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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드 만물상점-14화 (14/167)

<-- 14화 : 지구 최초의 손님-01 -->

동하는 만물상점이고 나발이고 원래 있던 과실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새하얀 공간에는 출입문이 하나도 없었다.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첩보액션 영화를 보면 무언가를 잡아당기거나 누르면 벽이 좌우로 밀려나고 비밀통로가 나오는 장면이 있다.

동하는 여기에도 혹시 그런 장치가 있나 싶어서 벽이며 기둥이고 모두 확인해 보았다.

“하아! 아무것도 없네.”

맥이 빠졌다.

출입문도 없는데 여길 어떻게 들어온 거지?

동하는 자신이 이곳에 들어온 기억을 떠올렸다.

분명 공간이 일렁이면서 그곳으로 온몸이 빨려들어갔었다.

“설마 공간?”

아마 평상시였다면 절대 믿으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두 눈으로 경험한 일이니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어디 가서 이런 얘길 하면 미친놈 소리 듣는 정도로 끝나진 않을 것이다.”

그만큼 공간을 열고 들어온 것은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렇다는 건 정말 출입문이 없을지도 몰랐다.

이러다 이곳에서 영원히 나가지 못하는 건 아닐까?

여긴 도대체 뭐하는 곳이지?

머릿속에서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띠링!

-만물상점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

또다시 괴음이 들려왔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일단 이 공간에서 벗어나는 게 먼저였다.

물론 어감상으로 이곳보다 만물상점이 더 정감 있게 들린 것도 한몫 했다.

끄덕끄덕!

동하는 무의식중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만 가지고는 인식을 못할 줄 알았다. 동하가 입을 열어 대답하려는 순간 눈앞에 공간이 일렁이더니 동하의 몸이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 ☆ ☆

어느새 동하의 눈앞의 정경이 확 바뀌어 있었다.

“우, 우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동하의 나이는 엄밀하게 말하면 38살이었다.

어지간한 일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을 나이인 것이다.

한데도 동하의 입에서는 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엄청난 규모와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건물들이 끝도 없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수백 수천 개의 건물과 빌딩이 저마다 독특한 형식으로 디자인되어 있었다.

크기도 제각각 달라서 어떤 건물은 3층 정도의 높이인가 하면 어떤 건물은 2,30층이 훌쩍 넘는 빌딩이었다.

“이, 이게 모두 만물상점이라고?”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동하는 만물상점이라 해서 조그만 구멍가게를 생각했었다.

한데, 이건 마치 오밀조밀 형성된 신도시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쇼핑몰의 개념을 넘어서도 한참을 넘어선 규모였다.

아마 백화점을 수십 개 연결한 것보다 더 규모가 클 것 같았다. 아니, 그 정도도 부족하다. 어쩌면 여의도공원을 몇 개를 합쳐 놓은 것보다 더 넓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만물상점은 단순히 규모만 큰 것이 아니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대리석 건물에 휘황찬란한 샹들리에까지.

럭셔리한 백화점에 들어선 착각마저 들었다.

“스케일 한번 쩌는군.”

서울에 갓 상경한 두메산골 청년이 된 기분이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규모가 너무 넓고 크다 보니까 어디로 가야 하는지 감조차 잡을 수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파란색 피부에 토끼처럼 길쭉한 귀를 가진 여인이 웃는 얼굴로 다가왔다.

“어서 오세요, 손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동하는 그녀의 독특한 모습에 흠칫 놀랐다.

피부를 보면 토끼는 아닌데 전체적인 모습이 영락없는 토끼였다.

엉덩이에 꼬리도 있었다.

동하는 놀란 가슴이 쉬이 진정되지 않았다.

외계인을 만난 것이다.

그렇다는 건 이곳은 지구가 아니라는 소리였다.

“저는 지리 도우미를 맡고 있는 안내직원입니다. 혹시 찾으시는 매장이나 물건이 있으십니까?”

분명 한국말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영어나 중국어도 아닌 난생 처음 듣는 언어였다.

한데도 신기하게 토끼 여인이 하는 말을 완벽하게 알아듣고 있었다.

“호, 혹시 제 말을 알아들을 수 있습니까?”

동하가 조심스럽게 한국말로 물었다.

“그럼요, 고객님. 이곳에서는 모든 언어가 저절로 해석이 되는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답니다.”

“마, 마법진?”

세상에 이토록 신기한 물건도 있던가?

이것만 있으면 지구에서 언어 장벽을 느끼며 살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동하는 이미 느끼고 있긴 했지만, 마법진만 보아도 이곳이 결코 평범한 만물상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근데 손님께선 어디에서 오신 겁니까? 많은 손님들을 안내해 드려봤지만, 아주 생소한 언어를 하고 계시네요.”

“그, 그런가요?”

동하는 바보가 아니었다.

그는 무림 종족으로 인증이 되었는데, 지구에 그런 곳이 있을 리 없는 것이다.

지구에서 왔다고 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동하는 재빨리 화제를 바꾸었다.

“여기가 정말 만물상점 맞나요?”

“그렇습니다, 고객님! 저희 만물상점은 마법 아이템부터 일상 생필품까지 모든 물건들을 취급합니다.”

“아!”

동하의 입에서 탄성이 터졌다.

평범한 곳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마법 아이템까지 판다니.

마치 꿈속에서 동화 나라에라도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저…… 혹시 무공비급도 파나요?”

여기가 무슨 무협소설에 등장하는 강호무림도 아니고 무공비급이 설마 있을까 싶어 물었다.

한데 안내직원은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고객님!”

“저, 정말 무공비급을 판다고요?”

흥분한 나머지 동하의 목소리가 살짝 높아졌다.

“그렇다면 무공비급을 보시겠습니까?”

“예? 아, 예.”

동하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토끼 여인이 너무 쉽게 대답하는 모습에 비현실적인 느낌마저 들었다.

그래도 무공비급이 있다니까 기분이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새하얀 공간에 있을 때 들었던 경계심과 두려움은 어느 정도 사라진 상태.

사람의 마음이 간사하다지만, 지금은 만물상점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이 더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모든 것이 무공비급 때문이었다.

동하는 단전이 생기고 공력도 생겼지만, 아직 초식을 배우지 못했다.

발경법은 우연히 알아내긴 했지만, 딱 그것뿐이었다.

무공 초식이 없으면 내공이 아무리 강해도 반쪽짜리 일 수밖에 없었다.

그건 마치 눈앞에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는데, 숟가락과 젓가락이 없어서 먹지 못하는 상황과 비슷했다.

“그럼, D 블록으로 안내해드리기 전에 멤버십 카드를 확인하겠습니다.

“메, 멤버십 카드요?”

그런 게 있을 리 없었다.

동하는 그냥 괴음이 가겠냐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었다.

“멤버십 카드가 없으면 입장할 수 없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손님! 잠시 오른손을 확인해보겠습니다.”

안내직원이 동하의 팔을 뒤집어 바코드 기계를 손목 근처로 가져갔다.

종족: 무림

단계: 비기너

순위: 250,000명 중 250,000등

“손님, 회원 인증이 되셨습니다.”

“화, 확인이 되었다고요?”

“호호! 테스터 인증이 끝나면 손목에 멤버십카드 바코드가 새겨진답니다.”

안내직원은 동하가 비기너라는 것을 알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동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확실히 손목에 바코드가 새겨져 있었다.

이게 언제 새겨졌는지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이제 D 블록으로 갈 수 있는 겁니까?”

“예, 고객님!”

“근데,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요. 정말 마법 아이템도 팝니까?”

“그렇습니다, 고객님! 하지만, 고객님은 무림 종족이시니 전혀 필요 없는 물건입니다.”

물론 살 수는 있다.

하지만, 무림 종족의 고수들이 마법 아이템을 구매하고 서클을 만들려고 하다가 마나와 내공이 충돌해서 죽거나 불구가 된 사례들이 있었다.

그건 판타지 종족 역시 마찬가지여서 그들은 서로의 능력을 넘보려 하지 않았다.

“그럼, 생필품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건 일상생활에 쓰이는 것들이 대부분이라 어떤 종족이든 구매 가능하십니다.”

하아!

어떤 종족이란다.

이게 생각보다 외계 종족이 많다는 소리로 들린다.

“고객님, 더 자세한 사항을 알고 싶으시면 고객센터에 가셔서 안내책자를 확인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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