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화 : 밀림던전-02 -->
바스락!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나뭇잎 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동하는 움직임을 멈추고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살짝 긴장감이 몰려왔다.
본능적으로 무엇인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예전에는 생각할 것도 없이 몸부터 숨겼을 것이다.
하지만, 동하는 강화된 검을 살짝 끌어당겨 청운적하검법의 기수식을 취했다.
동하가 은둔술 외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수련한 것이 있다면 바로 청운적하검법이었다.
더불어 강화된 장비에 갑옷까지 착용했다.
더 이상 무서울 게 없는 동하였다.
“와라!”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졌다.
그리고 잠시 후 나무 사이에서 메가 스파이더가 모습을 드러냈다.
1미터가 넘는 크기에 거미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더구나 놈은 가끔씩 거미줄을 토하며 공격을 하는데, 거미줄에 독이 있어서 살짝 스치기만 해도 몸이 마비가 된다.
확실히 만만치 않은 놈이었다.
몸통이 단단해서 칼이나 검도 잘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 놈의 거미줄 공격만 피하면 어떻게든 쓰러뜨릴 방법이 있었다.
놈은 먹이를 발견한 듯 무서운 기운을 내뿜으며 동하에게 다가왔다. 어지간한 피식자들은 그 기세만으로도 제압이 되고도 남았다.
바로 그때였다.
쏴아아아!
메가 스파이더가 입을 벌리더니 거미줄을 쏘아냈다.
동하는 재빨리 옆으로 미끄러지듯 움직여 거미줄을 피했다. 그와 동시에 재빨리 바닥을 박차고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쇄애액!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동하의 몸이 빠른 속도로 메가 스파이더 위로 떨어져내리며 검을 세차게 휘둘렀다. 제법 움직임이 빠른 메가 스파이더조차 반응하지 못할 정도로 동하의 동작은 물 흐르듯 빠르고 위력적이었다.
채챙!
금속성이 터져 나왔다.
메가 스파이더의 몸통 역시 단단하기 그지없었다.
‘실패인가?’
동하는 검을 잡고 있는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단전의 공력을 모조리 끌어 올렸다.
사실 메가 스파이더는 예전에 몇 번 상대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공략법이 아주 단순했다. 그저 빠른 속도로 달려들어 메가 스파이더와 충돌하는 게 전부였다. 근딜 계열의 능력을 극대화한 것이었다.
아무튼, 그 충격에 동하도 몇 걸음 밀려났지만, 메가 스파이더의 몸체도 반대로 뒤집혔다.
놈의 몸통은 단단하기 그지없지만, 아랫배 부분은 상대적으로 약했다. 전에는 그런 식으로 메가 스파이더의 약점을 철저히 파고들어갔지만, 이번엔 우직한 정공법이었다.
콰지직!
수박 깨지는 소리와 함께 괴수의 사체로 강화한 낭인검이 그대로 메가 스파이더의 몸통을 두 개로 쪼개 버렸다.
“케에엑!”
메가 스파이더가 짤막한 비명과 함께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동하는 멍하니 메가 스파이더의 사체를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이, 이게 이렇게 약했어?”
어안이 벙벙할 정도였다.
아무리 싸구려 낭인검을 괴수의 사체로 강화를 했다고 해도 적어도 두세 번은 더 공격을 해야 쓰러뜨릴 수 있을 줄 알았다. 이번에 전력을 다해 검을 휘두른 것도 그랬다. 동하는 메가 스파이더에게 최대한 상처를 입히고 놈의 움직임을 둔화시키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동하는 싸구려 낭인검을 쳐다보았다.
이건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위력적이었다.
아니, 어쩌면 동하의 공력이 4성으로 높아지고 거인의 힘도 10% 가량 높아졌기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었다.
이유야 아무래도 좋다.
아직 좋아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아직 가야할 길은 멀고 이제 고작 메가 스파이더 한 마리 죽였을 뿐이었다.
☆ ☆ ☆
사박사박!
동하는 풀을 헤치며 밀림의 안쪽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출구가 있는 곳과는 정반대 방향이었다.
동하가 방향을 잘못 잡거나 길을 헤매는 것이 아니었다. 밀림던전을 빠져나가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면 하루도 채 걸리지 않아서 성공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동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제 대충 필드의 특징을 알고 있는 동하였다.
만일 2관을 하루 만에 빠져나가면, 빠른 시간에 목표를 달성한 특전으로 3관으로 바로 이동시킬지도 몰랐다. 3관은 지금보다 능력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킨 다음에 가도 늦지 않을 것이다. 물론 특전을 받으면 포인트를 많이 벌수는 있겠지만, 그건 사람들의 이목을 너무 많이 받아서 사양하고 싶은 일이었다.
동하는 이제부터 시간제한을 팍팍 채우고 아슬아슬한 시간에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그러는 편이 차라리 주목을 받지 않아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밀림던전을 클리어 하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
적립될 포인트를 생각하면 아쉬운 생각도 들었다.
하나 평소보다 못 벌면 또 어떤가?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밀림던전의 괴수들은 한 마리를 죽일 때마다 100포인트가 주어진다는 점이었다.
부족한 포인트는 괴수들을 최대한 많이 잡아 보충할 계획이었다.
게다가 괴수의 사체까지 있으니 엄밀하게 말하면 그리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이것도 복수라면 복수였다. 예전에 괴수들을 피해 도망치기 바빴다면 지금은 오히려 괴수들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동하는 눈에 보이는 괴수들을 닥치는 대로 사냥했다.
그리고 사체의 뼈와 이빨 그리고 발톱을 챙겨 인벤토리에 넣었다.
해체 작업은 처음이었다.
전에는 이빨과 발톱만 챙겼고, 이렇게까지 디테일하게 작업하지도 않았다.
동하는 처음엔 역겨운 냄새에 구역질이 올라왔지만, 그것도 몇 번 하니까 차츰 견딜 만했고, 시간이 조금 더 흐르자 해체 작업의 속도도 상당히 빨라졌다.
여러모로 밀림던전에서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괴수들을 사냥하기 위해 밀림 깊숙이 들어온 사람은 동하가 처음이었다.
밀림의 한 가운데로 들어가려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그건 어리석다 못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괴수의 사체를 해체하는 작업까지.
죽음의 전장인 밀림던전에서는 감히 누구도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 ☆ ☆
메가 스파이더는 이제 눈을 감고도 사냥할 수 있었다.
독이 든 거미줄?
그런 건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괴수의 사체로 강화한 옷이 갑옷 역할을 든든하게 해 주었다.
동하는 거미줄을 그냥 몸으로 받아내고 질풍처럼 달려들어 메가 스파이더의 숨통을 끊어 버렸다.
그에 비하면 메가 앤트는 약간 성가신 존재였다.
놈들은 손에 몽둥이를 들고 있었다.
예전에 한 번 맞아봐서 아는데 제법 아프다.
더구나 메가 앤트는 4-5마리씩 무리를 지어 다녔고 불리할 때면 협공해서 공격을 할 줄도 알았다. 일종의 연수합공이라 할 수 있었다. 움직임도 빠르고 몸체도 제법 단단해서 결코 쉽게 볼 놈들이 아니었다.
예전에는 메가 앤트들의 연수합공에 당한 적이 있지만, 이번엔 어림도 없었다. 놈들의 몽둥이가 동하의 싸구려 낭인검에 모조리 잘려져 나갔다. 당황한 메가 앤트들이 뒤로 주춤거리는 순간 동하가 메가 앤트 무리의 안으로 뛰어 들어 청운적하검법으로 쓸어 버렸다. 그토록 단단하던 메가 앤트들의 몸이 단 일검에 우두둑 떨어져 나갔다.
동하는 고수들이 신검을 생명처럼 아끼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원래 청운적하검법은 장강(長江)의 강물처럼 우직한 것이 장점인데, 사체로 강화한 싸구려 낭인검을 만나 우직하면서도 날카롭고 예리한 검법으로 변했던 것이다.
동하는 신검만 쥐고 있으면 세상 무서울 게 없었다.
어떤 적이든 다 일도양단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메가 스파이더나 메가 앤트는 밀림던전 내에서는 피식자에 불과했다.
동하는 메가 앤트의 사체마저 해체하고 뼈를 챙긴 다음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인벤토리를 열고 물을 꺼내 마셨다.
필드에 들어온 지도 어느새 3시간 정도 지난 것 같았다.
그동안 동하는 상당한 격전을 치렀지만,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그저 이마에 땀이 몇 방울 생겨난 것이 전부였다.
동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언제까지 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포인트를 벌려면 괴수를 한 마리라도 더 사냥해야 했다.
“좋아, 가 볼까?”
☆ ☆ ☆
2시간 정도는 더 밀림의 안쪽으로 들어간 것 같았다.
확실히 밀림의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괴수들이 많아졌다.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괴수들도 있었다.
3미터 크기의 고릴라도 있었고, 4미터 크기의 뿔 달린 멧돼지도 있었다. 늪지대에는 거대한 자이언트 악어도 있었다.
고릴라는 힘이 강했고, 멧돼지는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게 특기였다.
동하는 적의 특기에 따라 상대하는 방법을 달리했다.
고릴라에게는 거인의 힘으로 맞서서 이겼고, 멧돼지는 온몸에 실드를 친 후 멧돼지를 향해 저돌적으로 달려들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동하도 충격을 받고 주르륵 밀려났지만, 멧돼지의 경우는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트럭과 마티즈가 정면으로 충돌했을 때의 그 마티즈처럼, 놈은 완전히 뭉개져 형체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실드의 힘이 생각보다 강했다.
게다가 동하는 거인의 힘이 있었고, 단전에는 4성급 공력까지 있었다.
제아무리 멧돼지가 저돌적으로 달려든다 해도 동하의 상대가 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동하는 괴수들의 특기를 펼쳐서 괴수들을 사냥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벤토리에는 괴수들의 사체로 쌓여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이언트 악어는 지금까지 동하가 만났던 괴수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일단 그 몸체부터가 가히 압도적이었다. 10미터가 넘는 크기에 피부는 또 어찌나 단단한지 사체로 강화한 낭인검도 통하지 않았다.
동하는 몇 번이나 자이언트 악어의 몸에 청운적하검법을 적중시켰지만, 황당하게도 검이 튕겨져 나갔다. 그와 동시에 흉성이 폭발한 악어의 이빨에 동하는 옷이 찢어지고, 꼬리 공격에 나가떨어지기도 했다. 자이언트 악어에게는 단순한 꼬리 공격일지 몰라도, 그 안에 담겨 있는 힘은 몇 톤이 족히 넘는 공격이었다.
“어이가 없군.”
구멍이 난 옷을 보며 동하는 가슴이 서늘해졌다.
거인의 힘이 온몸을 보호하고 있는데도, 옷이 찢어진 사이로 기다란 혈흔이 생겼다.
도대체 힘이 얼마가 강한 걸까?
만약 옷을 사체로 강화하지 않았다면 혈흔이 생겨난 것으로 끝나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아니, 그 전에 자이언트 악어의 꼬리에 제대로 맞으면 아무리 거인의 힘이 보호한다 해도 무사하긴 어려울 것 같았다. 이번에는 사체로 강화한 방패를 쥐고 미리 대비하고 있던 탓에 부상을 입진 않았지만, 방패에 살짝 금이 가 있었다.
무시무시한 위력이었다.
이건 어떻게 마지막 보스급에 나올 것 같은 놈이 지금 나오는지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솔직히 동하는 자이언트 검치 호랑이와 자이언트 쇼트 페이스드 베어가 밀림던전의 보스격인 줄 알았다. 놈들이야 말로 포식자 중에 포식자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였다.
동하는 이번에 자이언트 검치 호랑이와 자이언트 쇼트 페이스드 베어를 사냥하기 위해 더 열을 올리고 있었다.
예전에 당한 빚을 몇 배로 이자를 쳐서 갚아줄 생각이었다.
헌데 이게 웬걸?
자이언트 악어에 비하면 자이언트 검치 호랑이와 자이언트 쇼트 페이스드 베어는 귀여운 새끼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동하는 즉시 전략을 바꾸었다.
놈은 정면승부로는 절대 어찌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상대의 특기로 상대를 사냥하는 것도 상대 나름이었다.
“파이어 볼!”
타오르는 구체가 시뻘건 화염을 토하며 자이언트 악어를 향해 날아갔다.
쾅!
자이언트 악어의 몸이 화염에 휩싸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불꽃이 금방 꺼지고 성난 자이언트 악어의 모습이 다시 나타났다.
3서클 마법으로는 거대한 놈의 몸체에 그을음 하나 만들어 내지 못했다.
“지독한 놈.”
저런 괴물 같은 놈을 혼자서 상대하라고?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저런 놈은 몇 명이 달라붙어도 이길 수 없었다.
물론 지금이라도 도망치면 그만이었다. 10미터가 넘는 덩치가 아무리 빨라도 동하보다는 느릴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동하는 이를 악물었다.
“반드시 잡고 만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 했다.
무공이 통하지 않으면 마법으로.
마법도 통하지 않으면 가지고 있는 재주를 모두 펼쳐서라도 상대한다.
하지만, 방금 파이어 볼이 아주 효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지극히 찰나에 불과했지만, 파이어 볼이 놈의 몸을 뒤덮는 순간 자이언트 악어의 몸이 움찔거렸던 것이다.
거기에서 동하는 희미하게나마 이길 수도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사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지속적으로 공격 마법으로 충격을 주다보면 자이언트 악어도 아주 조금이라도 데미지를 입을 게 틀림없었다.
일단은 그것만이라도 좋다.
“매직 미사일!”
쾅!
또 다시 자이언트 악어의 몸에 매직 미사일이 적중했다.
공교롭게도 아까 파이어 볼이 부딪쳤던 그 부위였다.
“라이트닝 볼트!”
동하의 손에서 번개 구체가 쏟아져 나갔다.
3서클 마법 중에서는 상대에게 가장 데미지를 크게 줄 수 있는 것 중 하나였다.
물론 단점은 마나의 소비가 많고 명중률이 다른 공격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자이언트 악어는 본능적으로 라이트닝 볼트를 경계하고 몸을 움직여 피했다.
하지만, 바로 그때였다.
동하가 득달같이 몸을 날려 자이언트 악어에게 달려들었다.
그와 동시에 사체로 강화한 낭인검을 휘둘러 청운적하검법을 펼쳤다.
사사삭!
검 끝을 따라 허공에 수십 개의 검화가 그려졌다.
그것들이 검로를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듯싶더니 마침내 하나로 모이고 자이언트 악어의 몸에 적중했다.
쾅! 쾅콰르릉!
엄청난 굉음이 터져 나왔다.
동하의 검이 자이언트 악어의 눈과 눈 사이에 꽂혀 있었다.
바로 파이어 볼과 매직 미사일이 적중했던 그 자리였다. 그리고 동하는 청운적하검법으로 만들어낸 수십 개의 검화 역시 그곳에 집중해서 공격했다.
거기에 4연타 공격으로 사체로 강화한 낭인검을 찔러 넣었던 것이다.
그렇게 단단하던 자이언트 악어의 피부도 이때만큼은 약해진 상태였다.
낭인검은 손잡이까지 자이언트 악어의 미간 속으로 파고들어갔다.
“케에엑!”
자이언트 악어의 몸이 휘청 거리며 이리저리 마구 흔들렸다.
그와 동시에 거대한 꼬리가 꿈틀 거리며 동하를 후려치는 것이 아닌가?
동하는 재빨리 방패를 끌어 당겨 자이언트 악어의 꼬리를 간신히 막았다.
쾅!
이미 살짝 금이 가 있던 방패는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동하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하늘 높이 솟구쳐 오르더니 저 멀리 나가 떨어졌다.
“크윽!”
엄청난 충격에 제대로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그는 비틀 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이럴 때 자이언트 악어가 공격해 오면 그땐 정말 끝장이었다.
“응?”
하지만, 자이언트 악어는 바닥에 쓰러진 채 움직이지 않았다.
마지막 힘을 다해 동하에게 일격을 가하고는 그대로 죽어버린 것이었다.
“이, 이겼다.”
동하는 다시 바닥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그는 완전히 탈진해서 서 있기도 힘이 들었지만, 왠지 모를 뿌듯한 기운이 온몸을 엄습해 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