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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드 만물상점-63화 (63/167)

<-- 63화 : 환골탈태-02 -->

음과 양이 상극이라는 것은 만고불변의 법칙이다.

원래 물과 불이 섞일 수 없듯 음과 양 역시 하나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어떤 계기로 하나가 되고 음양의 조화를 이룰 수만 있다면 그 효과는 무궁무진해질 것이었다.

이것이 9성급 S몬의 근간을 이루는 내공심법의 기본적인 이치였다.

과거와 미래 역시 이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두 개는 서로 만날 수가 없는 사이였다.

그리고 예측 안경과 매직 카메라는 서로의 대척점이면서 결코 공존할 수 없는 관계였다.

한데, 동하가 연동을 시키려고 하자 서로 거부반응을 일으키며 충돌이 일어났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몰랐다.

만약 동하가 연동을 시키지 않고, 각각의 아이템을 따로 사용했다면 두 아이템들 사이에서 충돌이 일어나는 일도 없었을 것이었다.

“으윽!”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예측 안경과 매직 카메라가 충돌을 일으키자 나머지 아이템인 만능 자동차와 매직 워치도 제멋대로 날뛰기 시작했다.

제어가 되지 않았다.

고삐가 풀린 망아지가 이럴까?

한 번 틀어진 아이템들의 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동하의 근육이 미친 듯이 꿈틀거렸고, 혈관이 툭툭 불거져 나왔다. 거인의 힘으로 온몸이 철판보다 더 단단해진 동하의 신체도 버텨내지 못할 정도였다.

“이, 이게…….”

동하는 크게 당황했다.

그렇다고 아이템들을 손에서 떨어뜨리고 싶어도 마치 자석에라도 달라붙은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더 이상  아이템들 사이에 연동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이건 주화입마의 과정과 비슷해서 자칫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아이템들 사이에 상극이 존재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네 개의 아이템이 동시에 동하를 공격하고 있는 형국이었다.

동하는 염력을 일으켜 아이템들의 기운을 제어하려 했다.

하지만, 그것도 통하지 않았다.

아이템들의 기세가 잠시 주춤거렸을 뿐, 나중에는 처음보다 더욱 심하게 요동쳤다.

염력으로 제어하기에는 아이템들의 힘도 강했을 뿐더러 동하의 염력 능력 또한 아직까진 그렇게까지 강한 편이 아니었다.

“크윽!”

동하는 온몸에 고통이 밀려왔다.

자이언트 검치 호랑이 몇 마리와 싸울 때도 이렇게까지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동하는 어쩔 수 없이 공력을 끌어 올려 네 개의 아이템의 기운과 맞서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아이템이 부서질 수도 있어서 쉽게 공력을 끌어올리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일이었다.

동하의 100년 공력과 네 개의 아이템의 기운이 팽팽하게 맞서며 밀고 밀리는 치열한 접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바지 주머니 속에 넣어 두었던 스마트폰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우우웅!

띠링!

-위험이 감지되었습니다. 기운을 흡수해서 위험요소를 제거할 수 있습니다.

“응?”

동하는 갑작스럽게 들려온 괴음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랬었지.

동하의 능력 중 하나는 아이템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동하가 원한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한번도 흡수하는 능력을 써본 일이 없는 동하였다. 지금까지는 위기의 순간이나 마음이 간절할 때 9성급 S몬의 프로그램이 저절로 반응을 일으켰다.

띠링!

-흡수를 시작합니다.

온몸에서 청량한 기운이 흘러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네 개의 아이템의 기운들은 미친 듯이 요동치며 버텨냈다. 그 저항하는 힘도 결코 만만치 않았다.

띠링!

-능력을 한 단계 높여 흡수를 시작합니다.

그건 곧 각성을 뜻한다.

동하의 몸속에는 되찾은 9성급 S몬의 힘보다 숨어 있는 힘과 능력이 훨씬 더 많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동하는 만물상점에서 산 아이템을 복용해서 능력을 높이고 육체를 강화한 것이지 순수하게 자신의 몸에 숨어 있는 9성급 S몬의 힘을 각성한 것은 아니었다. 엄밀하게 말하면 9성급 S몬의 힘을 각성한 것은 몇 번 되지 않았다. 처음 내공을 감지하고 운기행공을 했을 때나 마나를 느끼고 1서클을 형성했을 때 등이었다.

바로 그것이었다.

괴음이 능력을 높인 건 동하의 몸속에 숨어 있던 9성급 S몬의 본연의 힘을 되찾고 각성을 시작했다는 뜻이었다.

팽팽하게 맞서던 네 개의 아이템의 기운과 괴음의 대결이 조금씩 괴음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네 개의 아이템은 미친 듯이 날뛰고 발버둥을 쳤고, 괴음은 또 한 번 각성을 시작했다.

띠링!

-능력을 또 다시 한 단계 높여 흡수를 시작합니다.

띠링!

띠링!

동하의 귀에 연이어 괴음의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지금 동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괴음이 각성을 할 때마다 동하의 뼈와 근육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그건 엄청난 고통이었다.

우드득!

“으으.”

동하의 악다문 입술 사이로 고통의 신음이 흘러 나왔다.

동하의 몸은 지금 환골탈태의 현상을 겪고 있었다. 무공을 펼치기 가장 이상적인 신체로 뼈와 근육이 맞춰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동하는 어떤 무공이든 막힘없이 수련할 수 있고, 그 성취도 비약적으로 빠르게 익힐 수 있을 터였다.

이는 오직 무림 종족 중 그 능력이 극에 달한 소수의 사람만 겪는 현상으로 지구인으로는 동하가 최초로 경험하는 일이었다.

-흡수가 완료되었습니다.

☆ ☆ ☆

동하는 몇 번이고 눈을 깜빡 거렸다.

아무래도 잠시 정신을 잃었던 것 같았다.

지난 몇 분 동안의 기억이 전혀 없었고, 정신을 차리기 직전에 들려왔던 괴음의 음성이 까마득하게 들려왔다.

다행히 몸에 이상은 없어 보였다.

팔과 다리를 이리저리 흔들어 보았는데, 아프거나 뻐근한 곳은 없었다.

“응?”

그러고 보니 자석처럼 몸에 딱 달라붙어 있던 아이템들이 보이지 않았다.

손에 들고 있던 매직 카메라는 물론이고 얼굴에 쓰고 있던 예측 안경과 손목에 차고 있던 매직 워치도 보이지 않았다.

동하가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다 문득 다리 밑에 아이템들이 떨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역시 잠시 기억을 잃은 게 맞는 것 같았다. 동하는 아이템들이 언제 바닥에 떨어졌는지 의식조차 할 수 없었다.

아이템들은 기운을 잃고 푸석하게 변해 있었다.

-디지털 카메라. 사진을 찍을 수 있고, 동영상도 촬영 가능하다.

“어?”

동하의 눈에 매직 카메라의 정보가 들어왔다.

한데, 이름이 바뀌어 있었다.

매직 카메라가 아니라 그냥 디지털 카메라였다.

기운을 잃고 푸석하게 변하긴 했지만, 그래도 디지털 카메라 기능을 완전히 잃은 건 아닌 모양이었다.

동하는 이번엔 예측 안경을 쳐다보았다.

-뿔테 안경. 도수는 없고 디자인이 촌스러워 유행에 크게 뒤쳐져 있다.

“여, 역시.”

지금 동하의 눈에 보이는 정보들은 매직 워치의 기능인 것 같았다.

괴음이 아이템들을 흡수하면서 아이템들의 능력이 동하의 몸에 전이된 것 같았다.

지금 나오는 정보들은 모두 매직 워치의 기능이었다. 그리고 아이템의 정보가 자세히 나온다는 건 이미 모든 기능을 상실했단 뜻이었다.

이런 일이 처음이라면 놀라거나 당혹스러웠을지도 모른다.

하나 동하는 이런 경험이 한 번 있지 않던가?

바로 심연의 눈동자의 경우였다. 그때도 괴음이 기운을 흡수한 이후 심연의 눈동자는 힘을 잃고 푸석하게 변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심연의 눈동자와 다른 게 하나 있었다.

심연의 눈동자는 사용 횟수에 제한이 걸려 있었다. 때문에 괴음이 심연의 눈동자의 기운을 흡수하고, 능력이 증폭이 되어 동하는 즉석복권에 당첨되었었지만, 사실 증폭 효과는 얼마 가지 않아 사라져버렸다.

이번 아이템들은 모두 사용 횟수에 제한이 없었다.

아니, 엄밀하게 말하면 만능 자동차만 다섯 번이라는 사용 제한이 걸려 있었다.

전이된 아이템들의 능력이 서로 연동이 되는 것일까?

심연의 눈동자 때에도 그랬으니 어쩌면 능력이 증폭되었을지도 몰랐다.

“혹시……?”

동하는 실험해 보기 위해서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지금의 만능 자동차는 벤츠였다.

동하가 인위적으로 다른 자동차로 복사할 생각이었다.

다섯 번의 기회 중에 세 번을 사용했으니 두 번의 기회가 남아 있었다.

능력의 합성이라 할 수 있었다.

매직 카메라와 예측 안경의 능력이 전이되어 있다면 그것들을 적절히 활용해서 전혀 다른 차원의 차를 복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동하가 가볍게 한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그의 몸이 갑자기 앞으로 확 달려 나가는 것이 아닌가?

“어엇?”

순식간에 3미터는 내달린 것 같았다.

저 멀리 있던 건물의 벽이 순식간에 눈앞에 다가왔다.

동하는 황급히 천근추를 사용해 몸을 멈춰 세웠다.

간신히 건물 벽에 부딪치는 것은 모면할 수 있었다.

하긴, 벽에 부딪친다고 동하가 다칠 리는 없었다. 오히려 건물이 무너지면 무너질 것이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동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 보니 몸이 평소와는 달랐다.

온몸에 힘이 충만해 있었고, 몸은 깃털처럼 가벼웠다.

이건 마치 구름위에 둥실 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동하는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기분 같아서는 정말 하늘도 날아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제야 동하는 자신의 몸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하는 가볍게 공력을 끌어 올려 보았다.

순간 엄청난 기운이 단전에 모이더니 혈맥을 타고 흐르는 것이 아닌가?

예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어마어마한 공력에 동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때였다.

괴음이 동하의 변화를 알려왔다.

마법 7서클

내공 9성

불사지체 70% 복구

거인의 힘 70% 복구

염력 60% 복구

닌자의 인술 60% 복구

“이, 이게 뭐야?”

동하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이럴 리가 없는데.

모든 능력들이 전에 비해 비약적으로 높아져 있었다.

이건 만물상점에서 수십만 포인트를 써도 불가능한 수치였다.

그렇다고 아이템을 흡수해서 능력이 이렇게까지 높아졌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동하는 자신이 환골탈태를 하고 새로운 신체가 되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능력을 높이겠다는 괴음의 말을 몇 번이나 들었기 때문에 어쩌면 그것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들었다.

“그렇다면 순식간에 몇 번이나 각성을 했다는 소린데…….”

세상에 다시없을 기연이었다.

어쩌면 하늘이 안배한 일인지도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단 하나의 조건이라도 성립이 되지 않았다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예측 안경과 매직 카메라의 성향이 서로 상극이 아니었다면 절대 아이템들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는 일은 없었을 것이었다.

아니, 그전에 동하가 아이템을 연동할 수 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다른 테스터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얻을 수 없는 기연이었다.

하지만, 뒤집어서 보면 위험천만한 상황이기도 했다. 딱 그 시점에서 괴음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9성급 S물의 힘을 각성시키지 않았다면 동하는 어떻게 되었을지 예측하기 어려웠다.

아무튼, 이런 기연은 두 번 다시 찾아오기 힘들 것이다.

상극의 성향을 가지고 있는 아이템을 찾는 것도 어려울뿐더러 설령 찾는다 해도 이젠 동하의 힘과 능력이 너무 강해져서 네 개의 아이템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10개? 아니 어쩌면 20개의 아이템이 필요할지도 몰랐다.

-7서클 마법의 주문들이 각인 되었습니다.

-시동어 없이도 마법을 펼칠 수 있습니다.

7서클부터 뭔가 달라졌다.

시동어 없이 곧바로 마법을 펼칠 수 있게 된 것이다.

띠링!

-300년의 공력이 생겼습니다.

-구파일방의 무공들을 다운로드 합니다.

-마도의 무공들을 다운로드 합니다.

“300년이라고?”

동하는 공력이 순식간에 3배가 높아졌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더구나 이제는 초식을 선택하는 게 아니었다. 정파와 마도의 무공초식들이 모두 다운로드 되고 있었다. 그 정보의 양이 너무 많아서 동하는 머리가 깨질 듯 아팠지만, 동하는 환골탈태를 거쳐 무공을 익히기 가장 완벽한 신체로 거듭난 상태였다.

두통은 이내 사라지고 300년의 공력과 반응을 일으켜 모든 무공 초식들을 능숙하게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이쯤 되면 더 이상 놀랄 기력도 없다.

동하는 왠지 자신이 인간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도대체 내가 얼마나 강해진 거지?”

하지만, 동하는 아직 자신의 몸속에 여전히 9성급 S몬의 힘이 숨어 있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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