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랜덤박스로 유튜브 스타-200화 (200/201)

200. 진실 속으로

현규가 세운 계획은 간단했다.

현자의 물약[지노스 개선판] 1병.

초대권 1장.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1회권.

세 가지 물건 중에 가장 먼저 사용할 물건은 현자의 물약이었다.

"먹을게."

"너굴."

- 이상이 생기면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지노스가 개량한 현자의 물약.

개선되어, 능력이 극대화되었다.

쉽게 말하면 머리를 똑똑하게 만들어준다.

현규는 현자의 물약을 단숨에 마셨다.

아무런 맛도 나지 않았지만, 시원한 느낌이 식도부터 위까지 느껴졌다.

변화는 그다음이었다.

- 현자의 물약을 섭취하였습니다.

- 10초간 지능이 극대화됩니다.

알림이 떠올랐다.

극대화된 지능으로 할 일은 '검증'이었다.

'내가 세운 계획이 옳은가?'

생각의 속도가 무시무시할 정도로 가속됐는데. 우습게도 사고의 속도를 현규가 따라가지 못했다.

생각이 널뛰기하며 기시감을 선사했다.

- 지능 극대화가 끝났습니다.

"후우."

10초란 시간은 단숨에 지나갔다.

현규는 숨을 크게 내뱉었다.

- 바이탈. 상태. 전부 정상입니다.

지노스 쪽에서 연구를 걸쳐, 상태창과 연동하게 만든 물약인데 문제가 있을 리 없었다.

- 어떻습니까?

"랜덤박스 시작부터 지금까지 고민하고, 준비하고, 계획한 일인데. 틀릴 리 있어?"

- 바로 사용하시겠습니까?

"그 전에 할 말 있어."

현규는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 무엇입니까?

세상에 무슨 일이 생겨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 있었다.

"오늘 영상 땜방 할 거 있어?"

- …이미 어제 공지사항을 올렸습니다. 차질없이 준비하여 영상 업로드하겠습니다.

황당했는지 대답 사이에 침묵이 있었다.

"뭐!? 이거 밝히는 거랑 방송 쉬는 거랑 관련 있어!?"

- 아닙니다.

인공이의 목소리에서 떨떠름한 감정이 느껴졌다.

"무조건이야!"

업로드는 유지되어야 했다.

***

가장 중요한 부탁이 끝났으니.

이제 이 물건들을 사용할 차례였다.

현규와 인공이가 끈질기게 고민한 것 치고, 계획은 정말 단순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1회권을 사용했다.

"해답을 찾기 위한 최적의 행동은?"

현규에겐 이미 해답지가 있었다.

1회권을 사용하자 알림창이 떠올랐다.

- 현 행성에는 허가되지 않은 정보입니다.

- 상위 법칙. '무엇이든 물어보세요.'가 발동하였습니다.

- 관리자의 허가가 존재합니다.

- 정보 제한을 일시적으로 해제합니다.

- 답변을 허가합니다.

현규는 초조하게 답변을 기다렸다.

- 알림창으로 출력이 불가능합니다.

- 인공지능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 데이터를 업로드합니다.

- 수락하시겠습니까??

도대체 무슨 행동을 데이터로 만들어서 보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수락한다."

도대체 무엇이길래.

현규의 의문은 계속 증폭됐다.

- 답변: 인공지능에 관련 데이터가 업로드되었습니다.

"뭐길래 데이터를 업로드 해?!"

현규는 참고 있던 의문을 터트렸다.

초조하게 인공이의 답변을 기다렸다.

- 초대권에 사용되는 언어로 추정됩니다. 설계단계의 언어이기 때문에 제가 확인할 수 없는 정보입니다.

"아…"

절반의 성공이었다.

초대권을 이용해 진실을 듣는 게 계획이긴 했지만, 이건 의도치 않은 상황이었다.

"어디에 누굴 만나러 가는지 모른다는 거지?"

- 그렇습니다.

가장 중요한 정보가 차단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어디서 누구를'

이게 가장 중요한 정보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초대권으로 방문했을 경우. 무조건 안전이 보장되는 거지?"

- 그렇습니다.

목적지는 모르지만, 안전은 보장된다.

"고민해봐야 소용없지?"

- 그렇습니다. 어차피 사용해야 합니다.

아무리 고민해봐야 정답은 정해져 있었다.

초대권을 사용해서 진실을 확인해야 했다.

"사용할게."

현규는 초대권의 끝부분을 접었다.

- 초대권과 연동합니다.

- 목적지 설정이 완료되었습니다.

- 이동합니다.

초대권에서 눈 부신 빛이 뿜어져 나왔다.

현규가 도착한 곳은 굉장히 고급스러운 건물 내부였다.

"아. 아."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높은 곳에 있는 것처럼 귀가 먹먹했고, 작은 진동과 소음이 들렸다.

심지어, 건물이 흔들리기까지 했다.

"설마…"

현규는 황급히 창문을 찾아 밖을 살펴봤다.

구름과 태양.

아래에 펼쳐진 푸른 바다.

여기까진 멋진 풍경일 뿐이었지만, 그다음이 문제였다.

비행기 날개가 보였다.

"비행기?"

비행기라고 하기에 넓고 고급스러웠다.

- 똑똑.

갑작스러운 노크 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손님. 안에 계신가요?"

아름다운 여성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렸다.

대답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됐지만, 이내 결정을 내리고 대답했다.

"네. 안에 있습니다."

여기선 도망칠 수도 없었다.

"문 열겠습니다."

"네."

현규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문이 열렸다.

승무원복을 입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이 현규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준비되셨나요?"

도착하자마자 준비됐냐는 질문을 받을 줄을 몰랐다.

"준비요?"

현규의 물음에 오히려 그녀가 놀란 것 같았다.

"벌써 시작했습니다. 안쪽으로 가셔야 합니다."

"음…안쪽으로요?"

미적지근한 현규의 대답에 그녀는 이해되지 않는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내 장난친다고 생각했는지.

"이제 진짜 시간이 없습니다."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일단 어울려 주는 게 괜찮을 것 같았다.

현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으로."

그녀의 안내를 받아 안쪽으로 이동했다.

작은 복도를 지나 마치 거실 같은 공간으로 나왔다. 작은 소규모 비행기가 아니었다.

"이 소파에 앉아서 기다리시면 됩니다."

그녀가 권한 소파는 배치가 이상했다.

"벽보고 있으란 뜻인가요?"

"깜짝 등장이신데 뒤돌아 계셔야죠. 잠시 기다리시면 금방 오실 겁니다."

누구를 말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녀 얼굴에 떠오른 미소를 보니.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나저나, 정말 닮으셨네요."

"제가요?"

"오늘 방송 정말 기대되네요. 팬으로서 오래 기다린 방송이거든요."

"방송…이요?"

현규의 반응을 빤히 보던 그녀가 짙은 미소를 지었다.

"연기력이 진짜 뛰어나시네요. 방해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파이팅하세요!"

현규의 대답도 듣지 않고, 그녀는 조용히 거실 밖으로 나갔다.

소파에 앉아.

어떻게 된 일인지 사태를 파악했다.

'비행기?

'지구?'

'설마 외계?'

'난 누굴 기다리는 거지?'

생각하면 할수록 새로운 의문만 떠올랐다.

애초에 이곳이 지구가 맞는지.

기다리고 있는 건 누구인지.

온갖 의문에 삼켜질 것만 같았다.

'기준을 잡는다.'

떠오르는 의문을 지우고, 제일 먼저 변하지 않을 규칙 2가지를 떠올렸다.

'난 이곳에서 무조건 안전이 보장된다.'

초대권에 의해 보장된 안전.

'내가 이곳에 온 것이 최적의 선택이다.'

질문권에 의해 내려진 답변.

다시 말하면, 이곳에서 무엇을 하든. 현규의 행동은 최적의 선택이라는 뜻이었다.

궤변이고, 구멍이 숭숭 뚫린 생각이었지만.

이건 규칙으로 보호받는 절대적인 룰이었다.

"그럼, 앉아있을 필요가 없지."

현규가 무모한 행동을 한다고, 답변을 얻지 못한다면 애초에 이곳으로 초대권이 사용될 리 없었다.

절대적인 규칙의 보호를 받고 있다면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주도할 필요가 있었다.

현규는 소파에서 일어나, 거실로 들어오는 입구 옆에 몸을 숨겼다.

누가 들어온다면, 바로 제압할 생각이었다.

이럴 때를 위해 인공이가 준비해준 물건이 있었다. 빙의 팔찌의 첫 번째 칸을 뒤집자. 현규의 몸에 특수부대원이 빙의했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

"다들! 조금만 기다리라니깐요!! 비행기에 승무원 외에는 아무도 없는 거 확인했죠?!"

복도 쪽에서 시끄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에헤이! 몇 년을 기다렸는데. 몇 분을 못 기다려요!?"

묘하게 익숙하면서, 낯선 목소리였다.

"날먹 아니라니깐요!! 우리 가족아닙니까? 아니! 사장님들이 우린 가족 같은 회사에요. 하는 거 말구요!!"

무언가 이질감이 느껴졌지만, 제압한 다음 확인하면 될 일이었다.

"거실 소파에 뒤돌아서 앉아있을 겁니다. 기대해주세요. 물론. 그냥 얌전한 걸 기대하시건 아니죠?"

거의 다 다가왔다.

"바로 여기…"

현규는 빙의에 이끌려 공격을 감행했다.

순간 눈앞이 번쩍하더니.

- 쿵!

바닥에 집어 던져졌다.

"서, 공격이 날아옵니다. 크. 어떻게 변하질 않냐."

어떻게 된 일이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건 압도적인 수준 차이였다.

다행히 초대권에 의해 몸은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현규는 그대로 일어나 상대방의 얼굴을 확인했다.

"솔직히 말할게요. 저 때, 뭐랄까 저는 조금 미쳤었죠. 진짜요. 뭔 깡이었는지 모르겠는데. 질문권, 초대권 사용해서 자신감이 과다했어요."

닮았다는 말과 방송이란 말.

승무원은 해답을 주고 떠났었다.

"미친."

"미친. 이렇게 말합니다. 왜냐? 까암짝 놀랐거든요."

다소 늙은 현규가 방송하고 있었다.

'미래의 현규.'

질문권과 초대권이 내린 해답이었다.

미래의 현규는 소파에 앉았다.

"대충 감 잡았잖아. 이리 와서 앉아."

"이거 진짜야?"

"잠깐. 넌 모르겠지만 널 만나는 이 순간이 나에겐 정말 중요한 순간이야. 아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순간이야."

자신에게 제일 중요한 건 방송이었다. 그렇다면 저 현규에게도 가장 중요한 건 방송일 것이다.

'우리에게 중요하다.'

이 방송이 서로에게 중요하단 뜻이었다.

그래도 이대로 끌려가기엔 아쉬웠다.

"물론, 니가 바로 앉지 않을 건 알아. 하고 싶은 거 있지? 해봐."

마치 속마음을 읽은 것처럼 시간을 주었다.

"인공아!!"

이 상황에서 자신의 편을 찾으라면, 인공이 뿐이었다.

-

[관리자에 의해 차단되었습니다. 허락된 것은 랜덤박스에 관한 정보뿐입니다.]

"크!! 한 치의 오차를 벗어나지 않는구먼? 여러분! 제가 이렇게 멍청했습니다! 창피하다 창피해!"

이것도 예상한 모양이었다.

"와서 앉아. 아까 말했지? 우리에겐 중요한 일이라고, 그거 진짜야."

"진짜…"

"진짜 내가 미래의 너냐고? 응. 미래의 너야. 아쉽지만 난 어른 안됐다."

어른이 되지 않았단 말에 신뢰도가 올라갔다. 아무리 나이를 먹는다고, 어른이 될 거 같진 않았다.

이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저건 미래의 자신이었다.

현규는 소파에 앉았다.

"좋아. 우선 이것부터 해줄게. 인공아! 채팅창 개방해줘."

언제나처럼 채팅창이 떠올랐다.

##### - [관리자에 의해 차단된 메시지입니다.]

#### - [관리자에 의해 차단된 메시지입니다.]

### - [관리자에 의해 차단된 메시지입니다.]

## - [관리자에 의해 차단된 메시지입니다.]

닉네임부터 내용까지 전부 차단됐다.

"정보제한?"

"비슷하지. 다들 과거의 너한테 스포한다고 난리여서 차단된 거야."

"랜빡이들은 한결같구나?"

"그게 또 랜빡이들 매력 아니겠어?"

"끝내주지. 방송의 반쯤은 랜빡이들이 만들어주니깐."

홀로그램 현규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너라니깐. 무슨 홀로그램이랑 비교하고 있냐."

"어!?"

생각하는 타이밍까지 맞추는 건 이상한 일이었다. 마치 마음을 읽는 것만 같았다.

"응. 그거 아니야. 마음을 읽긴. 세상에 그런 게…있을 수도 있지만, 하여간 지금은 없어."

"그럼?"

"뭘 어리둥절하고 있어. 어떻게겠냐?"

미래의 현규는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인공이?"

"고렇지! 집에 가자마자 기억 자료화 꼭 하고 너도 당한 만큼 돌려줘야지."

능글맞은 미소가 정말 얄미웠다.

"어허! 얄밉긴! 이게 다 네 얼굴이야!"

#### - ㅋㅋㅋㅋ 아주 복수혈전이죠?? ㅋㅋㅋ

### - 당한거 그대로 갚아주는 중 ㅋㅋㅋ

## - 미쳤나 진짜 ㅋㅋㅋㅋ 이걸 그대로 재현하네 ㅋㅋㅋㅋㅋ

#### - [관리자에 의해 차단된 메시지입니다.]

채팅창에 'ㅋㅋㅋ'이 나오는 것을 보니. 정보만 담겨 있지 않으면 볼 수 있는 것 같았다.

"좋아. 정신도 차린 것 같고, 상황 판단도 된 것 같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이야기해볼까?"

"본격적으로?"

"그래. 본격적으로 '랜덤박스 비긴즈. 랜덤박스의 시작'에 관해 이야기해보자고."

미래의 현규는 랜덤박스가 더는 오지 않는 '끝'에서 랜덤박스의 '시작'을말하고 있었다.

랜덤박스 비긴즈.

해답이 눈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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