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 귀신에겐 언제나 천적이 존재한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아침인데도 어둑어둑했다. 방송 소재에 어울리는 분위기였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구울."
너굴맨이 현규에 안겨 인사하고,
"안녕하십니까."
촬영하는 인공이는 목소리만 들렸다.
피뢰침 - ㅋㅋㅋㅋㅋ랜하!! ㅋㅋㅋ 오늘 날씨 왜이럼? ㅋㅋㅋㅋ
ㄴ악마2호 - ㅋㅋㅋㅋ랜하!! 랜박에서 인공강우 뿌렸다는 소문이 있음 ㅋㅋㅋㅋ
ㄴ수호대 - ㅋㅋㅋ하이!!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구요 ㅋㅋㅋㅋㅋㅋ
여구독자연합 - 랜하! 오빠. 오늘 분위기 너무 무서워요. 야외에요?
ㄴ김초롱 - 랜하!! 무서워 진짜! 오늘 왜이래
rlaalswo- 너굴너굴!! 너굴맨 님! 야외방송인데 나오셨습니까!?
너굴연합 - 캬!! 너굴너굴!! 우리형 무서워서 ㅋㅋㅋ 인공누님 너굴맨 님 다 불러옴? ㅋㅋㅋ
크라나 - ㅋㅋㅋㅋ랜하!! 가즈아!! 넘모 설레고!
지노스 - 랜하! 오늘은 가치가 큰 방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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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이 기다렸다는 듯 접속했다.
"비가 올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저도 무서워서 해 떠 있을 때 촬영하려고 아침 일찍 출발했는데. 비가 오다니. 망했습니다."
"너굴너굴!"
자신만 믿으라는 듯 너굴맨이 소리쳤지만, 전혀 도움 되지 않았다. 앞으로 있을 일만 걱정되기 시작했다.
피뢰침 - ㅋㅋㅋㅋㅋ 형 진짜 ㅋㅋㅋ 좀 겁먹은거 같은데? ㅋㅋㅋㅋ
ㄴ수호대 - ㅋㅋㅋ사람이면 겁먹지 ㅋㅋㅋ 비오는 날인데 ㅋㅋㅋ 근데 저기 어디야? ㅋㅋㅋ
ㄴ탐정연합 - 일단 주택단지나 도시는 아닌거 같음.
"일단 여기는 어딘지. 왜 이곳에 왔는지 설명부터 해드리겠습니다."
일단, 설명이 먼저였다.
"이곳은 부산에 있는 야산입니다. 인공아 주위 한 번 보여줘."
인공이가 카메라로 주위를 보여주었다. 뒤로는 도시가, 앞으로는 산이 자리했다.
취호선 - 어!? 잠깐! 부산에 산이면!!! 아니. 이건 실제 있던 일이 아닌데!?
악마2호 - 응? 뭔대?
ㄴ취호선 - 장산범. 도시 괴담이야 이거.
ㄴ크라나 - 캬!!! 선택 오졌고!! 센스있다. 센스있어! ㅋㅋㅋㅋ
ㄴ설정연합 - 이게 가능해? 허구의 이야기인데?
ㄴ지노스 - 간단하게 표현하면, 이야기에 업이 쌓이는 것이다. 사람의 죽음 대신 사람들의 이야기가 자리하는 것이지. 이건 진짜 좋은 선택이다.
ㄴ악마2호 - 가짜로 지어낸 이야기에도 업이 쌓인다고? ㅋㅋㅋ 실제 사건은 어떻게 건드려도 문제되니깐 ㅋㅋ 이렇게 빠져나가는 거임? ㅋㅋㅋㅋㅋ
ㄴ탐정연합 - 쉿! ㅋㅋㅋ 우리형의 최선이다.
장산범이란 이야기에 떠들썩해졌다.
시청자들이 기다린 건 실제 사건이겠지만.
그건 여러모로 문제가 많았다.
"실제 사건을 했으면 좋았겠지만 안경의 능력이 워낙 탁월해서 그건 안 될 것 같습니다. 고인을 모독할 수는 없잖아요."
실제 사건은 불가능하다고, 솔직히 말했다.
수호대 - 음…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님.
ㄴ악마2호 - ㅇㅇ…고인능욕하면서 놀 정도로 미친놈들은 아니잖아.
ㄴ크라나 - 캬!! 랜빡이들 이성적이네 ㅋㅋ
ㄴPYRO - 조심스러운 부분을 잘 결정했다고 생각함:)
ㄴ月光 - 이게 좋지! 한국의 도시전설을 알리는 거잖아!
시청자들의 반응도 굉장히 호의적이었다.
"좋습니다! 여러분이 좋은 성원을 보내주시니 다행이네요. 결정하고도, 고민이 많았는데 걱정을 하나 내려놓은 기분입니다."
"너굴!"
시작은 좋았는데. 이게 좋을 수가 없는 콘텐츠였다.
"시청자님들이 추리하신 대로 저희는 괴담을 사냥하러 왔습니다. 사람의 죽음과 업이 합쳐져 사념이 된다면, 반대로 사람들의 이야기에 업이 쌓여 합쳐지면 어떻게 될까요?"
설정연합 - 아! 사람들이 많이 알고, 전파되면 이야기에 업이 쌓인다는 설정인 듯? ㅋㅋㅋ 이거 나름 신박한데? 유튜버가 업이 있는 이유랑 똑같잖아. ㅋㅋㅋㅋ
ㄴ악마2호 - 아아. 이해 되버렸음 ㅋㅋㅋㅋ
ㄴ수호대 - 캬!! 설명충 오랜만에 한 건 했구요.
ㄴ취호선 - ^^ 물론, 설명충 극혐입니다.
설정연합의 도움으로 시청자들을 이해시키는 건 크게 어렵지 않았다.
"문제가 있습니다."
"너굴?"
괴담은 다 좋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설정연합 - ㅇㅇ? 무슨문제?
치명적이고, 무서운 문제.
"이게 업이 무시무시하게 쌓입니다. 그만큼 괴담은 강력하고, 무섭게 변화합니다."
"너굴."
일반적인 사념과 업의 사이즈가 달랐다.
악마2호 - ^^ 좋은 소식 감사합니다. 방송 넘모 기대되고 ㅋㅋㅋㅋㅋㅋ
ㄴ이인자 - 이거지! 랜빡이는 이 맛이지!! ㅋㅋ
어째선지 시청자들은 행복해 보였다.
"그럼, 안경이 어떻게 변했는지 간단히 설명해 드릴게요."
"너굴."
인공이에게 안경을 받아 카메라에 보여줬다.
"달라진 게 느껴지십니까?"
수호대 - ㅋㅋㅋㅋ금속테가 뿔테로 바뀐거?
ㄴ설정연합 - 눈썰미 칭찬해 ㅋㅋㅋ 맞음.
뭐가 변했는지 알아보는 시청자가 있었다.
"맞습니다. 뿔테로 변했습니다. 이게 왜 변했느냐! 업 확인기를 한쪽에 설치해서, 사념과 업을 동시 볼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업과 사념을 같이 본다.
악마2호 - 업도 보이고 사념도 보이는 거야?
현규도 시청자처럼 생각했었다.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요."
"너굴."
업도 보이고 사념도 보이는 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일단, 안경으로 보는 것들을 여러분들도 보실 수 있게 조치했습니다. 제가 안경을 쓰는 순간. 여러분들도 어떻게 변했는지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너굴!"
백번의 설명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
현규는 안경을 썼다.
***
"인공아! 너굴맨에도 시야 공유해줘."
"알겠습니다. 너굴맨 님께 안경을 쓴 효과를 공유하겠습니다."
인공이는 너굴맨에게 현규가 보는 것을 공유해줬다.
"너굴!?"
너굴맨이 깜짝 놀랐고,
악마2호 - 이거 뭐야? 영상 필터가 변한거야?
설정연합 - 미친. 뭘 이렇게 호러분위기를 만들어 놨어.
피뢰침 - 아니. 선생님. 랜빡은 기본적으로 개그채널 아닙니까!? 이거 너무 무섭잖아요!!
시청자들도 놀랐다.
산은 검은 연기에 뒤덮여 뒤틀린 듯 넘실거렸고, 보는 것만으로도 꺼림칙한 기분이 들게 했다.
"업만 볼 때는 물건이나 사람에게 쌓인 업만 보입니다."
업을 볼 때는 사람과 물건이 빛난다.
"사념만 볼 때는 세상에 남은 사념들이 보입니다. 그건 어디에나 있고, 무엇에든지 존재합니다."
사념을 볼 때는 업은 보이지 않고, 끔찍한 악의만이 보인다.
"그런데 이 안경을 업그레이드하니. 묘한 능력이 생겼습니다. 사념이 보이고, 사념 속에 있는 업이 보였죠."
사념과 업이 모두 보이면.
"저 끔찍한 어둠이 보이시죠? 꺼림칙하게 넘실거리는 저 연기."
업은 정말 끔찍하게 보였다.
"저게 이야기에 쌓인 업입니다. 불길하고, 무서운 이야기이기에 맑고 투명한 업이 아닌 저런 끔찍한 게 쌓이게 됩니다."
"너굴너굴!"
그렇다고 무서운 존재는 아니었다.
"다행히도 이것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해를 입히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보지 못하면 해를 입지 않는다.
반대로 말하면 묘한 결과가 나온다.
"만약 볼 수 있다면? 이런 상황이 펼쳐집니다."
"너굴너굴!!"
너굴맨이 당황하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산에 넘실거리던 끔찍한 연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여러분. 당황하지 마세요. 어제 시험해봤습니다. 감각이랑 기분이 엉망이 되긴 하는데. 여러분께 그거까진 전해지지 않으니. 너무 아쉽네요."
"너굴!?"
아쉽다는 말은 진심이었다.
이건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감각이었다.
"노약자나 임산부 어린아이들의 시청을 금지합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연기가 현규를 덮치고, 화면은 현규가 보는 1인칭 시점으로 변했다.
***
"하아, 하아."
이제 시작이었는데 긴장한 모양인지 거친 숨이 흘러나왔다.
끔찍한 어둠 속에서 신경은 날카로워지고 감각은 극한으로 곤두선다.
"흡!"
부드러운 머리카락의 촉감이 느껴졌다.
피뢰침 - 방금 형 숨 들이켤 때. 머리카락 같은 거보이지 않음?
악마2호 - 아 갑분 공포물 극혐인데.
현규는 채팅을 볼 수 없었지만. 시청자들은 현규가 보는 것을 그대로 보고 있었다.
"누가 있어요."
현규의 말과 동시에.
"휴먼. 괜찮으십니까?"
인공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나치게 감정이 실린 목소리.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기동정지. 작동을 중지해."
"휴먼. 사람이 어떻게 기동정지를 해요?"
인공이가 아닌 건 진작 알았는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목소리가 점점 가까이서 들리고 있었다.
"휴먼. 눈을 감아봐요."
무언가가 현규를 유혹했다.
"너 누구야!"
현규가 소리치자.
"히히히히히히."
바로 오른쪽 귀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소스라치게 놀라 고개를 돌려봤지만 얼핏 무언가가 보였을 뿐, 정확히 보지 못했다.
"들켰네?"
이번엔 왼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연기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굴?"
너굴맨이 무슨 일이냐는 듯 현규를 쳐다봤고,
"무슨 일입니까."
인공이도 마찬가지였다.
"어?"
"휴먼. 방송 진행 안 하십니까?"
당황한 현규가 주위를 둘러봤는데 연기를 맞은 그 자리였다.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거 못 할 짓인데."
현규의 얼굴은 어느새 식은땀 범벅이었다.
"여러분. 장산범은 안쪽으로 들어간 거 같습니다. 저희도 따라 들어가 볼게요."
시청자들의 반응을 확인해야 했다.
붓싼싸나이 - 이해할 수가 없네. 형. 여기 아직 비와. 거긴 왜 안 와?)
"네? 부산에 비가…"
현규의 눈이 커지고, 주위를 둘러봤다.
인공이와 너굴맨, 방송 장비까지 그대로였다.
"비가 왔는데. 잠시만요."
현규는 허리를 숙여 바닥을 확인했다. 바닥은 비가 오지 않은 것처럼 바싹 말라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차라리 철수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철수하겠습니다. 방송은 다른 방송으로 메꾸겠습니다! 인공아!"
인공이를 부르며 고개를 들었는데.
"들켰네?"
기괴하게 일그러진 호랑이의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호랑이는 현규의 얼굴을 물었다.
"크아아아악!!!!!!"
말도 안 되는 고통이 느껴지고, 얼굴에서 피가 쏟아지지… 않았다.
이곳은 비가 오지도 않았고, 상처를 입어도 피가 나지 않았다. 어딘가 비정상적이었고, 어딘가 비틀려 있었다.
끔찍한 이질감에 공포와 절망이 떠올랐다.
현규는 눈을 감았다.
"도망치게? 히히! 히히히히!!"
오른쪽. 왼쪽, 위. 아래.
웃음소리가 사방에서 들렸다.
공포, 절망. 부정적인 감정이 계속 올라왔다. 통제되지 않는 감정을 특성을 이용해 찍어눌렀다.
'교만한 나를 원한다.'
공포는 교만에 눌려 사라지고,
'탐욕스러운 나를 원한다.
절망은 끓어오르는 탐욕에 무너졌다.
'장산범 네놈을 죽이겠다.'
분노는 목표를 다잡아 주었다.
"서열정리 들어간다!!"
현규가 기운을 차리고 소리치자.
끔찍한 소리가 왼쪽에서 들렸다.
- 콰직!
소리가 먼저 들리고, 왼팔이 뜯어지는 감각이 뒤늦게 느껴졌다. 끔찍한 고통이 밀려왔지만, 통증은 분노에 의해 덧없이 사라졌다.
"너굴맨!!! 너로 정했다!!"
이건 너굴맨과 사전에 정해둔 암호였다.
너굴맨이 이해하고, 그대로 움직였다.
"너 - 굴!! 너 - 굴!!"
너굴맨의 외침이 비가 오지 않는 이곳을 무너트렸다. 기분 나쁜 검은색 연기가 뿜어져 나오며 세상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너 - 굴!!!"
너굴맨의 다시 한번 포효하자.
"끼잉. 끼잉. 끼잉."
장산범이 낑낑거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최우종 - 그러니깐 공포물을 찍다가, 환상물 잠깐 갔다가, 호러물이 됐는데. 마지막에 포켓몬스터물이 된거야?
ㄴ악마2호 - 글만 보면 미친 소린데. 그게 정확한거 같네? 너굴맨 너로 정했다. 이거 그거지? 피카피카 대신 너굴너굴까지.
ㄴ수호대 - …아 개 몰입하고 있다가, 여기 랜덤박스인거 깜빡했다. ㅋㅋㅋㅋㅋ미쳤냐고 진짜.
빠르게 채팅이 올라왔지만, 현규는 채팅을 보지 못했다. 지금은 여유를 부릴 틈이 없었다.
반지 문신이 그려진 손을 뻗어 장산범의 목을 잡았다.
"크흡!!!"
그러자 산에 넘실거리던 사념들이 장산범의 몸으로 흡수되고, 다시 현규의 손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막대한 검은 연기는 손을 타고, 팔로 올라왔다. 한쪽 어깨까지 검은 연기가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피뢰침 - 저게 크큭. 나의 오른팔에는 흑염룡이 살고 있지 하는 거냐??
ㄴ악마2호 - ㅋㅋㅋㅋㅋㅋㅋ미친 하지 말라고 ㅋㅋㅋ 멋진 마무리 장면인데 ㅋㅋㅋ
팔에 넘실거리던 연기가 이내. 손으로 옮겨가고, 결국 모두 흡수되었다.
이렇게 장산범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자! 끝났습니다?"
현규의 입에서 인공이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휴먼. 방금 어떻게 한 겁니까?"
"내가?"
다시 인공이의 목소리가 현규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설정연합 - ㅋㅋㅋㅋㅋㅋ뭐임? ㅋㅋㅋ 설마 능력도 흡수되는거야? ㅋㅋㅋㅋㅋㅋ
피뢰침 - ㅋㅋㅋㅋㅋㅋㅋ이건 공포인가 개그인가 ㅋㅋㅋㅋ 호러물 하랬더니. 포켓몬스터로 마무리하고, 흑염룡 갔다가 마지막은 성대모사를 한다고?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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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창이 끊임없이 올라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