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무인도 가서, 몰디브 한잔.
"어르신! 감사합니다!"
전화였는데도,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아닙니다. 저도 그리면서 너무 좋고, 즐거웠습니다."
어르신과 통화하는 표정이 묘하게 밝았다.
"섬은 깨끗하게 이용하고,반납하겠습니다. 회사 쪽에 연락해서, 뒷정리 깔끔하게 해서 보고서 올리라고 하겠습니다."
현규는 웃음을 터트렸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편히 쉬세요. 어르신. 예! 저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오른손을 하늘로 뻗었다.
현규 나름의 승리 포즈였다.
"너굴?!"
"그래!! 섬이야! 너굴맨!"
"너굴너굴!!"
너굴맨도 양팔을 뻗어, 승리 포즈를 취했다.
-공지사항을 올렸습니다.
"오늘 휴방 공지 맞지?!"
-그렇습니다. 섬에 관련된 이야기는 직접 전달하는 게 좋다고
판단됩니다.
당연한 말이었다.
이건 영상으로 만들어야 했다.
"지금 바로 만들자!"
-준비 끝났습니다.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최대한 빨리 끝낼 필요가 있었다.
"Q사인 줘. 너굴맨! 이리와!"
"너굴너굴!!"
너굴맨까지 자리를 잡고.
-3. 2. 1. Q.
인공이의 사인을 받아 방송을 시작했다.
오랜만에 아무도 없는 녹화가 시작됐다.
"여러분! 너굴너굴!"
"너굴너굴!"
오프닝 인사를 하고,
"긴급! 공지사항을 올립니다!"
"너굴!?"
너굴맨의 호응을 받으며 진행을 이어갔다.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너굴!"
"우리 랜덤박스에서!특별한! 협찬을 받았습니다!!"
"너굴너굴!!"
너굴맨과 현규는 몸을 들썩이며 축하했다.
"사상 최초!! 섬을 협찬으로 받았습니다!"
"너굴너굴!!"
섬. ISLAND.
협찬으로 받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설명충 싫어하시죠!? 거두절미하게 말씀드리면! 이건 시청자분의 협찬입니다! 예전에 아이디어로 받았던,'랜덤박스 하숙!'을 조금 다듬어서 여러분께 선보일 예정입니다!"
"너굴!"
랜덤박스 하숙.
섬을 오는 시청자들에게 요리와 음식,잠자리를 제공하는 콘텐츠.
아이디어 선발전에서 뽑혔던 콘텐츠다.
"어떻게 참가할지! 어떤 컨셉으로 진행될지! 몇 명을 받을지!! 전부 미정입니다!"
"너굴?!"
현규의 말에 너굴맨이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건 별수 없는 일이었다.
"직접 섬을 가보고, 여러분께 보여드리며. 콘텐츠를 만들고, 초대하도록 하겠습니다!"
"너굴?"
개발 제한이 걸린 무인도
아무것도 없는 섬이었다.
"제가 전해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이곳은 아무것도 없는 무인도입니다. 어떻게 진행할지는 직접 가봐야 할 거 같으니.다음 방송과 공지를 확인해주세요!"
"너굴너굴!"
밝던 현규의 표정이 진지하게 변했다.
"조금 전까지는 희망찬 이야기였다면, 지금부터는 조금 진지한 이야기입니다."
"너굴너굴!"
너굴맨까지 현규에 맞춰 진지하게 말했다.
"갑작스럽게 열린 대규모 프로젝트입니다. 최대한 빠르게 진행을 하더라도, 여러 가지 협조를 받고, 중간중간 확인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소요됩니다."
"너굴."
아무리 시간을 절약해도,물리적으로 걸리는 시간은 어쩔 수 없었다.
"최대한 방송을 자주 해보겠지만,혹시 휴방하게 되더라도! 바로바로 공지로 업데이트하겠습니다."
"너굴!!"
현규는 90도로 고개 숙여 인사하고,
"그럼! 랜덤박스 하숙'을 즐겁게 기다려주세요! 아!!월리를 찾아서! 우승자분들!!특전이 있으니!!메일 주시길 바랍니다!!그럼 오늘의 방송은 여기까지!!"
"너굴너굴!!"
그렇게 방송이 종료됐다.
***
피뢰침 -실화?ㅋㅋㅋ하다하다 섬을 협찬 받았다고!?
ㅋㅋㅋㅋ 랜덤박스 회사 대단하다 그래서 무슨 협찬인가
했더니 ㅋㅋㅋㅋㅋㅋ
악마2호-ㅋㅋㅋ진짜 미친거야!? 섬을 협찬 받은거 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ㅋㅋㅋ 협찬을 어디서 해준거야!?
연합이야!? 등장해라!!
ㄴ천사연합 -우리 아님. 섬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ㅋㅋㅋㅋ
그걸 어캐 협찬해주냐!!
ㄴ 너굴연합-우리도 아니다!! 막말로 협찬을 해도!
너굴맨님께 해 드린다!!
ㄴ 여구독자연합-우리도 아니에요!!
ㄴ 탐정연합-우리까지 아니라면…모든 추리는 끝났다.
ㄴ 취호선-진짜!? 이걸 추리한다고!?
탐정연합-그 어떤 연합도 아니면 용의자는 셋으로
요약된다.
ㄴ 악마2호-ㅋㅋㅋ 심지어 3명이나 됨?
ㄴ 명탐정고난 첫 번째!구독자연합. 전 구독자를 아우르는
연합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지.
ㄴ구독자연합 -저희는 아닙니다.
ㄴ수호대 ㅋㅋㅋㅋ 바로 반박당하죠!?ㅋㅋ
ㄴ 씰룩홈즈-두 번째! 사라진 하쿠하쿠. 닉네임 언급은 안
되지만,러시아의 부호를 알고 있을 정도의 인맥이라면
가능할 듯.
ㄴ 구독자연합 -아니라고 합니다. 확실히 아니니.닉네임
언급은 무조건 벤입니다. 그만해주길 바랍니다.
ㄴ김초롱 어!? 아니였어!? 아니!구독자연합은 그걸 어떻게
알아!?
ㄴ탐정연합-넘어가. 전체 관리하는데 나름 정보라인이
있겠지.
ㄴ 김호찬-올!!탐정연합 ㅋㅋ 쿨한데 ㅋㅋ
ㄴ 노년탐정김전일-그럼! 내 차례군. 직관적으로 간단하게
생각하면, 그림을 그려드렸던. 그 어르신이 아닐까 싶음.
ㄴ주인공 - 추리에 관련된 모든 메시지가 삭제됩니다.
누구에 집중하기보다는 재미에 집중해 주시길 요청합니다.>
ㄴ 인공연합-그럼요!!하?!!당연합니다!!
탐정연합- ㅋ 정답이죠? ㅋ 어쨌든 형 이야기 들어보면
재미있을 듯.
LPYRO-맞아!아이디어부터 섬까지 전부 시청자가
제공한거지!?
ㄴ 명탐정 고난- 응.ㅋㅋ 거기다 어떻게 꾸밀지도 아이디어
받는다니깐. 진짜 우리가 만든 섬이나 다름없지.
ㄴ月光-카!! 울림 좋다. 우리가 만든 섬. 우리가 만든
콘텐츠.wwww
ㄴ수호대 ㅋㅋㅋ랜덤박스 채널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
아니겠어?
짧은 영상이었는데.
달린 댓글의 수는 엄청났다.
"그 와중에 누가 협찬해 줬는지 찾아낸 거야?"
- 간단히 생각해보면 추리가 가능한 일입니다. 일단 삭제했습니다만, 추후 내용이 퍼지는 건 어쩔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건 별수 없는 일이었지만.
"상관없어. 어르신도 예상하셨던 거 같던데."
퍼져도 별문제 없는 일이다.
이미 괜찮다고,사전에 통화된 내용이었다.
"일단, 움직이자!섬부터 가봐야겠어!"
-준비하겠습니다. 간단한 장비를 챙기시겠습니까?
"아니야.장비 챙기지 말고,같이 가자."
"너굴!"
너굴맨은 자기도 가는지 궁금한 모양이었다.
"너굴맨 진짜 방송할 때는 데려갈게. 오늘 저녁에라도 올 거니깐. 송희 좀 도와주고 있어."
"너굴!"
의젓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너굴맨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인공이와 함께 출발했다.
***
"위치는 나쁘지 않네."
"그렇습니다."
섬의 위치는 기가 막혔다.
어째서 구매했는지 이해가 갈 정도였다.
인천에서 배를 타고 20분.
위치부터 풍경까지 완벽했다.
"인공아. 시작해!"
"섬을 파악합니다."
파악한다는 말을 한 인공이는.
빠른 속도로 섬을 뛰어다녔다.
"아… 가성비. 진짜 폼 안 나네."
원래라면 SF의 모습처럼.
온갖 특수 장비가 튀어나오고,
멋진 모습이 연출되어야 하지만.
'가성비 모델'이기 때문에.
그런 멋진 장면은 전혀 없었다.
"아니. 설명만 들었을 때는 기가 막혔는데. 직접 운용하는 걸 보니깐.다른 의미로 기가 막히네."
그렇다고 기계의 성능이 떨어지는 건 아니었다. 정확한 계측과 인공이가 본 모든 것들은 영상이나 사진으로 출력할 수 있었다.
한참을 뛰어다니던 인공이가 돌아왔다.
"대규모로 사람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은 없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문제가 발견됐습니다."
"간략히 설명해줘."
인공이는 눈을 감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을 받을 만한 공간이 없습니다."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30명 정도입니다."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30명.
"30명이면 꽤 되지 않아?"
"숙박은 불가능합니다."
대신, 숙박이 불가능했다.
"이유는?"
"식수 및 생활용수로 사용할 물이 부족합니다."
"아! 물!"
물이 문제였다.
전혀 개발되지 않은 게 문제였다.
"만약에 숙박까지 잡는다면?"
"최대 8명. 그 이상은 힘듭니다."
인공이가 계산한 거니 틀릴 리 없었다.
"나, 너, 너굴맨. 송희, 미영이. 이렇게 5명 빼면 잘 수 있는 인원은 3명이란 소리야?"
"저랑 너굴맨님은 제외하셔도 문제없습니다."
인공이와 너굴맨이 빠져도 5명이었다.
"숙박은 5명. 한 번에 수용 가능한 사람은 30명?"
"그렇습니다."
이건 하숙집 개념으로 운용할 수 없었다.
"텐트를 쳐서 캠핑처럼 운용하려고 했었는데.불가능하겠네?"
"그렇습니다."
이러면 계획을 조금 바꿔야 했다.
"아직 특전공개는 안 했지?"
"그렇습니다. 아직 답장하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특전의 존재였다.
어떻게 진행할지 얼추 계획이 잡혔다.
"아! 인터넷이나.라이브는 가능해!?"
"충분히 가능합니다."
이건 정말 다행이었다.
"그럼,방송은 돌아가서 하는 거로 하자. 넌 그동안 필요한 물품 뽑아 놓고."
"식료품을 제외한 물품들은 뽑아 놓겠습니다."
현규는 고개를 끄덕이고, 인공이와 함께 섬을 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
랜덤박스 채널 라이브가 시작됐다.
"여러분! 랜하!"
"랜하입니다. 랜덤박스 하이라는 뜻입니다."
"너굴!"
현규, 인공이, 너굴맨.
3명이 모두 출현하는 완전체 방송이었다.
rlaalswo-너굴맨님!!너굴너굴!
피뢰침 -랜하!!ㅋㅋ 섬 다녀온거!?
크라나 ㅋㅋ랜하!! 빙의 팔찌가 불러온 스노우볼!!ㅋㅋㅋㅋ
미쳤다!!
휴라타-랜하. 꿀잼. 인정.
시청자들은 빠르게 접속했다.
"여러분!! 저희가 섬을 다녀왔습니다!"
"너굴너굴!"
악마2호-오오!! 진짜 다녀온거야!
현규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잘 다녀왔고,수용 인원! 위치! 풍경! 전부 조사해 왔습니다! 인공아 사진 출력해!"
"사진을 출력합니다."
"너굴!"
화면에 사진들이 나타났다.
현규는 사진을 넘기며 설명을 이어갔다.
"한 번에 들어오실 수 있는 인원은 30명 정도입니다.작은 섬이고, 개발이 전혀 되지 않은 섬이라. 이용할 수 있는 면적은 여기뿐입니다. 이런 곳이 인천에서 30분이 안 걸리는 곳에 있습니다!!"
"너굴너굴!"
아름다운 섬의 풍경을 보여주었다.
작은 섬에 있는 백사장, 갈대밭.
섬. 특유의 매력이 넘치는 곳이었다.
피뢰침 -오오오!! 미쳤잖아!!!개발이 안 돼서 그런가!? 더
이쁜거 같은데!?
LPYRO-WoW 정말이야! 이건 너무 좋은 거 같아!:)
ㄴ 악마2호-ㅋㅋㅋ오졌다!! 심지어 가깝기 까지 하네. 좋은 소식은 여기까지였다.
"물론. 안 좋은 소식도 있습니다!"
"너굴!?"
현규의 말을 받아 인공이가 설명했다.
"개발이 되지 않아 물이 부족하며,환경을 훼손하는 행위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어 많은 인원을 받는 게 상당 부분 제한됩니다."
피뢰침-크!! 이거 뽑기 또 가는거야!?
김유진 아아!! 일산도 못 갔는데!여기 또 못가!? 시청자들의 곡소리가 이어졌다.
"여기서 끝이면! 랜덤박스 아니잖아요!? 몇 가지 의견이 있습니다!!"
"너굴?!"
수호대-오오!!해결책 찾음!?
명탐정고난-이건 답이 안 보이는데?
웬일로 시청자들도 감을 잡지 못했다.
"우리 생각을 좀 바꿔볼까요? 식당처럼 운영하면 어떻겠습니까?"
"너굴?"
취호선 -괜찮은데!?잠을 안 자면, 문제 될 게 없잖아!? 많은
사람이 가볼 수 있고!!
ㄴ 피뢰침 -그렇지!괜찮은데? 자는거야 아쉽지만, 물도 없는
곳에서 좀 그렇긴 하지ㅋㅋ
시청자들도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식당처럼 운영하면 상당 부분 문제들이 해소됩니다.음식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손님을 모셔온 배로 바로바로 버릴 수 있고,많은 시청자 여러분이 오실 수 있습니다!"
"너굴너굴!"
"합리적인 의견입니다.휴먼."
너굴맨과 인공이가 동의하고,
수호대-오오오!!좋아요!!!
김초롱-좋아요! 오빠!! 완전 짱!!
취호선 -확실히 괜찮은 듯.놀러가는 사람들도 부담없이 갈
수 있고,
시청자들도 줄지어 동의를 표현했다.
마지막 화룡정점을 찍을 차례였다.
"그렇다고, 숙박을 포기하기엔 아쉽잖아요! 캠프파이어! 꼬치로 먹는 음식! 쏟아지는 별들을 지붕 삼는 섬에서의 하룻밤!!"
"너굴!"
생각만 해도 아름다운 하룻밤.
현규가 카메라를 보고 소리쳤다.
"월리를 찾아서. 당첨자분들! 이번엔 외국에 계신 시청자분들도 상관없습니다!!오세요!! 하루 5명씩! 숙박이 가능합니다!! 지금 신청하시면 모든 비용은 랜덤박스에서 내드립니다!!바로 신청하세요!"
"너굴!!"
보험 규정처럼 인공이의 설명이 이어졌다.
공지사항에 날짜를 정확히 공지하겠습니다. 섬으로 들어간 물건들을 협조하느라. 시간이 변동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그렇게 방송이 종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