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 그게 뭐야. 무서워.
믿고 있는 사람에게도 등 뒤를 맡기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모르는 사람이 등 뒤에 올라타 있기까지 하다면?
상상도 못 할 끔찍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거 진짜 기분이 너무 이상하다니깐!!"
"?!"
고개를 돌려 시야를 확보할 수도 없다. 게다가 상의를 벗어 맞닿은 피부 덕분에 온몸에 소름이 끼치는 기분이었다.
"힘은 또 왜 이렇게 좋아!!"
"꿍꿍꿍."
"웃어!? 이 상황이 웃겨!?"
피뢰침 -ㅋㅋㅋㅋ응! 개웃겨 형!
악마2호-완전 꿀잼이고!! ㅋㅋㅋㅋㅋㅋ
김초롱-이 구도 너무 좋은데요!! 꺅!!
ㄴ수호대-선생님 진정하세요. 지금 웃을 타이밍입니다. 이 방송 그렇게 보는거 아니에요!!
ㄴ김초롱 -망상 풀가동!!
ㄴ수호대 - 허…무섭다!! 무서워!!
지금 웃지 못하는 건 현규뿐이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만 말해 줘!!"
완전히 제압된 현규는 선택권이 없었다.
그렇지만 적어도 어떻게 된 일인진 알아야 했다.
"뀨웅."
-멜배우 님께서 이 시간을 기다렸다고 하십니다.
전혀 다른 소리를 했지만, 몰려오는 고통과 누군가 올라타 있다는 끔찍한 감정이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게 했다.
"관리자님!?"
- 역시, 극한 상황에서는 두뇌가 활성화되는 모양입니다.
지노스- 흥미로운 연구군.
ㄴ 악마2호-아니야!! 그거 아니야!!
수호대-ㅋㅋㅋㅋㅋ미쳤다 진짜. ㅋㅋㅋ 인공님 감정 없는데. 왜 감정이 느껴짐? ㅋㅋㅋㅋ
ㄴ 인공짜응 ㅋㅋㅋㅋ 오져버렸음.
안마의 고통보다 인공이의 느긋한 대답이 더 열 받았다.
"맞아!? 아니, 아악!?!"
인공이와 문답을 하는 동안에도 특급 안마 서비스는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뀨웅."
제압되어 느껴지는 굴욕적인 감정.
안마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고통.
고통 뒤 찾아오는 묘한 시원함.
굴욕적이며 고통스럽고 시원한 안마라니.
여긴 지옥이었다.
-맞습니다. 관리자님께서 서비스로 주신 권한입니다.
"설마! 아아악!!?"
인공이의 대답에 현규의 표정이 변했다.
피뢰침 -ㅋㅋㅋ 이제야 눈치챘죠? ㅋㅋㅋ
악마2호- ㅋㅋ 초면부터 화끈하네 ㅋㅋㅋㅋ
김초롱-오늘 방송 너무 좋고!!
ㄴ 김보람-관리자님 진짜 너무 멋지신 분이야!
ㄴ크라나 흠…그건 동의.
ㄴ수호대 ㅋㅋㅋㅋ진짜 ㅋㅋㅋ 오늘 외계인들 ㅋㅋㅋ 드립력 미쳤네 ㅋㅋㅋㅋ
"아아악!!!"
"?!"
-본격적으로 안마에 들어간다고 하십니다. 마지막으로 긴장을 풀라는 제안입니다.
"마, 마지막!? 알았어! 풀게! 풉니다! 기다려 주세요!!"
대답은 했지만, 갑자기 긴장이 풀릴 리 없었다.
"아니! 긴장이 바로 풀리면 사람이냐!! 짐승이지!!"
"?!"
-휴먼. 근육의 긴장이 풀리고 있답니다.
"어!? 진짜!?"
넥타르의 효능인지 극한의 위험이 닥치자 발동된 생존본능인지는 모르겠지만 근육이 점점 이완됐다.
-역시, 짐승입니다.
"아니지!! 이건 내가 마인드컨트롤을 잘한… 아아악!!! 풀렸다며!!"
"?!"
-풀리고 있는 중과 풀린 것은 다릅니다.
피뢰침 - ㅋㅋㅋㅋ이건 가지고 놀고 있는거지? ㅋㅋㅋ
ㄴ수호대 -ㅋㅋㅋ 당연하지 ㅋㅋㅋ 형 빼고 다 알고 있을걸 ㅋㅋㅋㅋ
악마2호-ㅋㅋㅋㅋ 이젠 몰래 카메라도 아닌데 ㅋㅋ
우리형은 왜 아직도 몰래 카메라 상태인가 ㅋㅋㅋ
채팅창을 보지 못하는 게 다행이었다.
"규웅."
- 이제 시원할 거라고 하십니다. 특수기능을 발동합니다.
"특수기능?"
"뀨으으으!"
따듯하고, 미끈거리는 감촉이 느껴졌다.
"우와와앗!!! 뭐야 이거!! 이 미끈거리는 거 뭐야!! 왜 똥 싸는 소리를 내!! 뭔 짓이야!!"
- 피부가 상하지 않게 바르는 마사지 오일의 한 종류입니다.
"아니!! 지금 누가 봐도 몸에서 꺼낸 거 구만!! 왜 딴소리야!!"
뭐하나 믿음직스러운 게 없었다.
피뢰침 -ㅋㅋㅋㅋ미친 ㅋㅋㅋㅋ저기서 왜 나와!? ㅋㅋㅋㅋㅋㅋ
취호선 -ㅋㅋ 역시! 이래야 랜박이지!!
김초롱 - 어머어머… 안마가 원래 이런거야?
ㄴ악마2호 - 선생님!!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으신 겁니까!!
ㄴ 김초롱 - 헤헤…
채팅창은 다른 의미로 난리가 났다.
"뀨웅!"
"제발! 입에서 나온 건 아니지!? 아니라고 해줘!!"
-입은 아닙니다.
처음으로 좋은 소식이었다.
피뢰침 -ㅋㅋㅋ 차라리 입이 낫지 ㅋㅋㅋ 저건 진짜 신기하네 ㅋㅋㅋ
ㄴ수호대 -ㅋㅋㅋ아니 무슨 소리임 ㅋㅋㅋ 입에서 나오는 게 더 에바지.
입이 아니었다.
손가락 끝에서 스며 나오고 있었다.
"기분 나쁘게 기분이 좋잖아!!"
"뀨웅!"
근육이 이완되고 오일까지 곁들여지자, 언제 고통스러웠냐는 듯 시원하고 기분이 좋아졌다.
문제는 찝찝하게 기분 좋았다.
"아으! 시원해!!"
"?!"
점액이 끈적이는 소리와 현규의 거친 숨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피뢰침 -ㅋㅋㅋㅋ 오늘 극혐이네 진짜.
ㄴ악마2호 인정이요! ㅋㅋ 안마하는 멜누님 안계셨으면 탈주했다.
ㄴ수호대 듣다보니. 우리형 숨소리도 괜찮은 듯.
ㄴ 피뢰침 ㅋㅋㅋ아 선생님.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ㄴ 김초롱……좋은데?
ㄴ김보람 그치?? ㅋㅋㅋㅋㅋ
ㄴ여구독자연합 -오늘 힐링 영상이네요^^
ㄴ악마2호-아 여기 진짜 무섭다 무서워.
***
안마가 끝나고 멜랑이가 내려오고 나서야 현규는 멜랑이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음..."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
- 휴먼 왜 그러십니까?
인공이가 먼저 질문했다.
"쓸데없는 질문인 거 아는데. 멜랑이 남자? 여자?"
피뢰침 -ㅋㅋㅋㅋㅋㅋ 화내나 했더니 ㅋㅋㅋ 그거 고민한 거야? ㅋㅋㅋㅋㅋ
수호대 -ㅋㅋㅋ아니지 ㅋㅋㅋ 저게 궁금하긴 하지.
ㅋㅋㅋㅋㅋㅋ
악마2호-ㅋㅋㅋ우리가 괜히 토론한 게 아니라니까 표정과는 달리 멍청한 질문이었다.
- 양성입니다.
"양성?"
-그렇습니다. 멜랑이는 원래 양성입니다.
"아 그래서?"
"뀨웅?"
피뢰침 -뭐가 그래서야?!
ㄴ탐정연합-ㅋㅋㅋ그러게. 뭐가 있나?
<악마2호 님이 10, 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악마2호 -채팅창 개방해주세요!!>
현규의 묘한 말에 후원이 도착했다.
-채팅창을 개방합니다.
"오오!! 여러분 랜하!!"
악마2호 -랜하! 형 무슨 소리야!? 왜왜! 왜 성별 물어본거야!?
채팅창에 제일 먼저 질문이 올라왔다.
"별거 아니에요. 그냥 감의 일종이라."
수호대-오오오!! 인공님 피셜 공식 짐승!! !
ㄴ악마2호-그건 맞지! ㅋㅋㅋㅋㅋ
탐정연합-형의 후기!! 말해주세요!!
무수한 요청이 쏟아졌다.
"여자분이면 신경이 곤두서는 느낌이고, 남자분이면 경계되는 느낌이에요. 비슷한데 조금 다릅니다. 실제 곤두서거나 경계하는 건 아닌데. 감각을 설명하려니 어렵네요."
현규는 설명을 이어갔다.
"멜랑이에게선 두 가지 느낌이 전부 듭니다. 신경이 곤두서고, 경계까지 되는 뭐랄까 혼란스러운 느낌이에요. 그래서 아까 더 당황한 거구요."
피뢰침 -ㅋㅋㅋㅋ 양성이 다 느껴진다? ㅋㅋㅋ
말 그대로 둘 다 느껴졌다.
"굳이 따지자면 남자의 느낌이 미세하게 더 강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쓸데없는 이야기를 길게도 했네요."
수호대-ㅋㅋㅋㅋ알긴 아는거야? ㅋㅋㅋㅋ
악마2호-ㅋㅋㅋ 확실한 건 없다는 소리네 ㅋㅋㅋㅋㅋ
ㄴ김초롱 -아니야! 남자가 더 강한 것 같다고 했잖아! 남자 맞다니깐!
ㄴ악마2호-ㅋㅋㅋㅋ 아닌 것 같기도 하다잖아! 여자 라니깐ㅋㅋㅋㅋ
ㄴ 취호선 -ㅋㅋㅋ 싸우지마. 각자 원하는대로 생각하면 되잖아ㅋㅋㅋㅋㅋ
혼란스러운 게 다행이었다.
애매한 대답이 오히려 모두를 만족시켰다.
"멜랑이! 수고했어! 덕분에 몸이 개운해 진 것 같은데?"
"?!"
칭찬을 받은 아이처럼 해맑게 웃었다.
멜랑이는 정말 독특한 분위기를 풍겼다. 웃음에도 남자와 여자의 매력이 모두 담겨 있었다.
"꿈! 꿍꿍~!"
"어? 왜 그래?"
멜랑이가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건 처음이었다.
"?!"
현규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잠, 잠깐만!"
"뀨응."
양성이란 뜻은 반쯤은 여자로 느껴진다는 말이었다. 현규는 당황한 채 주춤주춤 물러섰다.
피뢰침 -오모나 이게 뭐야!!
김초롱-오늘 너무 좋다!
어째선지 채팅창의 반응이 뜨거웠다.
"?."
멜랑이가 팔을 뻗어 현규를 끌어안았다.
"?!"
"아, 아니! 방송중이야!"
현규가 당황해서 소리쳤다.
-무슨 쓸데없는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인공이의 말은 혼란을 부추길 뿐이었다.
"무슨 쓸데없는 생각!!!"
- 멜랑 님의 말을 통역합니다.
"빨리!"
-2차전 시작입니다. 이건 아플거랍니다.
"어!?"
피뢰침 -ㅋㅋㅋㅋㅋㅋ어!? ㅋㅋㅋㅋ 2차전?!
악마2호-ㅋㅋㅋ 여기서!? 갑자기!? ㅋㅋㅋㅋ
현규와 시청자는 동시에 놀랐다.
-혀 안 깨물게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으아아아악!!!!"
"뀨웅!!"
바로 전에는 장난이었다는 것처럼 멜랑이는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구독자연합-우리 오빠 어떻게 해…
ㄴ 악마2호 ^^고통은 잠깐임. 피로 싹 날아가실 듯. ㅋㅋㅋㅋㅋㅋ
ㄴ여구독자연합 -그렇겠죠?
ㄴ 악마2호-ㅋㅋ 아마도? ㅋㅋㅋㅋ
수호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채팅창에는 'ㅋㅋㅋㅋ'가 눈처럼 쌓이고.
"아아악!! 아파!! 야!! 아아악!!"
***
방송이 끝나고, 현규는 소파에 누운 상태로 말했다.
"우리 멜배우!! 오늘 완전 좋았어!!"
"?!"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상태였다.
온몸이 노곤노곤했다.
"업은 원래대로 입금될 거야."
"?! 꿍꿍!"
-모든 근육이 진정됐으니. 한숨 푹자고 나면 괜찮아 진다고 하십니다.
멜랑이의 표정은 왠지 모르게 상쾌해 보였다.
"?! ?!"
-이건 통역하지 않겠습니다.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상쾌해 보이는 얼굴은 착각이 아니었다.
"?!"
인사를 하기도 전에 멜랑이는 퇴근했다.
"와. 인생. 멜랑이한테 당한 기분이네."
-사전에 계획을 설명했는데. 당했다는 표현은 부적절합니다.
인공이의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그게 알려준 거냐!!"
-지구로 진입을 허락받았습니다.
외계에서 지구로 넘어오는 건 무조건 현규의 허락이 필요했다. 덕분에 사전에 언질을 받긴 했지만 그건 반쪽짜리 언질이었다.
"그게 허락받은 거야!? 허락 삥 뜯어 간 거지!"
-그렇게도 해석할 수 있다니. 놀랍습니다.
날이 갈수록 뻔뻔해졌다.
"반응은 어때?"
- 좋습니다. 이상하게도 양성이란 요소가 적중한 것 같습니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시청자 반응이었다. 기대 이상의 반응이었다.
"다행이다. 일단 나 좀 쉴게."
-내일 방송준비는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상자깡 방송 예고해 줘. 중계권 열릴 때까지 어차피 시간 남으니깐."
-알겠습니다. 편히 쉬고 내일 뵙겠습니다.
현규는 인공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잠들었다.
***
현규가 잠들었을 무렵.
랜덤박스 홈페이지는 난리가 났다.
인공연합-오늘 방송 넘모 꿀잼이었고!
ㄴ 피뢰침 -ㅋㅋ 인정! 형이 당하는 건 이상하게 오랜만인 것 같네. ㅋㅋㅋㅋㅋ
ㄴ악마2호-ㅋㅋㅋ 형이 당해야 맛이지!!
ㄴ 여구독자연합 -부정할 수 없는 게 슬프네요. 분하지만, 오늘 너무 재밌었어요.
ㄴ 인공짜응-ㅋㅋㅋㅋ그치? ㅋㅋㅋㅋㅋ
오랜만에 당한 현규에 즐거워하고,
멜랑연합 - 신 연합! 모두를 포용하는 멜랑님의 품으로 오세요!!!
ㄴ 김윤석-ㅋㅋㅋㅋ미쳤냐고 ㅋㅋㅋ 등장 하루만에 연합결성?! ㅋㅋㅋㅋㅋ
ㄴ 남멜랑 -당연합니다! 모두를 포용하는 멜랑님!!
ㄴ 여멜랑-그분은 빛이십니다!!
ㄴ 윤석정-ㅋㅋㅋㅋ진짜 다들 미친거야? ㅋㅋ 새로운 연합이 생기기도 했다.
이런 난리 속에 가장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한 건 전혀다른 글이었다.
[분석]멜랑님에 대해. 작성자: 멜랑연합.
사진첩 만들다가 발견해서 바로 달려옴.
사진들 잘 보면, 골격이 조금 다름.
첫 등장 때는 몸 선이 더 얇고, 안마 들어갔을 때는 선이 약간 더 굵어짐. 가설이었던 쌍둥이 설이 진짜일지도 모르겠음.
랜덤박스 치밀함 오짐. ㅎㄷㄷ…
영상을 분석한 글이었다.
김호찬 메일 남겨주세요. 본사에서 선물 보내준다고 합니다.
ㄴ 피뢰침 -ㅋㅋㅋㅋ미친 진짜임? ㅋㅋㅋㅋ
ㄴ 악마2호-보면 알잖아. 사진이 확실함. ㅋㅋㅋㅋ 영상으로 볼 때는 몰랐는데. 짤라서 보니깐 확실히 차이가 있음. 오졌다.
ㄴ 멜랑연합 갓갓 멜랑님!!!
ㄴ 인공 연합 -ㅋㅋ 인공님이 연락하셨을텐데. 진짜 빛은 인공님이라고 ㅋㅋㅋㅋㅋ
멜랑연합 -크으!! 인터뷰 함하시져!! 원합니다! 인터뷰!!
ㄴ너굴연합-우리도!! 너굴맨님! 인터뷰
ㄴ 인공연합-우리는!! 우리도 빼먹지마!!!
분석 영상이 불타오른 이유는 댓글 때문이었다.
'인터뷰 요청'
말 못 하는 이들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