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이드 만물상점-25화 (25/167)

<-- 25화 : 정산 후 쇼핑 -->

강시 던전을 클리어 하고 141포인트 획득.

강시존자의 칭호를 얻고 1,000포인트 추가 보상.

스켈레톤 던전을 클리어 하고 141포인트 획득.

스켈레톤 슬레이어의 칭호를 얻고 1,000포인트 추가 보상.

두 개의 던전을 클리어 한 최초의 위업 달성. 처음으로 두 개의 칭호를 얻는 위업을 달성. 5,000포인트 추가 보상.

골렘 던전에서 55포인트 획득.

시간 단축은 해당 사항 없음.

순위는 다음에 일괄 적용.

정산 내역은 새하얀 벽에 기록되어 있었다.

단 한 번의 필드로 얻은 포인트가 무려 7,337이었다.

동하는 실성한 사람처럼 웃음을 터트렸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뜻하지 않은 던전 클리어에 포인트 대박이 터진 것이다.

확실히 정해진 시간보다 빨리 오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었다. 어쩌면 아무도 하지 않은 일이기에 보상이 더 후했던 것인지도 몰랐다.

골렘 던전까지 클리어 했다면 어땠을까?

왠지 추가 보상이 배로 뛰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동하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지만, 지금은 골렘 던전에서 죽지 않고 살아 돌아온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 단축도 아쉬운 대목이었다.

그놈의 골렘이 뭔지.

만약 던전도 클리어 하고 시간도 단축했다면 추가로 더해지는 보상이 얼마나 많을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쩝!”

차마 다음에 도전해 보겠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동하는 순위도 신경이 쓰였지만, 그건 어쩔 수 없었다. 아직 필드가 끝나지 않은 곳이 있었다. 시간적인 차이 때문에 동하보다 필드에 늦게 들어간 사람도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순위는 항상 다음 필드가 시작하기 직전에 공개가 된다.

하지만, 짚고 넘어갈 일도 있었다.

두 개의 던전을 클리어하지 못하고 두 개의 칭호를 얻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겨우 337포인트 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면 필드에서 얻는 기본적인 포인트가 엄청 짜게 느껴진다.

마냥 웃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었다. 재수 없거나 일이 꼬이기라도 하는 날엔 필드를 안 하니만 못한 꼴이 될 수도 있었다.

동하는 이번엔 정말 운이 좋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 ☆ ☆

모든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는 법.

마음 같아서는 당장 쇼핑을 하러 만물상점으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거지꼴을 하고 쇼핑을 할 수는 없었다.

동하는 포인트가 아까웠지만, 일단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샤워부터 했다.

그제야 상거지에서 인간으로 돌아온 동하였지만, 벌써 15포인트가 날아간 상태였다.

게다가 뱃속에서 벌써부터 꼬르륵 거리며 요동을 치고 있었고, 누더기가 된 옷도 새로 사 입어야 했다.

“쩝! 벌써 40포인트가 날아갔네.”

입맛이 썼다.

호텔 음식은 비싸서 사 먹을 수 없었다.

동하는 가장 저렴한 곳을 골라서 먹었는데 그래도 최소 5포인트였다. 맛은 별로였지만, 지난 7일 간 먹었던 버섯에 비하면 진수성찬이었다.

옷이 좀 비쌌다.

수많은 종족이 모여 있다 보니 우스꽝스러운 디자인도 많았고, 도저히 동하는 소화할 수 없는 해괴한 옷도 많았다. 그나마 가장 ‘지구 스타일’ 디자인의 옷을 선택했는데, 그게 20포인트였다. 개중에는 마법이 인첸트 되어 있는 옷도 있었는데, 그건 300포인트가 훌쩍 넘었다. 이건 옷이라기보다는 장비라는 개념에 더 가까웠다.

포인트의 압박이 조금씩 느껴졌다.

아무래도 최대한 빨리 쇼핑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게 최선의 선택인 것 같았다.

하지만, 이왕 호텔에 체크인을 한 이상 내일까지 만물상점에 머물면서 쇼핑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지금 동하는 사야할 것 천지였다.

필드를 하면서 깨달은 것이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조건 힘이 강하고 볼 일이었다.

불사지체와 거인의 힘 때문에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고, 이것들이 아니었다면 결코 이번 필드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었다.

“무기와 장비는 어떻게 할까?”

있으면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좀 더 수월하게 필드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포인트는 한정이 되어 있어서 신중을 기해 선택해야만 했다.

동하는 우선 순위를 둘 수밖에 없었다.

☆ ☆ ☆

“헐!”

동하는 자신이 만든 리스트를 보며 할 말을 잃었다.

내공을 10년 정도 올려주는 약이 무려 2천 포인트였다.

여기에 그럭저럭 쓸 만한 무공 초식 역시 기본이 1천 포인트였다.

이것만으로 3천 포인트가 깨진다.

거기에다 불사지체를 3% 올려주는 데 500포인트였고, 거인의 힘 역시 3%에 500포인트가 필요했다.

“벌써 4천 포인트로군.”

하지만, 아직 사야 할 것들이 몇 개 더 남아 있었다.

결정적으로 동하는 마법 관련된 아이템과 생필품과 관련된 아이템은 리스트도 작성하지 못한 상태였다.

“원래는 포인트가 되면 피아노나 악기와 관련된 아이템을 사려고 했거늘…….”

이래서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다.

10년을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공력을 2천 포인트에 살 수 있다면 그리 비싼 건 아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20년 공력은 4천 포인트가 필요하다.

이래서는 정말 포인트를 모으다 끝날 것 같은 생각마저 들었다.

사실 10년보다는 20년이 더 효과가 좋은 법 아닌가?

10년의 공력을 올릴 수 있는 약을 먹고 다음에 20년 공력을 올릴 수 있는 약을 먹는다고 30년의 공력이 생기는 게 아니다.

그냥 20년인 것이다.

이러니 문제였다.

10년의 공력이 공중으로 붕 떠버리는 격이었다.

그나마 불사지체와 거인의 힘은 조건이 조금 달랐다.

지금 현재 동하의 불사지체와 거인의 힘은 각각 3%씩 복구가 되었는데, 여기서 3%씩 높여주는 약을 먹으면 그대로 6%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였다.

지금 10년 공력의 약을 샀다가는 나중에 아까운 포인트만 낭비할 것 같았다.

“어떻게 하지? 그냥 포인트를 모았다가 다음에 더 좋은 걸로 사야 하나?”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가장 좋은 건 한 번에 100년의 공력이 생기는 약을 먹는 것인데, 그건 가격이 그야말로 ‘넘사벽’이었다.

동하는 마법과 관련된 아이템도 필요했다.

이번 기회에 서클도 만들어 두면 여러모로 편리할 것 같았다.

“하아!”

7,337포인트는 결코 많은 게 아니었다.

동하의 고민이 깊어지는 순간이었다.

☆ ☆ ☆

만물상점은 어딜 가나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얼굴이나 피부가 제각각 달랐다. 동하와 비슷한 얼굴을 한 사람들도 있었고, 전혀 다른 색깔의 피부와 형체를 가진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각자 뚜렷한 특징이 있었다.

괴수의 얼굴과 신체를 지닌 자들은 괴수의 관에서만 볼 수 있었고, 판타지풍의 옷을 입은 사람들은 정령의 관에서만 볼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동하는 별종이라 할 수 있었다.

그는 괴수의 관에도 갔다가 불사의 관에도 들렸고, 정령의 관에도 기웃거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굳이 동하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은 없었다. 가끔씩 동하처럼 다른 종족의 블록(block)에 놀러가는 사람도 있을뿐더러 엄밀하게 말하면 모두가 경쟁자였다.

테스터들은 순위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자신의 장비를 업그레이드 하고 능력을 높이는 데만 관심을 갖는다.

더구나 그들의 목표는 오직 VVIP나 VIP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250,000명 중에서 적게는 0.01에서 많게는 0.2%만이 VVIP와 VIP가 되는 것이 전부였다. 이건 나만 잘해서 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분명 나도 잘해야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실수를 하고 수렁에 빠지면 어부지리로 순위를 높여나갈 수 있었다.

때문에 사람들은 동하가 포인트를 잘못 쓰면 쓸수록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괴수 종족이 아닌데도 여길 기웃거리는 걸 보면 불사지체가 탐이 난 것이겠지.’

‘겉모습만 봐도 탈루얀 대륙 소속이 아니야. 그런데도 정령의 관에 나타난 걸 보면 마법 아이템 때문일 거야.’

테스터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룰이 있다.

그건 다른 종족의 아이템은 구매해 봐야 포인트만 날릴뿐더러 심각한 경우에는 생명이 위험하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때문에 호기심에 다른 종족의 블록에 놀러는 가도 구매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동하는 신경 쓰지 않고 열심히 발품을 팔았다.

누가 쇼핑을 여자들의 전유물이라 했던가?

동하는 하루 종일 쇼핑을 하는데도 힘이 들지 않았다.

혹시 예전처럼 특가 세일을 하는 건 없는지 모든 매장을 돌아다니고 조금이라도 더 싼 아이템이 없는지 비교하는 건 필수였다.

그러다 우연히 정령의 관에서 신기한 물건을 발견했다.

[3평 공간의 인벤토리]

언뜻 보기에는 럭셔리 가방처럼 디자인이 꽤나 고급스러웠다.

크기도 일반 여성용 핸드백 정도였는데 그 안에 3평 정도의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그 밑에 설명에 따르면 무기나 음식 물 등을 보관하고 필드에서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와!”

동하의 눈이 번쩍 떠졌다.

이거야 말로 동하가 원하던 물건이었다.

필드에 올 때마다 음식과 옷만 챙겨 와도 포인트를 그만큼 줄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좋아, 저건 무조건 산다.”

가격이 100포인트로 비싸긴 했다.

하지만, 두고두고 사용할 것이니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아까부터 동하의 행동을 불안한 모습으로 지켜보던 금발의 여인이 동하에게 다가왔다.

“이봐요.”

“저 말입니까?”

뾰족한 귀에 궁수의 옷을 입은 여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비현실적일 정도로 아름다웠다.

동하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다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혹시 비기너 인가요?”

“그렇습니다만…….”

“휴우, 역시 그랬군요. 그럼, 어디 종족이죠?”

“무림 종족입니다.”

“앞으로 여기는 가급적 오지 말아요. 이곳에서 구매한 아이템은 무림 종족들에겐 소용이 없으니까요. 괜히 포인트만 버린다고요.”

그건 이미 동하도 알고 있던 일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해준 사람은 눈앞의 비현실적인 미모를 지닌 여인이 처음이었다. 생각보다 더 마음이 순수하고 착한 것 같았다.

‘엘프인가?’

동하는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실 그녀의 조언은 동하에겐 해당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굳이 자신의 상태를 말해줄 필요도 없었다. 그는 짐짓 아무것도 모르는 척 엘프녀에게 물었다.

“그럼, 혹시 인벤토리도 사용할 수 없는 겁니까?”

“그건 다행히 공통으로 적용이 되는 거예요. 하지만, 마법이 인첸트 된 물건들은 가급적 구매하지 않는 게 좋아요.”

“그래야겠군요.”

동하는 그녀의 호의에 몇 번이고 고맙다는 말을 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이미 리스트에 작성된 것은 대부분 샀고, 포인트는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하루를 꼬박 쇼핑에 투자했는데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저녁을 먹을 시간도 없이 돌아다녔던 것 같았다.

“내일은 생활관을 돌아보고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심안의 눈동자 같은 게 있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이미 한 번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적중률이 낮아도 상관없었다. 이건 무조건 특가세일 하는 것 위주로 살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생각지도 못했던 괴음이 들려왔다.

띠링!

-마나의 기운을 감지했습니다.

-마나가 계속 흩어지려 합니다. 빨리 서클을 형성하고 마나를 모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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