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 뭐해요!! 빨리
추천해줘요!!
관리자가 체류하며,직접 관리하는 영토.
중립지대.
사실상 술을 먹으며, 누워있을 뿐이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어디서든 직급이 깡패거든."
-표현이 거칠지만,가능성은 있습니다.
인공이 조차 동의할 정도였다.
존재만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일단, 가보자."
현규는 서둘러 외계 건물로 이동했다.
"아이야 왔느냐? 주고 간 사케가 제법 괜찮더구나."
그녀 앞에는 빈 사케병들이 뒹굴었다.
그때 가져다준 술을 모두 마신 것 같았다.
"맛있게 드셨다니. 다행이네요."
대답하는 현규를 그녀가 빤히 쳐다봤다.
"더 가져올까요?"
"눈치 없는 척하느라 애쓰는구나."
역시나, 통하지 않았다.
"저도 관리자님께 무릎베개해드리고 싶지만, 오늘 손님이 방문한다고 해서요."
"손님?"
그녀가 관심을 가졌다.
"세금 징수원이 방문한다고 합니다."
"세금 징수? 아이야. 업 때문에 전쟁이라도 일으킨 게냐?"
전쟁.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전쟁이요!?"
"아니지. 이 귀여운 아이가 전쟁을 일으킬 리 없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그녀의 추론도 틀린 건 아니었다. 전쟁이라면 빠르고 쉽게 업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저… 몇 가지 방법을 좀 썼습니다."
"욕심도 많지. 제법 꾀를 썼더구나."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니.
현규를 놀리고 있었던 게 확실했다.
-띵동!
그때.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흥이 깨지는구나."
"일단 열어주겠습니다."
"두거라. 멋대로 들어올 터이니."
-띵동!
다시 한번 초인종이 울리고.
"안에 있는 거 알아요!! 아 진짜. 귀찮게… 징수를 위해 강제 진입합니다."
잔뜩 귀찮은 목소리가 들리고.
검은색 정장을 입은 아저씨가 들어왔다.
"왜 있으면서 말을 안 해…"
"겁도 없구나. 겁도 없어. 이 영토를 누가 관리하는지 모르는 것이냐."
화난 목소리도 아니었고, 목소리도 크지 않았는데.묵직하고, 압도적이었다.
"관리자님을 뵙습니다!!"
세금 징수원은 그 자리에 엎드렸다.
"연합 녀석들은 어찌하여 걸핏하면 엎드리는 것이냐. 다시는 엎드리지 못하게 만들어 주랴?"
"아닙니다!! 저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나온 행동입니다!!"
그는 신병처럼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시끄럽구나. 목소리를 낮추거라."
"넵!"
현규는 관리자가 너무나 든든했다.
"이 아이에 대해서는 내 보증이 들어가 있을 터인데. 무슨
일이냐."
"저소득 보호 프로그램이 해제되고, 지금까지 밀려있던 세금을 받으러 왔습니다! 모두 시행령에 맞춰, 허가된 세금입니다!"
세금을 뜯으러 온 무뢰한은 아닌 것 같았다.
"이 아이가, 이곳의 주인이다."
"네! 자료를 받았습니다!"
그녀는 나를 소개해주고,
"난 여기서 기거하며,관리하고 있다."
"죄송합니다!관리자님의 행적은 조회가 되지 않아.제가 모르고 있었습니다!"
"내가 신세 지고 있다는 뜻이다."
"아주 훌륭한 지구인입니다!"
도대체 무슨 대화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너도 그리 생각하느냐?"
"그렇습니다!관리자님을 편안하게 모시다니! 훌륭한 지구인입니다!"
그녀가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절세해주거라."
"네!?"
"내게 되물은 것이냐?"
"그게, 그건 전문 세무 인공지능을 통해서…"
그녀는 그의 설명을 단칼에 잘랐다.
"내게 설명하는 것이냐?"
"아닙니다! 하겠습니다! 하고 싶습니다!간절히 원합니다!"
살벌한 그녀의 말에 대답이 180도 변했다.
현규는 눈을 반짝이며 그녀를 쳐다봤다.
"오랜만에 눈빛이 마음에 드는구나. 빡빡하게. 최선을 다해 절세해주거라."
"네! 위법하지 않은 선에서! 최대한 절세해주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결국 수락했다.그의 얼굴과 목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관리자님. 저쪽 방에서 빠르게 세금 내고 나오겠습니다."
'궁금하거나, 이상한 것 같으면, 날 부르거라."
대답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나왔다.
"아닙니다!제가 알아서 잘 센스있게 하겠습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녀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가보라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가시죠."
"넵!"
둘은 옆방으로 들어갔다.
***
"세금…"
"잠,잠시만요!"
그는 허겁지겁 약을 꺼내 먹기 시작했다.
"우와. 죽을뻔했네.스트레스 제거 약 드려요?"
"네? 아니요. 괜찮아요."
그는 화들짝 놀라 현규를 쳐다봤다.
"괜찮아요?! 아니. 괜찮을 리가 없는데."
"관리자님이 너무 아름다워 보이시는 거 빼면 문제없습니다."
현규는 소곤소곤 말했다.
징수관의 표정이 기괴해졌다.
"이게 몇 개로 보여요?"
그는 손가락 두 개를 내밀었다.
"두 개요?"
"시력에 이상이 있으신 건 아닌데."
그가 고개를 갸웃거릴 때.
<쓸데없는 소리!>
관리자님이 참견했다.
"아닙니다!!"
그는 자리에 바짝 엎드려,눈치를 보다.
다시 일어나 허겁지겁 약을 먹었다.
"죽겠네. 진짜. 어쨌든 괜찮다는 거죠?"
"그럼요. 제 건물에 지내시는데 안 괜찮으면 같이 못 살죠."
현규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음… 취향은 존중하겠습니다."
"아니. 관리자님보다 이쁜 사람이 어디 있다고, 이게 왜 취향이에요.그냥 미의 화신이신데요."
이건 관리자를 위한 서비스였다.
징수관은 포기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우주는 넓다더니… 됐고, 세금 받으러 왔으니깐 내세요."
"절세는요? 이상하면 찾으라고 하셨는데."
"아니. 이야기는 좀 끝까지 들어요!"
그는 필사적으로 현규를 말렸다.
한숨을 내쉬고,설명을 이어갔다.
"빼 드릴게요! 내역은 직접 확인하실래요?"
"인공이에게 전송할 수 있죠?"
"인공지능으로 보내드릴게요. 접속 코트 02194-21 자료 가져가세요."
-세금 명세서를 확인했습니다.
맞는지 확인만 하면 될 일이었다.
"어때?"
- 이상 없습니다.
인공이의 허락이 떨어졌다.
"그래서 얼마 내면 되나요?"
"882,153 Point."
"네?"
88만 포인트.말도 안 되는 수치였다.
882,153 Point."
"제 귀가 이상한 모양입니다. 얼마요?"
"아! 못 들은 척하지 마세요!882,153 Point.맞아요. 제대로 들었어요!!"
관리자를 호출하고 싶은 수치였다.
하지만, 인공이도 납득한 수치였다.
"원래는 얼마였어요?"
"123만 정도 돼요."
123만이 88만이 된 거였다.
최대한 절세가 되긴 한 것 같았다.
"뭘 이렇게 많이 가져가요."
"왜 저한테 그러는지 모르겠지만.그게 법입니다. 연합이 관리한 땅이고, 건물입니다.건물을 하나 얻었는데. 공짜라고 생각한 건 아니죠?"
말문이 막혔다.
"랜덤 박스에서 나왔어도, 세금은 내야 한다?"
"그렇죠. 지구 쪽도 세금문화는 발전한 모양이네요?"
기막힌 노릇이었다.
"그 저소득층 보호가 풀렸다는데. 그럼 랜덤박스 까는 순간. 빚이 있었단 소리예요? 보호가 풀리면서 받으러 온 거고?"
"맞습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했는데. 다행이네요."
개똥 같은 소리를 하고 있었다.
"아니! 다들 세금을 내요!?"
"랜덤박스가 부자들의 유희 도구이니.세금이야 무리없이 냅니다. 아니면 땅을 연합에 되팔기도 하구요."
현규가 지구인이라 할 수 없던 일이었다.
"지금이라도 팔면요!?"
"여기 중립지대로 변해서, 못 팔아요."
꼼짝없이 내야 한다는 소리였다.
"인생. 진짜."
현규가 울상을 짓자.징수원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아니! 중립지대 됐다니깐요!"
"못 판다는 거 아닙니까! 알았어요!"
답답하다는 듯. 징수원이 소리쳤다.
"아니!그게 아닙니다. 이게 마지막 세금이에요.중립지대로 바뀌면서 연합 소속이 아닌,지구 소속 땅이 됐어요."
"어!? 그러면!?"
"추가 납부는 전혀 없습니다. 세금 대부분이 면제라고 보시면 돼요."
어차피 방송 때문에 팔 생각도 없었다.
중립지역으로 변한 건 손해가 아니었다.
"하나만 더요.여기 제 땅이 맞습니까?"
"건물이 서 있는 땅만요."
지구와는 법이 다른 것 같았다.
"만약에 제가 건물에 층을 올리거나,지하에 공간을 만들면요?"
"그건 세금이 나오죠. 그 공간까지는 소유가 아닙니다."
건물과 땅만이 현규 소유였다.
"확장하면 세금은 어느 정도 나와요?"
"대략 10만 포인트 안쪽일 겁니다."
정보는 이 정도면 충분했다.
"세금 납부할게요."
"예.받아가겠습니다. 세금 납부에 동의하십니까?"
뭔가 특수한 방법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네. 납부합니다."
그저 질문하고,대답하는 것만으로,
"정상 처리되었습니다."
"벌써요!?"
세금 납부는 끝이 났다.
그런데, 용무가 남았는지 그가 입을 열었다.
"저…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요?"
"부탁이요?"
그는 목소리를 낮추고 조용히 말했다.
"세금 징수원. 바꿔 달라고 신청할 수 있거든요. 바꿔주시겠습니까?"
"네?"
"솔직히.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스트레스가 아닙니다."
관리자가 부담스러워서 하는 부탁이었다.
웃기기도 했지만, 이건 기회였다.
"해드리는 거야 어렵지 않은데.공짜로요? 저 아직 지갑 넉넉한 거 아시죠? 증축 생각하고 있어서, 우리 자주 볼 거 같은데요."
현규는 얼굴에 미소를 짓고, 말했다.
세금 징수원의 눈이 사정없이 떨렸다.
이제 현규가 받아낼 차례다.
***
"결국, 우리 얼마나 남은 거야?"
-104,976 Point가 남았습니다.
98만의 포인트가 생각났지만.
아까워하는 건 멍청한 짓이었다.
"어차피 들어갔어야 하는 비용이잖아."
-맞습니다.
한 번에 털어낸 게 행운이었다.
할부로 내야 했다면, 업을 벌기 위해 쫓기듯 생활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관리자님 덕분에 포인트 든든하게 남았으니깐.좋아하셨던 술들 넉넉히 주문해서 넣어드리고."
- 알겠습니다. 바로 주문하겠습니다.
도움을 받았으니. 보답은 필수였다.
"다 끝났지!?"
-그렇습니다.
"너굴맨!! 이리 와서 나 좀 도와줘!"
"너굴!!"
너굴맨을 부르고, 현규가 소리쳤다.
"인공아! 방송 준비해! 벌었으면!써야지!!"
"너굴너굴!"
- 녹화 방송 준비하겠습니다.
개처럼 벌었으면, 정승처럼 쓸 차례였다.
***
"여러분!!빨리 와요!빨리 와서 자리 잡고 앉아요!!"
"너굴!너굴너굴!!"
크라나 랜하!!ㅋㅋ ?캐 흥분했어!!
지노스-연속으로 방송을 키다니. 예상하지 못했다.
휴라타-오늘.대회. 꿀잼.
플로나 랜하!! 우리형.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신게 행복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대회가 끝나고, 세금까지 내느라.
새벽이 된 지 한참이었지만.
외계인들은 기다렸다는 듯 입장했다.
"원래라면 내일 아침 방송을 했겠지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너굴!"
크라나-ㅋㅋㅋ 업들어옴?!ㅋㅋㅋ 형 스타일이면 야무지게
뜯어냈을 텐데 ㅋㅋㅋㅋ
지노스 대량의 업이라.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휴라타-내가.두배. 불림. 믿어.
ㄴ플로나 아이고! 휴라타님. 제 배꼽이 빠지겠습니다!
ㄴ휴라타-으쓱.으쓱.
정답이었다.
현규가 방송을 킨 목적은 하나였다.
"업! 많이 벌었습니다!"
"너굴!!"
자랑도 해주고,
"중간에 '설정상' 외계 건물 세금을 내라는 거 냈는데도 그럭저럭 남았습니다!!"
"너굴너굴!"
크라나-ㅋㅋㅋ세금 징수원 왔다감?ㅋㅋㅋ 걔들 싸가지
없지 않음?ㅋㅋ 아주 직책이 벼슬이지.
ㄴ지노스-적극적으로 동감한다!!
ㄴ휴라타-동감.완전.짜증.
ㄴ플로나 맞습니다! 모두의 적입니다!
세금을 걷으러 다니는 사람이 환영받지 못하는 건, 어디든 다를 게 없었다.
"캬!! 또 우리 미모의 관리자님께서! 기선제압 빡! 해주셔가지고, 아주 친절하게 서비스받았습니다."
크라나-오오오!! 영상 올려줘!!! 제발!!
<지노스 님이 100 Point 후원하셨습니다.>
<지노스-속이 다 시원하군.영상까지 있다면, 아주 좋을 것
같다.>
뜨거운 반응이 쏟아졌다.
"그럴 줄 알고, 영상 올려도 된다고 허락까지 받아냈습니다."
크라나-세금 징수원 그걸 허락함?ㅋㅋ
ㄴ플로나 그 사갈같은 놈들이 그랬을 리가 없을 텐데요.
아이고,말이 험하게 나왔네요.
ㄴ휴라타-전부. 사실.
바꿔준다고 하고,뜯어낸 것 중 하나였다.
"어떻게 된 일인지.영상으로 확인하시면 됩니다. 참고로,엄청 재미있습니다."
크라나-오늘 진짜 무슨 날이야?ㅋㅋ
지노스 기대되는군.
세금 징수원 이야기는 이 정도면 충분했다.
"빨리빨리 넘어갈게요. 저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업 포인트 10만 포인트 있습니다!"
"너굴!?"
너굴맨이 놀라서 소리쳤다.
크라나 세금 냈다며!! 건물까지 있는데!? 아니 할부야!?
할부 지옥이야 형!!
지노스-도대체 얼마를 벌었길래. 10만이 남은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군.
채팅창도 난리나 났다.
현규는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다.
"뭐 살까요!? 10만이나 있는데!!빨리요!! 추천해줘요!!! 행성파괴병기 같은 것도 구매 가능한가요!? 아!! 나 미치겠어요!!"
"너굴너굴!!"
너굴맨이 놀라서 현규를 말렸다.
"10만 포인트!!어디에 쓸지 추천받습니다!"
"너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