다.”
“끙! 이미 늦었어요. 만물상점 안에 숨어 있어 봐야 결국엔 30명이 넘는 차원의 관리자들 눈에 발각되고 말 거예요.”
“후후.”
동하가 신비한 웃음을 머금었다.
“누가 만물상점 안에 숨자고 했습니까?”
“예, 그럼 어디에…….”
“당연히 이곳을 벗어나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야죠.”
“뭐, 뭐라고요?”
남궁혜와 엘가나가 서로의 귀를 의심하며 동하를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