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 매끈 머드
파크! 개장!
미영이를 기다리는 현규의 목울대가 크게 움직였다.
악마2호 - 기대된다.
요섹남 - 여왕님!!
파쏭쏭계란탁 - YMQ!!!!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인지 기대감을 품고, 그녀의 등장만을 기다렸다.
미영이는 인사를 하며 성큼성큼 들어왔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아…"
현규의 짧은 탄식.
수호대 - 신은 없어.
악마2호 - 요못누님 마저…
피뢰침 - 아 인생. 너무 슬프다…
시청자들의 진심 어린 탄식.
뜻을 함께하는 시청자와 현규는 한마음 한뜻으로 실망하고 말았다.
"분위기가 왜 이래요?"
"아니야! 괜찮아! 아주 좋아! 여러분!! 요못 님 환영해주지 뭣들하고 있어요!"
"너굴너굴!"
"언니! 어서 와요! 수영복 진짜 이뻐요!!"
현규는 방송을 위해 억지로 텐션을 끌어올렸지만, 시청자들은 아니었다.
수호대 - 여왕님. 환영합니다만…
피뢰침 - 분명 환영합니다만…
ㄴ파쏭쏭계란탁 - 정말 환영하긴 하는데…
ㄴ요섹남 - YMQ. 저는 괜찮습니다! 크흡!
환영은 하는데, 실망은 했다는 게 그대로 드러났다.
"어머. 아직 실망들 하시기에 이른 거 아니에요?"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미영이의 표정은 자신이 넘쳤다.
방송 짬이 있는 그녀가, 이런 흐름을 몰랐을 리 없었다.
"설마?!"
"저도 레쉬가드를 입었지만, 쏭이랑은 조금 다른 점이 있어요."
채팅창은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쏭은 티셔츠로 된 레쉬가드지만, 전 집업으로 된 레쉬가드예요."
"집업!?"
자세히 보니. 가운데 세로로 들어간 색상은 무늬가 아닌 지퍼였다.
"게다가 전 조금 작아서, 원래라면 지퍼를 내리는 게 더 편해요."
그녀는 레쉬가드의 지퍼를 천천히 내렸다. 목과 쇄골이 드러나고, 시청자들이 원하는 지점에 도달했을 때.
"냐앙."
인공이가 카메라를 가렸다.
"이렇게 되는데. 확실히 지퍼를 내린 게 편하긴 하네요. 안에 비키니 무늬가 이쁜데. 어때요?"
"음. 어련히 알아서 이쁜 거 골랐을까."
현규는 쳐다보지도 못하고 당황하며 대답했고, 인공이의 꼬리는 보여줄 수 없다는 듯 아슬아슬하게 미영이의 상체를 가렸다.
악마2호 - 아니!!! 인공님!! 제발요!!
수호대 - 인공님이야 방송을 위해서 그렇다 쳐도 형이라도 똑디 보고 우리한테 알려줘야지!!
취호선 - 뭘 당황하고 있냐!! 아주 근처도 못보내! 아이고 속 터진다!! 사이다 가져 와라 사이다!!
여구독자연합 - 확실히 지퍼를 내려야 편하긴 해요. 안에 비키니도 이쁠텐데 궁금하다.
ㄴ김초롱 - ……왜죠? 안 내려도 편한데…설마! 자.기.과.시!?
ㄴ취호선 - ㅋㅋㅋㅋ아니 여긴 또 왜 화가 났어 ㅋ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은 안타까움을 느꼈고, 이내 생생한 정보를 전달해 줘야 하는 현규가 당황하는 모습에 분노를 터트렸다.
"인공 언니가 가리시는 거 보니깐. 내리면 안 되나 봐요! 여러분! 미안해요!"
"냐."
미영이가 다시 지퍼를 올리자. 인공이는 창가로 이동해 누웠다.
악마2호 - 아이고!! 아이고 속상하다!!!
취호선 - 아니야. 이 정도면 충분하다!
ㄴ수호대 - 무슨 소리야!? 이게 충분하다니!
ㄴ취호선 - 머드 파크에서 놀다보면 답답하고 그러실텐데! 기회는 온다!!
ㄴ피뢰침 - 존버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나가지 않는다!!
시청자들은 절대 나가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역시… 프로'
방송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는 굉장했다.
***
"오빠!! 이거 들어주세요!!"
"알겠어! 너굴맨도 같이 가자!"
"너굴너굴!"
"다른 거 챙길 건 없어요?"
"없어! 나가자!"
튜브와 공을 챙기고, 집을 나와 지하실로 이동했다.
"기분이 이상하네요."
"맞아요. 다른 사람들이 저희 보면 미쳤다. 그러겠죠?"
"바로 앞인데 뭘."
"너굴너굴!"
수영복을 입고, 튜브를 든 넷의 모습은 물놀이를 하러 가는 모습이었다.
"냥."
문제는, 현규네 집은 산 아래 있는 전원주택이었다. 근처에 계곡도 없었고, 물놀이를 즐길 공간이 전혀 없었다.
집이 외진 곳에 있어 아무도 보지 못하는 게 정말 다행이었다.
취호선 - ㅋㅋㅋㅋ맞지 ㅋㅋㅋㅋ 복장은 물놀인데 ㅋㅋㅋ 카메라에 스쳐 지나간 거 봤어? 다들 농사가 한창이여!!
수호대 - ㅋㅋㅋ형 네 완전 시골이야 ㅋㅋㅋ 논, 밭밖에 없음 ㅋㅋㅋㅋㅋㅋ
피뢰침 - ㅋㅋㅋ지하실 가는 게 웃길 줄은 생각도 못 했네 ㅋㅋㅋㅋㅋㅋ
"조금 빨리 움직일까?"
"그게 좋겠어요."
"너굴너굴!"
"네!! 얼른 가요 오빠! 이상하게 창피해요!"
넷은 호다닥 지하실이 있는 집 뒤쪽으로 이동해 곧장 문을 열고 내려갔다.
***
"?!"
지하실에는 멜랑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 안녕!!?"
"?! ?!"
"멜랑이!? 안녕!?"
멜랑이를 본 그녀들은 깜짝 놀랐다.
현규가 보기엔 아직 놀라긴 일렀다.
"?!!"
멜랑이는 그녀들에게 뛰어와 거침없이 포옹했다.
"어! 나도 반가워!!"
"반가워 멜랑아."
그녀들은 자연스럽게 멜랑이와 포옹했다.
취호선 - 멜랑님 여자인 거 확실함? 너무 반가워 하는거 아님? ㅋㅋㅋㅋㅋㅋㅋ
수호대 - 거침없이 안아버리기! 남자면 진짜 상남자 아님? ㅋㅋㅋㅋㅋ
멜랑연합 - 저희는 멜랑님 양성설을 지지합니다! 남녀 모든 시청자를 포용합니다!!
ㄴ피뢰침 - ㅋㅋㅋ미친 ㅋㅋㅋ 묘하게 선진적인 연합이네 ㅋㅋㅋㅋㅋ
남자 시청자들의 부러움이 쏟아졌다.
"인사했으면! 한 번 설명해줘 멜랑아!"
"?!"
현규가 설명을 부탁하자 그녀들에게 포옹한 건 장난이라는 듯 저돌적으로 뛰어와 현규를 끌어안았다.
-퍽!
흡사 숄더 어택이나 다름없었다.
"큽!!"
"?! 뀨웅!"
- 고생했으니. 칭찬해 달라고 하십니다.
"먼저 보고 한꺼번에 모아서 칭찬해 줄게."
"?!!"
멜랑이를 다루는 건 이제는 익숙했다.
취호선 - 캬!! 우리형 ㅋㅋㅋ 요못 님이랑 쏭님한텐 쑥맥이지만, 멜랑님한텐 단호한거 봐라 ㅋㅋㅋㅋ
ㄴ수호대 - ㅋㅋㅋ 엉거주춤 포옹한 거 보면 ㅋㅋㅋ 완전 단호한 것도 아님 ㅋㅋㅋㅋ
여구독자연합 - 오빠 귀여워!
ㄴ김초롱 - 하여간, 진짜 요즘 귀엽다니깐.
ㄴ악마2호 - 우리형이 인기많아지는 특이점이 온닷!!!
우주선 내부의 대부분은 천막으로 가려져 있었다.
"뀨웅!"
- 머드 파크 오픈하겠습니다.
천막이 떨어져 내리고, 머드파크의 모습이 드러났다.
"수영장?"
"큰 목욕탕에 가깝지 않아?"
"그래도! 깔끔하고 이쁘긴 해요!"
높고, 커다란 목욕탕이 우주선 내부에 자리했고, 그 안에는 진흙이 반쯤 차 있었다.
"너무 큰 거 아니야?"
- 현재 우주선 내부의 2/3는 풀장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직사각형의 수영장은 땅속에 있는 게 아니라 벽을 세워 목욕탕처럼 만들었다.
"깊이는?"
- 풀장의 높이는 130cm이며 수심은 70cm입니다.
얼마나 많은 양의 진흙이 들어갔을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무한 증식할 수 있는 멜랑이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멜랑아!! 고생했어!!"
"?!"
"다들 와서 멜랑이 머리를 쓰다듬어 줘!"
"?!??!!!"
멜랑이는 즐거운지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었고, 송희와 미영이는 미소를 짓고 멜랑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자! 그럼, 바로 들어가 볼까?"
"네!!"
"좋아요!"
"너굴너굴!!"
계단을 이용해 머드파크 안으로 들어갔다.
***
-질뻑.
발바닥에 부드럽고 차가운 진흙의 촉감이 느껴졌다. 보기와는 달리 묽은 진흙이었다.
"신기하네."
"그쵸!? 오빠 완전 느낌이 이상해요!"
"진흙이 이런 느낌인지 몰랐어요."
낯선 감각에 셋은 깜짝 놀랐다. 그래도 다행히도 낯설긴 하지만 싫지는 않은 기분이었다.
"너굴너굴!!"
생각보다 깊어서 들어오지 못한 너굴맨은 풀장 위에서 구경하고 있었다.
"오늘의 통제관은 멜랑 님이십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뀨웅!!"
"멜랑아 잘 부탁해!!"
"멜랑이만 믿을게!"
"너굴너굴!"
이제 본격적으로 머드 파크를 즐길 차례였다.
"준비한 거 있으면! 바로 보여줘!"
"뀨웅!"
멜랑이의 대답과 함께 천장에서 기계음이 울렸다.
- 우우웅~!!!
소리에 깜짝 놀라 천장을 쳐다봤고,
"으아아악!!"
"꺄아악!!!"
"시작부터 왜 이렇게 쎄요!!"
하늘에서 진흙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수호대 - ㅋㅋㅋ 나름 구색은 갖췄네. ㅋㅋㅋㅋ
취호선 - 천장에서 진흙 쏟아지는 건 상상도 못 했네 ㅋㅋㅋㅋ
악마2호 - ㅋㅋ 이제보니 풀장 천장만 불룩 튀어나옴 ㅋㅋㅋㅋㅋ
ㄴ탐정연합 - 진흙 맞으면 어떻지? 무겁나? ㅋㅋㅋㅋㅋㅋㅋ
천장에서 한꺼번에 쏟아지는 진흙은 장관이었다. 진흙을 흠뻑 맞은 현규는 미영이와 송희가 괜찮은지 확인했다.
"다들 괜찮… 풉!!"
진흙을 쫄딱 맞은 그녀들은 원래 모습을 알아보기 힘들었다.
"오빠? 아! 쿱!"
현규를 본 송희는 웃음이 터졌고, 미영이는 이미 한쪽에서 소리죽여 웃고 있었다.
취호선 - ㅋㅋㅋ 랜덤박스 ㅋㅋㅋ 외계물건 받아 사용했다고, 외계색이 너무 짙은 거 아님? ㅋㅋㅋ
ㄴ악마2호 - ㅋㅋㅋ왜!? 외계인이 회색이라? ㅋㅋㅋㅋㅋ
ㄴ취호선 - ㅋㅋㅋ미쳤냐 너희? ㅋㅋㅋㅋ
여구독자연합 - 재밌겠다아!!
ㄴ김초롱 - 맞아!!
얼굴의 묻은 진흙을 닦아내고 나서야, 셋은 웃음을 멈출 수 있었다.
"생각 외로 너무 재밌는데요?"
"맞아요! 진흙도 부들부들하고! 촉감도 신기하고! 재밌어요!"
"인정. 내가 기획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어."
보령 머드 축제에 외국인들이 가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진흙이 묻는 순간 같이 노는 사람들과 벽도 없어지고, 굉장히 즐거웠다.
수호대 - ㅋㅋㅋㅋ보령 머드 축제가 괜히 인기 있는 게 아니네 ㅋㅋㅋ 별거 없는데 ㅋㅋ 즐거워 보임.
악마2호 - ㅇㅇ…억텐도 아님. ㅋㅋㅋ 아 재밌겠다!! 올해 보령 머드 축제 간다!!
ㄴPYRO - 보령 머드 축제!? 그런 게 있어?
ㄴ취호선 - 게시판에 축제 정보 올려드림. 나름 유명한 축제야.
시청자들에게도 이 감정이 전해진 것 같았다.
"이제 시작인 거 아시죠!? 멜랑아!! 가자!!"
"뀨우웅!!"
***
다음은 제일 먼저 떠올렸던 파도 풀이었다.
"?!"
- 첫 번째 파도를 준비합니다.
- 안전을 위해 1/3지점까지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멜랑이가 서 있는 곳까지 이동해 자리를 잡았다.
"다들 준비해!!"
"오빠 잡아줘요!!"
"저두요!"
미영이와 송희는 약간 겁먹었는지. 손을 내밀었다.
"얼른 잡아! 파도 온다!"
현규는 그녀들의 손을 꼭 잡았다.
"오빠 긴장했어요?"
"제가 보기엔 긴장해요!"
"아, 아니거든!"
수호대 - ㅋㅋㅋ우리형 특징! 언제나 자신 있어 보이지만, 사실 겁먹음.
ㄴ악마2호 - ㅋㅋㅋ이거 맞지 ㅋㅋㅋㅋ
ㄴ취호선 - 남자는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
- 우우웅.
또다시 낮은 기계음이 들리고.
"?!"
- 첫 번째 파도가 방출됩니다.
진흙이 파도치는 건 신기하고 경이로운 모습이었다.
수심이 70cm밖에 되지 않았는데. 파도가 올라오는 건 100cm 가까이 되어 보였다. 30cm밖에 되지 않지만, 그 차이는 굉장했다.
"파도 너무 커요!!"
"뭐가 이렇게 본격적이에요!!"
"나야 모르지!!!"
불만을 늘어놓기도 전에 파도가 셋을 뒤덮었다.
생각보다 뒤로 많이 밀려났고, 이대로면 벽에
부딪힐 것 같았다.
- 두 번째 파도는 뒤에서 나옵니다.
'두 번째!?'
뒤에서 밀려온 진흙 파도에 휩쓸려 말도 꺼내지 못했다.
크다고 해봐야 풀장일 뿐이었는데 야무지게도 준비를 해놓았다. 그녀들이 당황하지 않게 손을 꼭 잡아주었다.
이내 두 번째 파도까지 지나가고 나자.
셋은 풀장 중앙에서 정신 차렸다.
"다들 괜찮아? 생각보다 파도가 높은데?"
현규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재밌다!! 오빠!! 재밌어요!!"
"오랜만에 스트레스가 다 풀리네요."
그녀들은 현규의 생각보다 훨씬 강했다.
크라나 - ㅋㅋㅋㅋ누가 누굴 걱정해 ㅋㅋㅋ
악마2호 - ㅋㅋ파도에 놀란 건 형 뿐이죠? ㅋㅋ
ㄴ취호선 - ㅋㅋ마!! 이게 걸 크러쉬다! 마!!
ㄴ수호대 - 아!! 진짜 재밌겠네!! 너무 부럽고!!
"다들 어땠어? 진짜 재밌었어?"
걱정되어 다시 물었지만.
"재미있었어요. 거기다 진흙이 피부에도 좋다던데! 피부와 재미를 잡다니! 이건 꿈이나 다름없어요!"
이렇게 상기된 미영이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그래? 쏭은?"
"재밌었어요! 근데 질문 있어요!"
"뭔데?"
"멜랑이가 조종하는데. 기계 소리랑 바닥은 왜 움직이는 거예요?"
"어…?"
악마2호 - ㅋㅋㅋ절대 해서는 안 되는 질문이 나왔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ㄴ취호선 - ㅋㅋㅋ마! 그래서 왜 소리나는데!?
ㄴ설정연합 - ㅋㅋㅋ 영상적 허용이지. 과몰입하는 흑우 없재? ㅋㅋㅋㅋ
ㄴ탐정연합 - ㅋㅋㅋㅋ아 쏭님 개 빵터지네 ㅋㅋㅋ 표정 해맑은거 봐. 저건 진짜 악의 없는 질문이다.
ㄴ수호대 - ㅋㅋ여기 우주선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듯 ㅋㅋㅋㅋㅋ
ㄴ피뢰침 - 갑자기 분위기 싸해지는거임 ㅋㅋ
방송사고나 다름없었지만, 이건 계획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