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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드 만물상점-6화 (6/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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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동하는 앞으로의 일을 곰곰이 생각했다.

고생 하는 성혜의 모습을 본 뒤로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학교를 그만두고 하루 24시간 내내 일만 하고 싶었다.

하지만, 학교를 그만둘 수는 없었다.

휴학계를 내는 순간 군대에 가야 하기 때문이었다.

지금 동하에게 군대 가는 것만큼 최악의 상황도 없었다.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5년 안에 벙커를 만드는 것도 어려운데, 군대까지 갔다 오면 아예 불가능해진다.

더구나 몇 년 후에는 군대라는 개념이 희박해지고 능력자들 위주로 사회와 나라가 개편된다.

동하는 어떻게 하면 능력을 얻게 되는지 알고 있었다.

몬스터들의 심장 속에는 결정체라는 것이 숨어 있는데 이것을 먹으면 극히 적은 확률로 능력이 각성하게 된다.

결정체를 먹는다고 무조건 각성을 하는 게 아니었다.

또한 각성하는 능력도 제각각이어서 전 세계 박사들이 연구에 매달렸었다.

몬스터들이 처음 침공했을 때는 전 세계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나중에는 어떻게 해야 실패를 줄이고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는지 방법을 알아냈다.

그리고 동하는 그 방법을 알고 있었다.

당시 몬스터들의 사체로 무기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했던 동하가 그걸 모르면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분명 그런 지식들을 잘만 활용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터였다. 또한 가족들을 무사히 지킬 수도 있었다.

하나 이 모든 건 몬스터들이 지구를 침공하고 나서의 일이었다.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았다.

이전 생애에서 조금이라도 사회나 경제에 관심을 가졌다면 주식이나 로또 등으로 충분히 돈을 벌수도 있었을 것이었다.

“일단 아르바이트라도 해야겠다.”

동하는 내일 학교에 가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는지 알아볼 생각이었다.

☆ ☆ ☆

집으로 돌아온 동하는 집안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가족들에게 버림을 받은 이후로는 10년 정도 자취를 했기 때문에 청소에는 제법 이골이 난 상태였다.

불구의 몸으로도 청소를 했는데, 하물며 건강한 몸으로 무엇인들 못할까.

가족들을 위해 청소를 하는 건 생전 처음이었다.

동하의 손길이 더욱 분주하게 움직였다.

먼저 설거지부터 시작했다.

이불을 개고 옷들을 가지런히 정리해 차곡차곡 포개 놓았다.

그 다음은 빨래였다.

한쪽에 더러워진 옷가지들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세탁기가 없어서 빨래는 모두 손으로 빨아야 했다.

그래도 자취 경력이 벌써 10년이다.

색이 빠지는 청바지와 그렇지 않은 옷을 분류해서 빨았다.

입에서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가족들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까지 기쁘고 즐거운지 몰랐다.

청소를 하고 빨래를 끝내고 나니까 시간이 훌쩍 지났다.

남은 시간은 2시간 정도.

동하는 내일 아침밥도 해놓고 싶었지만, 쌀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자그마한 냉장고 안에는 먹을 만한 반찬이나 재료가 없었다.

“하아! 이렇게 형편이 어려운데도 어머니에게 찾아가 돈을 달라고 행패를 부렸던 거구나!”

얼마나 한심했을까?

하지만, 성혜는 동하에게 한 번도 싫은 소리를 한 적이 없었다.

동하는 더 미안해지는 마음을 뒤로 한 채 주방을 뒤졌다.

결국 나온 것이라고는 국수가 전부였다.

냉장고에 김치가 있으니 물국수를 만들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멸치나 다시마가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 형편에 그런 게 있을 리 없었다.

마침 낡은 주방 찬장에 다시다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국수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예전에 돈이 없을 때 자주 해 먹은 기억이 있었다.

적은 돈으로 며칠 동안 해결할 수 있는 건 국수가 최고였다.

“아! 그게 좋겠다.”

동하의 얼굴이 갑자기 밝아졌다.

오늘은 기온이 30도까지 올라갈 정도로 날이 더웠다.

이 정도면 거의 여름 날씨라 해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날은 따듯한 물국수보다는 시원한 김치말이 국수가 더 나을 것이다.

김치말이 국수라면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그가 불구의 몸이 된 후 처음으로 공장에 취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가끔 직원들끼리 회식을 할 때면 삼겹살을 먹곤 했었는데, 삼겹살을 다 먹고 나면 후식으로 냉면이나 된장찌개를 먹는다.

하지만, 어떤 가게는 냉면이 아닌 시원한 김치말이 국수가 메뉴인 곳이 있었다.

동하가 떠올린 것은 그 김치말이 국수였다.

김치말이 국수는 생각보다 어려운 음식이 아니었다.

육수는 시중에 파는 냉면 육수만 있으면 된다.

그리고 김치를 잘게 썰고 참기름으로 간을 한 다음 조미용 김만 더해 주면 끝이었다.

“아! 육수에다 김치 국물도 조금 넣어줘야 되나?”

기억이 가물거렸다.

가게에서 먹고 그 맛에 반해 집에서 몇 번 해 먹은 적이 있었는데, 그게 한참 전이었다.

하나 얼마 지나지 않아 김치 국물을 채에 받혀서 고춧가루나 건더기들을 걸러낸 기억이 떠올랐다.

레시피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그렇게 치면 10분 안에 충분히 할 수 있는 음식이었다.

하지만, 냉면 육수가 없다면 말이 달라진다.

애초에 김치말이 국수를 만들지 못한다. 냉면 육수야 말로 김치말이 국수의 처음이자 끝이나 마찬가지였다.

동하는 마트에 가서 냉면 육수를 사 올까 생각도 했지만, 수중에 돈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나마도 과비를 모두 쓰고 남은 돈이었다.

동하는 한참을 생각하고 나서야 그 돈이 과비라는 것을 떠올렸다.

이 돈 때문에 나중에 상당히 곤란한 상황으로 발전한다는 것이 떠올랐던 것이다.

원래는 학교 축제를 준비하는 데 써야 하지만, 동하는 그 돈을 술 먹고 노는 데 써버렸다.

그러니 국문학과가 축제를 제대로 준비할 리 없었다.

당연히 그 책임 소재를 따지다 과비 문제가 급부상했고, 그 책임은 전적으로 동하의 몫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의 일은 동하도 몰랐다.

학과에 집안 사정이 알려진 것이 쪽팔려서 더 이상 학교에 나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아!”

동하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당장 눈앞에 직면한 문제만 해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지금 이대로 축제를 진행하면 선하가 자살을 하고 사적인 용도로 써 버린 과비 문제가 불거질 것이었다.

무조건 축제의 방향을 바꾸어야 하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동하는 달력을 쳐다보았다.

오늘이 19일 수요일이었다.

주말을 빼면 곧바로 24일이 되고 축제가 시작된다.

“정말 시간이 없구나!”

준비해 놓은 음식도 문제였다.

나이트클럽이라는 콘셉트로 한다고 술만 왕창 사 놓고, 안주로는 오징어나 마른안주 밖에 준비하지 못했다.

나이트클럽 콘셉트에선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야말로 저비용 고효율이었다. 나이트클럽 콘셉트는 맛있는 안주나 훌륭한 서비스로 승부를 거는 게 아니었다. 오직 여자 후배들의 옷을 벗기고 섹시 콘셉트로 남자들의 환심을 얻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한데, 나이트클럽 콘셉트를 도려내자 경쟁력 차원에서 문제가 심각했다.

동하는 김치말이 국수를 만들려다 갑자기 학교 축제 문제로 넘어가자 내심 어이가 없었지만, 이 당시 동하의 상황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잠깐, 김치말이 국수를 팔아볼까?”

왠지 괜찮은 생각 같았다.

다른 학과에서 아무도 하지 않을 건 자명한 일.

더구나 이 당시 김치말이 국수를 파는 가게가 있는 지도 의문이었다.

설령 있다고 해도 손에 꼽을 정도로 상당히 적을 게 틀림이 없다.

경쟁력은 있어 보였다.

참신성도 있었다.

냉각기가 없는 게 아쉽긴 하지만, 임시방편으로 아이스박스를 몇 개 사고 그 안에 얼음을 채워 넣으면 아쉬운 대로 육수의 상태를 시원하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육수만 남았군.”

동하는 언젠가 블로그에서 보았던 쇠고기 다시다로 냉면 육수를 만드는 방법을 떠올렸다.

냉면집 육수가 대부분 쇠고기 다시다로 만든 것이란 사실을 알았을 때의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었다.

그리고 냉면 육수 만드는 비법을 암암리에 사고판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어이가 없어서 말이 다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더구나 그 비법이라는 것이 A4용지로 몇 줄 밖에 되지 않았다.

사실 비법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쇠고기 다시다에 식초와 설탕만 있으면 된다.

여기에 깊은 맛을 조금 더 내고 싶다면 양파와 대파만 있으면 끝.

이것보다 더 저렴한 비용으로 이윤의 창출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동하는 즉시 육수 만들기에 돌입했다.

다행히 냉장고에 양파와 대파가 있어서 그것들을 넣고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대략 1시간 정도 끓여야 하니 그때까지 잠시 쉴 생각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어디선가 띠링 하며 목소리가 들려왔다.

-단전이 만들어졌습니다.

“응? 이게 무슨 소리지?”

-바닥에 앉아 운기조식을 취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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