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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무신의 기억-295화 (295/298)

# 295

295. 아틀라스.

295.

테세우스는 지체하지 않고 뒤로 제비 돌기를 하듯 공중으로 몸을 띄웠다. 그러면서 허리춤에 납검했던 두 자루의 장검을 벼락같이 뽑아 들었다.

착!

위험천만한 순간, 기지를 발휘해 아틀라스 병사들이 내지른 빽빽한 창대 위에 올라선 테세우스는 그대로 창을 박차고 병사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테세우스가 창에 꿰뚫리기는커녕 본인들이 내지른 창대 위에 올라서자 아틀라스 병사들은 급히 창을 회수했지만, 그보다 테세우스의 행동이 더 빨랐다. 이미 창대를 지지대 삼아 추진력을 얻은 테세우스가 저들을 향해 짓쳐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테세우스는 양손에 나눠 쥔 장검으로 갑주로 보호되지 않은 저들의 목을 거침없이 날려버렸다.

촤아아아악!

어찌나 신속했는지 아틀라스 병사들은 단말마를 지를 새도 없이 머리가 허공으로 치솟았다. 테세우스는 목을 벤 병사들의 몸을 박차고 다시 다른 방향으로 몸을 날리면서 다시 양손의 검을 휘둘러 병사들을 도륙했다.

“크아아악!”

“아아악!”

목이 잘린 병사들과 다르게 팔다리가 잘린 병사들은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다시 땅에 내려선 테세우스는 지체하지 않고 무스타파를 향해 달렸다.

탓탓탓!

그 모든 일이 무스타파가 테세우스의 라티우를 쳐내고 자세를 바로잡는 사이에 일어났다. 무스타파는 극도로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테세우스를 바라봤다. 실로 괴물 같은 놈이다. 수없이 많은 세월 가운데 눈앞의 테세우스와 같이 대단한 놈은 만나본 적이 없었다.

무스타파는 분노를 잠재우고 경각심을 다시 일깨웠다. 냉정함을 잃은 채 맞닥뜨릴 적이 아니었고 자존심을 세울 때도 아니었다. 혹 놈에게 살해당하더라도 오르를 통해 다시 육체를 얻으면 될 일이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다.

아틀란티스 대륙이 융기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 모든 것이 어수선한 상황이다. 테세우스와 같은 놈이 살아남아 노예 놈들을 이끈다면 대계의 마지막이 무너질 수 있다. 그러니 지금은 자신의 자존심이나 내세울 때가 아니었다.

“라쿰!”

“예!”

무스타파의 호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호위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호위병들에게 소리쳤다.

“무스타파 님을 보호하고 놈을 죽여라!”

“이놈!”

“죽어라!”

3m에 이르는 거인들이 한꺼번에 짓쳐 들자 지축이 요동치는 것처럼 쿵쾅거렸다. 어느 한 사람 하나 만만히 볼 자가 없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테세우스는 고요한 눈빛으로 달리던 걸음을 재촉할 따름이었다.

‘기력이 차오르다 못해 흘러넘친다.’

적을 죽이면 기력이 차오르는 기현상이 아틀라스족을 죽일 때 더욱 막강하게 발현된다는 것을 느꼈다. 물론 그 사실에 집중할 여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예전과 너무나 확연한 차이를 보였기에 따로 집중하지 않아도 느껴졌다.

테세우스는 그 사실에 그저 눈매를 좁힐 뿐 들고 있던 양손에 힘을 더했다. 예나 지금이나 무슨 영문인지 알 길이 없지만, 적을 죽이려는 목적과 부합된다면 문제 삼을 이유가 없었다. 적어도 전장에 선 지금만큼은.

“기억해라! 내 이름은 퀸투스 세르토리우스 테세우스! 너희의 헛된 야욕과 더러운 욕망을 끝낼 이름이다! 좌절하고 절망하고 두려워하며 곧 다가올 멸망을 기다려라! 내가 곧 가져다줄 테니.”

“이 노예 놈이 감히!”

“죽어라! 비천한 것아!”

“네 팔다리와 혓바닥을 잘게 잘라 내 입에 처넣어주마!”

“죽어라!”

지독한 악의와 살의가 테세우스에게 쇄도했지만, 살의와 악의를 한 몸에 받는 것이 어디 하루 이틀이었던가? 저열하고 더럽고 악한 감정은 테세우스의 마음을 조금도 흔들지 못한다. 그것들은 테세우스의 살육에 힘을 더하고 그의 손속을 더욱 냉정하게 만들 뿐이었다.

날카롭게 날이 선 오색의 무기들이 빛을 받아 찬란하게 날아들었다. 그 광경만 보면 아름답기 그지없었지만, 당연하게도 아름다울 리가 없었다. 살점과 핏물만을 남겨놓을 테니 말이다.

테세우스는 양손의 검을 현란하게 휘둘러 자신을 향해 짓쳐 드는 아트라스 호위병들의 무기들을 흘려내거나 쳐냈다. 그것이 끝이 아니라 테세우스는 마치 모든 것을 미리 알고 답습한 사람처럼 틈과 틈 사이를 절묘하게 파고들며 저들에게 피와 비명을 토하게 만들었다.

“크아아악!”

“아아악!”

“어.. 어떻게? 이런?”

“주.. 죽어! 죽으란 말이다!”

챙캉!

테세우스는 강하게 내질러오는 아틀라스 병사의 검을 쳐내다가 들고 있던 검이 부서지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테세우스는 놀라지 않았다. 아니 그 부서진 날카로운 검날이 측면에서 짓쳐 들던 아틀라스 병사의 눈에 처박혔다.

심지어 부러지는 검까지 자신의 공격으로 활용한 것이다.

“크아아아악!”

테세우스는 눈에 검이 박혀 처절하게 울부짖는 아틀라스 호위병의 창을 빼앗음과 동시에 자신의 겨드랑이 사이로 돌려 내질렀다.

푸우우욱!

“커허헉!”

등 뒤에서 테세우스를 향해 짓쳐 들던 아틀라스 병사는 겨드랑이 사이를 통과해 내질러진 테세우스의 창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꿰뚫려 절명했다.

적의 무기를 획득한 테세우스지만 그렇게 꿰뚫은 창을 회수할 여유는 없었다. 전후좌우에서 적이 밀려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테세우스는 앞구르기를 하듯 공중으로 몸을 띄운 다음 뒷발로 다시금 쇄도하는 창대를 후려쳐 방향을 뒤틀었다.

푸우욱!

“크허헉! 이.. 이!”

“아.. 아니!”

그렇게 방향이 바뀐 창은 테세우스가 아니라 아틀라스 병사의 몸에 깊숙이 박혔다.

테세우스는 땅을 짚은 손을 튕겨 다시 몸을 곧추세웠다. 땅을 쓸어오는 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후후후훙!

아래를 공격하는 검이 있다면 그의 몸을 공격하는 무기가 왜 없겠는가?

그러나 테세우스는 신묘한 몸놀림으로 그 모든 공격을 피해내고 흘려냈다. 물론 그러는 와중 테세우스의 몸을 보호하고 있는 다마스쿠스 강철이 부서지는 경우도 여러 번 발생했다.

하지만 여전히 테세우스의 몸을 충실하게 보호하고 있었다.

테세우스는 다시 부러지지 않은 장검을 휘둘러 다시금 적의 목에 깊숙이 박아넣은 뒤 뽑았다. 그런 뒤 측면에서 달려오는 적병의 목을 향해 내던졌다. 내구력이 다한 검이라 더 쓰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훙훙훙훙!

원을 그리며 날아간 테세우스의 검은 그대로 적병의 목젖에 틀어박혔다.

등과 어깨를 이용해 쇄도하는 적의 창대를 튕겨낸 테세우스는 갑주에 부착된 비검들을 양손으로 뽑아 주변으로 날렸다.

쐐에에에엑!

푸우욱!

푸욱!

아무렇지 않게 날린 듯하지만 놀랍게도 그 비검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적병의 육체를 꿰뚫었다. 눈과 목젖, 하다못해 허벅지라도 꿰뚫어 전투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만들었다.

“크아아악!”

“아아악!”

갑주 곳곳에 암기를 날린 테세우스는 다시 허리 뒤편에 납검된 중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곤 자신을 덮치는 병사를 향해 같이 마주했다.

푹 푸푹!

놈의 창을 역시나 신묘한 몸놀림으로 빗겨낸 테세우스는 중검으로 놈의 목젖을 여러 번 찌를 뒤 중검을 놓고 놈의 창을 빼앗았다.

그러곤 병사가 들고 있던 방향 그대로 창을 내질러 다른 병사의 머리통을 꿰뚫어버렸다. 역시나 회수할 시간은 없었다.

적이 쉴 새 없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지쳤을 때를 노려서 끝없이 몰려드는 모양이지만, 테세우스는 싸우면 싸울수록 전신에 힘이 넘쳐나는 것을 느꼈다.

무기 따위는 없어도 그만이었다. 테세우스는 두 주먹을 쥐고 가까이 다가온 아틀라스 병사의 턱을 후려갈겼다.

퍼억 퍼억!

테세우스의 양손은 번개처럼 움직였고 지척까지 다가온 병사들은 턱이 완전히 으스러진 채 정신을 잃었다. 턱이 으스러질 정도의 타격이었으니 뇌가 진탕되지나 않았으면 다행일 것이다.

다시 자신의 가슴을 향해 짓쳐 드는 아틀라스 병사의 무기를 피해낸 테세우스는 병사의 팔 관절을 후려쳐 그대로 꺾어버렸다.

우두두두둑!

“크아아아악!”

병사가 소리를 지르거나 말거나 테세우스는 병사의 입을 강철로 둘러싸인 주먹으로 사정없이 후려쳤다.

피로 물든 병사의 치아가 사방으로 흩뿌렸다. 얻어맞은 병사가 저만치 날아갔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콰직! 콰직!

닥치는 대로 잡고 부수던 테세우스는 심지어 아예 병사의 팔을 손으로 잡아 뜯는 괴력까지 선보였다.

후두두둑!

그렇게 잡아 뜯은 적의 팔을 휘둘러 다른 병사의 머리통을 후려쳤고 머리통이 박살 난 병사는 절명할 수밖에 없었다. 팔 보호대가 오리칼쿰으로 이뤄졌으니 강력한 둔기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몇 번 휘두르자 병사의 팔은 곤죽이 되어버렸고 이에 테세우스는 미련 없이 다른 병사의 입에 그 팔을 처넣었다.

“커거걱!”

그 병사 역시 절명하기는 매한가지였다.

테세우스는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가용한 모든 것을 이용해 적을 쳐 죽였고 놀랍게도 테세우스는 그러면서 그 무위가 더욱더 발전하고 있었다. 무기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적을 도륙하고 참살했다.

후우우웅!

그 순간 저 멀리서 강력한 위력으로 날아오는 창을 발견한 테세우스는 등 뒤에 있던 카이트실드를 뽑아내 그 창을 튕겨냈다. 바로 무스타파가 던진 창이었다.

터어어엉!

그리곤 카이트실드의 날카로운 면을 이용해 다시 아틀라스 병사들을 썰기 시작했다. 일이 이쯤 되자 용맹하기 그지없던 아틀라스 병사들도 두려움에 질려 분분히 물러서기 시작했다. 아틀라스 호위병들은 이미 테세우스에게 모조리 도륙된 후였다.

“이.. 이런. 미.. 미친 놈이. 어.. 어디서 대체?”

무스타파는 전신이 떨릴 정도로 엄청난 무용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테세우스 저놈의 무용이 대단하다는 것은 알겠다.

하지만 놈은 지치지도 않는단 말인가? 지금껏 쉴 새 없이 병사들을 쳐 죽였을 뿐만 아니라 놈은 싸우면 싸울수록 점점 더 강력해지는 무슨 괴물 같았다.

“와아아아아아!”

“무신! 무신! 무신!”

“무신! 테세우스!”

“아틀란티스 놈들을 모조리 도륙하자!”

“와아아아아!”

그 모습에 기세를 얻은 테세우스의 전사들이 더욱 열광하며 아틀란티스족을 향해 짓쳐 들었다.

“오늘 죽더라도 무신 테세우스와 함께 전장에서 섰음을 신들이 굽어보리라!”

“죽여라! 아틀란티스 개잡놈의 새끼들을 모조리 썰어버려!”

“죽여!”

“와아아아!”

테세우스의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할 엄청난 무위는 전사들의 어마어마한 광기로 이어졌다. 죽든지 말든지 아랑곳하지 않고 아틀라스 병사들에게 짓쳐 들기 시작했다. 평범한 상황이라면 아틀라스족은 가소롭다는 듯이 웃으며 저들을 쳐 죽였겠지만, 테세우스의 무위에 기가 질린 아틀라스족은 당황한 나머지 미처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이는 큰 피해로 이어졌다.

테세우스군은 기세를 얻었고 무스타파의 아틀라스족은 기세를 완전히 잃은 것이다. 황당하게도 테세우스 한 사람으로 인해 말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테세우스는 아틀라스 병사를 베고 또 베며 무스타파를 향해 짓쳐 들었다. 놈을 이끄는 대장이 무스타파라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이었다.

“무스타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테세우스의 목소리에 흠칫 놀란 무스타파는 이내 곧 붉어진 얼굴로 병사의 창을 빼앗아 테세우스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자신도 모르게 겁을 집어먹었다는 사실에 분노한 것이었다.

“이노옴! 테세우스!”

테세우스는 창을 들고 달려오는 무스타파를 향해 역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아틀라스족을 끝없이 살육하면서 말이다.

무스타파는 그런 테세우스의 빈틈을 노려 창을 내질렀다. 혼신의 일격이라 할 수 있는 공격이었다.

“놈! 죽어라! 오늘 나 무스타파가 네놈의 목숨을 취하고야 말리라!”

테세우스는 그저 서늘한 눈빛으로 자신의 측면에서 날아오는 무스타파의 창을 바라보다가 창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가소로운 놈!!!”

창도 아니고 맨손을 내밀어? 놈의 사지를 갈가리 찢어 죽이리라! 무스타파는 더욱 분노하며 모든 힘을 더했다.

촤아아아악!

우뚝!

하지만 놀랍게도 무스타파의 창대는 테세우스의 손에 붙잡혀 얼마간 미끄러지다가 이내 곧 멈춰섰다.

“이.. 이게?”

그로 인해 테세우스와 숨이 닿을 거리까지 밀려든 무스타파는 황당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말을 뱉었다.

퍼억!

“커헉!”

그러나 테세우스는 아무 말도 없이 주먹으로 무스타파의 배를 강하게 가격했다. 이미 이리저리 깨어진 갑주는 무스타파의 배를 방어할 수 없었고 결국 무스타파는 극심한 고통에 몸을 수그릴 수밖에 없었다.

테세우스는 그렇게 숙인 무스타파의 머리를 양손으로 움켜줬다.

“뭐.. 무.,. 무엇을? 으아아아아악!”

콰직!

그리곤 힘을 주어 무스타파의 머리통을 양손으로 으깨버렸다. 테세우스의 양손에는 무스타파의 머리뼈 조각과 뇌수 그리고 피만 걸쭉하게 남아있을 뿐이었다.

쿠우웅!

무스타파의 머리를 잃은 거구는 앞으로 수그린 그대로 쓰러져 굉음을 냈다. 무스타파의 목소리는 고막을 찢을 것처럼 우렁찼기에 비명을 듣지 못한 사람이 없었을뿐더러 총사령관들의 전투였기에 그 광경을 보지 못한 사람도 없었다.

“히이이익!”

“미.. 미친! 도.. 도망가!”

무스타파의 머리통을 양손으로 으깨버린 테세우스의 무용에 아틀라스족은 기겁하며 도망쳤다. 그 모습에 테세우스가 소리쳤다.

“모조리 죽여버려라! 단 한 놈도 남김없이!”

“와아아아아!”

“죽여라!!”

“모조리 도륙하자!”

“와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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