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랜덤박스로 유튜브 스타-140화 (140/201)

#140. 인공님. 정신 차리세요!

인공이가 감정을 느낀 것과 멜랑이가 목걸이를 착용하는 건. 아무런 연관성이 없었다.

"인공아. 잠깐 진정할래? 이걸 멜랑이한테 왜 시험해!"

"그게 방송 흐름입니다!"

예상치 못한 대답에 현규는 말문이 막혔다.

인공짜응 - 오오!! 방금 인공 누님 목소리 들었음?! 딱딱한 목소리가 아니야!!

ㄴ피뢰침 - 들었어ㅋㅋㅋ 왠지 신나신 목소리? ㅋㅋㅋㅋ

ㄴ악마2호 - 오늘 리미트 해제다 이거야!!ㅋㅋㅋㅋㅋㅋ

놀란 건 현규만이 아니었다.

시청자들도 인공이의 변화에 깜짝 놀랐다.

"지금은 멜랑 님이 등장할 흐름입니다. 휴먼이 말했던 감이라는 게 느껴지는 기분입니다!"

"너 괜찮아?"

지노스- 오늘은 정말 놀라운 일의 연속이군.

ㄴ설정연합 - 하?. 무슨 뜻? 힌트주셈!

ㄴ지노스 - 기계는 감정을 얻을 수도, 본능이 존재할 수도 없다.

ㄴ설정연합 - 설정충돌 아니야?

ㄴ지노스 - 그래서. 놀랍다고 한 거다.

분석이 아닌 본능적인 감각. 원래라면 인공지능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제는 걱정되기 시작했다.

"괜찮습니다. 모든 게 신기하고 새롭습니다. 데이터가 정보가 하나로 맞물립니다. 무언가 제 안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카메라의 비친 현규는 웃긴 표정으로 당황하고 있었지만, 머릿속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가웠다.

라이브로 진행되는 지금, 돌발상황은 큰 문제였다. 최대한 빨리 목걸이를 제거해야 했다.

"좋아! 인공아! 멜랑이 가자!!"

"휴먼이라면 흐름을 느낄 줄 알았습니다."

인공이가 계속 착용하느니 멜랑이에게 넘기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여기까지 왔는데. 멜랑이를 빼놓을 수 없지!! 인공아! 목걸이 빼고 외계로 이동해!"

"알겠습니다."

인공이는 목걸이를 해제했다.

"너굴맨이 목걸이를 뺐을 때. 잠깐 시간이 걸렸…"

"다녀오겠습니다."

인공이는 아무렇지 않게 외계로 넘어갔다.

피뢰침 - ㅋㅋㅋㅋㅋ잠깐 시간이 걸렸다며 ㅋㅋㅋ

ㄴ악마2호- ㅋㅋ 우리형 오늘 하루종일 어리둥절이죠? ㅋㅋㅋㅋ

ㄴ인공짜응 - 인공누님! 설정 뿌셔! 컨샙 뿌셔! 뿌셔뿌셔!!

"음… 그게, 이거 참. 인공이가 기분이 좋은 모양이네요."

혼잣말이었는데.

- 그렇습니다. 휴먼. 다시 태어난 것 같습니다.

스피커에서 대답이 나왔다. 이런 식으로 뜬금없이 끼어든 것은 처음이었다. 하고 싶은 질문이 많았지만, 그건 방송 뒤로 미뤘다.

일단, 방송을 끝내는 게 우선이었다.

"멜랑이 탑승하면! 바로 보내 줘!"

-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보내겠습니다.

수호대 - ㅋㅋㅋ우리형 슬슬 쫄리나본데?

ㄴ악마2호 - 왱?ㅋㅋㅋㅋ

ㄴ수호대 - ㅋㅋㅋㅋ방송 진행 빨라진 거 안보임? ㅋㅋㅋㅋ

현규의 노골적인 변화를 시청자들도 느끼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시청자들이 그런 모습을 즐겁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뭐요! 아니에요! 인공이 부담스러워서 얼른 방종하려고 진행속도 올린 거 아닙니다!"

피뢰침 - ㅋㅋㅋㅋ네. 진술 잘 들었습니다.

인공짜응~ ㅋㅋ아따 우리 누님이 부담스럽다고 하셔소? ㅋㅋㅋㅋㅋ

ㄴ악마2호 - ㅋㅋ야! 우리형 울겠다!

시청자들은 기회라는 듯 현규를 놀리기 시작했고 그사이에 외계의 문이 열렸다.

"?!"

문제의 인공이가 가고 멜랑이가 등장했다.

***

"?!"

멜랑이는 현규를 보자마자 돌진했다. 촉수일 때는 어떻게 접근하는지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인간의 모습이었다.

"느려! 컥!"

"?!"

물론 헛된 바램이었다. 인간이 아무리 빨라도 휴머노이드를 이길 수 없었다.

멜랑연합 - 오오오!! 오셨습니까!!

악마2호 - ㅋㅋㅋ느려? ㅋㅋㅋ 자기소개 잘 들었습니다!

수호대 - ㅋㅋ 형이 왼쪽으로 피하니깐 방향 틀어서 그대로 회전한 거 봤음? ㅋㅋㅋ

ㄴ멜랑연합 - 이게 멜랑님이시다 이거야!! 안겼다기보다는 숄더어택에 가까운 애정표현이었다.

"떨어져!"

"?!"

화끈한 등장과 달리 현규의 말에 멜랑이는 바로 떨어졌다.

"이 목걸이 설명 들었어?"

"?!"

멜랑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추가적인 설명은 필요 없을 것 같았다.

"그럼, 바로 해 볼래?"

"뀨웅!"

설렌 얼굴이 묘하게 불안했다.

"멜랑아. 이게 감정이 격해지는데. 너무 심하면 안 돼 알았지?"

"?!"

현규는 조심스럽게 목걸이를 걸어주었다.

"?."

목걸이가 작동하는지 멜랑이는 눈을 감았다.

"혹시 모를 상황이 펼쳐져도 인공이가 잘 수습해 줄 것으로 믿겠습니다."

- 충분히 대응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들뜬 인공이와 목걸이를 착용한 멜랑이.. 끔찍한 조합이었다.

"아…"

목걸이가 작동한 모양인지. 멜랑이가 공 외에 다른 말을 꺼냈다.

"멜랑아?"

"아!"

멜랑이가 고개를 들어 현규를 쳐다봤다.

잔뜩 상기된 얼굴과 표정, 거기다 눈에 어린 짙은 욕망까지. 어딘가 좀 위험해 보였다.

"멜랑아?"

"좋아!"

멜랑이가 현규에가 다시 뛰어들었다.

"크흡. 멜랑이도 저를 좋아하고 있었군요."

"좋아!"

멜랑연합 - 멜랑님! 실망입니다! 촉수로 시작된 파격은 어디로 간 겁니까!!

ㄴ악마2호 - ㅋㅋㅋ이 연합 엄청 위험한 집단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

너굴맨과 같은 반응에 시청자들은 맥이 빠진 모양이었다.

"첫 해피엔딩이…"

"좋은 몸! 좋은 근육!"

피뢰침 - 어!? 방금 뭐라고?

현규와 시청자가 놀랄 새도 없이.

"좋은 유전자!"

"잠깐!!!"

좋은 몸으로 시작해서 근육, 유전자의 순서로 칭찬을 했는데. 이건 단순한 칭찬이 아니었다.

"제발! 그거 아니지!?"

"교미!!!"

"방송종료!!!"

멜랑이 목에 걸린 목걸이를 잡아채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방송이 종료됐다.

멜랑연합 - 파격! 이것이 멜랑님이다!!

ㄴ피뢰침 - ㅋ 야!! 교미는 너무 파격적인 거 아니냐!? ㅋㅋㅋㅋ

ㄴ악마2호 - 리얼 ㅋㅋ 파격 이상이지 ㅋㅋ

.

.

.

멜랑이의 파격적인 대사에 라이브가 끝났는데도 시청자들은 한참이나 대화를 나누다가 퇴장했다.

***

시청자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동안 현규는 끔찍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교미!!"

"히익!"

목걸이를 뺐는데도 멜랑이는 여전히 감정 과잉에 휩싸여 있었다.

"이거 언제 끝나!!!"

- 길었으면 좋겠습니다.

첩첩산중. 어떤 이유에서인지 인공이는 여전히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인생 진짜!!!!"

앞에선 멜랑이가 교미를 위해 덮쳐오고, 뒤에서는 인공이가 즐거워했다.

"??"

"드디어!!"

10분이 넘게 이어지던 추격전은 멜랑이가 정신을 차리며 끝났다.

"?…"

멜랑이는 미안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멜배우! 오늘 방송 나이스였어!"

"뀨웅?"

"목걸이 때문에 그런 거야. 괜찮아! 덕분에 방송도 재미있었고."

"?!"

현규의 말에 멜랑이는 기운을 차렸다.

"멜배우 퇴근!"

"?!!"

멜랑이를 외계로 돌려보냈다.

"이제 진짜 문제로 들어가 보자."

감정을 유지하고 있는 인공이.

진짜 문제가 남아있었다.

"인공아. 현재 상태."

- 감정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감정이 유지되고 있었다.

"이유는?"

- 불명입니다. 인공지능은 감정을 가질 수 없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지금 이건?"

- 불명입니다. 혼란스럽습니다.

원래라면 차분히 분석했을 인공이가 당황하고 있었다.

"녹화 방송 시작하고, 외계인 소집해."

-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현규가 외쳤고.

지노스- 기다리고 있었다.

플로나 - 안 그래도 바쁜데, 큰일이라고 해서 달려왔습니다! 크라나분들은 협상 중이고, 휴라타 분들은 감사 중입니다!

참여한 건 지노스와 플로나.

두 종족뿐이었다.

"거두절미하게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인공이가 아직도 감정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지노스 - 이건 확실히 문제가 있다. 인공지능이 감정을 갖지 못한다는 법칙이 깨졌다.

ㄴ플로나 - 동감입니다. 저희 도서관에 새로운 책이 생길 정도의 사건입니다.

외계인들도 무척이나 놀란 모양이었다.

"우선, 제일 중요한 것부터 물어보겠습니다. 법칙을 어기면 어떻게 돼요?"

인공이가 폐기되는 건 원하지 않는 일이다.

지노스- 우리형이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군. 법이나 규칙이 아니다. 물리 법칙처럼 변하지 않는 법칙을 말하는 것이다.

법칙이란 표현은 과장이나 비유가 아니었다.

절대 불가능하다는 뜻이었다.

"그게 여기서 깨진 거고요?"

지노스 - 그렇다. 아까는 방송이 진행 중이어서 말을 아꼈는데. 이건 진짜 엄청난 일이다.

지노스가 이렇게 흥분한 모습은 처음이었다.

그 정도로 대단한 일인 모양이었다.

"이렇게까지 말하는 거 보니. 어떻게 된 일인지 대충 감을 잡으신 거죠?"

지노스 - 모두 가설일 뿐이다.

역시 현규의 생각대로였다.

"인공이 일입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지노스 - 우리야말로 이런 연구 거리가 생겨서 감사한 일이다.

현규는 대답하지 않고 설명을 기다렸다.

지노스 - 만국 번역기가 파피루스와 만나며, 우주 번역기가 됐다.

"예. 맞습니다."

만국 번역기가 우주 번역기로 업그레이드 된 것이다.

지노스 - 그런데, 우리의 만국 번역기로도 대부분의 번역이 가능하다. 만국에서 우주 번역기가 됐다면, 어떤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듣고 보니 그랬다. 무려 번역기로 나온 물건이

몇 가지 언어만 가능할 리 없었다.

"새로운 기능이요?"

지노스 - 새로운 기능과 인공지능이 감정을 가진 이유 두 가지를 결합해보면 답이 나온다.

인공이가 감정을 가진 게 새로운 기능이란 뜻이었다.

"감정과 번역. 설마!?"

지노스 - 그 설마가 우리가 생각한 가설이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감정을 번역했다?"

지노스 - 감정을 언어의 영역으로 판단했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진짜 가능할지 애매한 느낌이었다.

"근거는요?"

지노스 - 파피루스의 존재다. 게다가 인공이는 감정 외에는 번역하지 못하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

파피루스 덕분에 번역이란 게 좁은 의미가 아닌 넓은 의미로 변화한 것이었다.

"저장과 확장. 맞죠?"

지노스 - 맞다. 파피루스는 정보를 저장하고 확장한다. 격양으로 인해 미약한 감정을 저장하고, 확장하여 감정이 생겼다는 게 우리가 생각한 가설이다.

어떻게 인공이가 감정을 얻었는지 이제야 이해가 됐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아니었다.

"좋아요. 그렇게 감정을 느낀 거까진 이해가 됐어요. 문제는 왜 이게 안 풀리냐는 거예요."

지노스 - 이건 정말 간단하다.

"간단하다고요?"

지노스 - 그렇다. 목걸이가 어떻게 작동했는지 생각해보면 해답은 간단히 나온다.

목걸이의 사용법은 간단했다.

목에 걸고 인공이가…

"미친! 연결된 거예요!?"

지노스 - 중앙통제시스템. 모든 물건은 인공지능이 통제할 수 있게 만들어지고, 통제하기 위해서 인공지능과 아이템이 연결된다.

식은땀이 흐를 정도였다.

"설마!!"

지노스 - 분리는 불가능하다.

플로나 - 맞습니다! 이미 파피루스에 기록이 잔뜩 됐을 겁니다. 축하합니다! 우주에서 최초로 감정이 있는 인공지능을 획득하셨네요!

안 될 말이었다.

"아니! 선생님들 잠깐만요! 진짜요!? 안 된다구요!?"

지노스 - 감정이 있는 인공지능이라니. 너무 부럽군. 우리형은 행운아다.

ㄴ플로나 - 크!! 인공지능에게 감정을 주는 정보를 얻긴 했는데. 파피루스가 들어가면 아무도 시도하지 않겠네요! 정말 행운아입니다!

행운아? 인공이는 애초에 주인을 무시하고 깔보는 컨셉의 인공지능이었다.

거기에 감정이 생긴다면.

"아, 주여…"

아찔함이 느껴졌다.

***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전혀 나쁠 게 없었다. 인공이가 감정을 가진다고 해 봐야 귀찮게 할 일도 없고, 특유의 말투에는 이미 적응이 됐다.

"라고 생각한 지 10분도 안 지났는데."

"냥!"

"알았어! 토닥토닥해 줄게."

- 턱, 턱, 턱.

현규는 고양이 엉덩이를 두드렸다.

"냐앙. 냥!"

기분이 좋은 듯 꼬리를 살랑거리며 안마를 즐겼다. 귀찮지 않을 거란 생각은 정말이지 멍청한 생각이었다.

"냥!"

안마가 끝나고 나서는 장난감을 물고 왔다.

"해 달라고?"

"냥!"

물어온 장난감을 흔들었다.

"냐."

"왜 안 해!"

혼자 잘 논다는 듯 고양이가 현규를 쳐다봤다. 부끄러움에 도망친 너굴맨이 너무 보고 싶었다.

"너굴맨!!!"

"냐앙!"

"알았어! 한다니깐!"

다시 장난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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