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랜덤박스로 유튜브 스타-118화 (118/201)

#118.예술이 별거 있습니까?

"전혀 유명하지 않은 사람도 가능합니까."

'어떤 후회를 가지고 사시는 걸까.

팔찌 때문에 활성화됐던 교감을 통해.

짙은 후회와 그리움이 전해졌다.

현규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물론입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말씀해주세요."

진심과 확신.

현규의 마음이 전해진 모양인지.

어르신의 표정이 한결 풀리셨다.

"이것들입니다."

노인장은 가방에서 그림들을 꺼냈다.

남성의 얼굴.

아이들의 얼굴.

여러 풍경.

집안의 모습.

설명하지 않아도 무엇인지 예상이 됐다.

"어르신. 젊으셨을 때. 미남이셨네요."

"그렇습니까? 조금 쑥스럽습니다."

쑥스럽다고 말했지만, 표정은 아니었다.

그보다 더 깊은 열망이 숨어있었다.

"혹,사모님이 그리셨던 그림들인가요?"

"티가 났습니까?"

그렇다는 대답이었다.

그리움과 후회. 열망.

한가지 해답을 말해줬다.

"더는 그림을 못 그리시는 모양이네요."

"그렇습니다. 집사람이 떠난 지도 벌써 오래됐는데…"

이그림들은 어르신의 추억인 모양이었다.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

"이거 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어르신은 한참을 망설이시다.

조심스럽게 말문을 여셨다.

"퇴직하고,집에서 소일거리를 하다 보니. 이 유튜브란 녀석을 알게 됐습니다. 손주 놈에게 추천받아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아…"

목 끝까지 나왔던.

'랜빡이시군요?'란 말을 억지로 삼켰다.

"영상을 보고 직접 오신 거예요?"

"그렇습니다. 집이 바로 뒤쪽이거든요."

호수공원에서 보이는 아파트.

저곳에 살고 계신 모양이었다.

"인공아."

"잠시 그림을 받아야 합니다."

"손상은?"

"전혀 없습니다. 조심히 확인하고 돌려드리겠습니다."

현규는 어르신을 쳐다봤다.

"가져가셔도 괜찮습니다."

"소중한 물건. 조심히 다루겠습니다."

고개까지 꾸벅 숙이고 그림을 챙겨.

차량으로 이동했다.

"어르신. 저희도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합니다. 화풍을 확인하고 진짜 느낌을 전해드려야 하니깐요."

"신기합니다."

일련의 과정이 신기하단 뜻이 아니었다.

"네?"

"저에게 그림을 그려줄 수 있다고,확신하고 있군요."

현규의 표정을 보고한 이야기였다.

"네.잠깐 귓속말 좀 해도 되겠습니까?"

"아니.듣지 않겠습니다. 저에겐 원리보다 결과가 중요하니까요."

준비해온 설명을 풀 생각이었는데.

거부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어르신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비밀은 비밀일 때. 더 신비로운 거 아니겠습니까."

특별한 사람이었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 특유의 고집도 없고,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깊게 이해하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현규는 깊이 허리 숙여 감사를 표했다.

"모두 끝났습니다."

"고생했어. 업로드해 줘."

어느새 다녀온 인공이게 팔을 내밀었다.

"잘 썼습니다."

"벌써 끝난 겁니까? 이거 참 신기한 세상입니다."

인공이는 그림을 어르신에게 돌려주고,팔찌에 손을 올렸다.

"업로드가 끝났습니다."

준비는 모두 끝났다.

"어르신. 어떤 그림을 원하십니까?"

"아내와 제가 같이 있는 그림을 원합니다."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아내.

그림 속에서나마 같이 있고 싶은 마음.

"생전 사진을 볼 수 있겠습니까?"

"여기 있습니다."

단단히 준비해오신 모양인 듯.

주머니에서 사진을 한 장 꺼내셨다.

단아하고, 자애로워 보이는 인상의 여인.

"충분합니다."

사진을 돌려주고 인공이를 쳐다봤다.

뜻을 읽은 인공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현규는 심호흡을 크게 하고, 보석을 눌렀다.

압도적인 기술에서 오는 압박감은 없었다.

조금 전과는 달리 여유가 있었다.

다행이다.

여유가 생긴 만큼 특성 사용이 과감해졌다.

특성의 발동을 극대화하고,

팔지에 교감을 극대화하여.

몰입하고, 빠져들었다.

연필이 움직인다.

집 안의 모습을 그린다.

방금 봤던 그림과 같은 집이지만.

어딘가 조금 다른 모습이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사람을 채워 넣는다.

한 남자와 한 여자.

서로를 보는 눈빛이 따듯하고,

애정이 가득 담겨있다.

"허!"

감탄을 터트리는 어르신처럼.

남자와 여자의 얼굴에 주름이 자리 잡는다.

이제 노년에 도달한 남자와 여자.

행복한 집안의 풍경.

하지만, 이대로는 부족하다.

"파스텔."

색을 입혀 집안에 온기를 싣는다.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따듯함을 담는다.

이제는 닿지 못할 꿈을 덧댄다.

특별한 기술도 아니었고,

몸에 걸리는 과부하도 없었는데.

어째서인지. 그리기 힘든 그림이었다.

다른 그림보다 배는 시간이 걸리고 나서야.

"다됐습니다."

… "

어르신은 대답도 없이. 그림만 보고 있었다.

불쑥 인공이가 손을 뻗어왔다.

"휴먼, 과몰입했습니다."

어째선지 현규에 얼굴에는.

눈물이 계속해서 흐르고 있었다.

채팅창이 끝도 없이 올라가고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현규는 보지 못했다.

***

"여러분!!제가 돌아왔습니다!!"

피뢰침 -우우우!! 돌아가라!! 인공누님이랑 재미있었다!!

여구독자연합 -오빠 괜찮으세요?!

ㄴ 악마2호-ㅋㅋㅋㅋ그와중에 형 걱정하는 사람도 있네. 현규가 정신을 차리는 동안.

인공이가 무대를 맡고 있었다.

"뭐 하고 있었길래. 이렇게 반응이 좋아요!?"

"휴먼. 저도 초상화를 그려줬습니다."

그사이 초상화를 그려준 모양이었다.

"받으신 분들 그림 좀보여주세요!"

객석에서 그림을 들어 보여줬다.

"억!! 미안합니다!! 인공이가 숙련되려면 시간 좀 걸리는 거 아시죠!?"

"역시,휴먼은 예술을 모릅니다."

괴발개발 그림을 그려놓고 핑계도 좋았다.

인공짜응-하?…그림 프리미엄 붙여서 사겠어!! 주세요!!

악마2호-ㅋㅋㅋㅋ 역시 우리형이 예술을 몰라. 채팅창에는 비난이 쇄도했다.

"예술을 모르긴! 인공이가 그렸다고,프리미엄 붙고!예술이라고 해주는 거 누가 모를 줄 알고!!"

화를 내자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감동이 젖어 우울하던 객석이 밝아졌다.

"좋습니다!마지막으로 딱 한 분만 더! 그림을

그려드리겠습니다!"

오오오오!!!!!

현규가 피로감이 상당하단 것은,지금까지 지켜보던 관객들이 제일 잘 알았다.

"마지막이니! 최선을 다해 그려드리겠습니다! 인공아!룰렛 돌려!!"

"27번입니다."

인공이의 말에 객석에서 괴성이 들렸다.

"호우!!!! 될 줄 알았으!!존버는 성공한다!!"

현규는 웃음을 터트리며 소리쳤다.

"빨리 나오세요!!"

"네!! 형!!"

마지막에 당첨된 건.

똑똑해 보이는 학생이었다.

"고등학생?!"

"네! 혈기왕성한 고3입니다!"

오늘은 평일이었다.

"고등학생이! 지금 여기 있으면 어떻게 해요!!"

"아! 개교기념일이라서 올라왔습니다! 대천에서 왔습니다!"

"대천에서 일산을!?"

"네!!"

이것이 젊음인 모양이었다.

"여기까지 와줘서 정말 고마워요!나중에는 그쪽에서 꼭 한 번 방송할게요!"

"진짜요!? 형! 기억했어요!캡쳐해놓을 거예요!"

그게 그렇게도 좋은지 싱글벙글이었다.

"자! 원하시는 예술가와!받고 싶은 그림을 말해주세요!"

"저… 형. 진짜 아무거나 되죠?"

마지막인데 안될 리 없었다.

왠지 모르게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김현태라는 일러스트 그리시는 분이 있는데. 그분 스타일로 인공이 누님 좀…"

"가능합니다. 인공아?"

"준비하겠습니다."

일러스트레이션 작가 요청이었다.

악마2호-ㅋㅋㅋㅋ우리쪽 인원이야!? 이타이밍에 김현태

작가님 일러를!?ㅋㅋㅋㅋㅋㅋ

LPYRO-어떤데?

ㄴ악마2호-ㅋㅋㅋ 홈페이지에 사진 첨부함.

ㄴPYRO-Wow… 학생이라 건강해서 그래!

그런데 채팅창 분위기가 이상했다.

"잠깐만요! 이거 괜찮은 거 맞아요!?"

"그럼요!전체 이용가나 심해도 15세 그림 그리시는 분이에요!"

저 욕망 가능한 눈빛.

현규는 핸드폰을 꺼내 인터넷 검색을 하고,

"야!! 이 랜빡아!! 이 타이밍에!? 아주 건강하십니다!?"

"형!! 저 충남에서 왔어요!!!"

피뢰침-ㅋㅋㅋㅋㅋ미쳤냐고 진짜.

김준호 감동해서 찡하던거 다 날라갔죠? ㅋ

月光-어우야.데스튼 차일드 삽화 그리셨던 분이구나?

ㅋㅋㅋ 미쳤다 진짜 ㅋㅋㅋㅋㅋㅋ

현규와 랜빡이의 치열한 대화는.

"왜! 세부 요구사항도 말하지!"

"기왕이면 골반과 가슴을 강조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오!! 잘났다!!"

관객석에서 웃음이 터지고,

채팅창에는 'ㅋㅋㅋ'이 가득했다.

랜덤박스다운 마무리였다.

***

너굴연합 -크!! 이번 편은 너굴맨님이 나오지 않으셨지만!!

진짜 꿀잼이었다.ㅋㅋㅋㅋ 형 그림 그리는거 구경도

재밌었음.

피뢰침-ㅋㅋㅋㅋ마지막에 김현태 일러 작가님 스타일 요청

실화냐?ㅋㅋㅋ 골반, 가슴 구체적인 거 봐라.ㅋㅋㅋㅋ

여구독자연합 -오빠 울면서 그림 그릴 때, 가슴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어. 감동도 받았고,

ㄴ김초롱-2222. 진짜! 너무 멋있었어!!

ㄴ 최우정 마지막에 캔버스 꼭 끌어안고 가시는거 봤어!?

어르신 정말 멋있으셨어!

ㄴ 김호찬-크… 사랑하던 부인을 그리워하던 어르신.

어떻게든 추억을 남겨드리려고 했던 형. 둘 다 멋졌다.

취호선 -랜빡이들의 요청은 다 재밌었…생각해보니.

어르신도 랜빡인건야?

ㄴ 악마2호 ㅋㅋㅋ야이 ! 하지마!! 그냥 구독자 이신거지.

ㅋㅋㅋㅋㅋ

ㄴ 취호선 아무튼 완전 다 좋았어!!!

PYRO-구독자 연령 폭이 넓다는 건 진짜 깜짝 놀랐어!:0

ㄴ수호대-그러니깐 !홈페이지 활동 안 하고,그냥 유튜브만

보시는 분들도 있는 거 같아.

ㄴ月光-여기도 재밌는 거 많은데! www 오셨으면 좋겠어!

어제 할아버지 생각나서 전화드렸어.

ㄴ 김윤석-크! 효도는 추천이야.

고딩전사 어제! 형한테 그림 받아간 랜빡이임! 결국

그려주심!

예술조무사-크!! 형 그림들 분석했는데.진짜 각작가별 특성

기가 막히게 캐치함. 예전에 그림을 배운 게 확실해보임.

ㅋㅋㅋㅋㅋ

ㄴ악마2호-그럼 저게 센스 껏 그렸다는 소리야!? 실력!?

ㄴ예술조무사 ㅋㅋㅋㅋ 진짜 빙의할 수 있는 기계가 없으면.

당연한 거지!!

ㄴ 명탐정고난 ㅋㅋㅋ그럼, 진짜 실력이네

댓글 외에도 홈페이지에는 수많은 인증 사진들이 올라왔다.

"인증 사진들 반응은?"

-좋았다는 반응이 압도적입니다.

"너굴?"

오지 못한 너굴맨은 궁금한 모양이었다.

현규는 너굴맨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다행이네. 그래도 너굴맨이 왔으면 반응이 좀 더 살았겠지!?"

-당연한 소리는 그만하길 요청합니다.

현규와 인공이의 칭찬에.

"너굴너굴!"

너굴맨은 기분이 좋은지 몸을 들썩였다.

"좋아! 그럼,오늘 방송도 준비해 볼까?"

-잠시.대기를 요청합니다.

일하는 걸 막아섰다는 것은.

무슨 일이 생겼다는 소리였다.

***

"짧고 간단하게."

일단 설명충 모드를 사전에 차단했다.

-특별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무슨 일이길래?"

- 사례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사례?"

이건 생각해 볼 것도 없었다.

"어제 그 어르신?"

-그렇습니다.

사례할 만한 사람은 어르신뿐이었다.

"됐어. 우리가 돈을 못 버는 것도 아니고, 그냥 좋은 일 했다고 생각하자. 마무리 아름답게."

그림을 그리면서, 현규도 얻은 게 많았다.

속이 풀리고,엄청난 보람을 얻었다.

-거절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제안입니다.

"제안? 사례라며?"

- 사례의 개념으로 들어온 제안입니다.

사례로 제안을 할 정도의 위치.

이건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전개였다.

"설마!! 재벌 회장님!? 아니면 우리나라 대부업계의 큰손!? 왔구나!! 이런 기회가 왔어!!"

꿈에서나 그리던 찬스가 분명해 보였다!

- 휴먼, 현실을 사셔야 합니다. 망상은 거기까지입니다.

"어!?"

꿈은 깨지고, 현실이 다가왔다.

-부유하긴 하지만,재벌이라고 표현하기엔 어폐가 있습니다.

"그 전설의 중산층?"

한국에서 웬만한 부자는 다 포함된다는.

전설의 중산층.

-엄밀히 따지면 중산층이 맞습니다.

"무슨 제안이길래 그래?"

-콘텐츠용으로 땅을 빌려주고 싶답니다.

"땅? 무슨 땅이길래 빌려줘? 아니. 무슨 콘텐츠이길래?"

땅을 콘텐츠용으로 빌려준다.

생각지도 못한 개념이었다.

-전에 이야기했던, 하숙 콘텐츠 기억하십니까?

"외국이나 섬에…!"

땅이란 말에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맞습니다. 섬을 대여해주고 싶다고 하십니다.

"우리나라!?무인도!?"

-개발제한으로 막혀, 이용하지 못하는 섬이라고 합니다.간단한 취사는 가능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무인도입니다.

머릿속에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이건 너무 좋은 소재였다.

"얼마나!?"

-사용하지 않는 섬이라.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하십니다.

현규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제안 수락… 아니다! 내가 전화할게! 넌 공지 올려!"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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