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 랜덤박스 33. 어떻게든 써먹는다.
피뢰침 - 이게 뭐임?? 탐지 장치? 설정연합 - 장치? 탐지기가 아니라?
지구 시청자들의 반응은 양반이었다.
크라나 - ㅋㅋㅋㅋ미친 ㅋㅋㅋ 탐지장치? ㅋㅋㅋ탐지기도 아니고? ㅋㅋㅋ 거기다 최하급이 붙어버리네ㅋㅋㅋㅋㅋㅋ
지노스 - 휴대성이 생겼다고 하기엔 너무 큰 성능 저하군. 이번만큼은 단언할 수 있다. 저건 쓰레기다.
외계 시청자들은 대놓고 비웃었다.
"잠깐만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쓰레기가 뭐예요!"
지노스- 최하급이 붙었다는 건. 탐지 범위가 극단적으로 줄어들었단 소리고, 장치라는 건 다른 탐지기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범위가 줄고 추가 기계가 필요하다.
괜히 쓰레기라고 한 게 아니었다.
"잠시만요. 추가 기계가 필요해요?"
지노스 - 당연한 일이다. 장치가 연결될 기계가 필요하다.
ㄴ악마2호 - ㅋㅋㅋㅋㅋ 미완성품ㅋㅋㅋㅋㅋ
미완성품이 나온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단독으로 사용할 수 없는 물건.
"개똥이잖아요!!"
"너굴!?"
크라나 - ㅋㅋㅋ 개똥! 딱 맞는 말이네 ㅋㅋㅋ
수호대 - ㅋㅋㅋㅋ미친ㅋㅋㅋㅋ 미완성품이 나온다고 ?ㅋㅋㅋㅋ 설정팀 일 안 하냐!!!
이건 라이브고 뭐고 더 진행이 안 된다.
"그럼, 어떻게 해요?"
"너굴?"
현규가 얼빠진 목소리로 질문하니.
지노스 - 그걸 왜 나한테……?
ㄴ악마2호 - 지노스 당황함 ㅋㅋ
ㄴ취호선 - ㅋㅋㅋㅋ틀린 이야기 아니지 ㅋㅋㅋㅋ 그걸 왜 지노스한테 물어봄!! ㅋㅋㅋㅋ
오히려 지노스가 깜짝 놀랐다.
"아오 진짜! 이거! 어떻게든 써먹을 꺼니깐! 다들 기대해요!!"
"너굴너굴."
피뢰침 - ㅋㅋㅋ넵! 불가능한 이야기 잘 들었구요.
인석정 - 네. 장치로 파이팅하세요^^
시청자들의 도발이 이어졌다.
"이!! 두고 보자!!!"
"너 - 어굴!"
3류 악당처럼 방송이 종료됐다.
***
방송이 종료됐지만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인공아 도움!"
- 역시 휴먼은 제가 없으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인공이가 뭐라 하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상자에서 나온 물건이 무용지물 될 판이었다.
"이거 살려야 해!"
- 이해했습니다.
뭘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만족스러운 말투였다.
"이거 어디에 쓰이는 기계야?"
- 보통 소형 우주선에 사용되는 장비입니다.
크기가 큰 이유가 있었다.
우주선에 들어가는 장비들이었다.
"잠깐만! 이거 범위가 줄었다는 뜻은 뭐야?"
- 우주선 기준입니다. 지금은 30m 정도 탐지가 가능할 겁니다.
우주선에 탑재된 장치가 30m라면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핸드폰 크기의 장치가 낼 수 있는 능력으론 나쁘지 않았다.
"나쁘지 않은데?"
- 30m입니다. 아이들 장난감이 내는 성능입니다.
그건 우주의 기준일 뿐이었다.
"지구에서 개인이 구매할 수 있는 금속 탐지기. 탐지 범위가 얼만지 확인해봐."
- 고가품 및 구매가 어려운 상품은 제외하고, 일반적인 상품으로 검색합니다.
지구의 기준으로 보면 나쁘지 않을 것이다.
- 확인 완료했습니다. 1.5m~3m의 성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건 상상도 못 한 수치입니다.
"정밀성도 차이 크게 나지?"
- 그렇습니다. 정밀한 기능은 비교도 되지 않습니다.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장치 금속 탐지기에 연결할 수 있어?"
- 가능은 합니다만, 기계와 장치의 격차로 제 성능은 발휘하지 못할 겁니다.
"가능해!?"
물건을 아예 사용하지 못하게 될 판국에 성능이 떨어지는 것쯤은 상관없었다.
"구매해! 최대한 빨리 받을 수 있게. 퀵을 부르던지 해줘! 시험해 볼 게 있어!"
- 알겠습니다.
성능은 시험해 보면 될 일이고 이제는 컨셉을 잡아야 했다.
"복잡하게 가지 말자!"
- 벌써 정하셨습니까?
"영감이 떠오른다!!! 이렇게 가자! '땅 파 봐라! 100원 한 푼 나오나!' 본격 검증 방송!!"
이럴수록 단순하게 가야 했다.
"요즘 놀이터는 없어졌으니깐 해수욕장은 별로고, 차라리 산으로 갈까?"
- 적당한 지역을 물색해 보겠습니다.
"나머지는 임기응변으로 해결하자!"
- 짐승 같은 감을 믿겠습니다.
어떻게든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두고 보자! 이 시청자놈들!!"
- 휴먼. 보통 '두고 보자'란 말을 하는 쪽이 또 패배하기 마련입니다.
"그건 영화나 소설 속 클리셰고! 현실은 이 갈던 놈이 이기게 돼 있다 이거야!!!"
의욕이 터질 듯이 끓어 올랐다.
***
다음날 오후 1시.
뜬금없는 시간에 라이브가 시작됐다.
"여러분! 랜하!"
"랜하입니다."
오늘은 현규와 너굴맨이 아닌.
현규와 인공이가 방송을 진행했다.
피뢰침 - ㅋㅋㅋㅋ랜하!!! ㅋㅋㅋ 방법 찾음?
인공연합 - 하?!! 인공누님!! 랜하입니다!!
수호대 - 랜하!!! ㅋㅋㅋ 왜 밖이야? ㅋㅋㅋ
크라나 - 랜하! 밖으로 나온거 보니. 사용할 방법 찾음!?!
.
.
.
.
.
시청자들이 빠르게 접속했다.
"예! 오늘 라이브는 야외에서 진행됩니다!!"
취호선 - 진짜!? 찾았구만! 방법 찾았어!!!
인공짜응 - 캬!! 인공님 운동복 버전도 넘나 행복하고!!!
ㄴ수호대 - ㅋㅋ응. 아니야. 각보니깐 인공누님 카메라 담당이야 ㅋㅋㅋㅋ
ㄴ인공짜응 - 이럴수가!!! 저 미모를 카메라 담당에 사용한다고!?
ㄴ수호대 - ㅋㅋㅋ랜빡에선 얄짤없져? ㅋㅋㅋ
오랜만에 야외에서 진행되다 보니. 시청자들이 들뜬 것 같았다.
"그냥 야외도 아니에요! 이곳은 산입니다! 인공아 위치!"
"이곳은 불암산 쪽에 있는 고갯길 능선입니다."
서울과 경기도에 걸쳐있는 곳이었다.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일단 방송이 진행되려면 핸드폰이 터져야 했고, 사람들이 꽤 많이 다닌 길이면서 등산객은 별로 없어야 했습니다."
"조건에 완벽하게 맞는 장소입니다."
방송이 가능하며 사람이 많이 다닌 길.
"여러분! 어렸을 때 다들 한 번씩 들어보셨을 겁니다. 땅 파 봐라! 100원 한 푼 나오나!!"
"진짜 있는 말입니까?"
피뢰침 - ㅋㅋㅋ미친. 나 뭔지 알겠다.
악마2호 - ㅋㅋㅋ나도 알겠다 ㅋㅋㅋ 하다하다 별 짓을 다하네! 형! 구독자 생각해야지 ㅋㅋㅋ 형 탑유튜버야!
수호대 - ㅋㅋㅋㅋ 진짜 어떻게든 써먹으려고 ㅋㅋㅋㅋㅋㅋ
무슨 방송인지 눈치챈 것 같았다.
"여러분의 예상이 맞습니다!!! 인공아! 장비 보여 줘!!"
"Q20이라는 금속 탐지기의 정석이라는 물품입니다. 협찬 아니며 광고 아닙니다."
인공이는 설명하며 금속 탐지기를 꺼냈다.
설정연합 - ……!! 캬!! 기가 막히네. 장치만 있으니깐. 기계는 지구 산으로 대체한 거야? ㅋㅋㅋㅋㅋ
지노스- 지구의 물건이 아무리 좋아도, 필연적으로 성능 저하가 올 수밖에 없다. 성능저하? 그건 문제가 아니었다.
"성능 저하가 오면 어떡하냐고 물으셨는데! 괜찮습니다! 사람이 흘린 동전을 찾기엔 충분하지 않겠어요!?"
"창피하니, 크게 말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지노스 - 그건 맞다. 이것이 발상의 전환인가
ㄴ악마2호 - 아니! 형! 왜 우리 외계시청자 기를 죽이고 그래욧!!
수호대 - ㅋㅋㅋ내가 똑바로 들은거 맞지? ㅋㅋㅋ 랜박에서 나온거 + 금속 탐지기 해서 사람들이 흘린 동전 찾는다고 한거지? ㅋㅋㅋ
ㄴ취호선 - ㅋㅋㅋ아주 확실하게 들으셨네여
ㄴ수호대 - 아니! 이럴 거면 놀이터를 가라고!! 예전에 놀고 오면 맨날 돈 흘렸었는데!
나름대로 그럴싸한 의견이 나왔지만.
"제가 그 생각 못 한지 알아요!? 요즘 모래 놀이터가 어디 있어요! 아재죠!?"
수호대- 아재 아니다!!
ㄴ악마2호 - ㅋㅋㅋ진짜 아재면 애들 때문에 놀이터 모래 없는 거 알죠? ㅋㅋㅋ
역시, 사람이 생각하는 건 비슷했다.
"그럼! 이 금속 탐지기가 어떻게 변했는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물론 설명은 인공이의 몫이다.
"인공아! 부탁해!"
"…간단히 말해서, 금속 탐지기에 랜박에서 나온 장치를 추가로 장착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설명 좋고!"
설명은 인공이가, 추임새는 현규가.
완벽한 분업이었다.
"금속이 아래에 있으면 소리가 나고 디스플레이에 표시가 됩니다. 스포 방지를 위해 디스플레이는 꺼두고 무조건 파보는 거로 하겠습니다."
"오늘의 포인트는 소리 나는 곳은 무조건 파보는 겁니다! 디스플레이로 뭐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지만, 그러지 않겠습니다!!"
현규는 금속 탐지기를 착용하고 외쳤다.
"돈 벌러 출발할까요?"
피뢰침 - ㅋㅋㅋ형 동전 주우러 온거라멸ㅋㅋㅋㅋ
악마2호 - ㅋㅋ진짜 ㅋㅋㅋ 기계 사용할 수 있다고 ㅋㅋ 표정 기고만장해졌네 ㅋㅋㅋ 우리형 왜캐 귀엽누 ㅋㅋㅋㅋㅋ
ㄴ여구독자연합 - 동감! ㅋㅋㅋ 오빠 오늘 귀여워!
인공연합 - 인공님!! 가끔 팬서비스 부탁합니다!!!
시청자들의 뜨거운 성원을 받으며 출발했다.
***
초입에서는 반응이 없었다.
"이거, 초입부터 삐-삐 -! 소리 장난 아닌 줄 알았는데. 이렇게 없을 수가 있네요."
"휴먼. 돈 버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인공짜응~ ㅋㅋㅋ팩트 날카롭구요!!!
반응이 없는 초입은 농담하며 넘어가고, 초입을 지나고 나서야 드디어 새로운 반응이 나타났다.
삐---!! 삐---!!!
날카로운 기계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오!!! 오!!! 처음으로 반응이 있습니다!!"
인공덕후 - ㅋㅋㅋ이게 진짜 된다고? ㅋㅋㅋ
현규만 놀란 게 아니었다. 시청자들도 금속 탐지기 사용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파 볼게요! 인공아!"
현규는 인공이에게 호미를 받아. 살살 땅을 파기 시작했다. 흙 속에서 동그란 덩어리가 나왔다.
"왔---다!!!"
동전이 분명했다.
"역시!! 땅 파면 돈 바로 나오죠!?"
손가락으로 흙을 걷어내자 100원의 모습이 드러났다.
"캬!! 옛날 100원이네요. 예전에 많이 보였는데. 요즘은 별로 없죠?"
1979. 40년 전 만들어진 동전이었다.
"설마! 이 동전 모양 모르는 분은 없으시죠? 사실 희귀하거나 귀한 것도 아니고, 요즘도 종종 보이잖아요."
악마2호 - ㅋㅋㅋ알지ㅋㅋㅋㅋ 요즘 보기 힘든건 ㅇㅈ. 다들 카드 쓰니.
ㄴ수호대 - ㅋㅋㅋ이게 맞다. ㅋㅋㅋ 카드를 쓰니 보기 힘들지.
동전의 특별함보다는 첫 수확의 의미가 컸다.
"오늘 느낌 있습니다! 이대로 쭉쭉 가는 거예요!!"
"휴먼, 첫 끗발이 개 끗발이란 속담이 생각납니다."
"응. 아니야."
인공이의 악담도 기분 좋게 받아넘겼다.
현규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아드레날린이 뿜뿜! 뿜어져 나오는 기분입니다! 쭉쭉 가보겠습니다!"
오늘 느낌이 정말 좋았다.
***
삐---!! 삐---!!!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탐지기에서 소리가 났다.
"첫 끗발이 개 끗발? 웃고 갑니다!"
현규는 자신감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
"자! 이번엔 500원 와라!!"
땅을 파는 손은 거침없었다.
그런데, 동전이 보이지 않았다.
"잠시만요. 이상하네요."
깊게도 파 보고 이미 파 놓을 곳을 뒤져도 봤지만 있는 거라고는 딱딱한 나뭇조각뿐이었다.
"휴먼. 그거 나무 조각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거?"
나뭇조각을 손가락으로 살살 문지르자.
"탄피?"
주우면 안 될 것을 주웠다.
피뢰침 - ㅋㅋㅋ신고해!! 탄피 나왔다고 신고해!!!
악마2호 - ㅋㅋㅋ어느 부대인지 ㅋㅋㅋ 니들 딱 기다려라ㅋㅋㅋ 다뒤졌다.
月光- 산에서 탄피? wwww 한국 엄청난데? ㅋㅋㅋㅋㅋ
명탐정고난 - 잠깐! 저거 5.56미리 탄피 아닌거 같은데?
수호대 - 약간 큰 것 같기도 하고.
시청자들의 말대로 탄피 모양이 조금 컸다.
"인공아. 이거 확인 가능해?"
"무기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합니다."
인공이와 오기로 한 건 신의 한 수였다.
"검색이 완료됐습니다."
"뭐야!? 이거!? 큰일 난 거 아니지?!"
"탄피 뒤에 마크 보이십니까?"
"잘 안 보이는데?"
흙과 먼지 때문에 정확히 보이지 않았다.
"크게 중요한 건 아닙니다. 마크와 탄피의 크기를 확인한 결과. 호주와 영국에서 사용했던 303 탄피입니다."
"사용했던? 303? 호주 영국? 이게 왜 여기 있어."
"1945년 제조된 탄피입니다."
"아…"
6.25의 흔적이었다.
"6, 25 때? 맞아?"
"그렇습니다."
70년이 지난 일이었는데 아직도 남아 있었다.
"혹시 모르니깐. 좌표 찍어 놓고."
"알겠습니다."
"여러분! 저희는 계속 이동하겠습니다!"
피뢰침 - ㅎㄷㄷ…6.25. 탄피가 아직도 남아 있음?
ㄴ수호대 - 70년만에 탄피같은 금속은 안 썩으니깐.
月光- 발밑에 역사가 있었네.
PYRO - 한국전쟁 말하는 거 맞지!?
ㄴ악마2호 - ㅇㅇ…맞음.
취호선 - ㅋㅋㅋㅋ 동전 주우러 와서 ㅋㅋㅋ 이게 뭐야 ㅋㅋㅋㅋ
지금 가장 어이없는 건 현규였다.
"살살 올라가 볼게요!"
고갯길을 올라가는 현규는 두뇌 풀가동 상태였다. 왠지 이 상황을 자연스럽게 연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동전 줍기보다 임팩트 있는 방송이 가능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