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2
242. 폭풍 속에서.
242.
아피우스 가도와 카피아 가도를 비롯한 공공시설에 대한 보수 공사가 대대적으로 시행되었다. 막대한 자금이 풀리고 그 부가 다수에게 흘러가자 시장이 활성화되어 로마를 더욱 활기차게 만들었다.
이에 테세우스는 말할 것도 없고 크라수스와 카이사르의 명성 역시 나날이 높아져만 갔다. 테세우스는 카이사르가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크라수스의 비리를 덮으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딱히 그 점을 문제삼지는 않았다.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크라수스의 수완이 워낙 좋았기에 무리해서 그를 치려고 한다면 하지 않는 것만 못한 결과를 낳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크라수스는 자신을 향한 이목을 돌리기 위해 매우 커다란 제물을 로마에 바쳤다. 세네토르 하드리아누스와 세네토르 스카에볼라라는 거물들을 말이다. 이들은 원로원의 여섯 거두에 속한 이들로 당연히 영향력이 막강한 자들이었다.
하드리아누스는 중립파에 속한 의원이었으니 그렇다치더라도 스카에볼라는 친 크라수스파에 속한 자였다. 보신을 위해 자신에게 협조하는 자를 구렁텅이로 밀어넣었는가? 그건 아니었다. 크라수스의 입지가 흔들릴 때 그 기회를 틈타 크라수스를 로마에서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던 의원이 스카에볼라였기 때문이다.
그는 친 크라수스파에서 중립파로 돌아서려는 움직임을 보였고 그러면서 하드리아누스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이쯤되면 놀랍지 않은가?
하드리아누스의 치명적인 비밀을 조사할 수 있게끔 유도한 자가 바로 크라수스였다. 자신의 비리를 캐내려는 테세우스의 이목을 어지럽히고 그 상황을 이용해 테세우스를 하드리아누스에게 이끌었다. 테세우스의 성향 상 넘어갈 수 없는 비리를 파악하면 손해를 볼 것을 알고도 철저하게 그 일을 파헤치리라.
그렇게 되면 대외적으로 중립파를 파헤치는 자는 테세우스였으니 먼저는 그 원한을 빌미로 중립파와 협조할 수 있는 관계가 되고 혹 테세우스가 성공적으로 조사를 마친다면 자신의 숨은 계략이 빛을 발하게 된다.
물론 당초 그 일을 계획할 때는 확신할 수 없는 부분이었지만 테세우스를 만난 그날 크라수스는 테세우스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기준으로 일을 행하는지 정도는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테세우스는 아주 치밀하고도 세밀하게 하드리아누스의 치명적인 약점을 차근차근 파헤쳤고 하드리아누스를 벼랑 끝까지 몰아넣었다.
목마른 자에게 한 잔의 물보다 귀한 것은 없다. 썩은 동아줄이라고 해도 잡을 것이 그것밖에 없다면, 잡지 않으면 죽는다면, 어찌 잡아채지 않겠는가?
하나 크라수스는 한술 더 떠서 몰락하는 자의 끝없는 분노를 자극시켰다.
당신의 비리를 누가 테세우스에게 알려줬는지를. 누가 당신을 이 지경에 처하게 만든 원흉인지를. 넌지시 일러줬다. ‘스카에볼라’라는 이름을 말이다. 그러면서 크라수스는 자신 역시 그에게 배신당했다면서 그를 무너뜨리는 데 일조한다면 정치 생명이 끝나는 건 막을 수 없겠지만 적절한 보상이 있을 것이라 언급했다.
분노와 절박함으로 가득한 하드리아누스의 선택이야 뻔하지 않은가? 하드리아누스는 자신이 행한 모든 것이 스카에볼라와 함께였다며 그에게 누명을 씌웠다. 이러한 누명이 누명으로 끝나지 않은 것은 스카에볼라 역시 청렴하게 살아온 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크라수스 그런 것들을 꿰고 있었고 하드리아누스의 증언과 더불어 자신이 확보했던 자료를 서슴없이 떠넘겼다.
켄소르 브루투스는 당선된 지 몇 달도 채 되기 전에 명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생기자 혼신의 힘을 다해 이번 사건을 공론화시키고 저들을 처벌하는 일에 힘에 쏟았다.
공공자금 횡령죄와 월권행위, 천인공노할 일들을 벌인 저들의 행위를 거세게 성토하면서 세네투스의 명예를 더럽힌 저들에게 세네토르 직을 박탈함은 물론 아예 시민권도 박탈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허락받지 못할 이교의 행위를 로마에 가져와 가련한 아이들을 죽음에 이르게 만든 일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크게 분노하며 저들의 행위를 성토하고 켄소르의 의견에 뜻을 같이했다. 스카에볼라는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며 억울하다고 외쳤지만 그의 숨소리조차 사람들에게 가치 없는 것이 되어버렸으니 대체 누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겠는가?
이렇듯 로마에 하드리아누스와 스카에볼라라는 폭풍이 로마에 몰아쳤으니 미약해질 대로 미약한 크라수스라는 비를 흩뿌려봐야 그 흔적도 남지 못할 것이다. 테세우스가 괜히 크라수스의 일을 묵과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무엇을 하려고 해도 현 정국에선 결국 없는 일처럼 되어버릴 테니 괜한 일로 카이사르와 불편한 관계를 만들 이유가 없었다.
그뿐이랴?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 로마를 강타한 태풍이 하나 더 있었으니 에트루리아, 히스파니아에 이어 달마티아 정벌까지 완수한 그나이우스 폼페이우스 마그누스가 그 태풍의 주인이었다. 그렇다. 폼페이우스, 바로 그가 로마로 귀환한 것이다.
멘시스 유니우스(6월)의 계절을 맞이하여 로마는 뜨거운 햇볕에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었지만 로마의 정세는 여름의 후끈함을 훌쩍 넘어서는 뜨거운 도가니처럼 들끓기 시작했다.
시대의 흐름을 읽는 자들은 네 명의 이름을 언급했으니 폼페이우스, 크라수스, 카이사르. 그리고 테세우스가 그 이름의 주인이었다.
폼페이우스는 로마 북쪽 지역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지금껏 자신이 세운 공적을 이유로 개선식을 하게 해달라고 원로원에 사람을 보내 정중하게 요청했다. 겉으로는 정중한 요청이었지만 들어주지 않는다면 군을 해산하지 않겠다는 협박이나 다름없었다.
그것을 알지 못할 위인은 아무도 없었다. 탐욕에 눈이 멀었다지만 안위와 관련된 부분은 귀신같이 알아차리는 족속이 바로 기득권자라는 족속이었으니 말이다. 또한 기득권층이 기득권을 사용할 줄도 모른다면 애초에 기득권층이라 불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폼페이우스의 요구는 가당치도 않은 요구입니다! 임페리움(공인된 지휘권)을 가진 임페라토르나 행할 수 있는 트리움푸스(개선식)를 그가 대체 무슨 권한으로 요구한다는 소리입니까?”
세네토르 루푸스가 외치자 세네토르 아티커스가 말을 받았다.
“그나이우스 폼페이우스 마그누스는 이미 한 차례 트리움푸스를 치른 전적이 있습니다. 심지어 그때 세운 공보다 지금 세운 공이 크면 컸지 작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더더욱 허가할 수 없는 부분이지요!”
세네토르 아퀴우스 역시 목소리를 높이며 외쳤다.
아퀴우스와 루푸스는 친 크라수스 파였고 아티커스는 친 폼페이우스 파였다. 물론 크라수스나 폼페이우스에게 종속되거나 예속된 관계는 아니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네토르 칼두스가 입을 열자 루푸스가 다시 말했다.
“심사숙고하고 말 것도 없이!”
“세네토르 루푸스. 지금 우리끼리 다툴 때가 아니라는 것을 정녕 모르는 것이오? 마찬가지로 세네토르 아티커스!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무조건 폼페이우스 편을 들 때가 아닙니다.”
“으음.”
“흠.”
저들이 침음을 흘리자 칼두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켄소르 브루투스가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소이다. 하나 그 칼자루를 누가 잡고 있는지 모르는 세네토르는 없겠지요. 이미 세네토르 하드리아누스와 세네토르 스카에볼라를 비롯한 수많은 세네토르들이 그 칼끝 아래 잘려나갔습니다.”
“흥! 하드리아누스와 스카에볼라 그 작자들은!”
아티커스가 이죽거리려고 들자 칼두스는 큰 목소리로 그의 말을 끊었다.
“그들이 무엇을 했는지는 현재 중요한 내용이 아닙니다. 이곳 쿠리아 호스틸리아 모인 세네토르 가운데 켄소르가 칼을 휘두를 때 그것을 무시할 수 있는 세네토르도 계시는지요?”
아티커스가 침묵을 지키자 칼두스는 그를 한 번 주시한 뒤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는 활로를 모색해야만 합니다. 크라수스와 상잔할 것처럼 보였던 테세우스가 카이사르의 중재로 인해 그와 묘한 협력 관계에 놓였습니다. 그리고 그 테세우스는 여전히 칼 끝을 세네투스에게 돌리고 있습니다. 그걸 모르겠습니까? 우리끼리 싸우고 분열할 때가 아니란 말입니다.”
“지금 이 자리는 폼페이우스의 트리움푸스에 대해 논의하고자 모인 자리요. 테세우스에 대한 논의는 이 문제를 해결한 후에!”
“크라수스든 폼페이우스든 그게 또 누구든 개개인의 이득을 위해 편을 들 때가 아니라는 것을 왜들 모르는 것이오! 그 구분은 더 이상 무의미하오! 술라처럼 로마를 쥐고 흔들만한 자들이 무려 네 명이나 나타났으니 세네투스는 이 일에 경각심을 가져야만 하오!”
“아니 그래서 트리움푸스를 막겠다고 하는 것이 아니오!”
아퀴우스의 말에 칼두스는 답답하다는 듯이 열변을 토했다.
“막으면! 폼페이우스가 군사행동을 일으킨다면! 그때는 어찌될 것 같소? 그 부분에 대해선 생각을 해본 것이오?”
“으흠.”
“다시금 내전이 벌어질 것이오.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란 말이오. 그 혼란 가운데 오늘처럼 우리가 이렇게 목소리를 높일 일이 있을 것 같습니까?”
“트리움푸스를 허한다고 그가 군대를 해산한다는 보장이 있습니까? 이미 그는 한차례 트리움푸스를 행한 사람입니다. 임페리움이 없는 자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오. 또다시 그 일이 반복된다면 그때는 무엇이든 제 마음대로 요구하게 될 것이오.”
“크라수스와 카이사르도 그 일을 원치 않을 것이오. 원리원칙을 중시하는 테세우스 역시 마찬가지!”
그 말에 루푸스는 인상을 찌푸리며 칼두스에게 말했다.
“당신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 것인지 분간하기 어렵군. 폼페이우스는 세네투스에 개선식을 요구했소. 그럼에도 우리가 그 일을 저들에게 넘긴다면 그것이야말로 세네투스의 권한을 완전히 훼손하는 결과가 될 것이란 말이오!”
“트리움푸스가 아니라 오바티오(개선식보다 한 단계 낮은 군사 행진)를 허가하면 될 일입니다.”
트리움푸스는 온 로마가 그의 공적을 인정하고 그에게 영광을 돌리는 행사로 이러한 트리움푸스가 실제로 행해지는 경우는 매우 적었다.
하나 오바티오는 대상자가 월계관 대신 미르틀로 만든 화환을 썼고 로마 원로원도 행렬의 앞에 서지 않았으며 일반적으로 군인들도 이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또한 트리움푸스처럼 사두마차가 아닌 두 마리의 흰 말이 끄는 이두마차를 탔으며 시가 행진을 하지도 않았다. 원천적으로 트리움푸스와는 급이 다른 축하행사였다.
“으음. 황당한 소리를 하는 군요. 그걸 폼페이우스가 받아들일 것 같습니까?”
아티커스가 황당하다는 듯이 발언하자 칼두스가 입을 열었다.
“혼돈과 혼란의 시기에 누구에게 줄을 댈지는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요. 개개인의 선택이야 어떻든 세네투스가 공개적으로 트리움푸스를 허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세네투스의 권위를 말소해버리는 결과를 낳고 말 것이오. 폼페이우스의 일은 그렇게 합의를 보는 것이 좋겠소. 단! 그럼에도 그가 트리움푸스를 강력하게 원한다면 폼페이우스 역시 세네투스의 요구를 받아들여야만 할 것이오.”
“음? 그건 또 무슨 소리요? 그가 강력하게 요구하든 아니든 그 일을 허가하는 것이 세네투스의 권위를 완전히 훼손하는 일이라면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니오? 심지어 폼페이우스 그 자는 적법한 요구를 하는 것도 아니지 않소?”
아퀴우스가 반문하자 칼두스가 서늘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언제는 우리가 적법한 일만 했습니까? 폭풍같은 사건에 휘말려 이 모든 일을 시작한 원흉에 대해 간과하고 있는 모양인데 저는 잊지 않았습니다.”
“퀸투스 세르토리우스 테세우스.”
루푸스가 말을 뱉자 칼두스가 고개를 주억이며 입을 열었다.
“폼페이우스의 요구야 로마 시민 앞에서 잠시 걸음을 옮겨주면 될 일이나 테세우스 이 자의 득세를 제때 처리하지 못한다면 우리 모두 하드리아누스와 스카에볼라가 맞이한 결말을 두려워 해야만 할 것이오. 그러니 개개인의 감정과 이득은 잠시 내려놓으시오. 일단 세네투스가 존속한 후에 행해도 될 일이니······.”
세네토르 아티커스는 칼두스와 루푸스 등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세네투스의 뜻을 강하게 요구하도록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