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쇼하고, 찾고, 열광하고.
랜덤박스가 유명하다고 해도 여기에 있는 유튜버들만큼은 아니었다.
시선을 붙잡고,그들의 관심을 끌어야 했다.
"인공아, 출동! 난 바로 집중할게."
"알겠습니다.휴먼."
인공이를 보내고,현규는 팔찌를 보여줬다.
"여러분. 팔찌는 이미 업데이트를 끝마친 상태입니다. 예술을 보여드린다고 했죠? 누군지 보면 바로 아실 겁니다."
피뢰침 ㅋㅋㅋㅋ누구길래. 예술가야?
악마2호-끝까지 말 안해주네.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은 그림을 보는 순간. 이름은 몰라도, 아그사람!할만한 사람이었다.
"첫 번째 작품은,드로잉 쇼입니다."
피뢰침 드로잉쇼!? 설마!!
김윤종-오오!! 알아!! 그 머리 없으신분!!
ㄴ 악마2호 ㅋㅋ 너어는!!없으시긴 하시지.
최윤석-드로잉쇼라면 그 분이지! 국뽕 일발장전한다
ㅋㅋㅋㅋ
PYRO-드로잉 마스터? 그사람 말하는 거야?
ㄴ 피뢰침-ㅋㅋㅋ그런 듯.
드로잉 마스터.
외국에서도 유명한 한국 사람이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빙의 팔찌를 작동시키고, 붓펜을 꺼냈다.
붓으로 그리는 드로잉쇼.
그분의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었다.
"오늘 작업할 캔버스는 100호짜리 대형 캔버스입니다.가로 160, 세로 135 정도 되는데. 이곳을 빠르게 채울 생각입니다."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하얀 배경이 캔버스였다.
"시작하겠습니다."
현규는 붓펜을 들었다.
구상과 구도는 어제 모두 끝냈다.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피뢰침-오오!! 제일 먼저 나온 건 누구야!?
ㄴ악마2호 퓨리파이 같은데!?
LPYRO-게임 유튜버들이야!!
캔버스에 제일 먼저 그려진 건 게임 유튜버들이었다.
화나서 키보드를 내려치는 퓨리파이.
마크필러의 기괴한 게임 속 모습.
댄TDM의 마이크레프트 모습까지.
캔버스 좌측 하단을 가득 채웠다.
"(여러분! 이거 보세요! 이쪽은 랜덤박스라는 채널인데.여기 구독하시는 분 있어요?)"
어느새 구경꾼이 생기기 시작했다.
"(예술 유튜버예요? 아니라구요? 아니. 이 실력 봐요! 이건 예술 유튜버지! 뭐 하는 채널인데요!? 왓 더 다 한다구요?)"
한 명이 생기니 점점 구경꾼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랜덤박스!! 이거 빙의 팔찌죠!? 여러분 그림 그리는 속도 보세요! 드로잉 쇼를 하는 거 같은데요?)"
"(홀라맨! 이 채널 알아?)"
(아니!여기를 몰라!? 요즘 난리도 아니라구!)"
서로 얼굴을 아는 유튜버들은 정보를 교환하기 시작했다.
여구독자연합 -오빠 멋져… 구경꾼들 왔는데. 집중 안깨짐.
피뢰침 -ㅋㅋㅋ 대박! 홀라맨이잖아!! 저 사람 구독자
4000만 넘지 않음?
ㄴ악마2호-3980만정도 ㅋㅋ 4000만은 안됨
ㄴ 피뢰침 -오졌따리. 저 옆에서 떠드는 사람은 누구임?
ㄴ 악마2호-ㅋㅋㅋ 정확히 모르겠음! 미국인 나와라!
LPYRO-저 유튜버를 모른다고? 세계에서 구독자 가장
많은 댄스 유튜버인데?
ㄴ 피뢰침 -오졌다. 몰랐으 ㅎㄷㄷ……
사람이 모이고 소란이 일자.
"(뭐야! 왜 다 여기 있어!)"
"(빨리와! 여기 난리도 아니야!)"
엔터테인먼트 유튜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구경꾼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든.
현규에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다음은 이쪽에, 자연스럽게 보이게 배치를…'
머릿속으로 구도를 점검하고, 캔버스를 채우는데 여념이 없었다.
게임 유튜버들을 그리고, 음악을 하는 유튜버들이 반대쪽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와우! 저거 나야!? 나라구! 대회 때 그린 거 같은데!?)"
"(뭐?! 이거 스토리가 있는 거야? 막 그리는 게 아니고?그런 것 치곤 너무 잘 그리는데, 속도 봐!! 미쳤다구!)"
탐정연합-ㅋㅋㅋ조졌다. 월클 유튜버들 다모이네 ㅋㅋㅋ
그보다 놀라운건 ㅋㅋㅋ 구경꾼들 목소리 번역속도 실화냐??
ㅋㅋㅋㅋㅋ
ㄴ 피뢰침 -시나리오팀,설정팀. 이번에 칼을 갈고 왔다.
미쳤다 진짜!! 번역팀 진짜 미쳤어!!
ㄴ 악마2호-아냐. 이건 형이 대단한거지! 잠깐 멋있다. 손
지나가면 그림 뿅하고 생김 ㅎㄷㄷ…
음악 유튜버가 끝나자.'엔터테인먼트' 유튜버를 그리기 시작됐다.
엔터테인먼트란 장르는 거창한 이름과 다르게 그들이 하는 일은 특별한 게 아니었다.단어 그대로 '오락'시청자들을 즐겁게 만드는 장르였다. 엄밀히 따지면 랜덤박스 채널도 엔터테인먼트 장르에 속했다.
"(오오!! 할로윈 때 했던 좀비 콘테스트!!)"
"(여러분! 지금 그리고 있는 건 우리가 했던 요트 생존기예요!!)"
"(잠깐! 이거 멀리서 봐봐!!)"
캔버스의 3/4을 채웠을 때 배경으로 남아있던 공간이 연결되고 형태가 드러났다.
탐정연합-공간 왜 비워놨나 했더니. ㅋㅋㅋㅋ 유튜브
플레이버튼 모양이지?ㅋㅋㅋㅋㅋ
ㄴ 악마2호-이건 인간적으로 주최측에서 사가야 되는거
아님?ㅋㅋㅋㅋㅋㅋ
ㄴ 뉴스빌런 -속보)유튜트 메인 페이지에 형 부스 모습 나옴
ㄴ 악마2호-ㅋㅋㅋㅋㅋ미쳤냐고 진짜. 이러니 유튜브에서
우리형을 초청하지 ㅋㅋㅋ 오늘 초대된 사람보니깐 구독자
1000만 이하는 우리 형밖에 없음 ㅋㅋㅋㅋㅋ 행사 참가자들을 그려 관심을 끌고, 유튜브 마크로 메인 페이지를 노리는 완벽한 설계였다.
"(이거 내가 산다!!)"
"(뭐!? 누구 마음대로!!)"
"(여러분, 힘을 모아주세요. 저 그림 보세요! 저건 진짜 작품이라니깐요!)"
랜덤박스 부스 앞이 떠들썩해졌다.
"(경매!!경매하자!!)"
"(좋아! 경매로 결정해!!)"
그림이 완성되고 있었다.
***
현규가 그림을 그리는 동안 인공이는 회장을 살펴보고 있었다.
인공연합 -인공누님!! 외눈 안경 잘 어울리십니다!! 캬!!
ㄴ김초롱 맞아요!언니! 앗!오빠 그림 그리기 시작한다!
업 확인기가 있어야 물건을 찾을 수 있었다.
인공이의 분위기는 굉장히 독특했다.
무기질한 표정으로 정장을 입고 돌아다니는 그녀는 참가자가 아닌 스탭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인공짜응-누님!!눈에 띄는 물건 있나요!?
"특별한 물건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대부분의 물건에 소량의 업이 묻어 있습니다. 소중한 물건들을 가져온 것 같습니다."
유튜버들의 애장품이니 업이 묻어 있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역사가 오래된 물건이나 유니크한 물건으로 찾아보겠습니다."
부스를 돌아다니던 인공이는 이내 타깃을 바꿨다. 애장품이나 평범한 물건은 스킵하고 독특한 물건을 찾아 나섰다.
피뢰침-이거 드로잉쇼를 하려면 유튜버들을 다 확인했다는
거잖아?
ㄴ악마2호-진짜 대단한거임. 어제 준비 엄청했겠어
현규가 드로잉 쇼를 시작하고, 집중하고 있을 무렵. 인공이도 목표물을 발견했다.
<우주의 미스테리>
음모론과 UFO를 밝히는, 반쯤은 개그와 풍자를 섞은 미국에서 유명한 채널의 부스였다.
PYRO-우주의 미스테리!저기 굉장히 재밌음!! 랜덤박스
소개도 한 번 했을걸?
ㄴ 인공짜응 랜덤박스를? 소개했다고?ㅋㅋㅋ
LPYRO-응. :)외계와 접촉한 채널이 있다면, 이란 주제로
할 때랜덤박스 소개됨.
ㄴ 악마2호-ㅋㅋㅋ 세상은 넓고 미친사람들은 많구나
ㅋㅋㅋㅋ
ㄴ명탐정연합-아니!! 그럼 저기가 확실한거 아님? 언급까지
했으면,자연스럽게 연합이 될텐데!
LPYRO-절대 그럴일 없음.저기 운영자가 뭐랄까 약간
독특한 사람임.저기가 유일하게 광고를 한 번도 안 받은
채널일걸?
랜덤박스를 소개했던 채널.채팅을 확인했음에도 인공이는 신경 쓰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물건 좀 보고 싶은데요.)"
"(어!? 으아!! 날 잡으러 온 거냐!!)"
출입구를 인공이가 막고 있으니 도망갈 곳은 부스 안쪽이었다. 쌓아놓은 물건들이 쓰러지고 주인은 넘어졌다.
인공연합-ㅋㅋㅋㅋㅋ뭔데!? 시작 뭔데!?
"(휴먼. 진정하길 요청합니다.)"
"(네 녀석은 랜덤박스의 인공지능!)"
연기가 아닌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그때 등장한 게 다른 남자였다.
"(진정하라고 친구! 미안해요. 내 친구가 좀 독특해서요.)"
"(리차드! 조심해! 사람이 아니야!!)"
"(그래. 샘. 사람이 아니게 이쁘신 분이네.)"
주인장과는 전혀 반대되는 인물.
PYRO-리차드, 저 사람 때문에 채널이 유지되고 있음.
기획은 샘이 리차드가 사람이 볼수있게 손보는 과정을 거침.
ㄴ 악마2호-ㅋㅋㅋ 주인장은 진짜 반쯤 미친사람이고?
LPYRO-미친건 아니야. 그건 너무 편협한 시각이고, 저
사람의 특색일 뿐이야:)
ㄴ 피뢰침 -ㅋㅋㅋㅋ 하여간 뭔지 느낌왔음. 오덕이 자료를
만들어서, 인싸가 사람들이 볼수 있게 수정한다는 거지?
ㄴ 악마2호 ㅋㅋㅋ 니가 젤 나쁜놈이야. 오덕과 인싸의
조합이라. 기발한데? ㅋㅋㅋㅋㅋ
LPYRO-재밌어. 약간 심각한 내용도 유쾌하게 풀어내고
둘은 좋은 팀이야.:)
경계하는 샘과 집적대는 리처드.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이었다.
"(물건을 사고 싶습니다.)"
"(역시! 내 물건을 노리고 왔구나!)"
"(방금 전까지는 널 노리고 왔다면서.)"
"(그 물건일 수도 있지!)"
어느새 둘은 옥신각신하기 시작했는데.
"(여러분에 싸움에 관심 없습니다. 좀 살펴봐도 되겠습니까?)"
"(이, 이거 봐! 감정이 없다니깐!)"
"(원래 미인은 무뚝뚝한 법이야 샘.)"
인공덕후 ㅋㅋㅋㅋ 보는 눈은 있네.
인공짜응 -이렇게 다이렉트로 들이대는 건 또신기하네
ㅋㅋㅋ 근데 인공님 반응 실화냐?ㅋㅋㅋ
ㄴ 악마2호-우리 인공님이 표정의 변화가 있을 땐,우리형
쳐다볼 때 뿐임.ㅋㅋㅋㅋ
ㄴ 인공연합-ㅋㅋㅋ그 극혐이라는 듯 쳐다볼 때?ㅋㅋㅋ
ㄴ악마2호-ㅋㅋㅋ 당연하지.
리처드는 샘을 진정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래서,필요한 게 뭐야!)"
"(샘! 친절하게!)"
"(상관없습니다. 일단 물건을 좀 보고 싶습니다.)"
일단 물건을 확인해야 했다.
"(좋아! 하지만! 난 절대 못 데려가!)"
"(관심 없습니다. 휴먼.)"
"(나는!? 나는 어때!?)"
인공이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부스 내부로 들어가 물건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나름 괜찮은 물건들이군요.관점도 나쁘지 않고,탐구심도 괜찮은 편입니다.)
"(그, 그래?! 어떤데?)"
"(편협한 시각에만 갇혀 있지 않은 점이 특히 뛰어납니다.뻔한 UFO와 외계인의 사진은 없군요.)"
"(난! 진짜를 찾는 거야! 그런 가짜들이랑은 달라!)"
인공이와 샘은 의외로 대화가 통했다.
"(설마, 같은 부류는 아니겠지?!)"
"(지식이 제법이야!리처드.그렇게 나쁜 로봇이 아니야!)"
"(제발! 샘! 저게 로봇이면! 그 회사는 대박 났을 거라고!)"
둘의 꽁트가 시작되고, 인공이는 자유를 얻었다.본격적으로 물건을 찾기 위해 움직이자. 이상한 물건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이 노트. 무슨 물건입니까?)"
"(오오!! 그건 내 소중한 노트야!)"
소중한 노트.
샘이 직접 작성한 노트였다.
"(설명이 필요합니다.)"
"(외계 통신 기록 노트,복사본도 없는 원본이야. 해석에 실패했지만, 이건 진짜 통신한 결과라고!)"
외계와 통신을 기록한 노트, 어처구니없는 물건이었지만 인공이에게는 아니었다.
어째서 업 확인기가 필요했는지.
회수해 오라는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물건을 보니 알 수 있었다.
"(다른 물건들도 있습니까?)"
"(이 정도로 독특한 물건? 몇 가지가 있긴 한데. 이건 진짜 보물이야! 가치를 아는 사람에게 주고 싶어!)"
가치를 아는 사람.
현규라면 감언이설로 속였겠지만 인공이의 방법은 간단했다.
"(휴먼. 지구를 위한 일입니다.)"
"(진짜야!?)"
"(전 거짓말을 하지 못합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샘의 눈동자가 떨리기 시작했다.
"(오오!!구도 좋아!)"
리처드는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고 있었다.
***
땀으로 온몸이 젖었다.
과장이 아니라 말 그대로의 의미였다.
"하아… 하아…"
온몸이 땀에 젖은 채로 의자에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아니!!빠지라니깐! 최소 50만 개 이하는 빠져!)"
"(야!!여기 50만 개 없는 사람이 누가 있냐!)"
"(아! 그래서 경매 안 할 거야!? 바로 시작하자니깐!)"
"(판매자 허락이 있어야 시작하는데 저분은 지금 쉬셔야 한다고!!우리끼리 각 보자니깐!)"
실랑이하는 유튜버들 사이에서.
현규는 '저분'이 돼 있었다.
"휴먼!! 발견했습니다!"
인공이의 목소리에 유튜버들의 고개가 돌아가고,홍해가 갈라지듯 길이 생겼다. 인공이는 표정 변화도 없이 그길을 걸어왔다.
인공연합 -인공님께서 두드리자. 인파가 갈라지고 길이
생겼도다.
L 피뢰침 -ㅋㅋㅋ진짜 패기 개쩌네 ㅋㅋㅋ
ㄴ악마2호-인공누님 이 정도 인파에는 표정 변화도 없다고
ㅋㅋㅋㅋㅋ
두 개로 나뉘어 있던 화면이 하나도 합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