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9
249. 예측불허.
249. 예측불허.
일단 결론만 언급하자면 폼페이우스는 크라수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추측컨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
폼페이우스는 자신의 경력을 토벌군 장수로 끝낼 생각이 없었다. 법무관은 물론 집정관 그 이상까지도 바라보고 있었기에 원로원과 완전히 등을 돌려서야 자신에게도 이로울 것이 없었다.
알다시피 폼페이우스가 테세우스를 지지하려고 했던 것은 원로원이 토지배분을 지연시키거나 막으려는 모습을 보였기에 원로원에 대항할 수단을 갖추기 위함이었다. 트리뷴의 권한이 부활하고 트리뷴인 테세우스가 자신을 지지한다면 아주 효율적인 수단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 크라수스 토지배분 문제를 해결해주기로 약조한 이상 극단적인 방법을 쓸 이유가 사라졌다. 게다가 트리뷴 권한 부활 문제는 언제고 필요할 때 원로원에 대항하는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사용할 필요가 없는 수단을 구태여 지금 사용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크라수스의 행보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켄소르를 찾아갔다.
단 그가 찾아간 켄소르는 BC 77년 집정관이었던 켄소르 데시무스 유니우스 브루투스가 아니라 BC 78년 집정관이자 당해에 같이 당선된 집정관 마르쿠스 아이밀리우스 레피두스의 반란을 폼페이우스와 함께 진압했던 퀸투스 루타티우스 카툴루스였다.
감찰관 역시 두 명을 선출한다. 따라서 당금 로마에서 그 위용을 떨치고 있는 자는 브루투스가 맞지만 카툴루스 역시 감찰관으로 선출되었다. 다만 브루투스와 달리 카툴루스는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감찰관 선거에 입후보할 수 있는 자격은 집정관 임기를 지녔던 자에게 주어졌기에 당연히 BC 77년 집정관인 마메르코스 아이밀리우스 레피두스 역시 감찰과 선거에 나섰지만 당선된 사람은 바로 브루투스와 카툴루스 이 두 사람이었다.
BC 79년 두 집정관인 푸블리우스 세르빌리우스 바티아는 킬리키아 총독으로 아피우스 클라디우스 풀처는 마케도니아 총독으로 임관하여 로마를 떠났기에 켄소르 선거에 나서지 않았고 BC 80년 집정관은 술라와 메텔루스 피우스였으며 그 이전의 집정관들은 술라와 마리우스와 내전 가운데 죽거나 자살하거나 로마를 떠났기에 감찰관 선거에 나설 수 없었다.
고로 로마의 많은 권력자들이 켄소르직을 탐냈지만 실제로 선거에 입후보한 사람은 세 명에 불과했다.
어쨌거나 카툴루스 이 자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보복으로 마리우스의 조카인 마르쿠스 마리우스 그라티디아누스를 처참하게 고문하고 목을 잘라 죽인 후 그 머리를 창으로 꿰어 로마의 거리에 전시까지 한 진성 술라파였다.
카툴루스가 브루투스와 달리 켄소르직을 수행하지 않는 이유는 짐작컨데 켄소르 선거를 이끌어낸 유니아 가문의 행보를 거스르지 않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덕분에 켄소르라는 로마 최고의 명예직에 오를 수 있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행보였을 것이다.
카툴루스는 브루투스는 물론 크라수스와도 친분관계가 있었다. 이는 당연했다. 모두 술라파에 속한 이들이었으니 말이다.
크라수스는 카툴루스가 왜 켄소르로 활동하지 않는 것인지 짐작하고 있었지만 마리우스에 대한 분노가 여전하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크라수스는 바로 그 점을 파고들었다. 보다 정확하게는 카이사르가 마리우스의 처조카라는 것과 테세우스의 신분이 마리우스와 마찬가지로 평민이라는 것을 말이다.
“마리우스라······. 그에 대한 분노가 해갈된 것은 아니나 시대가 변했소. 내가 칩거한 채로 움직이지 않는 연유를 자네도 모르지 않을 텐데?”
“물론입니다. 하나 테세우스, 그자는 마리우스보다 훨씬 위험한 자입니다.”
“폼페이우스가 그와 함께 하려는 것처럼 보이더군. 글쎄. 이제 와 괜한 분란에 휩싸이고 싶지는 않소. 무엇보다 유니아 가문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오. 아닌 말로 저들이 마리우스파도 아니지 않소?”
카툴루스의 말에 크라수스가 고개를 휘휘 저으며 말했다.
“폼페이우스는 테세우스와 함께 하지 않습니다. 또한 켄소르 카툴루스께서 전면에 나서서 테세우스의 행보를 막아달라 말씀드리는 것도 아닙니다.”
“하면?”
“켄소르 브루투스께 켄소르의 의중을 넌지시 말씀해주시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카툴루스는 크라수스를 빤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뭐······. 그건 어렵지 않은 일이지. 프라에토르인가? 흐음. 트리뷴 테세우스가 나이 제한을 걷어냈으니 콘술에 바로 도전할지도 모르겠군. 어찌할 생각이오?”
“지지해주신다면 콘술 선거에 나서겠지만 일단은 프라에토르부터 차근히 밟아갈 생각입니다.”
“그렇소? 다만 무리하는 것 같군. 테세우스, 그자가 그토록 위험한 자요? 물론 그가 뛰어난 자라는 것은 나도 알겠지만 트리뷴 그나이우스 시키니우스 역시 당신의 사람이 아니오? 트리뷴은 트리뷴으로 막으면 될 일을 가지고 괜히 일을 키우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군.”
“그럴지도요. 하나 저는 트리뷴의 입법권이나 사법권을 염려하는 것이 아닙니다. 거부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을 염려했다면 말씀하신 대로 트리뷴 시키니우스나 그도 아니면 콘술 그나이우스 옥타비우스에게 부탁하면 되겠지요. 콘술 부르불리우스 그도 테세우스를 경계하는 것 같으니 그를 이용해도 되겠군요.”
“으흠.······. 그가 그토록 위험한 인물이오? 테세우스, 그자의 정무관 진출을 당신이 피를 흘려가며 막을 정도로?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구려.”
“프로프라에토르는 거버너에 임관할 수 있습니다.”
전임 법무관은 총독에 임관할 수 있다. 당연히 그 사실을 모를 카툴루스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게 어쨌단 말인가?
“프라에토르 선거에서 승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오. 평민들의 지지가 있다고 해서 당선될 수 있는 계제가 아니라는 건 당신도 잘 알 텐데?”
임페리움이 있는 법무관은 집정관, 법무관, 중요한 재판, 전쟁 등 시정의 중요 사항이 토의되는 켄투리아 민회에서 선출된다. 켄투리아 민회 역시 이론적으로는 무장 가능한 모든 이들을 대표하는 민회이나 실질적으로는 상위 켄투리아를 차지한 보수적 토지 귀족에 의해 지배될 뿐이니 평민들의 지지는 법무관 선출에 있어 사실상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었다.
“그것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만 트리뷴의 권한이 없음에도 세네투스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자입니다. 프라에토르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한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이상하군. 내년 프라에토르 선거에는 당신과 폼페이우스 두 사람이 선거에 나설 것으로 보이네만? 그러니 테세우스가 그자가 나선들 무슨 수로 승리할까 싶군. 혹 본인이 떨어질까 두려운 것이오?”
크라수스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입을 열었다.
“세상일을 어찌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켄소르께서는 그를 너무 경시하는 것 같습니다.”
“당신이 너무 과장해서 생각하는 것은 아니고? 설혹 프로프라에토르가 된다고 해도 그가 무엇을 할 수 있겠소? 거버너? 혹 히스파니아 지역의 거버너로 임관할 것을 걱정하는 것이오? 히스파니아 지역을 세네투스가 그렇게 쉽게 내어줄 것 같소? 심지어 그는 히스파니아의 반란군이었소. 세네투스가 아무리 생각이 없기로서니!”
“히스파니아든 아니든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공인된 지휘권과 군사를 내어주지 않는 것이 상책입니다. 그러기 위해 가장 간단한 방법이 바로 트리뷴 권한 부활을 막는 일이고 말입니다.”
카툴루스는 크라수스를 다시 한참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뭐 크라수스, 당신이 감당해야 할 일들이고 부탁을 들어주는 것 역시 어렵지 않으니 그렇게 하겠소. 마리우스와 같은 자가 탄생하는 건 나 역시 원치 않는 일이니······.”
“세네투스는 켄소르의 행동을 잊지 않을 겁니다.”
크라수스는 카툴루스가 단순히 일이 쉽거나 감정적인 이유만으로 부탁을 수락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자신을 돕는 진정한 이유는 세네투스와의 관계를 깨뜨리지 않기 위함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켄소르의 직무를 수행하지 않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 역시 세네투스와의 관계를 고려하기 때문이라는 걸 말이다.
“하하하. 세네투스는 켄소르 브루투스만 생각하는 것 아니었소?”
“제가 세네투스의 대변자는 아니지만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크라수스의 대답에 카툴루스는 웃음을 지우고 다시 입을 열었다.
“어쨌거나 트리뷴 권한 부활은 나 역시 원치 않는 일이니 그 뜻은 정확히 전달하겠소.”
*
테세우스의 행보를 지켜본 모두가 다음 연설은 트리뷴 권한 부활에 대해 연설할 것이라 여겼다. 나이 제한 무효화, 세네투스의 권한 약화 및 켄소르 브루투스의 영향력 강화 등으로 술라의 법안이 부당하다는 것을 여러 번 드러냈으니 트리뷴의 권한 말소가 얼마나 부당한지에 대해 목소리를 드높일 것이라 생각했다.
따라서 크라수스와 세네투스 등은 테세우스가 트리뷴 부활에 대해 목소리를 드높일 것을 대비하여 철저하게 대비했다. 일례로 크라수스는 콘술과 켄소르, 폼페이우스가 테세우스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수 있게끔 판을 짰고 세네투스는 세네토르들의 결속을 더욱 단단히 다졌다.
이대로라면 트리뷴 부활 건이 상정되더라도 그 즉시 부결될 것이 분명했다. 다만 이제 저들이 염려하는 것은 평민들의 거센 반발이었다. 앞서 두 사건도 그렇지만 테세우스가 트리뷴 부활 건을 들고 대중 앞에 나선다면 이 조항이 얼마나 부당한지에 대해 누구도 반박할 수 없게끔 논리정연하게 조목조목 짚고 갈 것이다. 대중들은 그러한 테세우스의 연설에 크게 선동될 것이 분명하니 부활 안건의 기각에 대해서도 크게 반발할 것이다.
자칫하면 평민들이 테세우스를 필두로 반란을 일으킬지도 모를 일이었다. 크라수스가 굳이 폼페이우스에게 몸을 숙이고 들어간 것은 만에 하나 일어날 이러한 사태를 대비하기 위함도 있었다.
트리움푸스를 행하기는 했으나 그의 군대는 아직 해산하지 않았고 세네투스 역시 폼페이우스의 지휘권을 로마로 반환시키지 않았기에 폼페이우스는 언제고 자신의 군대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위법이다.
하나 그렇게 따지자면 폼페이우스가 군을 지휘하는 지휘권을 가진 것 자체가 위법이었고 그 위법조차 세네투스가 인가한 위법이었다.
어쨌거나 모두의 예상과 다르게 테세우스는 나이 제한 무효화와 300명 세네토르 증원 법안이 부당하다고 외친 것을 끝으로 더 이상 연설을 행하지 않았다. 크라수스와 세네투스가 트리뷴 부활에 대해 나름 만반의 준비를 갖출 때까지도 그는 어떤 연설이나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평민들의 고충을 듣고 저들의 일을 중재하는 등의 일은 행했지만 술라 법안이 얼마나 부당한지, 귀족들이 얼마나 부당하게 행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일절 말을 꺼내지 않았다. 기이한 일이었다. 크라수스 역시 처음에는 자신이 발빠르게 대처했다고 생각하며 내심 조소를 머금었지만 그러한 일이 지속되자 뭔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간다고 여겼다.
어떻게 생각하면 오히려 더 잘된 일이고 테세우스의 고분고분한 반응에 세네투스와 귀족들은 드디어 제 주제를 알았다고 비웃음을 터트렸지만 크라수스는 테세우스의 고요함이 폭풍전야의 고요함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테세우스가 트리뷴 부활 건을 입밖으로 내길 원한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그가 지금이라도 그 일을 꺼내기 시작하면 겉잡을 수 없는 불길처럼 퍼져나갈 테니까.
“음. 마사리인가?”
마사리(현 마르세유)는 항구도시로 상당한 무역이 이뤄지는 곳이나 로마와 꽤 떨어진 지역이었다. 갑자기 이 지역은 왜 거론한단 말인가? 서신을 가져다 준 나디르 역시 의문을 품었는지 질문을 던졌다.
“갑자기 마사리는 왜 거론하시는 겁니까?”
“내가 찾던 인물들 중 한 사람이 마사리에 자리를 잡고 있다는군.”
“그게 누군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루키우스 코넬리우스 스키피오 아시아티쿠스. 용케도 죽지 않고 살아남은 모양이로군.”
나디르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다시 질문을 던졌다.
“음? 그게 대체 누굽니까?”
“로마의 콘술이었던 자, 하나 술라의 살명부를 확인하고 급히 로마를 떠난 사람.”
그는 BC 83년 집정관이었던 자로 BC 82년 술라의 손을 피해 도망친 사람이었다.
“대체 그는 왜 찾으신 겁니까?”
“사람이 필요해서.”
“음?”
나디르는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테세우스를 바라봤다. 한마디로 도망자라는 소리가 아닌가? 트리뷴 부활 건을 내버려 둔 건 둘째치고 그런 사람이 대체 어디에 필요해서 일부러 찾았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