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 이것은 알몸인가 아닌가.
"너굴너굴."
정중하고, 차분한 목소리. 레서 판다는 겉모습과는 달리. 프로의 느낌이 다분해 보였다.
악마2호 - ㅋㅋㅋ아니 ㅋㅋㅋ 목소리만 프로면 뭐하냐고 ㅋㅋㅋㅋ 꼬옥 붙어있는데ㅋㅋㅋ
너굴연합 - 갓갓…ㅋㅋㅋ목소리랑 하는 행동이랑 이질감 개쩜 ㅋㅋㅋ 자그마한 손으로 붙잡은 거 봐 ㅋㅋㅋㅋㅋ
프로의 느낌은 다분했지만, 뭐가 그렇게 좋은지 레서 판다는 현규의 다리에서 떨어지지 못했다.
안내도 받고, 진행도 해야 하는데 이렇게는 안 될 것 같았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일단, 진행을 위해서 포지션을 변경하겠습니다."
현규는 다리에 붙어있는 레서 판다를 품에 안았다.
"너 - 굴!"
가슴팍에 얼굴을 부비는 레서 판다.
rlaalswo - 너굴맨이시여!! 죄송합니다!! 이 죄인이 새로운 너굴맨에 빠졌습니다!!!
ㄴ너굴연합 - 자비로운 너굴맨 님은! 모두 이해해주실 겁니다!!
ㄴ인공연합 - ㅋㅋㅋ과몰입들 미쳤냐고.
ㄴ여구독자연합 - 귀여운건 사실이에요!! 어머! 어떻해! 어떻해!!>
압도적인 귀여움에 채팅창이 술렁였다.
"이름이 뭐예요?"
"너굴너굴!"
"냥"
- 발음하기 힘든 이름이라고 하십니다. 편하게 부르시면 된답니다.
편하게 부를 이름.
현규의 작명센스가 발동됐다.
"레서맨이라고 할게요."
"구울!"
만족한 것은 레서맨과 현규뿐이었다.
너굴연합 - 너굴맨 님 이름도 그따위로 결정하더니 ㅋㅋㅋ 레서 판다라 레서맨이냐!!
ㄴ취호선 - ㅋㅋㅋ우리형 작명센스가 원래 그렇지 모 ㅋㅋㅋㅋ 멜랑이, 인공이, 꿀꺽이, 너굴맨. ㅋㅋㅋㅋ 여태 봐놓고도 모름? ㅋㅋㅋㅋ
ㄴ크라나 - ㅋㅋㅋㅋ미치겠네 진짜 ㅋㅋ
현규의 작명에 시청자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너굴너굴! 너굴!"
"냐앙."
- 레서맨 님께서 안내해 주신다고 합니다. 안으로 쭉 들어가시면 됩니다.
"오케이!!"
현규는 레서맨을 안고 건물 안쪽으로 향했다. 건물 내부는 외부와는 달리 깔끔하고 모던한 디자인이었다.
설정연합 - 외부만 멜랑이 재질인가?
크라나 - ㅋㅋ건물로 세웠다는건 형태변화가 가능하다는 건데. ㅋㅋㅋ 내부도 가능하지 않겠어? ㅋㅋ
ㄴ설정연합 - 아 맞네ㅋㅋㅋ 자세하게 썰 풀어줘!
ㄴ크라나 - 응. 안돼. 노잼에 정보통제야
시청자들은 건물 내부에 집중하고 있을 때.
"여러분. 이거 심각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스파숍이 어쨌든 목욕도 하고 할 텐데. 알몸이면 방송 못 할 수도 있어요."
현규는 방송을 걱정하고 있었다.
수호대 - 맞네. 알몸이면 안 돼잖아 ㅋㅋㅋ
ㄴ악마2호 - ㅋㅋ특수효과 뿜뿜인데 ㅋㅋ 실시간 모자이크 가능하지 않을까? ㅋㅋㅋ
ㄴ취호선 - ㅋㅋ뭐가 됐든 좀 극혐일 듯ㅋㅋ
ㄴ여구독자연합 - 극혐이라뇨!?
ㄴ악마2호 - ㅋㅋㅋ아오 선생님ㅋㅋ흥분 가라 앉히세요 ㅋㅋㅋ
옷 입고 목욕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너굴? 너굴너굴!"
"냥!"
- 걱정하지 마시랍니다. 특수 복장이 지급된다고 합니다.
"진짜!?"
"너굴!"
다행이었다. 어떤 복장인지는 모르겠지만 알몸보다 나쁜 복장은 없을 것이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첫 번째 목적지에 도착했다. 놀이공원도 이곳이 처음이더니 여기도 똑같았다.
"너굴!"
- 캡슐에 들어가시면 된다고 합니다.
"역시 여기도 이걸로 시작이네."
현규의 눈앞에 캡슐이 있었다.
***
"너굴너굴!"
절대 안 떨어질 것 같던 레서맨이 품에서 내려와 캡슐 앞에 섰다.
"너굴. 너굴너굴."
캡슐을 개방하고, 정중하게 인사하는 게 프로다운 모습이었으나 현규의 눈에는 귀엽기만 했다.
"그냥 들어가면 돼?"
"너굴!"
다행히 옷은 벗지 않아도 괜찮은 것 같았다.
여구독자연합 - 까비…
ㄴ악마2호 - ㅋㅋㅋ미친…
현규는 캡슐에 들어갔다.
"너굴너굴."
"냐앙. 냥!"
그동안, 레서맨과 인공이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레서맨! 나 들어왔어!"
"너굴!"
"냥!"
- 캡슐에 한글을 추가했습니다. 알림에 떠오른 대로 하시면 됩니다. 휴먼.
인공이가 따라온 건 신의 한 수였다.
- 푸슉!
캡슐의 뚜껑이 닫히고 알림이 떠올랐다.
- 환영합니다! 고객님!
- SPA 환경에 맞는 복장과 특수 처리가 진행됩니다. 당황하지 마시고, 안내에 따라주세요.
현규가 고개를 끄덕이자. 발 쪽에서 뭔가 다른 감각이 느껴졌다.
"어!? 이거 뭐야!!!"
캡슐에 액체가 차오르고 있었다.
- 특수 용액입니다. 당황하지 마시고, 기다려 주시길 바랍니다.
"아니! 이걸 어떻게 침착하게 기다려요!! 나 폐호흡이에요!! 아가미 호흡 아니라고!!"
밀폐된 캡슐에 액체로 가득 차면 당연히 호흡할 수 없었다.
악마2호 - 띠용!? 우리형 아가미 호흡 아니였음? ㅋㅋㅋㅋ
ㄴ수호대 - 맞을걸? ㅋㅋㅋ
ㄴ취호선 - ㅋㅋㅋㅋ우리형이 잘못 알고 있네 ㅋㅋㅋㅋㅋ
ㄴ크라나 - ㅋㅋㅋ형. 외계 기술 믿지? ㅋㅋㅋ 형 아가미 호흡이야 ㅋㅋㅋㅋ
그 와중에 채팅은 가관이었다.
"제가 그렇게 멍청한 줄 알아요!? 제가 어!? '나 아가미 호흡이었나? 아이코! 착각했네!'라고 할 줄 알았어요!?"
악마2호 - ㅋㅋㅋㅋ까비. 이게 안 통하네 ㅋㅋㅋ 우리형 생각보다 똑똑한 듯 ㅋㅋㅋㅋ
수호대 - ㅋㅋㅋ그 와중에 이걸 받아준다고? ㅋㅋㅋㅋ 우리형 ㅋㅋㅋ 방송에 미친 게 확실합니다.
방송이라고 생각하는 시청자들은 그저 유쾌하게 보고 있었지만, 막상 경험하고 있는 현규에겐 장난이 아니었다.
어느새 알 수 없는 액체는 목까지 차올랐다.
"으아아악! 이게 뭐예요!! 살려줘요! 숨 못 싶다니깐!!"
-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특수 용액에 몸을 맡겨주시길 바랍니다.
"말이 쉽지!!!"
어떻게 몸을 맡겨야 할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목을 넘어 머리가 잠기고, 현규는 숨을 참았다.
- 몸을 맡기셔야 합니다.
"으읍브읍!!!"
도대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억지로 숨을 참고 있으니 새로운 알림이 나타났다.
- 과도한 긴장으로 인해 정상적인 처리가 불가능합니다. 사용자의 적응을 돕습니다.
이건 도움이 아니었다.
"크르륵!!"
숨을 참고 있는데도 액체가 강제로 입과 코로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 받아들이고, 호흡하시면 됩니다.
극한 상황에서 현규의 본능이 움직였다.
'초대권의 절대적인 보호.'
초대권에 의해 안전은 보장된 상태였다.
필요 이상으로 당황한 게 문제였다.
"흐읍."
액체를 무시하고 호흡했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캡슐에는 액체가 가득 차 있었고, 코와 입으로 액체가 쏟아져 들어왔는데 호흡하는 것이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이거? 어!?"
심지어 말하는데도 문제가 없었다.
악마2호 - 캬!! 이거 뭐임? 신기하네? ㅋㅋㅋ
김호찬 - ㅂㄷㅂㄷ…이건 영상팀을 갈아 넣었네. 액체 부글거리는 거 보임?
ㄴ수호대 - 오오오!! 진짜네 ㅋㅋㅋㅋ 미쳤다!
시청자들이 보기에도 신기한 모양이었다.
"이다음은?"
- 옷을 교체합니다. [관리자님에 의해 삭제된 정보입니다.]를 통해 다른 곳에 옷을 보관합니다.
옷이 사라지는 게 느껴졌다.
"아, 아니!! 잠깐!! 인공아 우리 방송 정지당한다!!!"
"냐앙!!"
"너굴너굴!"
- 캡슐 유리가 불투명 처리됩니다.
간발의 차이로 유리가 불 투명화 되며 대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
여구독자연합 - 까비…오늘 방송 너무 아까운 장면이 많이 나와요!
ㄴ악마2호 - ㅋㅋㅋ선생님!! 정신 차리세요! 극혐 방지 된 거구만!!!
ㄴ김초롱 - 언니! 실눈 뜨고 봐봐!! 보이는 것 같아!!!
ㄴ취호선 - 성희롱 입니다!! 여러분!!! 귓속말로 정보공유하세요 ㅋㅋㅋㅋㅋ
ㄴ너굴짜응 - 오우야. 실눈 뜨니깐 진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우리형 멋져!!
갑작스러운 노출에 채팅창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나이스!! 레서맨 나이스!!!"
"너굴너굴!"
현규의 옷이 사라지고 그다음엔 이곳에서 사용하는 의상이 현규의 몸에 입혀져야 했는데 무언가 이상했다.
"이거 이상한데?"
"너굴. 너굴너굴."
"냥-!"
- 지금부터 설명해 준다고 하십니다.
과연 이 모습이 설명될까 싶었는데.
일단은 설명을 듣기로 했다.
"너굴너굴. 너굴…"
레서맨은 한참이나 설명을 이어갔다.
설명충을 극혐하는데도 이건 설명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꼴은 말도 안 됐다.
"냥!"
- 간단히 설명합니까?
"어. 핵심만 쭉쭉 뽑아서."
인공이의 필터링을 거쳤다.
- 피부에 초 밀착한 이 의복은 피부와 몸속에 얇은 막으로 자리 잡아 미용 및 회복을 돕는다고 합니다.
"의복이라고?"
- 그렇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서 다른 시설을 이용할 때를 위한 최적의 옷이라고 합니다.
"이게 옷이라고?"
2번이나 되물은 이유는 간단했다.
"이건 알몸이지!! 이게 어떻게 옷이야!!!"
- 휴먼. 냉정히 생각해보면 생각이 달라질 겁니다. 신체의 특정 부위가 보입니까?
"그건 아니지만…"
이 옷의 형태가 문제였다.
악마2호 - 뭔대 그래? ㅋㅋㅋㅋ
수호대 - 그러게 뭐길래 그러지?
플로나 - 여기 가본 적있습니다! 복장은 기대하셔도 좋을거예요!!
ㄴ취호선 - 쫄쫄이 같은건가?
ㄴ여구독자연합 - 앗!! 쫄쫄이도 좋겠네요!!
크라나 - ㅋㅋ쫄쫄이? ㅋㅋㅋ 상상이상일거야 ㅋㅋㅋ
차라리 쫄쫄이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굴너굴!"
"냐!"
- 캡슐을 개봉합니다.
"잠, 잠깐만!!!"
캡슐 문이 개방됐다.
"이거 너무 수치스럽습니다!!"
악마2호 - 어!? 미친 ㅋㅋㅋ 나 방송 사고 난줄 알았다…ㅋㅋㅋㅋㅋㅋㅋ
여구독자연합 - 오빠! 나죽어요!! 커흑!!
취호선 - ㅋㅋㅋㅋㅋ이거 방송 가능한 복장이야? ㅋㅋㅋㅋ
ㄴ탐정연합 - 인공님 말대로 ㅋㅋㅋ 노출도 없고 ㅋㅋㅋㅋ 보이는 데도 없는데? ㅋㅋㅋ
ㄴ취호선 - ㅋㅋㅋㅋ미쳤냐고 저게 ㅋㅋㅋ 아니 ㅋㅋㅋㅋ 좀 신기하기도 하고 ㅋㅋㅋㅋ
ㄴ김새롬 - 이거 미국 뮤직비디오에서 본거 같은데. 그 여자 가수가 상의 살색 실리콘 입고 찍은거! 그거 같아!
설정연합 -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설정이고 뭐고 ㅋㅋㅋ 저거 생각한 사람 누구냐! ㅋㅋㅋ 미쳤냐고 진짜ㅋㅋㅋㅋ
랜빡의원 - ㅋㅋ여기가 랜덤박스다 이거야!!!
ㄴ크라나 - ㅋㅋㅋ이거 진짜 좋은 옷인데 ㅋㅋㅋ 지구인들 반응봐라 ㅋㅋㅋㅋ
ㄴ설정연합 - ㅋㅋㅋ 심지어 좋음? ㅋㅋㅋ
ㄴ크라나 - 우리쪽에서도 최신 슈트임. ㅋㅋㅋ
몸의 굴곡은 선명하고 전신이 살색이었다. 그런데도 노출은 전혀 없었다. 중요 부위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아무것도 없었다.
마네킹에 현규 머리를 붙여놓은 것 같았다.
"이게 뭐예요!! 이건 알몸이잖아요!!!"
"너굴?"
"냥!"
- 지금 전신슈트를 입은 거나 다름없는데 왜 그런 반응인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색깔을 바꾸면 차라리 나을 것 같았다.
"색이라도 바꿔 줘!!"
"너굴!"
"냥!"
- 가능하다고 합니다. 색 변화하겠습니다.
그런데 생각하지 못한 게 있었다.
옷은 몸에만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
- 녹색으로 변환합니다.
악마2호 - ㅋㅋㅋㅋ 헐크야? ㅋㅋㅋㅋㅋ 얼굴색까지 변했네 ㅋㅋㅋㅋㅋㅋ
ㄴ취호선 - ㅋㅋㅋ우리형 몸이 좋아서 ㅋㅋㅋ 헐크까진 아니어도 ㅋㅋㅋ 어울리긴 하는데 ㅋㅋㅋ 오크에 가깝지 않음? ㅋㅋㅋ
ㄴ여구독자연합 - 녹색 오빠. 야성적!!
ㄴ랜빡의원 - ㅋㅋㅋㅋ다들 진짜 미쳤냐고ㅋㅋㅋㅋㅋ
ㄴ김민수 - 오우야. 녹색이 뭔가 더 야한 듯? ㅋㅋㅋㅋ미쳤나 진짜 ㅋㅋㅋㅋㅋㅋㅋ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액체가 닿은 부분은 전부 이곳의 옷이 착용 된 상태였다.
얼굴까지 녹색으로 변했다.
"으아아아!!! 이게 뭐야!!!!"
외계에 헐크가 강림했다.
***
"좋아! 얼굴은 두고! 상체, 하체 색깔 나눠줘! 다행히 엉덩이골은 안 나와서 다행이네."
몸의 굴곡은 여전히 선명하지만 얼굴, 상체, 하체의 생기 변하자 기묘하게도 옷을 입은 것 같기도 했다.
"여러분!! 극혐의 시간이 끝났습니다!! 이젠 좀 볼만 하시죠!?"
여구독자연합 - 너무 슬퍼요… 전부 살색이 좋았어요!!
ㄴ취호선 - ㅋㅋㅋ어우 ㅋㅋㅋ 너희들 오늘 너무 무섭다ㅋㅋㅋㅋㅋ
ㄴ수호대 - ㅋㅋㅋ 미쳤냐고 진짜. ㅋㅋㅋㅋ
탐정연합 - 이젠 괜찮음 ㅋㅋㅋ
불순한 채팅도 있었지만, 아까보다는 훨씬 괜찮은 모양이었다.
"들어가자! 레서맨!"
"너굴!"
현규는 레서맨을 안고, 시설들이 있는 공간으로 걸음을 옮겼다.
"냐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