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이드 만물상점-34화 (34/167)

<-- 34화 : 두 개의 아이디-02 -->

“쿠오오오!”

골렘이 괴성을 지르며 동하에게 다가왔다.

보는 것만으로도 위압감이 느껴진다.

골렘은 3미터가 넘는 키에 엄청난 덩치를 자랑하고 있었다. 힘은 또 어찌나 강한지 손짓 한 번으로도 모든 것을 때려 부술 것만 같았다. 하물며 주먹을 휘둘러 올 때면 막말로 오줌이 찔끔 거릴 정도였다.

동하는 처음엔 골렘을 보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렸었다.

도망치기에 바빠서 무사히 빠져 나온 것만으로 하늘에 감사 기도를 했었다.

하지만, 한 번 당하지 두 번 당하지 않는다.

동하는 골렘을 향해 마주 다가갔다.

무조건 맞불 작전이었다.

원래 다음 필드를 위해 근딜의 능력을 강화시킨 동하였다.

골렘의 힘이 무지막지하게 강하다 해도 동하 역시 힘에서는 밀리지 않았다.

그에겐 거인의 힘이 있었다. 예전에 불과 3% 수준의 신체 능력이었다면, 지금은 8% 수준이다. 지난 3주 동안 꾸준하게 근육을 단련시키기도 했다.

이젠 힘으로 골렘에게 질 것 같지 않았다.

그런 동하의 모습이 골렘을 자극했다.

“쿠오오오!”

골렘이 괴성을 지르며 주먹을 휘둘렀다.

쇄애애액!

거친 바람 소리가 동굴 안을 가득 메웠다.

단 일격에 집채만 한 바위를 깨뜨릴 만큼 가공할 위력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동하는 피하지 않고 팔을 들어 골렘의 주먹을 막았다.

쾅!

폭죽 터지는 소리가 동굴을 뒤흔들었다.

동하의 몸이 휘청거렸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였다. 동하는 재빨리 중심을 잡았다. ‘힘 VS 힘’의 승부에서 동하는 골렘에게 밀리지 않았던 것이다. 팔이 찌르르 울리긴 했지만, 그렇다고 팔이 떨어져 나갈 것처럼 아프지는 않았다.

씨익!

동하가 골렘을 보고 웃었다.

“이제 내 차례지?”

이번엔 동하가 주먹을 날렸다.

그는 백보신권을 사용하지 않고 순수하게 주먹의 위력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이미 동하의 팔은 훌륭한 방패이기도 했고, 단단한 몽둥이 역할도 했었다.

그러던 것이 공력이 높아지고 불사지체와 거인의 힘의 능력이 올라가면서 덩달아 동하의 두 팔도 업그레이드 된 상태였다.

동하의 주먹은 거대한 망치로 변해 있었다.

그것을 있는 힘껏 휘두른 것이다.

콰르르릉!

소리부터가 남달랐다.

파도가 밀려오듯 동하의 주먹에서 엄청난 소리가 터져 나왔다.

펑!

동하의 주먹이 골렘의 복부에 꽂혔다.

골렘의 거대한 몸이 크게 흔들리고 뒤로 주르륵 밀려나는 것이 아닌가?

보고도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

그 기회를 놓칠 동하가 아니었다.

동하가 재빨리 몸을 날려 공중으로 뛰어 올랐다.

그는 무릎을 직각으로 세웠다. 그와 동시에 두 손으로 골렘의 뒤통수를 잡고 무릎으로 골렘의 얼굴을 강하게 찍어 버렸다.

퍽!

수박 깨지는 소리와 함께 골렘의 머리가 터졌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골렘의 몸이 뒤로 쿵 하며 넘어가 버렸던 것이다.

‘힘 VS 힘’의 싸움에서 거대한 골렘은 동하의 상대가 되지 못했던 것이다.

근딜을 위해 신체의 능력을 높인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존만이들. 이제 다 죽었어.”

☆ ☆ ☆

단 한 마리도 놓칠 수 없었다.

골렘던전의 모든 골렘을 죽여야 완벽하게 클리어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동하는 자신이 가진 모든 능력을 활용했다.

한 손으로 백보신권을 펼쳐 골렘을 날려 보내고, 다른 한 손으로는 무지막지한 힘으로 골렘을 후려 갈겼다.

마법도 펼치고, 불사지체와 거인의 힘 또한 최대한 활용했다.

그래도 마지막 단계인 55구의 골렘은 조금 힘에 벅찼다.

정직한 정면 대결에는 한계가 있었다.

동하는 골렘이 힘만 세고 움직임이 엄청 느리다는 단점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그는 이리저리 피하며 골렘의 시선을 현혹했다.

골렘들은 도망치는 동하를 잡기 위해 주먹을 휘두르며 움직이다가 몸이 부대끼고 뒤엉켜 버렸다.

동하는 그런 부분을 철저히 파고들었다.

하나씩 각개격파를 하며 골렘의 숫자를 조금씩 지워 나갔다.

그런 와중에 골렘들에게 몇 번이고 온몸을 가격 당했지만, 이번에는 신체 능력이 높아져서 그런지 그럭저럭 견딜 만했다.

골렘던전을 빠져나가는 건 이제 동하에겐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골렘던전을 클리어 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었다.

동하는 골렘들 사이를 움직이며 미친 듯이 두 팔을 휘둘렀다.

-1포인트를 얻었습니다.

-1포인트를 얻었습니다.

괴음의 소리는 쉴 새 없이 들려오고 있었지만, 정작 골렘들은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동하의 온몸에는 땀이 비 오듯 흘러내리고 있었다. 입안에서는 단내가 풀풀 풍겨 나왔다. 골렘들의 주먹에 동하의 옷은 어느새 걸레로 변해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더 지났을까?

“크아아악!”

마지막 남은 골렘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지는 순간 동하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제 정말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었다.

“헉헉! 드디어 끝났다.”

띠링!

-골렘던전의 모든 골렘을 소탕한 최초의 인물로 등록되었습니다.

-당신의 용기와 노력에 감명 받아 골렘 킬러의 칭호가 수여됩니다. 회원 승급에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보상으로 1,000포인트를 추가로 얻었습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동하는 추가로 주어지는 보상에 짜릿한 기분을 느꼈다.

이 보상과 칭호 때문에 그 죽을 고생을 하며 골렘던전을 클리어 한 것이었다.

근데 시간은 얼마나 지났지?

동하는 배가 고픈 것 말고는 골렘과의 혈투로 인해 시간 개념을 완전히 잊어버린 상태였다.

띠링!

-시간을 6일이나 단축해서 필드 1관의 모든 던전을 클리어 한 최초의 인물로 등록되었습니다.

-보상으로 6,000포인트를 추가로 얻었습니다.

-필드 1관의 제왕이 되셨습니다. 테스터들이 당신을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보상으로 10,000포인트를 추가로 얻었습니다.

“어?”

지금까지와는 내용이 전혀 달랐다.

회원 승급에 대한 말은 없고 테스터들이 주목하게 되었단다.

이게 무슨 뜻이지?

동하는 머리를 갸웃거렸다.

상식적으로 회원 승급이 더 좋은 거 아닌가?

테스터들이 주목한다고 딱히 동하에게 이득 될 게 별로 없어 보였다.

하지만, 추가로 지급되는 보상이 무려 16,000포인트였다.

동하는 던전을 모두 클리어하면 추가 보상이 있을 줄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지만, 설마 16,000포인트나 지급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대, 대박이다.”

없던 힘도 생겨날 판이었다.

동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띠링!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셨습니다. 룸으로 돌아가 당신의 업적과 성과를 정산하겠습니다.

☆ ☆ ☆

-좀비던전을 클리어 하고 172포인트 획득.

-좀비 학살자의 칭호를 얻고 1,000포인트 추가 보상.

-스켈레톤던전을 클리어 하고 141포인트 획득.

-스켈레톤 슬레이어의 칭호를 얻고 100포인트 추가 보상.

-골렘던전을 클리어 하고 141포인트 획득.

-골렘 킬러의 칭호를 얻고 1,000포인트 추가 보상.

-세 개의 던전을 클리어 한 최초의 위업 달성. 처음으로 세 개의 칭호를 얻는 위업을 달성. 10,000포인트 추가 증정.

-첫 필드에서 필드 1관의 모든 던전을 클리어 한 최초의 위업 달성. 필드 1관의 제왕으로 등극. 하루 만에 모든 필드를 클리어 한 최초의 위업 달성. 10,000포인트 추가 보상.

-시간 단축 6일. 6,000포인트 추가 보상.

-순위는 다음에 일괄 적용.

이번에도 정산 내역은 새하얀 벽에 기록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포인트 대박이었다.

단 한 번의 필드로 얻은 포인트가 무려 28,554포인트였다.

동하는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포인트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모든 던전을 클리어 하는 것이 생각보다 더 엄청난 일인 모양이었다.

더구나 동하는 필드에 입장하고 하루 만에 1관의 모든 던전을 정복한 것이다.

이것 역시 지금까지 그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엄청난 일이어서 역대 최고인 10,000포인트가 주어졌다.

시간 단축은 하루에 1,000포인트 같았다.

아무튼 시간을 단축하고 모든 던전을 클리어해서 추가로 얻은 보상이 16,000포인트였다.

이러면 말이 달라진다.

예전에는 시간 단축보다는 던전을 클리어 하는데 좀 더 중점을 두었었는데, 이제는 시간 단축도 상당히 신경 써서 진행해야 할 것 같았다.

일단 골치 아픈 일은 사절이었다.

동하는 흐뭇한 표정으로 28,554포인트를 쳐다보며 달콤한 상상에 빠졌다.

포인트가 많아진 만큼 그의 능력도 대폭 높일 수 있을 터였다. 포인트가 부족해서 입맛만 다시거나 고민할 일도 없을 것 같았다.

동하의 마음은 이미 만물상점에 가 있었다.

이번에는 생활관에서 어떤 물건들을 쇼핑할 수 있을지 기다려졌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만물상점으로 이동하겠느냐’는 괴음은 들려오지 않았다.

“왜 이러지?”

동하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 볼 때였다.

띠링!

-필드 1관의 제왕에게 특전이 부여 되었습니다.

“응?”

동하가 두 귀를 쫑긋 세웠다.

엄청난 추가 보상을 받았는데 또 다시 보상이 주어지는 건가?

그렇다고 굳이 주겠다는 특전을 마다할 리 없었다.

띠링!

-실버로 등급이 상향 조정되어 자동으로 필드 2관을 개방합니다.

“자, 잠깐!”

등급을 올려준 건 고마운 일이었다.

이제 동하는 무림 종족과 판타지 종족 모두 실버 등급으로 맞춰진 것이다.

하지만, 동하는 연이어 필드를 뛰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지금은 만물상점에 가서 쇼핑을 하면서 지친 몸과 마음을 쉬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포인트로 능력을 높여 다음 필드를 준비하면 훨씬 유리하지 않은가?

하나 그러기에는 너무 늦은 뒤였다. 이미 동하의 앞에 공간이 일렁거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놔. 이건 특전이 아니잖아?”

그건 공허한 외침이나 다름없었다.

동하는 벌써 전혀 다른 장소에 와 있었다.

☆ ☆ ☆

이번엔 동굴이 아니라 주변이 탁 트인 곳이었다.

보이는 것은 온통 나무들뿐이었다.

아무래도 이번 던전은 밀림인 것 같았다.

하지만, 평소 보던 평범한 나무가 아니었다. 나무들은 하나같이 거대하게 하늘 높이 뻗어 있는데다 그 둘레도 동하의 눈을 의심할 만큼 컸다.

“으음.”

동하는 갑자기 긴장하기 시작했다.

처음 골렘던전에 들어섰을 때만큼이나 위압감이 밀려왔다.

띠링!

-연속 두 개의 필드를 도전한 최초의 인물로 등록되었습니다.

-보상으로 1,000포인트를 추가로 얻었습니다.

-본인의 능력으로 출구를 찾아 나오세요. 제한 시간은 7일입니다.

-성공 시 추가로 1,000포인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실패 시 멤버십 카드 회수 및 접속을 차단합니다.

난이도가 엄청 상승한 기분이었다.

이것이 비기너와 실버 등급의 차이인걸까?

제한 시간이나 출구를 찾는 조건은 똑같았다.

하지만, 강시던전이나 좀비던전은 동굴 안에 길이 나 있었고 동하는 그 길만 따라 가면 됐었다. 미로라는 것도 결국 헤매다 보면 출구를 찾을 수 있지 않던가?

하나 지금 동하는 밀림 한 가운데 던져진 상태였다.

지도나 나침반 하나 없이 밀림을 빠져나와 출구를 찾으라는 건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그렇다고 단순히 출구만 찾는 것으로 끝날 것 같지도 않았다.

이놈의 나무들이 문제였다.

커도 너무 컸다.

그렇다는 건 밀림 안에 서식하는 것들도 왠지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놈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었다.

그래도 추가로 지급된 포인트에 마음을 다잡았다.

이 정도면 확실히 특전이라 할 수 있었다.

더구나 필드 2관을 7일 안에 빠져나가면 또 다른 보상이 기다리고 있지 않던가?

“그래, 까짓 거.”

동하는 앞으로 할 일을 천천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무작정 걷는 것보다는 밀림의 지형부터 살펴보는 게 좋을 듯싶었다.

동하는 즉시 공력을 일으켜 나무 위로 올라갔다. 딱히 경공을 배운 적은 없지만, 몸이 가벼워서 몇 번의 시도 끝에 성공할 수 있었다.

울창한 나무들이 끝없이 펼쳐졌다.

사방이 온통 밀림이었다. 출입구 같은 것은 보이지도 않았다. 여기서 방향을 조금만 잘못 잡아도 7일 동안 밀림에서 헤매다 끝날 것 같았다.

그때 문득 저 멀리 불쑥 솟아오른 산이 하나 보였다.

거리가 너무 멀어서 희미한 점으로 보일 정도였다.

동하가 눈을 반짝 거렸다.

일단 이것만으로도 가야 할 길은 정해진 셈이었다.

일종의 모험이었다. 만약 저 멀리 보이는 산에까지 갔다가 출구가 아니면 아까운 시간만 날리고 자칫 필드에 실패할지도 몰랐다. 혹시라도 갔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날엔 망할 수도 있었다.

하나 지금은 자신을 믿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지도나 나침반 하나 주지 않고 무작정 출구를 찾으라고 할 때는 뭔가 이 안에 힌트가 있을지도 모른다.

동하가 그런 생각으로 나무 밑으로 내려가려고 할 때였다.

“키아앙!”

거대한 익룡 한마리가 동하의 머리 위로 지나갔다.

5미터가 넘는, 엄청난 크기의 익룡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익룡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생긴 건 조금 다르지만 저런 비슷한 모습의 괴수가 지구를 침공했던 몬스터의 명단에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이건…….”

다시 한 번 만물상점의 정체가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하나 바로 그때였다.

익룡이 하늘에서 한 바퀴 선회를 해서 다시 되돌아 왔다.

놈이 동하의 머리 위에서 빙빙 돌기 시작했다.

동하가 뭔가 이상한 기운을 감지하고 숨을 죽였다.

슈아아앙!

익룡이 두 눈에서 살기를 내뿜더니 갑자기 동하가 있는 곳으로 빠르게 떨어져 내려오기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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