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이드 만물상점-49화 (49/167)

<-- 49화 만능 자동차 -->

사내가 동하에게 내민 건 100그램짜리 골드바였다.

“이걸로도 정말 무기와 장비를 강화할 수 있는 것이오?”

만물상점에서는 50포인트로 100그램짜리 골드바를 살 수 있었다.

목숨을 걸고 얻은 포인트라고 생각하면, 결코 적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50포인트를 가지고 제대로 된 능력을 업그레이드하거나 무기를 강화하는 건 아예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였다.

사내는 아무리 야매라고 하지만, 뭔가 미심쩍은 기분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건 싸도 너무 싸다.

“흐음.”

동하는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당시 금 시세를 넉넉하게 잡아도 한 돈에 대략 4만 원 정도였다.

그렇다는 건 100그램의 골드바는 백만 원이 조금 넘는다는 뜻이었다.

“정말 이것 밖에 없는 겁니까?”

“예? 예. 제, 제가 소위 말하는 포인트 거지라서…….”

“어쩔 수 없죠. 이거로는 겨우 무기 하나 밖에 강화하지 못하겠습니다.”

“저, 정말입니까?”

사내의 눈이 크게 치떠졌다.

무기 하나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남궁혜의 말로는 검을 강화하면 신검으로 변한다는데, 그건 50포인트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거라도 좋으니까 무조건 해주었으면 좋겠소.”

“그럼,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동하는 강화 액체를 3단계로 나누었다.

1단계는 자이언트 검치 호랑이와 자이언트 쇼트 페이스드 베어의 사체.

이건 동하가 가지고 있는 강화 액체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이지만, 그래도 그 위력은 이미 필드에서 검증이 되었을 만큼 탁월했다.

2단계는 자이언트 악어의 사체와 가죽.

이것으로 강화한 남궁혜의 보검으로 익룡을 찔러 죽였으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3단계는 당연히 필드 2관의 보스인 익룡이었다.

동하는 익룡의 사체를 해체하고 뼈와 이빨, 발톱 그리고 가죽과 깃털 등을 챙겨서 인벤토리에 넣어 두었다.

하지만, 이미 그때는 인벤토리가 꽉 차 있었던 상황.

동하는 쓸데없는 메가 앤트와 메가 스파이더의 사체를 미련 없이 버리고 공간을 확보해 두었다.

쓱쓱싹싹!

동하가 사내에게 검을 건네받고 1단계의 강화 액체를 발랐다.

그건 순식간에 끝나서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자, 여기 있습니다.”

“버, 벌써 끝난 것이오?”

“후후! 보기에는 간단해도 성능은 확실하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동하는 그럴 줄 알고 미리 싸구려 낭인검을 몇 개 준비한 상태였다.

동하는 강화한 사내의 검과 싸구려 낭인검을 부딪쳤다.

챙!

싸구려 낭인검이 두 동강으로 잘려져 나가는 것이 아닌가?

사내의 두 눈이 크게 치떠진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이, 이게 정말 내 검이 맞단 말이오?”

아무리 싸구려 낭인검이 허접하다 해도 단 한 번의 교합으로 두 동강을 낼 수는 없었다.

사내는 약간 의심이 들었다.

혹시 동하가 싸구려 낭인검에 미리 장난을 친 건 아닌지 알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사내는 두 동강 난 싸구려 낭인검을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아무 이상이 없는지를 확인했다.

그리고는 직접 절반가량 남은 싸구려 낭인검에 자신의 검을 휘둘러보았다.

챙!

이번에도 역시 싸구려 낭인검이 싹둑 잘려져 나갔다.

이제는 거의 손잡이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오오!”

그제야 사내는 완벽하게 믿을 수 있었다.

이건 결코 사기나 장난질을 친 게 아니었다.

평범했던 사내의 검이 믿기 힘들 정도로 강화된 것이었다.

이정도면 가히 신검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정말 고맙소. 정말 고마워.”

사내는 몇 번이고 허리를 굽혀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미련이 남았다.

남궁혜의 말에 따르면 무기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신발과 옷 그리고 장갑과 모자까지, 모든 물건을 강화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심지어 암기도 강화할 수 있다는 말에 사내의 마음은 전 재산이라도 팔아서 모든 장비를 강화하고 싶었다.

“혹시 말이오. 만물상점에서 파는 황금 말고 금자도 받소?”

“금자?”

“우리 종족이 쓰는 돈이오.”

“순금이라면 상관없습니다.”

“오오! 그렇다면 잠시 기다려 주시오. 내 당장 금자를 가져오도록 하겠소.”

사내는 부리나케 밖으로 달려 나갔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그렇게 첫 손님을 치르고 난 다음 동하의 사업은 대박을 터뜨렸다. 나중에는 손님들이 너무 밀리다 보니 덜컥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자고로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다.

신중해서 나쁠 거 하나 없었다.

동하는 모든 손님을 철저하게 예약제로 받았고, 남궁혜가 소개해주었다는 증표가 없으면 그나마 예약조차 받아주지 않았다.

졸지에 만물상점에 야매 대장장이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 ☆ ☆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이 계속 이어졌다.

동하는 야매 강화 사업을 하면서도 틈틈이 남궁혜에게 무림 종족의 언어를 배웠다.

필드를 전면 리뉴얼하게 된 것이 오히려 동하에겐 전화위복이 된 셈이었다.

그들은 정해진 시간에 접속을 하고 만물상점에서 만났다.

속칭 과외였다.

두 사람은 하루에 한 번씩 만나서 2, 3시간 정도 가르치고 배우는 일에 몰두했다.

이번에는 남궁혜도 포인트 대박을 터뜨렸다.

동하만큼은 안 되지만, 보스전에서 익룡을 죽인 것 역시 그녀의 업적으로 처리가 되어서 4만 포인트 넘게 들어왔던 것이다.

남궁혜는 거의 모든 포인트를 공력에 ‘몰빵’했다.

초식이야 남궁세가의 독문절기가 있으니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언제나 공력이 부족해서 아쉬워했던 남궁혜였다.

그녀는 단숨에 초절정 고수로 올라서 눈빛이 한층 날카롭게 변했다.

“어때요, 공자님!”

“호오, 그야말로 괄목상대할 만하군요.”

동하가 엄지손가락을 내밀었다.

남궁혜의 기세는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져 있었다.

그래도 남궁혜는 안심할 수 없었다.

자신이 강해진 만큼 분명 필드의 난이도도 높아질 게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의 옷과 신발, 그리고 암기 등을 모조리 강화했다.

물론 이번엔 그녀도 황금으로 대가를 지불하려 했다.

하지만, 동하는 정중하게 사양했다. 어차피 그녀에게 무림 종족 언어를 배우고 있기 때문에 황금을 받으려 하지 않았다.

“참, 공자님! 중요한 정보가 있어요.”

“중요한 정보?”

“필드 3관부터는 탈 것이 있으면 좋다고 하네요.”

“그게 정말입니까?”

끄덕끄덕!

남궁혜는 여기저기 발품을 팔고 다니며 정보를 수집해 왔다.

그중에 하나는 필드 3관에 관한 것이었다.

“원래 필드 3관부터는 한 달이란 시간이 주어진대요. 그 시간 안에 주어진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워낙 광범위한 곳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시간도 아끼고 체력도 아끼려면 역시 탈 것이 있어야 효과적이라고 하네요.”

남궁혜는 벌써 ‘설리총’을 구매한 상태였다.

설리총의 가격이 무려 2,000포인트가 넘는데도 불구하고 남궁혜는 무척 만족한 표정이었다.

무림 종족들 사이에서는 머스트 해브 아이템.

꼭 갖고 싶은 아이템 중 하나였고, 이것이야 말로 부의 상징이었던 것이다.

무림 종족 중에서 설리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나 어쨌다나.

‘흐음. 그렇다면 나도 탈 것이 필요하겠군.’

한 달이란 시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자칫 아무것도 모른 채 들어갔다면 크게 낭패를 당할 수도 있었다.

하물며 리뉴얼 된 이후의 필드는 어떻게 변해 있을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반드시 탈 것이 필요하겠어.’

남궁혜는 적토마를 권했지만, 동하는 딱히 마음이 끌리지 않았다.

“글쎄요, 그건…….”

기왕이면 현실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걸 원했다.

적토마는 필드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현실에서는 타고 다니기 힘들지 않던가?

판타지 종족에게는 유니콘도 있었지만, 그건 가격이 3만 포인트가 넘어서 아예 생각하지도 않고 있었다.

“참, G블럭에 가면 자동차도 있었지?”

☆ ☆ ☆

동하는 G블럭에는 딱 한 번 밖에 간 적이 없었다.

남자들의 모든 로망이 살아 숨 쉬는 곳이긴 하지만, 정작 필드에서는 크게 중요한 곳이 아니었다.

여기엔 자동차도 있고, 비행기도 있다.

그리고 헬리콥터와 전투기, 요트와 포크레인 등 기계와 관련된 것은 거의 모두 있다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그중에는 동하도 처음 보는 것도 많았다.

그것들의 용도가 무엇인지는 설명서를 봐야만 알 수 있었다.

하긴, 이곳이 지구가 아닌 만물상점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저런 건 현실에 가져가봐야 사용하기도 어렵겠지.”

아무리 새롭고 혁신적인 것이라고 해도 지구상에 없는 건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자동차가 제격이었다.

필드에서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도 있고, 현실에서도 타고 다닐 수 있는 건 자동차 밖에 없었다.

G블럭에는 수백 수천 대의 자동차가 있었는데, 그중에는 승용차도 있고 트럭도 있었다.

디자인은 제각각 모두 달랐지만, 공통점도 하나 있었다.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흐음.”

발품을 팔아가며 수백 수천대의 자동차를 모두 확인해 보았지만, 현실에서 비슷한 디자인의 차는 단 한 대도 없었다.

이래서는 현실에서 타고 다니기 어려웠다.

튀어도 너무 튀었다.

세상에 이런 모양의 자동차 브랜드는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다.

가격도 비쌌다.

기본이 2천 포인트가 넘었다.

바로 그때였다.

가장 후미진 곳의 부스에서 동하의 발걸음이 멈춰 섰다.

동하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상당히 날렵하게 생긴 스포츠카였다.

이것조차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미래형 자동차였다.

하지만, 멋이 있어서 눈빛을 반짝거린 것이 아니었다. 설명서에 따르면 기계 종족이 만든 것으로 ‘만능 자동차’라고 적혀 있었다.

“만능 자동차?”

일단 이름부터가 호기심이 들게 생겼다.

우선 복사와 메모리 기능이 있어서 다른 차로의 변신이 가능했다.

동하는 이 대목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렇다는 건 현실에서도 충분히 타고 다닐 수 있다는 뜻이었다.

복사 제한 횟수는 딱 5회까지였다.

그러니까 한 번 복사를 하면 자동으로 메모리에 저장이 되어 언제든 그 디자인의 차로 변신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 번 복사를 하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었다.

메모리 초기화가 불가능하다는 뜻이었다.

“혹시 비행기로도 변신이 가능할까?”

설명서에는 그런 내용은 나와 있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비행기를 복사하는 건 안 된다는 뜻이겠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주의 사항이 없기 때문에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좋아, 이것으로 정했어.”

가격은 1만5천 포인트로 다른 자동차에 비해 배는 비쌌다.

그래도 현실에서 탈 수도 있고, 필드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건 쉽게 찾기 어려웠다.

그리고 어쩌면 비행기를 복사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아무튼, 만능 자동차를 산 덕분에 동하는 졸지에 인벤토리가 하나 더 필요해졌다.

하긴, 전에 샀던 인벤토리는 여성용 가방이었고, 3평형 구조라 공간이 상당히 비좁지 않았던가?

동하는 이곳에 자동차를 파킹하고, 새로운 인벤토리를 구입해 사체를 포함한 여러 물건들을 넣어둘 생각이었다.

마침 적당한 물건이 있었다.

10평 크기의 남성용 크로스백이었다.

꽤나 럭셔리한 디자인이라 평상시에도 어깨에 메고 다녀도 충분할 것 같았다.

가격은 300포인트로 예전에 샀던 것보다 3배는 비싼 가격이었다.

하지만, 동하는 포인트에 여유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중을 생각하면 10평 크기의 인벤토리도 그리 큰 것은 아니었다.

대충 정리가 된 것 같았다.

남궁혜에게 날마다 무림 종족의 언어를 배우러 만물상점에 오는 것 말고는 더 이상 필요한 물건은 없었다.

“이제 가장 중요한 능력을 업그레이드 하는 일만 남았군.”

☆ ☆ ☆

마법 5서클

내공 6성

불사지체 30% 복구

거인의 힘 30% 복구

동하의 능력은 어느새 이렇게 올라가 있었다.

내공은 20년짜리 알약 2개를 사서 40년을 높인 상태였다.

순식간에 5성을 넘어 6성의 경지까지 올랐다.

어느새 동하의 공력은 100년에 육박해 가고 있었다.

내공 알약으로 꾸준히 공력을 높인데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운기행공을 한 덕분에 빠르게 내공이 급증하고 있었다.

여기에 동하는 염력과 닌자의 인술의 능력치도 끌어 올렸다.

염력 25% 복구

닌자의 인술 20% 복구

염력의 능력치를 올린 건 단순하다.

예측 안경의 적중률을 높이려면 염력의 능력치를 올려야 하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모든 장비를 익룡의 사체로 강화를 했으니 다음 필드의 난이도가 아무리 높아져도 나름 자신이 있었다.

이제 수중에 남아 있는 포인트는 거의 없었다.

이번만큼은 여한 없이 질렀다고 생각했지만, 뒤돌아서서 생각해보면 여전히 아쉬움이 남았다.

“그나저나 자동차를 먼저 등록해야겠지?”

3평짜리 인벤토리에는 만능 자동차가 파킹되어 있었다.

이것을 타고 다니려면 일단 정식 절차를 밟고 보험을 들어야 할 터.

그러자면 역시 합법적으로 자동차를 구매하는 것이 순서였다.

동하는 중고차 시장에서 경차를 한 대 구매했다.

가격이 고작 50만 원 정도 밖에 하지 않았다.

과연 이런 게 달리기는 할까 싶을 정도로 상당히 낡고 오래된 차였다.

하지만, 동하에겐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는 만물상점에서 무기와 장비를 강화해주고 받은 황금과 골드바 중 몇 개를 금은방에서 처분하고 그것으로 경차를 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자동차 보험까지 들고 난 이후에야 동하는 겨우 한숨을 돌렸다.

“복사!”

동하는 인적이 없는 산길로 차를 몰고 간 다음 인벤토리에서 만능 자동차를 꺼냈다.

그리고 중고차 시장에서 산 경차를 복사했다.

순간 외관은 물론이고 내부까지 완전히 똑같은 차로 변신하는 것이 아닌가?

“이건 뭐, 트랜스포머가 따로 없군.”

새삼 신기한 생각에 동하는 넋이 나갈 정도였다.

이것으로 5다섯 번의 기회 중 한 번을 사용한 셈이었다.

동하는 기존의 경차는 번호판만 빼고 완전히 해체했다.

그리고 부품까지 모두 인벤토리에 넣고 다음 날 만물상점에 가서 마법의 용광로로 녹여 버렸다.

만능 자동차를 익룡의 사체로 강화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어떤 차를 복사할까?”

4번의 기회가 남아 있어서 나름 느긋했다.

그리고 그 길로 동하는 길고 길었던 현실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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