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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랜덤박스 생태계 프로젝트가 시작된다고 해서 크게 변하는 건 없었다.
대부분 인공이의 업무였고, 현규가 할 일은 극소수였다.
물론. 직접 움직여야 하는 일도 있었다.
“술은!?”
-주문해 놓았던, 술들은 창고 방에 있습니다.
이때를 위해, 비장의 무기를 준비해놨다.
창고 방에는 술이 가득했다.
“오늘은 사케로 가자.”
-알겠습니다. 3번째 선반에 올려진 술들입니다.
선반에 있는 술들을 카트에 싣고, 외계 건물로 이동했다.
“아이야. 왔느냐?”
언제나처럼 옷이 잔뜩 흐트러진 채. 소파에 누워. 현규를 쳐다보고 있었다.
“별일 없으시죠?”
“무슨 일이 있겠느냐? 술을 마시고, 맛있는 걸 먹고, 행복하게 지내는 중이다. 새로운 술을 가져온 게냐.”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사케 좋아하십니까? 일본 술인데. 종류별로 구해왔습니다.”
“이 아이가 또 무슨 부탁을 하려고.”
관리자는 현규의 의도를 바로 눈치챘다.
“이 술이 준마이 다이긴조. 쿠보다 만쥬라는 사케인데. 이게 그렇게 맛이 좋다고 합니다.”
“고 녀석, 아니란 소리는 안 하구나.”
말은 그렇게 했지만, 즐거워하고 있었다.
“방송 보셨나요?”
“재미있는 짓을 했더구나.”
관리를 위해 방송을 본 게 확실했다.
바로 부탁할 수는 없었다.
타이밍을 잡아야 했다.
“잡향이 없고, 목 넘김이 깔끔하다고 해요. 그 안에 깊은 풍미와 향이 있다는데. 저는 술맛을 몰라서 그런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설명하면서 술병을 들고, 그녀를 쳐다봤다.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잔을 들었다.
-쪼르륵.
술을 따르는 소리에. 그녀의 목울대가 움직였다.
“안주도 준비했습니다. 너굴맨!”
“너굴!”
준비한 안주는 참치회였다.
소고기보다 마블링이 뛰어난 참치회.
손에 들려있는 고급 사케.
주당이 참을 수 있는 메뉴가 아니었다.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는구나.”
현규가 씨-익 미소를 지으니.
그녀는 웃음을 터트리며, 술을 마셨다.
“좋구나. 좋아. 발칙한 아이의 재롱까지 보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겠느냐.”
“만족하셨다니. 다행입니다.”
관리자는 갑자기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아이야. 네 Point가 얼마인지 아느냐?”
“지금 확인하겠습니다.”
“아니다. 하지 말거라.”
그녀의 미소가 짙어지고 불안감이 엄습했다.
“네가 현재 가지고 있는 포인트 전부를 준다면, 네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마.”
역시 호락호락 들어주지 않았다.
얼마나 포인트를 갖고 있을지.
내가 원하는 게 포인트보다 값쌀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어떻게 하겠느냐.”
그녀는 재촉하듯 말했다.
더 늦으면, 거래 자체가 없어질 수 있었다.
“예. 제 포인트 전부를 드리겠습니다.”
단순하게 생각을 정리하고, 결정을 내렸다.
지금 필요한 것이 그만큼 중요했다.
“전부. 동의하느냐?”
“그렇습니다.”
현규가 확신에 차 대답하자.
그녀는 기꺼운 미소를 지었다.
“손해일지. 이득일지는 직접 고민해 보거라.”
“아···”
그녀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네가 원하는 것이. 랜덤박스 홈페이지와 외계의 연결 맞느냐?”
“맞습니다.”
외계인이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는 건.
지금까지 모은 포인트 보다 훨씬 중요했다.
“허락하마. 내 좀 더 신경 쓰면 되니. 그리 어렵지는 않은 일이다.”
“감사합니다!”
어렵지 않은 일이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본인이 직접 신경 쓰면 된다는 말은.
관리자를 움직여야 가능한 일이란 뜻이었다.
“하나 더.”
“넵! 둘도 괜찮습니다!”
조건이 하나 붙긴 했지만, 모든 상관없었다.
“네녀석이 슬슬 익숙해지고 있는 모양인데. 이러면 내 즐거움이 떨어지지 않겠느냐.”
“네!?”
‘즐거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조건이었다.
“이리 오거라.”
가까이 다가오라고 그녀가 손짓했다.
현규는 홀린 듯 그녀에게 다가갔다.
“베고 누울 수 있게. 이리 앉아 보거라.”
몸은 그녀의 말을 따르려고 했다.
있는 힘껐 7대 죄악과 주선을 일으켰다.
-7대 죄악···
떠오른 알림을 무시하고, 현규가 말했다.
“다음부터는 쇼파에 앉겠습니다.”
“이걸 참는 것이냐. 재미있구나. 재미있어.”
현규의 말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술이랑 안주를 놓고 갈 테니. 좋은 시간 보내시길.”
현규는 자신이 멋있게 인사하고, 퇴장했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전혀 아니었다.
다리를 후들거리며, 괴상한 자세로 돌아갔다.
“너굴맨! 문 열어!!”
“너굴너굴!!”
문가 쪽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고.
그녀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웃음 터트렸다.
현규는 목적을 달성했고.
그녀는 즐거움을 얻었다.
2.
“좋아. 완벽했어. 끝까지 평정심 유지하는 거 봤어?”
“너굴!?”
뻔뻔한 질문에 너굴맨이 화들짝 놀랬다.
의아한 현규가 쳐다보자.
“너굴너굴!”
“역시! 우리 너굴맨밖에 없구나!”
“너굴!”
너굴맨은 언제 놀랐냐는 듯.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주었다.
-휴먼. 대단한 성과입니다. 빠른 판단을 칭찬합니다.
“야! 아까 힌트라도 주지!”
-관리자님과 대화를 시작한 순간. 모든 통신채널이 막혔습니다.
현규도 대충 눈치는 채고 있었다.
아쉬운 마음에 나온 투정이었다.
“그런데, 내가 가진 포인트 전부랑 교환해도 괜찮은거야?
-포인트는 쌓을 수 있지만, 관리자님의 변덕은 다시 나온다고 보장할 수 없습니다.
결국, 현규의 선택이 맞단 이야기였다.
“그래?”
-외계의 상식이 있다면, 단번에 승낙했을 겁니다. 그 정도로 희귀한 기회였습니다.
관리자의 제안은 행운이나 마찬가지였다.
“개꿀?”
-맞습니다. 개꿀이란 표현이 적절합니다.
“개-꿀!!”
“너-굴!!”
그제야, 현규는 진심으로 웃을 수 있었다.
“잠깐만! 홈페이지 접속하는 외계인한테도 업 발생하는 거 아니야?”
-그렇습니다. 휴먼.
아직 빨아먹을 수 있는 꿀이 남았다.
“외계인 홈페이지 접속이 가능하다는 거. 공지 할꺼지?”
-그렇습니다.
어차피 공지할 거라면.
하나 더 얹어도 문제는 없었다.
“랜덤박스 사이트 접속할 때. 동의 페이지 추가할 수 있어?”
-업에 대한 동의 페이지 맞습니까?
인공이는 바로 눈치챘다.
“어. ‘접속하면서 발생하는 모든 업은 채널에 귀속되며, 랜덤박스 세계관에서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이 정도로 올리면 될 것 같은데.”
-문장을 다듬어 접속 페이지를 만들겠습니다.
확장된 생태계.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지구인과 외계인.
모두에게서 업을 회수할 수 있었다.
“포인트 전부 소모한 거. 깔끔하게 잊고, 새로 얻으면 되지!!”
“너굴너굴!”
-그렇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업은 기하급수적으로 쌓일 겁니다.
자잘한 포인트를 아까워할 필요 없었다.
복리처럼 불어날 미래가 기다리고 있었다.
3.
내부 정리가 끝났으니 시선을 돌릴 차례였다. 이제 우리가 침공할 차례였다.
“이제 안쪽이 끝났으면 밖으로 나가야지.”
“너굴너굴!”
어째선지 너굴맨이 투지를 불태웠다.
“미연시랑 TRPG 만든다고, 만들었던 계정들 요즘도 돌아가고 있지?”
-주기적으로 돌리며, 업을 회수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도 업이 적지 않게 수급되고 있습니다.
TRPG와 미연시를 만들기 위해,
지구의 게임을 참고용 계정들이었다.
“순위는?”
-상위 랭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이디를 유지하기로 했었다.
“더미는 충분하네?”
-그렇습니다.
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준비물이었다.
“방송 가자. 여태까지 왔던 메일들 준비 좀 해주고.”
-알겠습니다. 빠르게 준비하겠습니다.
인공이가 준비하는 동안. 할 일이 있었다.
핸드폰을 열어, 전화를 걸었다.
“잘 지내셨어요? 사장님. 저희랑 행사하나 같이 하시겠어요?”
일을 벌이려면, 남의 돈으로 벌리는 게 최고였다.
“스튜디오만 대관해 주시면 됩니다. 아니요. 게임대회를 열어보려고 하는데요. 예? 아! 온라인 참가 되는 대회입니다. 핵이요? 문제없습니다···”
4.
“여러분! 너굴너굴!”
“너굴너굴!”
방송이 시작됐다.
피뢰침-ㅋㅋ랜하!!
크라나-랜하랜하!! 오이오이! 홈페이지 믿고 있었DAZE!!ㅋㅋㅋ 신세계가 열렸다!!
ㄴ악마2호-랜하!! 하루 만에 그쪽 세계 주민이 돼버리다니.
rlaalswo-너굴너굴! 너굴맨님!!
.
.
.
.
시청자들이 접속했다.
“다들 공지 확인하셨습니까?”
“너굴!”
크라나-ㅋㅋㅋㅋㅋ확인했지!! 아주 홈페이지 구석구석 씹고, 뜯고, 맛보고 있음! 입장료 왤?비싸!!
ㄴ피뢰침-크!! 외계인 설정에 충실한거 봐라 ㅋㅋㅋㅋ
ㄴ지노스-설정상. 업은 굉장히 중요한 자원이다.
ㄴ설명충-아웃! 뭐가 아웃이냐고!? 내 닉봐!
다들 보고 온 모양이었다.
외계인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홈페이지 접속하면서, 한 번만 동의해주시면 되니. 불편하신 건 없을 거예요. 솔직히 전 쓸데 없다고 생각합니다! 설정팀에 지독한 분이 있는데. 아닙니다!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3대200-형!! 랜덤박스 유니버스!! 지켜야지 ㅋㅋㅋ 뭐하고 있는거야!! ㅋㅋㅋ
ㄴ악마2호-ㅋㅋㅋ 눈치 보고 있잖아 ㅋㅋㅋ
엄살은 이정도면 충분했다.
이제부터가 본론이었다.
“여러분. 우리 채널이 유명해지면서 꾸준히 오는 메일들이 있습니다.”
“너굴!”
여구독자연합-오빠! 혼인계약서는 아니죠!?
ㄴ김초롱-ㅋㅋㅋ급발진 하지 말라고!!
ㄴ임수영-저번에 말했듯 다 오빠팬 아님!! 오해없길 바람!!
ㄴ천사연합-한결같은 천사연합으로 오세요!
ㄴ취호선-ㅋㅋㅋ거긴 쫌ㅋㅋㅋㅋ
시청자들은 전부 헛다리를 짚었다.
“아! 쫌! 여러분 이거 진지한 내용이에요! 스케일도 커요! 집중 좀 해봐요!”
“너굴너굴!”
피뢰침-ㅇㅋ. 집중해드림.
분산된 랜빡이들의 집중을 모으고.
“랜덤박스에 도전장이 매일 수십, 수백통 도착하고 있습니다!”
“너굴!”
화면에 수많은 메일이 떠올랐다.
악마2호-ㅋㅋㅋ도전장이 날라옴?ㅋㅋㅋㅋ
PYRO-오! 나 알고 있어. 우리 쪽 커뮤에 종종 올라오는 떡밥이야:)
ㄴ랜빡의원-ㅋㅋㅋ한국인 다됐네 ㅋㅋㅋ 채팅봐라! ㅋㅋㅋ 무슨 떡밥인데?
채팅창에 정답이 나오기 전에.
현규가 먼저 선수쳤다.
“대부분 이런 내용의 메일입니다.”
현규는 목소리를 얄밉게 바꿨다.
“에! 인공지능이라니? 미친거임? 그게 진짜 있으면, ㅇㅇㅇ유튜버랑 겜한판 하쉴? 왜 쫄리냐? 왜 매번 답장이없냐.”
“너굴너굴!”
너굴맨이 화를 낼 정도로. 얄미운 연기였다.
크라나-ㅋㅋㅋㅋ걸작이네. 야! 니들 인공지능이랑 게임하면 무조건 져! 무슨소리 하는거야 ㅋㅋㅋ
ㄴ악마2호-ㅋㅋ랜덤박스 유니버스에서는 그렇겠지만, 지구의 기술론 불가능임.ㅋㅋ
ㄴrlaalswo-메일 개 열받네 ㅋㅋㅋㅋㅋ
승패를 알고 있는 건 외계인뿐이었다.
지구 시청자들은 화는 나지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열 받죠? 물론. 정중하게 보낸 메일도 있지만, 대부분이 인공지능 있음 한판 뜨자! 이런 내용입니다.”
“너굴!”
무조건 현규가 이기는 승부였다.
“여기서 쫄면 랜덤박스 스타일 아니잖아요?”
“너굴!”
피뢰침-설마, 진짜 함!?
수호대-랜덤박스는 보통 설마 싶으면 진짜 하던데. 이거 진짜 함?!
이렇게 말했는데도. 헷갈리는 모양이었다.
“마! 함 뜨자!! 드루와! 다 드루와!!”
“너굴너굴!!”
인공짜응-진짜!?
사상 초유의 게임대회.
“종목 제한 없습니다! 어떤 게임이든 좋습니다. 대전만 가능하다면, 캐쉬질이 통하는 게임만 아니라면. 모든 게임이 참여 가능합니다!”
게임의 제한이 없고.
“온라인 참여로 진행됩니다! 대신 핵을 방지하기 위해서 참여자분들은 방송을 키고, 참여해 주시길 바랍니다.”
온라인 참석으로 진행되고.
“참여하시는 분들의 플랫폼은 어디든지 상관없습니다. 유튜버, 스트리머, BJ, PD. 플랫폼 구분하지 않겠습니다!”
플랫폼 제한까지 없었다.
“이 정도로는 부족하죠? 랜덤박스의 스케일 보여드리겠습니다. 대회 진행은 인공이와 1:1 승부입니다. 예선전, 결승전 이런 거 없습니다! 인공이를 이기시면, 즉시 천만 원 지급하겠습니다.”
한 판만 이기면 천만원이었다.
“이 정도 조건이면 인공이가 이겼을 때의 조건도 필요하겠죠? 뭐가 좋은가요. 어차피 이길 거라 받을 걸 생각 안 했는데요.”
-휴먼. 설정팀에서 업을 대가로 받아달라는 연락이 도착했습니다.
타이밍 좋게 인공이가 끼어들었다.
“이 죽일 놈의 설정팀. 에라이! 어차피 이길 거! 업으로 하겠습니다!”
이 대회에서 가장 좋은 부분이었다.
도전자들은 패배해도 아무것도 잃지 않는다.
피뢰침-ㅋㅋ 설정팀 때문에 랜덤박스 유니버스에서만 쓸데있는 ㅋㅋㅋ 업을 받았죠?ㅋ
ㄴ악마2호-ㅋㅋㅋ이정도면 설정팀 트롤아님?ㅋㅋㅋ 세상 도움이 안되네.ㅋㅋㅋ
채팅창에 웃음이 터졌다.
“아직 끝이 아니에요! 랜덤박스 여러분을 위한 특전을 공개합니다!”
“너굴!”
천사연합-그렇지!! 무조건 있어야지!
지금을 위해 트위키와 협상한 것이였다.
“스튜디오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와서 게임구경 하실수 있는 좌석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인공이에게 작살나는 수 많은 도전자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월리를 찾아서에서 모든 문제 맞히신 분들. 특석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인자-오오오오!!! 오졌다!! 이게 특전!?
3대200-아니. 다 좋은데 못 가면?
못 오는 사람들은 위한 해결책은 간단했다.
“못 오시거나. 영 취향이 아니시면. 다음에 다른 선물을 받으시면 됩니다!!”
다음에 받으면 될 일이었다.
“공지사항에 자세히 나와 있으니. 도전하세요! 메일 좀 그만 보내고!! 드루와!! 드루와!!”
“너-어굴!”
먹음직스러운 미끼로 업을 약탈할 시간이다.
도전장 받아들이겠습니다.(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