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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드 만물상점-46화 (46/167)

<-- 46화 : 보스전-02 -->

-밀림던전의 괴수를 200마리 이상 사냥한 최초의 인물로 등록되었습니다.

괴음은 동하만 들리는 것이 아니었다.

남궁혜는 경악한 표정으로 동하를 쳐다보며 말했다.

“세상에…… 괴수들을 그렇게 많이 사냥했어요?”

“그, 그런가 보네요.”

동하는 이제 이런 괴음이 전혀 달갑지 않았다.

오히려 불길한 생각이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띠링!

-특전이 부여됩니다.

-히든 퀘스트가 주어집니다.

“응?”

동하는 ‘히든 퀘스트’란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처음에는 특전이 부여된다고 해서 빌어먹을 시스템이 필드 3관으로 보내는 줄 알았다.

사실 동하에겐 바로 이런 게 가장 원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는 지금 필드 3관에 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건 지금보다 능력을 더 업그레이드 하고 난 다음에 가도 전혀 늦지 않았다.

더구나 아직 룸에 가서 정산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예전에는 룸에 가서 정산을 마친 다음에 특전이 부여되지 않았던가?

이번에는 등급이 올랐다는 말도 없었다.

그렇다는 건 적어도 필드 3관으로 이동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럼, 히든 퀘스트는 뭐지?

동하가 남궁혜를 향해 물었다.

“혹시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압니까?”

“글쎄요. 저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사람들이 하는 말에 따르면 필드에는 히든 퀘스트가 있고 그걸 해결하면 칭호가 주어진다고 했어요.”

“흐음.”

왠지 긴장이 밀려왔다.

이놈의 필드에서 주는 혜택이니 특전 따위는 전혀 달갑지 않은 동하였다.

띠링!

-필드 2관의 주인인 보스의 던전이 개방 되었습니다.

“자, 잠깐!”

이제 보니 보스를 상대하라고 하는 모양이었다.

이젠 한숨도 나오지 않았다.

이게 특전이라고?

동하는 욕이 나올 것 같았다.

자이언트 악어와 사투를 벌인 적이 있던 동하였다.

그때 정말 죽을 뻔 하지 않았던가?

그 이후에 다시는 자이언트 악어와 싸우고 싶지 않아서 늪지대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었다.

한데, 밀림던전의 보스란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턱턱 막혀왔다.

도대체 밀림던전의 보스는 얼마나 강할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동하의 앞에 공간이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던 터라 동하는 예전처럼 그리 놀라지는 않았다.

“아 놔. 매번 이게 뭐냐?”

그건 공허한 외침이나 다름없었다.

동하는 이미 다른 장소에 와 있었던 것이다.

“응?”

동하는 주변을 둘러보다 깜짝 놀랐다.

자신의 옆에 남궁혜가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혜 씨가 여긴 왜 있어요?”

“그, 그러게요. 공간이 일렁거리기에 이상하다 싶었더니 갑자기 이곳에 와 있네요.”

동하는 대경실색했다.

“서, 설마……?”

“아…… 아무래도 그런 거 같아요.”

“이런, 미친!”

동하의 얼굴이 격하게 일그러졌다.

이건 결코 파티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보스를 상대하기도 벅찬 마당에 남궁혜까지 신경 써야 한다면 오히려 심각한 패널티라고 할 수 있었다.

남궁혜의 얼굴도 사색으로 변해 있었다.

그녀도 필드 2관의 보스가 의미하는 것이 어떤 건지 모를 리 없었다.

“어, 어떡하죠?”

“으음. 일단 옷부터 벗어요.”

“예? 가, 갑자기 그게 무슨…….”

“시간이 없으니까 빨리 무복을 벗으라고요.”

보통 시집도 안 간 처녀에게 옷을 벗으라고 하면 뺨 맞기 십상이다.

하지만, 동하의 목소리가 전에 없이 다급했다.

남궁혜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필유곡절이라 했다. 동하가 그러는 데는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터.

“아, 알겠어요.”

그녀는 저 멀리 가서 옷을 벗으려고 했다.

“지금 한가하게 남자 여자 따질 시간 없어요. 살아남고 싶다면 여기서 벗어요.”

“끙!”

남궁혜는 한숨을 내쉬고는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 사이 동하는 인벤토리에서 마법의 용광로를 꺼냈다.

동하는 지금 남궁혜의 옷과 검을 강화시켜줄 생각이었다.

일단 보스던전을 무사히 살아서 나가려면 그녀의 장비를 업그레이드 하는 건 필수였다.

하지만, 사체를 강화한 액체는 모텔에서 거의 다 쓰고 온 터라 남아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그나마 다행일까?

남은 액체로 겨우 무복을 강화할 수는 있을 것 같았다.

“저기 액체 보이죠?”

“예, 공자님!”

“그걸 지금 벗은 무복에 골고루 발라요.”

그리고는 남궁혜에게 솔을 건네주었다.

남궁혜는 벌거벗은 몸으로 바닥에 쪼그려 앉아 무복에 액체를 바르기 시작했다.

창피하단 생각도 들었지만, 사실 알몸을 보여주는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었다.

더구나 동하는 그녀의 알몸은 신경도 쓰지 않고 마법의 용광로에 자이언트 악어의 이빨과 발톱, 그리고 가죽을 조금씩만 넣고 녹이기 시작했다.

그는 당장 할 일이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주어질지 몰랐다. 어쩌면 지금 당장이라도 보스가 나타나 공격을 가해올지도 모르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젠장.’

어떻게 5분 정도만 시간이 주어져도 될 것 같았다.

그만큼 동하는 시간을 단축하려고 양을 조금만 넣었던 것이다.

부글부글.

3분이 지나기 시작하면서 사체가 녹기 시작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보스가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다시 1분이 더 지나 4분이 조금 넘어갔을 때였다.

쿠아아앙!

하늘에서 엄청난 괴성이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제길.’

동하의 마음이 더 급해졌다.

아직 사체가 다 녹지 않았는데 보스가 나타난 것이다. 어떻게 생긴 놈인지 궁금한 건 다음 문제였다.

‘조금만 더.’

동하는 아직 마법의 용광로에서 손을 뗄 수 없었다.

그의 얼굴에서 식은땀이 흘러 내렸다.

한편, 남궁혜는 무복에 액체를 다 바르고 옷을 입은 후였다.

그녀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고 동하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동하만큼은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굳은 결의가 떠올랐다.

문득 서쪽 하늘에서 작은 점 하나가 나타났다.

그것은 엄청난 속도로 다가왔다. 그와 동시에 주먹만 크기로 커지더니 눈 깜짝 할 사이에 거대한 익룡의 모습으로 변했다.

“마, 맙소사!”

남궁혜는 경악했다.

무려 20미터도 넘는 초거대 익룡이었다.

놈이 날갯짓을 할 때마다 엄청난 바람이 일고 주변의 나무들이 당장이라도 뽑혀져 나갈 것처럼 세차게 흔들렸다. 이건 차라리 태풍이라 해도 좋을 것 같았다.

쿠아아앙!

익룡의 입에서 불이 토해져 나왔다.

주변의 나무와 풀이 순식간에 재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마, 말도 안 돼.”

검을 쥔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남궁혜는 진정을 하려 해도 익룡의 압도적인 포스에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다 됐다.”

동하가 마법의 용광로에서 손을 뗐다.

그야말로 아슬아슬한 타이밍이었다. 아마 몇 초만 더 늦었어도 끝내 사체를 완전히 녹이지 못하고 익룡과 마주해야 했을지도 몰랐다.

“혜 씨, 보검 주세요.”

“이거 말이에요?”

남궁혜는 이유는 묻지 않고 허리춤에 꽂아 놓았던 보검을 동하에게 건네주었다.

동하가 이번에 자이언트 악어의 사체로 강화하려던 것은 바로 남궁혜의 보검이었다.

자이언트 악어의 사체를 녹인 액체였다. 거기에 악어의 가죽까지 넣었기 때문에 위력이 어떨지는 동하도 예측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다른 괴수들의 사체보다 성능은 좋지 않을까?’

동하는 거기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었다.

슥슥싹싹!

동하는 시간이 없어서 대충 손으로 액체를 퍼서 남궁혜의 보검에 발랐다. 액체는 무척이나 뜨거웠지만, 이미 인간의 신체를 벗어난 동하에겐 그리 뜨겁지 않았다.

동하는 남궁혜가 가지고 있던 낭인검도 강화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동하는 어쩔 수 없이 인벤토리를 공간 안으로 집어 놓고 익룡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이제 와라.”

☆ ☆ ☆

높은 곳과 낮은 곳.

애초에 동하와 남궁혜는 불리함을 안고 싸움에 임할 수밖에 없었다.

익룡은 철저히 자신의 이점을 이용하기라도 하듯 공중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더구나 익룡은 굳이 하늘에서 내려오지 않아도 충분히 동하와 남궁혜를 공격할 수 있는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쏴아아아!

익룡의 입에서 불이 쏟아져 나왔다.

뜨거운 열기가 사방을 훑고 지나가며 주변의 모든 것을 다 태워버렸다.

그야말로 가공할 열기였다. 살짝이라도 스치는 날엔 제아무리 인간의 신체를 벗어난 동하라 할지라도 무사하기는 어려웠다.

하물며 남궁혜는 두말할 나위도 없을 터.

그들은 피하기에 급급했다.

“젠장.”

동하는 이를 악물었다.

이래서는 승산이 없었다.

지금까지 동하와 남궁혜는 제대로 된 공격 한 번 해본 적이 없었다.

자이언트 악어로 강화한 남궁혜의 보검 역시 제대로 사용할 기회가 한 번도 없었다.

모든 것이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동하가 공격 마법으로 탱킹을 시도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남궁혜가 근접 공격을 시도하는 건 더더욱 불가능한 일이었다.

도무지 방법이 없었다.

익룡이 하늘에 계속 떠 있는 이상 앞으로도 계속 공격할 찬스가 생길 것 같지 않았다.

‘혼자서는 절대 이길 수가 없겠구나!’

원래 익룡은 밀림던전의 그 어떤 괴수보다 강했다.

하늘을 날아다니서 상대하기 어려운 것도 있었다.

그래서 동하는 이번에 밀림던전에 들어왔을 때 아예 익룡은 사냥할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한데, 지금 눈앞의 보스 익룡은 보통의 익룡보다 두세 배 정도 더 크고 강했다.

쇄액! 쇄액!

이번에는 익룡이 날갯짓으로 강력한 바람을 일으켰다.

동하와 남궁혜는 중심을 잡고 서 있기도 곤란할 정도였다. 그들이 급히 자세를 낮춰 바람에 대항했지만, 그럴수록 체력만 툭툭 떨어져 나갔다. 남궁혜의 얼굴은 창백하게 변해 있었다. 공력의 소모가 극심하단 뜻이었다.

이럴 때 놈이 불을 토해낸다면 정말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을 터였다.

하지만, 익룡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한 번 불을 토해내면 1분 정도는 같은 방법으로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일종의 쿨 타임이라 생각하면 편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1분 동안은 불을 쏟아내지 않는 건가?”

날갯짓으로 강력한 바람을 일으키는 건 쿨 타임이 없지만, 동하는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점점 더 가망이 없을 것 같았다.

시간은 딱 1분이었다.

쿨 타임 안에 무슨 수를 내든 내야만 했다.

하지만, 무슨 방법으로?

하늘에서 놈을 끌어 내리면 몰라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그 어떤 방법도 소용이 없었다.

“응?”

끌어 내린다?

동하의 머릿속에서 무언가 번쩍 스치고 지나갔다.

이걸 실행하기에는 위험부담이 크긴 했지만, 지금은 목숨을 걸고 모험이라도 감행해야 할 판이었다.

“혜 씨, 지금부터 역할을 바꾸죠.”

“그게 무슨 소리죠?”

남궁혜는 숨이 턱밑까지 차올랐는지 연신 헉헉 거렸다.

“잠시만 놈의 시선을 끌어 주세요.”

“서, 설마 저보고 어그로를 끌라는 건……?”

“바로 그겁니다.”

동하는 그녀에게 사체로 강화해서 인벤토리에 넣어 두었던 창을 건네주었다.

그 의미는 단순했다. 하늘에 떠 있는 익룡에게 창이라도 던져서 놈의 어그로를 끌어 달라는 주문이었다.

“아, 알겠어요.”

남궁혜는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제대로 익룡의 어그로를 끌 수 있을 리 없었다.

설령 어그로를 끈다고 해도 얼마 버티지 못한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하나 어차피 이렇게 가만히 있어도 공력의 소모가 극심해서 얼마 버티지 못할 판이었다.

그렇다면 동하의 말처럼 무엇이든 해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신법이나 경공에는 자신이 있는 남궁혜였다. 익룡의 관심을 끌기만 하면 어떻게든 도망치는 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동하와 남궁혜의 호흡은 척척 맞았다.

먼저 익룡의 관심을 끈 건 동하였다. 강력한 바람을 자신에게 집중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그는 통하지도 않을 공격 마법을 펼쳤다. 하지만, 동하의 도발이 먹혀들었는지 익룡은 동하에게 모든 바람을 집중시켰다.

그 사이 남궁혜는 익룡의 뒤쪽으로 돌아갔다.

남아 있는 공력을 모두 끌어 올려 창을 던진다고 해도 과연 하늘 높이 떠 있는 익룡에게 닿을지 의문이었다.

남궁혜는 세가의 독문무공인 천풍신법으로 하늘 위로 솟구쳐 올랐다.

비록 내공은 약해도 신법이나 경공에는 제법 조예가 깊은 남궁혜였다.

그녀는 자신의 몸이 정점에 올라섰다고 느끼는 순간 몸을 홱 뒤집었다. 그와 동시에 그 탄력을 이용해 창을 힘껏 내던졌다.

그것이 주효했다.

사체로 강화한 창이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빠른 속도로 날아가 익룡의 다리에 쾅 하고 부딪쳤던 것이다.

“크르릉!”

제법 아팠던 모양이었다.

익룡이 동하를 버려두고 남궁혜에게 달려들었다.

“성공이다.”

남궁혜가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면서 환호성을 질렀다.

그녀는 당장 자신이 어떻게 되든 어그로를 끌었다는 사실이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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