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랜덤박스로 유튜브 스타-105화 (105/201)

-------------- 105/108 --------------

1.

잠시 후 꺼졌던 방송이 다시 켜졌다.

“여러분. 야옹야옹.”

“냐앙!”

피뢰침-어라!? 방송 다시킴!?

깜짝 놀란 시청자들이 접속했다.

현규는 당혹스러운 표정이었다.

“팬 분과 인사하고, 차에 와서 인공이에게 설명을 들었습니다.”

“냥!”

천사연합-무슨 게임인지 몰랐던거임?ㅋㅋ

무슨 일인지. 시청자들이 눈치챘다.

“네. 몰랐습니다. 19금 딱지가 붙은 미연시 제목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네요.”

“냥냥!”

취호선-바로 다음 시청자 만나러 가나요?

방송을 킨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아닙니다. 오늘은 시청자 집 근처로 이동해. 푹 쉬고, 내일 아침부터 움직일 생각입니다. 시간이 애매해서 바로는 힘들 것 같네요.”

이인자-오오! 나쁘지 않아! 내일 아침부터 그럼 풀방송!?

정확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라이브 방송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렇습니다! 온종일 라이브가 진행될 예정이니. 여러분도 푹 쉬세요! 인공이도 인사해!”

“냥냥! 냥!”

PYRO-OK. 내일 접속할게!

마귀2호-랜바! (랜덤박스 바이라는 뜻!)

그렇게 오늘 방송이 마무리됐다.

시청자들은 방송이 끝나자마자 홈페이지로 달려갔고, 현규는 바로 회의를 진행했다.

“도대체 시청자를 무슨 기준으로 뽑은 거야?”

“총 78가지의 항목을 기준으로, 최적의 시청자를 선발했습니다.”

복잡한 기준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아니! 뭘 중점으로 뽑은거냐고!”

“개성입니다. 휴먼. 방송에는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 적합합니다.”

틀린 말이 아니었고, 올바른 선정이었지만. 문제는 이런 시청자들이 대부분이란 뜻이었다.

“이런 시청자들이 쭉 이어진다고?”

“당연한 일입니다. 고르고 고른 정예입니다.”

“아···주여. 아니. 잠깐만!”

인공이가 뽑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중소박차장. 현규가 뽑은 사람이었다.

“내가 뽑은 사람은!?”

“확인결과 최고의 개성을 지닌 시청자였습니다. 휴먼의 선구안에 박수를 보냅니다.”

마지막 희망마저 바닥에 떨어졌다.

2.

다음날. 방송은 아침 일찍부터 시작됐다.

“여러분! 아침이 밝았습니다!”

“냥!”

rlaalswo-오랜만에 1빠! 랜하!

피뢰침-랜하!

PYRO-이쪽은 딱 방송 보기 좋은 시간이야!

.

.

.

시청자들은 현규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 진행되는지 어제 다 보셨죠? 빠르게 가겠습니다!”

“냥냥!”

시청자의 집으로 들어가.

“형!! 내가 당첨이라니!!”

“아침부터 텐션 왜 이래요!”

인사하고.

“누구 팬이에요. 딱 말해요.”

“저는 당근 빠따 형이죠! 무적권! 이건 양보 할 수 없어요!”

“드디어!! 제 가면이 나오네요! 받아요!”

가면을 선택했다.

“가면에 제 얼굴이 그려져 있으니깐. 솔직히 극혐이네요.”

“아니에요! 완전 마음에 들어요!”

피뢰침-ㅋㅋㅋ랜빡이 아니랄까봐. 취향 독특한거 봐라 ㅋㅋㅋㅋ

현규의 팬에겐 현규 얼굴 가면이 주어졌다.

“그나저나. 방 꼴이 왜 이래요! 저 온다고 어제 연락받은 거 아니에요!?”

“형! 남자는 원래 이러고 사는 거 아니에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였다.

“무슨 개소리에요! 일단! 청소부터 합니다! 저 이런 기분으로 일 못 해요!”

“오오! 형!”

집주인인 시청자도 좋아하고,

“자! 방송을 보고 계신 분들도! 일어나요! 제가 청소하는 순서대로! 따라 하세요!”

피뢰침-오!! 진짜 청소 방송 가는거야!?

<지옥거주자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지옥거주자-형! 조금만 천천히 부탁해!>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도 좋아했다.

청소 방송을 기다렸던 시청자들에게 바치는 팬 서비스였다.

“어휴! 이 털 봐! 아주 짐승이야!”

“아 형!! 아니에요! 겨드랑이털이에요!”

잔소리하며, 빠르게 청소하자.

방은 순식간에 깨끗하게 변했다.

“봐요! 이렇게 하니깐 1시간도 안 걸리죠?”

“우오오!! 형! 제가 돈 열심히 벌게요. 결혼 어떠세요!? 제가 잘할게요!!”

“아 쫌! 떨어져요! 붙지마!!”

끔찍한 소리에 현규가 질색했고.

피뢰침-ㅋㅋㅋ 랜빡이 미쳤냐고! ㅋㅋㅋ

랜빡의원-ㅋㅋㅋ급발진 오지네.

그 모습에 채팅창은 ‘ㅋㅋㅋ’으로 도배됐다.

청소도 끝났고, 분위기까지 무르익었다.

이제 귀를 청소할 시간이었다.

“자! 누워요!”

“넵!”

“긴장 풀어요. 제 청소 실력 봤죠?”

“믿습니다!”

현규는 귀이개를 꺼내 들고, 손을 움직였다.

“하아- 형. 너무 잘해요.”

“극혐인거 알죠. 입 다물어요.”

“거친 남자.”

“시청자님. 맞을래요?”

“죄송함다!”

악마2호-저게 랜빡이의 정석이지!ㅋㅋ

마귀2호-시청자님 맞을래요 나옴 ㅋㅋㅋ

ㄴ김초롱-ㅋㅋㅋ빠른사과 ㅋㅋㅋ

인공이 말대로 개성이 강한 시청자였다.

“뭐 때문에 그렇게 스트레스받았어요?”

“그냥 회사 생활 때문에요.”

회사 생활. 직장인 스트레스였다.

“형. 중소기업 다녀보셨어요?”

중소기업을 듣는 순간.

이 사람이 누군지 알 것 같았다.

“많이 힘들어요?”

“미쳐요. 부사장, 상무이사, 이사. 전부 사장님 아들들이 하는데. 아주 백두혈통이 따로 북쪽에만 있는 게 아니더라구요!”

회사 규모가 작은 가족기업인 모양이었다.

rlaalswo-백두혈통ㅋㅋㅋ 적절하다 진짜 ㅋ

피뢰침-중소기업 다 그럼. 개 같음. 실무 개뿔도 모르는 놈들 와서 입터는데. 지옥이야.

ㄴ악마2호-회사들이 전부 저렇다고?

ㄴ피뢰침-ㅇㅇ.진짜임. 나도 중소다님.

심지어 공감하는 시청자까지 있었다.

“채팅창에 공감하시는 분들 많네요.”

“중소기업 다니면 어디가서 열악하다고 말도 못 해요.”

그러고 보니. 중소기업 오지 말란 소리만 들었지. 어떻게 힘들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었다.

“왜요?”

“창피해서요. 따진다고 다른 곳으로 벗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니구요. 좃소는 벗어나 봐야. 좃소입니다.”

“좃소요?”

“중의적 의미입니다.”

그는 현규를 보며 미소지었다.

괜히 침울할 필요 없었다.

현규도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기다려요. 내가 스트레스 싹싹 긁어내 줄 테니깐.”

“크! 맡기겠습니다!”

귀 청소에 온전히 집중했다.

“돌아누워요!”

“넵!”

오른쪽이 끝나고,

“어때요? 시원해요!?”

“역시 우리형! 스트레스가 싹싹 내려간 기분이에요!”

왼쪽이 반쯤 끝났을 무렵.

이제 수고비를 받을 차례였다.

“흑역사 알죠?”

“그럼요! 준비해놨습니다!”

“이런, 적극성 아주 불안한데요.”

천사연합-준비된 랜빡이! 탐나는 인재다.

준비까지 해놓은 모양이었다.

“19금 아니에요! 그저 흑역사인 이야기입니다!”

현규는 손을 놀리며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어렸을 때는 똥을 싸면 왜 그렇게 놀렸나 모르겠어요. 게다가 좋아하는 여자애까지 있으면 그날은 화장실 절대 못 갑니다.”

“세대가 다른데, 어렸을 때는 똑같네요. 우리도 그랬어요.”

피뢰침-ㅋㅋㅋ우리도 그랬음 ㅋㅋㅋ 어렸을 땐 왜그랬지? ㅋㅋ 이해가 안됨.

묘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제가 어렸을 때. 피아노 학원에 다녔어요. 음악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좋아하는 여자애가 다녔거든요.”

“이거 스토리 예상되는데요?”

뻔한 이야기였다.

“넵. 형이 생각한 그 이야기가 맞습니다. 똥이 마려운데 참고 참다가. 좋아하던 아이 앞에서 거하게 지렸습니다.”

“역시.”

현규의 예상대로였다.

“그 흘러넘쳐 바지에 떨어졌을 땐. 어린 나이였는데도 죽고 싶었어요.”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 법이라더니.”

악마2호-ㅋㅋㅋ그걸 위로라고 하는 소리임?ㅋㅋㅋㅋ 우리형 센스 진짜 ㅋㅋㅋㅋ

어렸을 적 가슴 아픈 첫사랑 이야기였다.

“그게 인생 최고의 흑역사입니다.”

“이게 여기서 할 말인지 모르겠는데. 그때 좋아했던 아이에게 할 말은 없으세요?”

마귀2호-ㅋㅋㅋㅋ갑자기 영상편지를요!?

갑자기 튀어나온 말이었는데.

“향옥아!! 사랑했다!!!”

그가 카메라를 보고 소리쳤다.

피뢰침-ㅋㅋㅋㅋ미친 ㅋㅋㅋㅋ이름부터 범상치 않음 ㅋㅋㅋ 향옥이 ㅋㅋㅋㅋ

ㄴ3대200-그러지 마라!ㅋㅋ향옥이랰ㅋ

“음. 이름은 편집해 줄까요?”

시청자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 쥔 채.

“아 분위기 너무 탔어.”

뒤늦은 부끄러움에 빠져 있었다.

<천사연합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천사연합-저희가 스카웃 하겠습니다! 연합 패스 사용하겠습니다!>

악마의 후원을 가장한 공개처형을 끝으로.

중소박차장의 귀 청소가 끝났다.

3.

인공이가 짜준 동선대로 이동하며.

많은 시청자를 만났다.

“뭐 때문에 스트레스받아요?”

질문은 하나였지만,

대답은 사람 수만큼 있었다.

“학점 때문에요. 장학금 끊기면 진짜 시골 내려가야 하는데. 쉽지 않네요.”

학점이 고민인 대학생.

“결혼 때문에요.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답이 안 나오네요. 벌써 몇 주째 고민입니다.”

결혼이 고민인 직장인.

“어떻게 먹고살지. 너무 스트레스네요. 좀 더 열심히 살 걸 그랬어요.”

취업이 고민인 취준생.

스트레스의 원인은 해결해 줄 수는 없었다.

현규가 할 수 있는 건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지워주는 것뿐이었다.

“자! 누워요!”

모두가 현규의 다를 베고 누워.

위로를 받고, 쌓여있던 스트레스를 풀었다.

“자! 내놔요! 얼른!”

물론, 보수는 그들의 흑역사였다.

“형. 야동보다 잠들면. 눈 뜨기 전에 무슨 생각이 제일 먼저 드는지 알아요? ‘제발 내 방문이 안 열려 있기를.’ 이런 생각을 해요. 저요!? 물론. 열려 있었죠. 거기다 엄마가 우리 아들 다 컸다고 해주셨는데. 진짜 인생 최악의 흑역사입니다.”

야동에 얽힌 흑역사.

“크! 형. 술 먹고, 제일먼저 해야 될 일은. 핸드폰을 끄는 거예요! 제가 전 여자친구한테 문자로 ‘자니.’ 보냈던 거 생각하면. 와. 나이 먹고 흑역사가 생길 줄은 몰랐는데.”

주사에 얽힌 흑역사.

“아침 목욕탕에 갔는데. 아무도 없더라구요. 왠지 신나 가지고. 짱구 만화 보셨어요? 거기 고추 헬리콥터가 나오는데. 뭔 생각인지 그걸 했는데. 목욕탕에 저 혼자 있던 게 아니더라구요. ‘풉’이라는 웃음이 잊혀지질 않습니다. 고추 헬리콥터가 뭐냐구요? 아 여기선 못 보여드려요! 보여주면 영정이에요!!”

목욕탕에서의 흑역사.

다양한 흑역사를 수집했다.

“청소 방송 시즌2 어떠셨는지 모르곘네?”

천사연합-퍄퍄! 오늘 꿀잼이었음!

ㄴ너굴연합-옳소!! 진짜 재미있었어! 흑역사들 묘하게 공감도 가고 ㅋㅋㅋ 웃겼음.

“즐겁게 보셨다니. 다행이네요!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들어가세요!”

“냥냥!”

수호대-랜바!!

이인자-랜바!!

취호선-랜바!!

.

.

.

시청자들의 인사를 받으며 방송을 종료했다.

이렇게 끝났다고 생각했다.

4.

-여자 휴먼. 지금입니다. 타이밍을 맞추겠습니다.

인공이 말을 듣고, 송희는 방송을 시작했다.

“여, 여러분 안녕하세요!”

“너굴너굴!”

천사연합-어라!? 라이브!?

피뢰침-랜하!! 쏭님이다!

rlaalswo-퍄퍄! 너굴맨님도 계심?!

.

.

.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시청자들은 빠르게 접속했다.

“제가 오늘 인공 언니에게 부탁을 받았어요!”

“너굴!”

인공이의 부탁으로 시작된 방송이었다.

<천사연합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천사연합-누나! 긴장하지 말고, 차분히 하세요!>

“네!! 제가 받은 부탁은!”

“너굴?”

정말 간단한 부탁이었다.

“고생한 오빠에게! 귀를 파주는 게 어떠냐고 부탁을 받았어요! 흔쾌히 허락했어요!”

“너굴너굴!”

천사연합-ㅋㅋㅋㅋㅋ 갓공님!! 찬양해!

인공연합-빛갓님!! 인공님은 신이야!!

피뢰침-ㅋㅋㅋ형 지금 오고 있는 중임? ㅋㅋㅋ 오자마자 ㅋㅋ 난리겠네.

시청자들도 무슨 일인지 눈치챘다.

실컷 청소만 현규가 청소 받을 차례였다.

-지금 들어옵니다.

“앗! 오늘의 게스트가 입장하셨어요!”

인공이 말에 송희는 반사적으로 소리쳤고.

-철컥.

“송희야 집에 안 갔어? 몸 생각하라니까.”

현규가 집으로 들어왔다.

<천사연합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천사연합-어서와 형. 오늘의 게스트는 형이라지?>

후원 소리에 현규는 다급히 뛰어 들어왔다.

“이게 뭐야!!”

“오빠!! 고생하셨어요!! 이제 오빠가 받으실 차례에요!”

“응!?”

“오빠 차례!”

현규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펼쳐진 것은 지옥이었다.

방송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5.

“어때요? 시원하세요?”

“아니라고 하고 싶은데. 이거 진짜 시원하네. 기분도 나른해져.”

결국, 귀 청소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받고 보니.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다.

<천사연합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천사연합-거의 다 받으신 거 같은데. 요금 내세요!! 얼른 내놔요!!>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빚쟁이처럼, 흑역사를 받으러 왔다.

“진짜 이 랜빡이들!!”

외통수에 걸려 빠져나갈 수 없었다.

“말해줄게요. 아! 진짜.”

“전 준비됐어요. 오빠!”

무슨 준비인지.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그보다 어떤 걸 말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여러분이 보는 저는 유튜버지만 원래 이러지 않았어요. 열등감이 가득한 낙오자고, 패배자였습니다. 그때 이야기해드릴게요. 그게 제 흑역사며, 진짜 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현규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랜덤박스 생태계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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