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랜덤박스로 유튜브 스타-147화 (147/201)

#147. 신이시여. 이들을 구원하소서.

다시 들어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 사진집을 발간해 달라는 요청입니다.

"예전에 한 번 해 주지 않았어?"

- 그런 사진첩이 아닌. 정식으로 만들어 책으로 내주길 바란다는 요청입니다.

"주여…"

이 사람들이 제정신인지 궁금할 정도였다.

인공연합 - 캬!! 인공누님! 사진집!! 발간해 줘라!!

너굴연합 - 너굴맨님! 인간 버전+너굴 버전 두 개도 우리는 원한다!!

여구독자연합 - 오빠!! 사진집도 원해요!!

ㄴ악마2호 - 이건 ㅋㅋㅋ 사전 조사해서 소규모로 만들라고 ㅋㅋㅋㅋ 안 팔려!!

멜랑연합 - 멜랑 누님도 빼먹으면 안됩니다!!

ㄴ수호대 - ㅋㅋㅋㅋ 촉수&사람 버전 둘다?

ㄴ멜랑연합 - 당근 빠따지!!

농담인지 진심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진심이라고 생각하기엔 너무 어처구니 없었다.

"진짜로 하는 이야기예요?"

피뢰침 - ㅋㅋㅋㅋ이 요청을 이제 들어주는 게 더 신기한데?

인공짜응- 인공 누님!! 수영복 사진 원한다!!

ㄴ멜랑연합 - 멜랑 누님&형님의 촉수 사진과 수영복 사진도 원한다!!

ㄴ수호대 - 이놈들 끌어내!!!

여구독자연합 - 우리 오빠 사진도…

악마2호 - ㅋㅋㅋ아니라니깐. 소규모로 만들어! 우리형이 사진집 출간할 정도는 아니야 ㅋㅋㅋ

제일 열 받는 건 자신의 사진집은 시청자들이 그다지 원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이 랜빡이들아!! 내가 어때서!!"

현규의 외침은,

- 몰라서 묻는 겁니까?

"아니. 알긴 하는데."

인공이 선에서 정리됐다.

피뢰침 - ㅋㅋㅋ우리형 빠른 인정 좋구요

여구독자연합 - 오빠!! 아니에요! 원하는 사람 많아요!! 멋져요!!

ㄴ수호대- 생각해보니, 네가 제일 나쁜거 아님? 우리형한테 희망고문 하지 마!

ㄴ여구독자연합 - ……그런건 아닌데…

ㄴ악마2호 - 아니! 왜 우리 애를 시무룩하게 만들고 그래요!

시청자들은 그 와중에도 현규를 놀리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물어볼게요. 진짜죠?"

인공짜응- 진짜 진심임. 인공누님 사진집 최대 수영복까지 내줬으면 좋겠음.

ㄴ月光- 일본에서만 판매량 엄청날 듯.

ㄴ김초롱 - 노골적으로 솔직한 용망이라니;;;

ㄴ인공덕후 - 마! 이게 인공누님 덕후들이다! 우리 노빠꾸다!

ㄴ멜랑연합 - 우리도 있다! 멜랑님은 남자 수영복을 입을 것인가. 여자 수영복을 입을 것인가!! 이게 안궁금하다고?ㅋㅋㅋㅋ

ㄴ악마2호 - ㅋㅋㅋ진정해. 구독자연합님 올라온다. 선 지켜 ㅋㅋ 수영복은 정신병자들아!!

수영복 사진이란 구체적인 목표.

이것들은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다.

"수영복은 좀 지나치고, 일상 사진이나 컨셉사진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건의사항이 사진집이라는 게 충격적인 거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인공연합 - 캬!! 우리형 멋져부러!!

너굴연합 - 쌍 따봉 날려드립니다.

여구독자연합 - 오빠!! 좋아요!!!

대표 덕후 그룹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기왕 하는 거, 제대로 하겠습니다. 저희가 이걸로 수익을 볼 것도 아니고, 전문 사진기사를 포함한 촬영팀. 제작비용 및 유통비만 포함해서 진짜 원가에 가깝게 판매하겠습니다."

이건 인공이와 드림머신이 있으니 무조건 남는 장사였다. 비용 대부분이 세이브되고 수익이 되어줄 것이다.

- 홈페이지에 예약구매 항목을 만들겠습니다. 예약구매가 진행된 이상. 반드시 출간됩니다.

인공연합 - 캬!! 갓인공누님!

수호대 - ㅋㅋㅋㅋ진짜 랜빡 ㅋㅋㅋ 미쳤네 ㅋㅋㅋ 여기서 바로 결정하고 추진을 해버리네 ㅋㅋㅋ

ㄴ사진빌런 - 진짜 그럼, 아마 판매하면 적자일 걸? ㅋㅋㅋㅋ

ㄴ이인자 - 캬!!! 갓랜박!!!

사진집을 출간하는 대부분은 무지막지한 금액에 판매되거나, 구매할만한 가격은 인건비를 손해 보며 판매하는 게 대다수다.

"와. 1, 2번에서 방심했다가 한 방 맞았네요. 이런 끔찍한 부탁은 여기서 끝이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세 번째 건의사항이 처리됐다.

***

그 이후에도 기상천외한 건의사항들이 쏟아졌다.

- 인공누님의 세계투어 콘서트를 개최해주세요.

"하다 하다 이 랜빡이들이!!"

- 제 결정 권한으로는 처리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세계투어 콘서트, 진짜 시청자들의 생각은 상상을 초월했다. 하지만 이건 꽤 괜찮은 아이디어인 데다가 콘텐츠에도 적합해 보였다.

"2D 버전은 봤으니 인간 버전 콘서트가 보고 싶다는 거야?"

- 인간 버전에만 국한된 게 아닙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 2D 버전을 포함한 콘서트입니다.

이건 안 봐도 뻔했다. 덕후들의 입김이 들어간 건의사항이었다.

인공짜응~ 하?하?. 누님도 좋지만, 제일 좋은 건 2D라능.

ㄴ인공연합 - ㅋㅋㅋ컨샙 과한거 아님? ㅋㅋㅋ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ㅋㅋㅋㅋ

ㄴ김초롱 - 여러분. 현실을 사세요!! 본인이 있는데 2D라뇨!!!

역시나, 채팅창에 '진짜'들이 등장했다.

"그래도 아이디어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요?"

인공연합 - 오오오!! 역시 우리형!! 세계투어 콘서트는 불가능하지만.

"일단 온라인으로 송출해 보는 건 어때요?? 반응이 정말 뜨거워서 세계투어 연락이 오면 못 할 것도 없습니다."

유튜브로 시험해봐도 될 일이었다. 먹혀도 좋고, 먹히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인공이가 뚝딱하고 만들어 낼 영상이었다.

<인공연합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인공연합 - 이걸 받아준다고.!?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만 - 족입니다!!>

"좋아요! 저희도 놀고 있는 그래픽팀 갈구면 되니… 아닙니다. 인공지능이 뚝딱 만들면 되니깐 상관없습니다!"

인공연합 - ㅋㅋㅋ본심 나왔는데 ㅋㅋㅋ 못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악마2호 - ㅋㅋㅋ우리형 ㅋㅋㅋ 요즘 그래픽팀 일 안 한다고 ㅋㅋㅋㅋㅋ

인공이의 세계투어 다음에는.

- 멜랑님의 일상 영상을 보고 싶어요!!

멜랑이의 일상을 요청했다.

"진짜?"

- 진짜입니다.

세상은 넓고 사람의 취향은 독특했다.

"우주에 관한 정보를 제거하면 여러분이 보실 수 있는 건 촉수가 그저 꿈틀거릴 뿐인 영상인데 괜찮아요?"

<멜랑연합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멜랑연합 - 그걸 원하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그걸 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여러분. 저 조금 무서워지려고 하는데요."

멜랑님의우람한 - 응. 아니야. 형 얼굴이 더 무서워.

ㄴ악마2호 - ㅋㅋㅋㅋ닉부터 ㅋㅋㅋ 채팅까지 ㅋㅋㅋㅋ 미쳤냐고 진짜ㅋㅋㅋㅋㅋㅋ

물론. 이런 황당한 요구만 있는 건 아니었다.

- 기부하고 싶으니까 경매 한 번 합시다.

"기부하고 싶은데 왜 경매를 해요?"

기부에 관련된 좋은 건의사항도 있었다.

- 유튜버들에게 판매했던 그림들처럼 새로 그려 랜덤박스 경매를 열자는 요구입니다.

"벌어들인 수익금은 기부하고?"

- 그렇습니다.

경매까지 하면서 시간을 빼는 건 조금 낭비 같았다. 이 건은 다른 것들과 연계하는 게 좋아 보였다.

"그러지 말고, 이런 건 어때요?"

어차피 찍을 사진집이었고 좋은 일에 사용된다면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게 더 좋은 방법이었다.

"제 사진집은 전액 기부하겠습니다. 추가로! 구매하신 분들께는 액자에 출력할 수 있는 그림도 보내드릴게요! 다 똑같은 그림이겠지만, 어차피 연합에서 돈 모아서 경매하실 텐데 이게 낫지 않겠어요?"

안 팔릴 사진집도 팔고, 기부도 하고, 구매한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게다가 컴퓨터로 그리는 그림이니 인공이가 그리면 시간까지 절약된다.

"그림도 최대한 많이 준비해서 선택하실 수 있게 준비해보겠습니다. 어때요? 기부도 하고 그림도 받고 제 사진집도 구매하고! 1석 3조입니다!"

악마2호 - 크흑. 형꺼는 안 사려고 했는데. 이런 미끼라니… 경매가 낫지 않음? ㅋㅋㅋㅋ

ㄴ수호대 - ㅋㅋㅋㅋ 좋은 일이니깐 ㅋㅋㅋ 그림도 얻을 수 있고, 우리집에 마침 라면 받침대도 없음 ㅋㅋㅋㅋㅋㅋ

여구독자연합 - 완전 좋은 방법이에요!!!

탐정연합 - ㅋㅋㅋ이걸 이렇게 팔아먹네 ㅋㅋㅋ 우리형 솔직히 위기감 느꼈다. 인정? ㅋㅋ

ㄴ이인자 - ㅋㅋㅋ인정 ㅋㅋㅋ 이런 식이면 전혀 나쁘지 않아보임 ㅋㅋㅋ 난 찬성.

짓궂게 장난치는 시청자가 있기는 했지만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그럼, 다음 건의사항은 뭐예요!?"

- 마지막 건의사항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건의사항이었다.

***

- 여자친구 있어요?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마지막에? 이건 건의사항도 아니잖아!!"

- 휴먼의 개인정보는 제가 유출할 수 없습니다. 권한 밖의 일입니다.

심지어 건의사항도 아닌 질문이다.

피뢰침 - ㅋㅋㅋㅋ해! 명!해! ㅋㅋ그래서 여자친구가 있는겁니까!? 없는 겁니까!?

ㄴ수호대 - 야. 인간적으로 이거 궁금함?

피뢰침 - 아니ㅋㅋㅋㅋㅋ궁금하진 않는데 ㅋㅋㅋㅋㅋ

여구독자연합 - 오빠!! 전 진지해요!!

ㄴ악마2호 - ㅋㅋㅋㅋ출처 나왔죠? ㅋㅋㅋㅋ

ㄴ인공짜응~ ㅋㅋ아니. 건의사항에 나올 정도면 의외로 형 팬 있는거 아님? ㅋㅋㅋㅋ

ㄴ수호대 - 어!? ㅋㅋㅋ그것도 그렇네?? ㅋㅋㅋ

탐정연합 - 와. 궁금하다!

ㄴ멜랑연합 - ㅋㅋㅋ너무 영혼없는 리액션 아님? ㅋㅋㅋㅋㅋ

남자 시청자들은 건수를 잡았다는 듯 신나 보였고, 아주 소수의 시청자만이 진지하게 답변을 기다렸다.

"이걸 진지하게 답변해야 된다구요?"

마지막까지 어처구니가 없었다. 신종 괴롭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없어요! 꼭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냐! 랜빡이들아!! 없다!! 없어!!!"

절규와 함께 방송이 종료됐다.

피뢰침 - ……미안. 형.

수호대 - 당연히 없다고 생각했는데. 미안해 형.

여구독자연합 - 휴. 안-심.

ㄴ악마2호 - ㅋㅋㅋ너 진짜 끝까지 컨셋.

이인자 - 형! 우리도 없어^_ㅠㅠㅠㅠㅠㅠ

ㄴ김윤석 - ㅠㅠㅠㅠ

ㄴ이종수 - ㅠㅠㅠㅠ

ㄴ김보라 - ㅠㅠㅠㅠ

.

.

.

.

.

마지막 건의사항에 현규도 울고 시청자들도 울었다.

***

"…이제 웬만하면 건의사항 하지 말자. 리스트 정리해줘. 나중에 짚어줄게."

- 알겠습니다. 미안합니다. 휴먼.

인공이가 위로할 정도였다.

"인생 진짜…"

우울함을 떨치는 데에는 일에 집중하는 게 최고였다.

"일단, 처리할 수 있는 일부터 빠르게 정리하자."

- 당장 처리가 가능한 일은 사진집, 콘서트 두 가지입니다.

사진집과 콘서트는 인공이의 일이었다.

"드림머신에 직접 안 들어가도 나인 것처럼 사진 찍는 거 가능하지?"

- 가능합니다.

인공이가 처리할 수 있는 일이었다.

"스튜디오에 꾸민 것처럼 최대한 다양하게 사진 만들어 줘. 아! 수영복은 안 된다!"

- 수위는 적절하게 조절하겠습니다.

"옷은 다양한 컨셉으로 찍어주고."

- 알겠습니다.

나머지는 중간중간 확인하면 될 것 같았다.

"콘서트는 2D 감성 듬뿍 담아서 제작해 주고."

- 알겠습니다.

여기까지는 인공이의 업무였다면.

"다음 방송은 단독 개봉으로 갈게. 이건 공지 좀 해줘. 면접 날짜는 잡았어?"

- 언제든 괜찮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그렇다면 오늘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디야!? 미루지 말고 오늘 끝내자!"

- 전주입니다. 약속을 잡으시겠습니까?

"오케이! 바로 출발할게!!"

기다릴 필요 없었다.

***

다음 날 아침. 현규는 일어나자마자 인공이의 보고를 받았다.

- 어제 만든 사진들 확인하시겠습니까?

"응. 잠도 깰 겸 살펴볼게."

현규의 말에 화면에 사진들이 떠올랐다.

"오우야, 느낌 있는데?"

주문한 대로 다양한 복장과 콘셉트로 사진을 만들었다.

- 일본의 그라비아 사진집과 유명 포토그래퍼들의 화보를 참고했습니다.

"굳 초이스."

컨셉은 일본 사진집. 기술은 유명 포토그래퍼. 컨셉과 기술을 나누어 참고하니 훌륭한 퀄리티의 사진들이 완성됐다.

"수위까지 완벽하네."

다양한 컨셉을 시도하면서 수위는 적절하게 지켰다.

"인공이 너랑 멜랑이는 그대로 가면 될 거 같은데?"

- 알겠습니다.

인공이와 멜랑이의 사진은 완벽했다.

더 손 볼 구석이 없었다.

"너굴맨 것도 훌륭하고."

- 너굴맨님은 모델이 너무 좋으십니다.

"너굴!"

자기의 칭찬을 들은 너굴맨이 거실로 나왔다. 인공이 말대로 모델이 좋아도 너무 좋았다.

"야!!!"

마지막으로 확인한 현규의 사진이 문제였다.

"내 껀 왜 이래!?"

넣지 말라고 했던 수영복 사진이 포함되어 있었다.

- 얼굴이 안되면. 몸으로 승부하는 전략적 판단입니다.

반박 할 수도 없는 팩트가 날아왔다.

"야! 그래도 나 정도면! 정장 입은 사진은 멋있구만!!"

- 19.2% 보정이 들어간 사진입니다. 휴먼은 그렇게 생기지 않았습니다.

소심한 반항은 바로 저지됐다.

거실에 침묵이 흘렀다.

"너굴."

너굴맨이 위로하는 현규의 등을 토닥이고.

"이! 이!"

뭐라고 하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없던 현규는.

"방송 준비나 해!!"

방송 준비를 핑계 삼아 화를 표출했다.

- 개별 상자깡 방송을 준비합니다.

"너굴너굴."

너굴맨은 현규의 등을 계속 토닥여주었다.

아침부터 우울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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