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 크큭. 내 눈엔 귀신이 보인다.
사념 관측 안경과 최하급 탐지 장치의 합체. 인공이의 힘을 이용하면 지금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라이브 방송 도중에 실험해 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설정연합님들의 조언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었지만, 지금 바로는 불가능한 거 아시죠?"
시청자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일이었다.
우리가 준비되어 있다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설정연합 - ㅋㅋㅋ당연ㅋㅋㅋ 바로 되면 ㅋㅋ 그게 이상한 일이지 ㅋㅋㅋㅋ
ㄴ피뢰침 - ㅋㅋㅋ그럼요. 진짜 우주 물건도 아니고 ㅋㅋㅋㅋㅋ
ㄴ크라나 - ㅋㅋㅋ아! 이게 이렇게 돼 버리네 ㅋㅋ
시청자들도 예상하고 있었다.
"아니! 랜덤박스 유니버스로는 그냥 가능한데 여러분 너무 놀라실 거 같아서, 숨 고를 타이밍 드리는 거예요!!"
설정연합 - 아이고! 알고 있습니다!! 랜덤박스에선 당연히 가능한 일이죠. 충성충성^^7
악마2호 - ㅋㅋㅋ랜빡이들 하여간ㅋㅋㅋㅋ
여기선 끊어가는 게 적절했다.
"좋습니다! 오늘의 방송은 여기까지 하고! 연결하고, 실험해서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오늘의 방송은 여기까지!!"
"너 - 굴!!"
크라나 - 캬!! 실험방송 녹방 해주셈!!
ㄴ설정연합 - 와… 이건 너무 부럽고!!
수호대 - 랜바!! 오늘 방송 알찼다! 개별 개봉도 꿀잼!
그렇게 라이브 방송이 종료되고,
"바로 오프닝 딸게!!"
"너-굴!"
녹화 방송이 연달아 시작됐다.
***
"여러분! 랜하!!"
"너굴너굴!!"
현규와 너굴맨이 인사하고,
크라나 - ㅋㅋㅋㅋ이걸 바로 연달아 시작한다고? ㅋㅋㅋㅋㅋ
지노스 - 아니지. 나쁜 판단이 아니다.
플로나 - 궁금하군요. 사념에 대한 기록은 저희도 별로 없습니다.
휴라타 - 사념. 귀신. 기대. 궁금.
외계인들이 다시 접속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너굴!"
현규는 관측 안경과 탐색 장치를 꺼냈다.
"조합하는 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너굴너굴."
크라나 - ㅋㅋㅋㅋ 나쁠 거 없다니깐. 탐색 장치는 베이스가 되는 기계에 따라 달라지니깐. 진짜 가능성이 없지는 않아보임.
ㄴ지노스- 그렇다.
안경을 베이스로 장치를 부착한다.
합체라고 표현한 건 과장이 아니다.
"아니. 그건 저도 이해했어요. 그게 아니라 사념이 괜찮겠냐는 질문입니다."
"너굴너굴."
합체가 괜찮냐고 물어본 게 아니었다.
장치가 문제가 아닌 사념이 문제였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념이란 개념은 외계에 거의 없지 않아요?"
크라나 - 오!! 어떻게 알았음!?
고민할 필요도 없는 이야기였다.
"업을 가지고 죽었을 때. 감정이나 생각과 결합하면 사념이 되는 거 맞죠? 이건, 업을 통제하기 전에만 일어나는 현상 같아서요."
업이 결부되어 있다면, 업을 화폐처럼 쓰고 있는 외계에서는 보기 힘든 현상일 것이다.
지노스 - 정확하다. 업 시스템을 받아들이기 전에 생기는 현상으로 플로나들의 말처럼 우리에게도 자료가 별로 없다.
플로나 - 예전 자료가 있긴한데, 너무 오래전입니다. 지금 남아있는 건. 이야기 정도입니다.
이건 나쁜 소식이었다. 외계인들도 사념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이거 봐!! 다들 잘 모르면서! 저한테 해 보라고 한 거예요!?"
"너굴!?"
외계인들의 정보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크라나 - ㅋㅋㅋ 그렇긴 한데. 우리야 이야기라도 듣고, 어떻게 다루는지 듣기도 했지. 플로나! 우리형이 우릴 무시한다! 보여줘!!
플로나 - 우리형의 걱정을 해소해드리겠습니다! 사념을 처리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외계인들이 분발하기 시작했다.
"잠시만요. 일단 안경이랑 장치 연결부터 시킬게요. 인공아 부탁해!"
- 시청자분들의 도움을 받아도 된다면, 지노스 분들의 조언을 받아 설치하고 싶습니다.
인공이는 제대로 해 볼 생각인 것 같았다.
"지노스 분들 괜찮아요?"
지노스 - 오히려 환영하고 싶군. 마스터 피스를 만들어주지.
다행히 지노스족이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그럼, 안경은 지노스 분들과 인공이에게 맡길게요."
안경과 장치는 둘에게 맡겼다.
"플로나 님. 이제 이야기 해주세요."
플로나 - 음…이렇게 제대로 할 이야기는 아닌데요 ㅋㅋㅋㅋ 굉장히 짧은 이야기입니다. 전승조차 되지 못하고, 이제는 단편적으로 남은 이야기입니다.
플로나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
플로나 - 제각각의 업이 존재하던 시기. 역사의 저편, <관리자에 의해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라고 불리는 시대의 이야기입니다.
오랜만에 보는 정보 통제였다.
"신경 쓰지 말고 이야기하세요."
플로나 - 땅에 남아있는 사념이 살아있는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굉장히 어렵다고 합니다.
보통 이런 이야기는 '그런데'로 시작한다.
플로나 - 그런데, 너무 많은 업이 남거나, 너무 강한 생각이나 감정이 남으면 문제가 생긴다고 합니다.
역시나 생각대로였다.
플로나 - 그런 문제가 생긴 곳을 처리하던 사람들을 일컬어 '수거자'라고 했습니다.
"수거하는 사람. 말 그대로네요?"
중요한 건 그 방법이었다.
"그래서, 방법이 어떻게 돼요?"
플로나 - 땅에 있는 사념을 수거하여, 문제를 해결했다고 합니다. 사념을 수거하는 그들은 주민들의 기피를 받았다고 합니다.
정작 방법이 나와 있지 않았다.
"어떻게요!? 그게 제일 중요한 건데!"
플로나 - 그건, 기록에 없는데요? 이 이야기도 정말 귀중한 이야기입니다!
ㄴ크라나 - 우리들도 비슷한 이야기는 들어봤어. 우리는 정화자라고 불렀는데.
ㄴ지노스 - 우리 쪽은 그 너머를 연구하는 자들이라 불렸다.
귀중한 이야기치고는 각 종족마다 비슷한 이야기가 전해진 모양이었다.
"정리해볼게요. 방법은 개뿔 알지도 못한다는 거네요?"
플로나 - 캬!! 깔끔한 정리입니다. 적혀있는 게 없으니. 개뿔 알지도 못하는게 맞습니다.
ㄴ크라나 - ㅋㅋㅋ아따 빠른 인정 좋구요! 깔끔하게 인정하니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모르시는 건 어쩔 수 없죠. 그럼 지구에 비교해 보겠습니다."
크라나 - 지구? 그쪽도 비슷한 게 있어?
지노스 - 이건 또 흥미로운 이야기군.
플로나 - 캬!! 좋습니다!!
지구에도 비슷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지구에서는 원한을 가진 채 죽으면, 영혼이 남아서 귀신이 된다고 합니다. 자세히 들어가면 지박령, 처녀 귀신 뭐 많겠지만 그건 생략하겠습니다."
플로나 - 홈페이지에 위키백과 올려주세요!
크라나 - ㅋㅋㅋㅋ 경쟁도서관아님? ㅋㅋㅋ
자세한 이야기는 할 필요 없었다.
외계와 대입하면,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외계의 이야기와 지구의 이야기가 비슷하다는 게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지구에도 처리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플로나 - 수거자가 아직도 있습니까!?
크라나 - 미친! 진짜로!? 아니 있는 게 당연하지!!
지노스 - 이건 생각지도 못한 일이군. 업을 다루는 자들이 있는 건가?
채팅창이 시끌벅적해졌다.
"퇴마사라 불리는 분들이 있습니다. 나라별. 종교별로 퇴마 방법이 다소 다르긴 하지만요."
크라나 - 마를 퇴치한다? ㅋㅋㅋㅋㅋ미친 걸작이네 ㅋㅋㅋ그게 된다고? ㅋㅋ
ㄴ지노스 - 과거의 수거자들 같이. 독자적으로 발전한 방법이라면 거짓은 아닐 것이다.
외계인들의 생각도 긍정적이었다.
"안경이 완성되면, 그분들을 만나보는 게 어떨까요?"
크라나 - 그게 가능해? '수거자'라면 나라에 한 명이 있어도 많은 걸 텐데.
플로나 - 맞습니다! 수거자는 기록에도 다수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야기하면 할수록 어딘가 이상했다.
"흔한데요?"
플로나 - 그건 말이 되지 않는데요.
지노스 - 어떻게!?
크라나 - ㅋㅋ이 샌님들아 뻔하지. ㅋㅋㅋㅋ 사기꾼들이구만!! 사기꾼.
보지도 않고, 사기꾼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진짜요?"
크라나 - ㅋㅋㅋㅋ딱봐도 맞지. 외계나 지구나 생각하는 건 똑같지 ㅋㅋㅋ 우리도 ㅋㅋ 사기꾼 많았다고 들었음.
사기꾼은 생각지도 못한 요소였다.
***
그렇다고,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실험해보면 되지 않을까요?"
크라나 - 그걸 어떻게 실험해? 귀중한 자료라 구할 수가 없을텐데.
외계인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인터넷에 검색하면 되죠!"
플로나 - 아니! 그 정보를 인터넷에 게시해 놓는 다구요!?
크라나 - ㅋㅋㅋㅋ지구 진짜 ㅋㅋㅋ 뭔데 ㅋㅋㅋ 미친거임? ㅋㅋㅋㅋㅋ
지노스 - 업을 모르기에 벌어진 일인 것 같군.
모든 건 인터넷에 있었다.
"인공아! 자료 검색해서 정리해줘! 너무 마이너한 건 빼고!"
- 퇴마 방법 검색 완료. 확인하시겠습니까?
자료는 순식간에 모였다.
"자! 여러분. 같이 확인해 보시죠!"
크라나 - 오오오!! 대박쓰.
지노스 - 귀중한 자료군.
플로나 - 저희쪽 자료와 비교해보겠습니다!
외계인들도 바로 움직였다.
자료를 외계인과 함께 확인하면서, 나름대로 정리가 되기 시작했다.
"동양과 서양으로 나누면 될 것 같죠?"
지노스 - 동양과 서양으로만 분류해도 충분할 것 같다.
나라마다 퇴마 방법은 제각각이었지만 큰 범주에서 보면 동양과 서양으로 분류됐다.
"동양은 귀신의 한을 풀어주는 데 중점을 뒀고, 서양은 귀신을 악마로 보고 부정을 하는 데 중점을 뒀네요."
플로나 - 그 말 그대로입니다!!
동양은 귀신의 한을 풀어주고, 서양은 악마를 신의 이름으로 퇴치한다.
"외계인의 관점으로 보면 어때요?"
지노스 - 굉장히 흥미로운 방법이다. 귀신과 악마를 사념에 대입하면 쉽게 알 수 있다.
ㄴ크라나 - 이해와 부정. 둘로 나눌 수 있겠네. 업을 모르니. 감정과 생각에 집중한거네ㅋㅋㅋ 이거 진짜 재밋는데?
업을 배제하고, 생각과 감정에 집중해. 각 나라대로 수단을 취한 것이다.
"이해와 부정. 신기하네요."
동양은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고.
서양은 신의 이름으로 그 생각을 부정했다.
크라나 - 근데 이거 위험한 방법아니야?
ㄴ지노스 - 확실히. 위험성이 크다.
ㄴ플로나 - 이 정도면 오염도 되겠는데요?
외계인들은 위험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잠깐만요! 위험이요?"
플로나 - 쉽게 생각하세요. 사념에서 생각과 감정을 제거하면, 남은 업은 어디로 가겠습니까?
크라나 - 당연히 ㅋㅋㅋ 수거자에게 가겠지. 지구식으로 말하면 퇴마사. 신부. 뭐 이런 사람들이 업을 흡수하는 거야.
업과 위험. 무슨 연관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데 왜 위험한 거예요?"
크라나 - ㅋㅋㅋㅋ기록에 남아있잖아. 동양 쪽은 실패했을 경우 귀신에 빙의되고, 서양 쪽은 성공해도 제마의식을 하면 할수록 힘들어 진다고.
ㄴ지노스 - 서양의 방법은 정말 치명적이다. 생각과 감정을 아무리 부정한다고 해도 찌꺼기는 남기 마련이고, 그 찌꺼기가 가득한 업을 모두 퇴마사가 흡수하는 것이다.
플로나 - 서양 쪽은 종교인이기에 가능한 일로 보입니다. 숭고한 희생이네요.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었다.
현규가 이해하면 되는 건 결론이다.
"어쨌든 지구에서 사용하는 방법은 불완전하고, 위험하다는 뜻이죠?"
크라나 - ㅋㅋㅋㅋㅋ이걸 요약해 버리네 ㅋㅋㅋ 맞음 ㅋㅋㅋ형은 그것만 이해하면 돼.
지구의 방법은 위험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
안전하게 업과 생각 & 감정을 분리해야 했다.
방법을 생각하다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다.
"저 재밌는 생각이 떠올랐는데요."
크라나 - 오오! 방법 떠오름!?
랜덤박스에서 나왔던 물건들을 생각하다 떠오른 아이디어였다.
"예전에 청소 달인의 앞치마 같은 기술 및 기억저장 물건 있잖아요. 거기다가 사념의 생각과 감정을 쳐넣으면 어때요?"
크라나 - 어!?
지노스 - 사념을 저장장치로 옮겨서 업을 자연스럽게 분리하겠단 생각인가? 가능성이 없진 않을 거 같은데.
가능해 보였다. 차원 상점에서 앞치마 같은 저장장치를 구매해, 사념을 쑤셔 넣으면 생각과 감정은 저장되고 업은 자연스럽게 분리된다.
"이거 괜찮지 않아요? 좀 끔찍한 물건이 태어나긴 하겠지만, 대용량으로 구하면 사념을 분리 기계로 사용가능하지 않겠어요?"
크라나 - ㅋㅋㅋㅋㅋ 분리는 되는 기계니깐 ㅋㅋㅋ 진짜 될 것 같은데?
지노스- 문제는 사념이 모인 그 끔찍한 물건이다. 그건 악마의 물건이나 다름없다.
그렇게 만들어진 물건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그건 그렇겠네요. 지구상의 사념을 때려 모아서 악의 덩어리로 만들면, 저장장치가 반지면 절대 반지 만들어지겠는데요?"
단순한 농담이었는데.
플로나 - 와. 기록삭제 중입니다. 다들 충격에 대비하세요. 저희가 금기를 건드린 것 같습니다.
플로나의 뜻 모를 소리와.
- 관리자님이 권한을 사용하셨습니다.
- 방송이 강제로 종료됩니다.
- 외계 채팅방의 기록이 일부 삭제됩니다.
무시무시한 알림이 떠오르고.
- 관리자님께서 호출하셨습니다. 관리자님의 호출과 함께 채팅창에 새로운 채팅이 올라왔다.
*** - 저런 마귀 같은 생각을 하는 놈이 또있네 ㅋㅋㅋㅋㅋ
*** - <관리자에 의해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닉네임도 없는 사람의 채팅이 올라왔다.
"인공아? 이거 큰일 난 거지?"
현규의 가슴이 먹먹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