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이드 만물상점-24화 (24/167)

<-- 24화 : 첫 번째 필드-02 -->

-1포인트를 얻었습니다.

강시의 목이 떨어져 나가자 괴음이 들려왔다.

순위와 성과에 따라 멤버십 포인트가 적립되는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 모양이었다.

하긴, 순위와 성과를 따지려면 뭔가 비교할 대상이 있어야 하는데, 어쩌면 여기서 얻은 포인트가 그런 역할을 하는지도 몰랐다. 그렇다는 건 이곳을 다 빠져 나가고 또 다시 보상이 주어질 수도 있다는  소리.

동하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만물상점의 저의가 무엇이든 일단 포인트를 많이 벌어서 손해 볼 건 없었다.

다음 길목에도 강시가 1구 밖에 없었다.

동하는 그놈도 가볍게 처리하고 계속 앞으로 걸어 나갔다.

의외로 동굴의 통로가 길다고 느껴질 때였다.

“응?”

이번엔 두 구의 강시가 기다리고 있었다.

동하는 어느 정도 요령이 생겼다. 일단 슬금슬금 강시에게 다가갔다가 한 구에게만 장풍을 날려 멀리 나가떨어지게 만들었다.

두 구의 사이를 떼어 놓으려는 속셈이었다.

그리고 남아 있는 강시에게 달려들었다.

강시는 두 눈에 흉성을 터뜨리고 두 팔을 그어 왔다.

날카로운 보검인 양 강시의 손톱이 빛을 내고 있었지만, 동하에겐 무용지물이었다.

동하는 이번에도 왼쪽 팔로 강시의 두 팔을 무력화시킨 다음 오른쪽 팔로 강시의 목을 떨어뜨렸다.

그야말로 일격필살이었다.

동하의 팔은 단단한 몽둥이가 따로 없었다.

-1포인트를 얻었습니다.

또 다시 괴음이 들려왔지만, 동하는 그런 걸 들을 여유가 없었다.

바닥에 나가 떨어졌던 강시가 벌떡 일어나 덤벼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놈들은 더 이상 위협적인 대상이 아니었다. 동하는 왼손으로 놈의 공격을 막고 오른손으로 목을 떨어뜨려 마무리를 지었다.

“생각보다 쉽네.”

이게 어째서 7일이 걸려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 ☆ ☆

강시던전은 피보나치수열의 공식으로 되어 있는 게 틀림없었다.

처음 두 번은 강시가 1구였다. 그러다 세 번째 2구였는데, 다음에 나타난 것이 3구였다. 여기까지만 해도 동하는 다음에는 4구가 나오겠구나 싶었는데, 느닷없이 5구가 나타난 것이다. 그때부터 뭔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다음에 나타난 것이 8구였다.

그게 악몽의 시작이었다.

강시의 수는 점점 많아졌고, 나중에는 55구까지 불어났다.

“이, 이걸 혼자서 상대하라고?”

아무리 강시가 상대하기 쉬워도 이건 아니었다.

광장에 보이는 건 온통 강시뿐이었다.

동하는 그제야 왜 이곳을 7일 안에 빠져 나가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이건 싸워서 뚫고 나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오히려 개죽음 당하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였다.

동하는 여기까지 오는데도 상당한 심력을 소모해야 했다.

바로 직전에 동하가 만났던 강시의 수가 34구였던 것이다.

동하의 신체가 불사지체와 거인의 힘으로 단단해졌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열 번은 더 죽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싸우지 않고는 도무지 뚫고 나갈 방법이 없었다.

생각해 보면 그렇다.

괴음은 처음부터 강시와 싸우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저 7일 안에 출구를 찾아 빠져 나가라고 했을 뿐이었다.

그렇다는 건 굳이 싸우지 않고 강시던전을 빠져 나가도 상관없다는 뜻을 터였다.

하나 그건 경공이 특출하거나 상승의 보법을 익힌 사람일 경우에나 해당되는 사항이었다.

동하도 그렇게 했으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동하는 근딜 계열의 능력자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경공을 펼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제대로 된 검술을 알고 있는 것도 없었다. 하다못해 검술도 한 번 배운 적이 없었다.

믿는 건 오직 방패와 다름없는 팔과 단단한 몽둥이와 같은 팔 뿐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강시들이 멍청하다는 점이었다.

동하는 광장에 장풍을 날려 놈들의 시선을 끈 다음 좁은 통로로 유인했다.

55구의 강시에게 둘러싸이면 제아무리 신체가 단단한 동하라도 무사하기 어렵겠지만, 지금처럼 좁은 통로에서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동굴의 통로는 3, 4명 정도가 드나들 정도의 넓이였다.

그건 곧 55구의 강시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3, 4구의 강시와 싸운다는 뜻이었다.

동하의 전략은 계속 같은 패턴이었다.

장풍으로 1, 2구의 강시를 떨어뜨린 다음 왼손으로 놈들의 공격을 막고 오른손으로 공격을 펼쳐 강시의 목을 떨어뜨렸다. 동하는 수없이 옆구리를 얻어맞고 가슴 부근을 가격 당하기도 했지만, 악착같이 버텨냈다.

-1포인트를 얻었습니다.

-1포인트를 얻었습니다.

강시들의 목이 떨어질 때마다 괴음이 쉴 새 없이 정보를 알려왔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강시의 목이 바닥에 떨어졌을 때 동하는 거의 탈진해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었다. 이모가 새로 사준 옷은 아예 누더기가 되어서 형체도 알아보기 어려웠다. 사선을 몇 번이나 넘나들었는지 몰랐다. 아직까지 살아있다는 것이 기적이라 생각될 정도로 강시와의 전투는 치열했다.

그때였다.

띠링!

-강시던전의 모든 강시를 소탕한 최초의 인물로 등록되었습니다.

-당신의 용기와 노력에 감명 받아 강시존자의 칭호가 수여됩니다. 회원 승급에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보상으로 1,000포인트를 추가로 얻었습니다.

동하는 탈진한 상태에서도 눈빛을 반짝였다.

1,000포인트라는 말에 귀가 번쩍 떠지는 기분이었다.

어쩌면 지금까지 강시들을 죽이고 얻은 포인트보다 많을 것 같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것으로 강시던전이 끝났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만약 다음번에도 강시들이 기다리고 있다면 피보나치수열의 공식에 따라 89구였을 것이었다.

이건 도저히 싸워서 이길 자신이 없었다.

동하는 힘이 드는 가운데서도 자꾸 웃음이 흘러 나왔다.

사선을 몇 번이나 넘나들며 강시들과 싸운 보람이 있었다.

동하는 단지 알고 있는 경공이나 보법이 없어서 싸웠을 뿐이지만, 무조건 출구를 빨리 찾아서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강시던전에 도전한 사람이 동하 한 명은 아닐 것이다.

한데도 그들 모두 강시를 소탕하지 못한 건 출구를 빨리 찾아서 나가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었다.

동하는 자신의 단점이 때로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 ☆ ☆

동하가 출구를 찾아 동굴을 빠져 나온 건 7일째 되는 날이었다.

겨우겨우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7일 내내 어두운 동굴에 있었지만, 하루가 지날 때마다 괴음이 알려 주었기 때문에 날짜 개념은 알고 있던 동하였다.

동하는 쉽게 강시던전을 끝냈지만, 이후부터는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동굴 자체에 미로가 있어서 동하는 몇 번이나 허탕을 치고 갔던 길을 되돌아 왔는지 몰랐다.

그와 동시에 동하는 각기 다른 계열의 몬스터들과 싸워야만 했다.

먼저 그를 기다린 건 스켈레톤이었고, 그 다음이 골렘이었다. 이것들 역시 피보나치수열의 공식을 철저히 따랐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는 55구가 끝이었다.

동하는 스켈레톤 역시 모두 쓰러뜨리고 추가 보상을 얻었지만, 골렘은 그러지 못했다. 3미터가 넘는 키에 덩치도 엄청났다. 또한 힘이 어찌나 좋은지 손짓 한 번으로도 동하는 충격을 받고 저 멀리 튕겨져 나가기 일쑤였다.

동하는 8구의 골렘까지는 그럭저럭 버텨낼 수 있었다.

하지만, 13구가 넘어가면서부터는 싸움이 되지 못했다.

그 이후부터는 감히 싸울 엄두를 내지 못하고 무작정 도망쳐 다녔다.

골렘만 아니었다면 4일째 되는 날 빠져나왔을 것이었다. 골렘에 막혀 무려 3일을 허비한 셈이었다.

그나마 무사히 동굴을 빠져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골렘은 힘이 세고 덩치가 좋은데 반해 움직임이 엄청 느리다는 것이었다. 이때만큼은 좁은 통로로 유인하지 않고 광장에서 해결하는 게 나았다.

도망치는 동하를 잡기 위해 골렘들끼리 부대끼느라 서로가 서로의 움직임을 방해했기 때문이었다. 이것 역시 며칠이나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겨우 알아낸 것인데, 아무튼, 골렘들에게 온몸을 가격당해 뼈마디가 안 쑤신 곳이 없었다.

“사, 살았다.”

동하가 출구를 찾아 밖으로 빠져 나오자 강렬한 햇빛이 쏘아져 들어와 한동안 눈을 뜰 수 없었다.

동굴에는 샘물도 있고, 여러 가지 버섯이 있어서 그럭저럭 7일 동안 버틸 수 있었다. 잠은 좁은 통로에서 쪼그려 앉아서 새우잠을 자듯 잔 것이 전부였다.

“다음에는 먹을 걸 어떻게든 챙겨와야겠다.”

지난 7일 동안 버섯만 먹고는 버티기 어려웠다.

동하는 만물상점에 가면 가장 먼저 음식에 대해 물어볼 생각이었다.

“아니, 씻는 게 먼저인가?”

지금 동하의 몰골은 거지도 이런 상거지가 없었다.

옷은 겨우 치부만 가린 채 누더기로 변해 있었고, 온몸은 씻지 않아서 땟국이 좌르르 흐르고 있었다. 당연히 머리는 7일 동안 감지 않아서 까치집을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동하는 죽지 않고 무사히 살아 나왔다는 것에 만족했다.

띠링!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셨습니다. 룸으로 돌아가 당신의 업적과 성과를 정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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